나혼자만 사기카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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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낑깡
작품등록일 :
2024.09.10 11:37
최근연재일 :
2024.09.1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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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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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화

DUMMY

* * *



벨 일행은 케시프 가문을 떠나 동쪽으로 이동했다.

이동 수단은 바쿠야가 내어준 말이었다.

일행 중에서 말을 몰 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예나프는 용병 생활을 하면서 말을 타볼 기회가 있었고, 서부 전선에서 태어난 엘렌도 마찬가지로 말을 탈 줄 알았다.


다그닥ㅡ. 다그닥ㅡ.


셋은 한동안 말 없이 숲길을 달렸다.

숲길이라곤 해도 아주 인적이 없는 곳은 아닌지라 사람이 지나간 오솔길이 있었다.

그 길을 따라 가다보면 예정해 둔 도시가 나올 것이었다.


“여기서부터는 경보로 가겠습니다.”


천천히 속도를 줄이던 벨이 일행에게 말했다.

엘렌이나 예나프는 여력이 있어 보였지만 말의 체력도 생각해야 했으니까.


“아으.. 오랜만에 타서 그런지 엉덩이 엄청 아프네. 너희는 괜찮아?”

“전 괜찮습니다.”

“저도요.”

“나만 그래? 엉덩이에 살이 쪄서 그런가?”


이동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자 여유가 생긴 예나프가 잡담을 시작했다.


“아! 아까 하던 얘기 더 해봐.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됐어?”

“그 다음은 별일 없었습니다. 도련님이 귀물을 물리치고 끝났죠.”

“그게 다라고? 제일 중요한 게 빠진 거 같지 않아?”

“전혀요.”

“아니이···! 로맨스가 없잖아? 제일 중요한!”

“장르가 액션이라서요.”


엘렌이 귀찮은 기색이 묻어나는 말투로 답했다.

며칠동안 엘렌은 파티에 상당히 잘 융화됐다.

예나프와 저런 농담을 주고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벨은 그 덕분에 한시름 덜었다.

전회차에 광마녀였던 여자의 대인관계 능력에 정말로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다행이랄까.

그년 거친 여정에도 잘 적응했고 첫인상과 다르게 벨의 지시도 잘 따랐다.

능력이 뛰어나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유형.


‘10점 만점에 9점 정도랄까···’


벨로선 상당히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다.


“근데 왜 굳이 동부로 가려는 거야? 보니까 아주 귀한 도련님이던데? 나 있지.. 벨의 동료라고 했더니 완전 귀빈 대우 받았단 말이야. 나는 몰라도 넌 왜 사서 고생하려는 거야?”


예나프가 벨에게 물었다.

엘렌도 내심 궁금했던 내용이라 벨에게 의식을 집중했다.


“음.”


예나프의 질문에 벨도 되짚어 보게됐다.

사실, 케시프 가문의 환대는 벨로선 의외의 것이었다. 그가 가문을 떠날 때에만 해도 암살을 당할 수 있다는 압박감을 느꼈을 정도였으니까.


주동자가 누군지도 이제는 알았다.

케시프 백작부인.

다름 아닌 현 가주의 바쿠야의 어머니다.

하지만 바쿠야가 가주가 되면서 벨을 견제할 필요가 사라졌겠지.


‘별로 감정이 좋지는 않아.’


하지만 복수를 한답시고 살해할 정도는 아니다.

회귀 후 벨은 과거의 은원에 과하게 매몰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만약 케시프 백작부인이 계속해서 벨에게 적대적으로 굴었다면 보복했겠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어줍잖은 신경전을 걸어오지도 않았고 장례식장에서 벨에게 가볍게 목례를 했었다.


“글쎄요. 그보다 이곳에 온 이유에 대해서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동부의 온 목적.

벨은 아직 일행에게 그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단 그녀들이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뻔하지. 용병이 이 시국에 여기에 온 목적이 뭐 더 있겠어?”

“그렇군요. 전쟁에 참전하실 생각입니까?”


예나프와 엘렌이 차례로 말했다.


“짐작하고 계셨군요. 맞습니다.”


그녀들이 짐작했듯이 벨이 동부에 온 목적은 오를레앙 후작과 슈바츠 백작 사이에 벌어질 전쟁에 참전하기 위함이었다.

전회차 이 전쟁의 결과로 동부는 후에 있을 재난에 대항할 여력을 잃어버렸다.


‘막기는 글렀지.’


제국이 황위 문제로 여념이 없는 시국.

동부에 패자들은 십 년도 더 전부터 전쟁을 준비해왔다.

설령 벨이 두 파벌의 총 책임자를 암살한다고 해도 전쟁을 일어날 것이다.

수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 전쟁은 일어나야만 하는 일이 되어버린지 오래였으니까.


벨은 전쟁을 종결시킬 것이다.

전쟁을 막기 어렵다면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이 차선이니까.

그 과정에서 벨이 얻어야 하는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명성이다.


전회차 그 대단했던 황제도 기반세력을 다졌다.

벨도 앞으로 있을 재난을 대비하기 위해서 세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성이 필요했고, 이름을 떨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전쟁영웅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벨이 전회차에 다뤘던 무기를 얻기 위함이다.


‘백야.’


고대 천사가 사용했다는 전설을 가진 무구.

사용자를 가리는 무구였음에도 전회차에 벨만은 그 무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백야는 지금 오를레앙 후작의 수중에 있을 것이다.

벨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적당히 각색해서 일행에게 들려주었다.


“뭐야··· 그러니까 영웅이 되고 싶어서 전쟁에 참전하겠다는 거잖아? 너 목숨이 여러개야?”


예나프의 반응의 벨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떻게 그걸 그렇게 해석하지?’


전쟁 영웅이 되는 건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이다.


“오를레앙이냐 슈바츠냐 둘 중에 선택을 해야되겠군요. 도련님은 어느 쪽을 선택했나요?”


엘렌이 핵심을 짚었다.

이 시점에 벨이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도 그것 때문이었으니까.


“곧 도착할 도시는 분기점입니다. 저기서 북쪽으로 가면 오를레앙. 남쪽으로 가면 슈바츠의 영지가 나오니까요. 이번에도 저 혼자 갈 생각입니다. 저 도시는 안전하니 제가 일을 치르는 동안 머물러 주십시오. 예나프, 엘렌을 부탁합니다.”

“허튼 소리는 사절이다, 벨. 전쟁이라면 내가 빠질 수 없지! 암 그렇고 말고.”

“저도 전쟁터에서 애먼 칼에 맞고 죽을 수준은 아니에요.”


벨의 말에 두 여자가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이럴 거 같더라.’


예나프는 전쟁 용병이다.

무엇보다 예나프가 전회차에 죽은 장소는 이곳 동부에 전쟁터였다.

그러니 벨과 동행한 것과는 별개로 그녀의 목적도 여기에 있었다고 봐야겠지.


엘렌의 경우엔 환몽의 지대에서 그 실력을 확인했다.

거의 성광기사에 준하는 실력자다.

전장에도 성광기사급 강자가 참전하겠지만 그 숫자가 많지는 않을 터.

그만한 강자가 엘렌을 표적으로 삼을 이유도 없으니 그녀를 전쟁터에 던져놔도 죽을 가능성이 희박했다.

딱히 문제될 건 없어 보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도시에서 하루 쉬고 북쪽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뭐야? 그 기다렸다는 듯한 태도는? 설마 내가 할 말을 예상한 거야?”

“냉정 하시네요. 도련님은 당신을 모시는 메이드가 전쟁터에 나가겠다는 데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으시는군요?”


그녀들의 반응에 벨은 난처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 저보고 어쩌라는 건지.”

“그럴 때는 예의상 한번 더 묻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도련님.”

“꼬박꼬박 도련님이라고 부르시지만 상전이 따로 없습니다?”


시답잖은 잡담을 나누는 중에 멀리로 모험가로 보이는 한 남자에게 접근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보였다.

저마다 무기를 쥐고 포위하듯 접근하는 모양새였는데, 그 의도가 썩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저것들··· 도적 같은데? 도와주는 게 좋지 않을까?”


예나프는 벨을 돌아보며 묻다가 이내 미간을 찌푸린 벨을 발견했다.

그가 곧바로 예나프에게 답했다.


“누군가를 도울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닌 경우가 많으니까요.”

“도련님 말에 동의합니다. 도시가 멀지 않은데도 도적들이 버젓이 활동한다는 게 걸리네요. 어쩌면 도적이 아닐 수도 있겠죠.”

“어··· 그런가?”

“하지만 이번에는 예나프의 말대로 하죠. 왠지··· 이번에는 그러고 싶은 기분입니다.”


저 모험가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높은 확률로 전회차겠지.’


그 말인즉 저 남자는 벨이 기억해둘 가치가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였다. 벨 일행은 서둘러 말을 몰아 남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 사이에 대화가 잘 안 통했는지 남자를 겁박하던 도적들이 무기를 빼들고 덤벼들었다.


“멈춰!”


달리던 말에서 예나프가 소리쳤지만 그 말을 들을리가 만무하다.

도적들이 무기가 남자의 지척까지 다가왔으나 남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제 남자의 목이 땅에 떨어지는 결말만이 남은 듯 보였으나, 그 순간 남자가 언월도를 휘둘렀다.


스걱ㅡ.


단 한번의 베기.

그 한번으로 덤벼들던 도적들의 목과 몸통이 일제히 분리되었다.


데구르르ㅡ.


아무런 가치 없는 쓰레기처럼 도적들의 목이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저 정도면 남자는 분명히···


“성광기사!”


그래, 혼자서 전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평가받는 성광기사가 틀림없었다.


히이이이잉ㅡ.


어느새 남자의 바로 앞에 도착한 벨은 시체를 보고 놀란 말을 진정시켰다.


잿빛머리에 귀공자 분위기가 나는 외모.

앳된 얼굴.

왼쪽 눈을 붕대를 감아 가려뒀다.

거기다 언월도를 다루는 실력까지.


‘···루카였나.’


그제서야 벨은 남자를 기억해 냈다. 그는 벨 일행을 빤히 쳐다봤는데 그 표정이 용건이 무엇인지를 묻는 듯했다.


“이봐.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손을 쓸 필요가 있었어?”

“애초에 원인도 당신에게 있었군요. 견물생심이라··· 고가의 무기와 귀중품을 전시하듯 늘어놓고 다닌 건 미끼 같은건가요?”


예나프와 엘렌이 차례로 남자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녀들의 반감은 결국 루카의 손속이 너무 과하다는 데서 기인했다.


‘···과한가. 모르겠군.’


하지만 그녀들을 이해를 못할 정도는 아니다.

바닥에 참수된 목들이 널려 있었고 무료한 표정으로 이곳을 거만하게 바라보는 소년.

루카의 태도에 반감을 가져도 이상할 게 없었다.


“뭐야. 대답도 하기 싫다는 건가.”

“설마. 우리가 같은 사람으로도 안 보이시는 건지.”


언월도를 고쳐잡는 모양새.

그걸 본 엘렌과 예나프도 즉각 전투태세를 갖췄다.

긴장감이 고조되던 차에 벨이 끼어들었다.


“싸울 생각은 없습니다. 엘렌, 예나프. 무기를 거두어 주십시오.”


루카의 시선이 벨에게로 돌아갔다.

무채색이던 그의 얼굴이 처음으로 표정을 만들어냈다. 이자리에서 오직 루카만이 방금 벨이 무엇을 했는지 알았다.


루카가 도를 휘두르려던 경로에 벨이 에테르를 도포시켰다.

아주 은밀하면서도 정교한 에테르 사용법.

만약 루카가 그대로 공격을 감행했다면 낭패를 맛봤을 거다.

이 말은 벨이 루카의 움직임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대답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대로 각자의 길을 가면 그만이니까요.”


벨의 기억이 맞다면 루카는 벙어리가 아니다. 그러나 지독하게 말 수가 적은 특이한 인물이었다.

또한 위험한 인물이다.

손속이 잔인하고 전투를 즐긴다.

전쟁이 벌어지는 곳만 찾아다닌 것도 그 성정 탓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귀물을 많이 죽였지.’


회색에 가까운 인간.

벨이 흘긋 엘렌을 돌아봤다.

그러고 보면 루카는 엘렌과 포지션이 비슷한 인물이다.


“도련님?”


벨의 시선을 느낀 엘렌의 고개가 옆으로 기울어졌다.


다그닥ㅡ. 다그닥ㅡ.


때마침 이곳으로 달려오는 일단의 무리가 있었다.

무장 상태가 좋고 저마다 말을 탔다.


“경비대가 오는군요.”


귀찮은 일에 휘말린 듯했지만··· 어떻게든 될 것이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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