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않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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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데미워터
작품등록일 :
2024.09.10 21:34
최근연재일 :
2024.09.1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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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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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지 않은 손님

DUMMY

예기친 않은 선물을 받고 여러 달이 지났다.

여운의 시간.

다시 이어지는 일상과 삶.

선물의 여파로 조금은 달라진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선물이 주고 간 선물일까?


별거 없는 사람이란 생각이 팽배하게 자리 잡혀있는 내가, 조금 더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자 꽤 많은 변화가 생겼다.

흑백 같던 세상이 조금씩 컬러를 띄게 되었다.

거기에 맞춰 무엇을 해도 의욕 없던 내가 작은 하나에도 의욕을 가지게 되었고, 의미가 부여되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변화가 찾아왔다.

감정 없던 대화의 상대에게 관심을 보이는 질문과 같이하려는 제스처를 취하게 되었다.

점심도 함께하려는 경향도 생겼고, 공동 관심사의 대화에 끼어들어 어울리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달라졌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걸어가는 길에 가로수 나뭇잎 사이로 부는 산들바람이 기분 좋게 느껴지고, 휴일에 공원 벤치에 앉아 읽는 책은 최고의 디저트같이 달콤했다.

매일 혼자 먹던 저녁을 준비하면서도 사랑하는 이를 위해 만드는 기분이 들었다.

모든 게 안락했고 즐거웠다.


하지만···.


모든 게 완벽하진 않았다.

.

.

.


찌잉.


갑자기 나오는 감정의 아픔.


어느 순간 내가 행복할 때마다 나오는 이 모를 아픔.

행복의 크기가 커질 때 강도도 커지는 나도 모를 아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축복 같던 내 삶의 감사함이 크고 기뻤기에 무시되었던 이 이름 모를 감정의 아픔이 그날따라 강하게 나왔다.


아름답게 보이는 시점에서 무언가가 계속되는 아쉬움, 그리움, 애틋함.

지금 분명 만족하고 행복한데 왜 감정의 아픔이 생겨날까?

계속되는 질문에도 명쾌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평소와 같은 어느 날이었다.

평온한 날의 하루.

하루의 시작인 아침.

아침 첫인사를 나누고 앉은 내 자리.

그 책상 위에 놓여있는 한장의 하얀 초대장.


청첩장이었다.


화려하게 꾸며진 청첩장 앞면에 쓰인 ‘결혼합니다’라는 문구.

회사 동료의 결혼식 청첩장이었다.


내용은 보지 않았다.

아니, 볼 수가 없었다.

그 청첩장을 보며 누군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5년 전 친구에게서 받은 그녀의 결혼 청첩장.

기억 속의 그 사람, 마음 가장 안쪽에 숨겨뒀던 그 사람.

그 사람과의 추억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기 시작했다.

어느 틈엔가 내 눈에 눈물이 고였다.


예기치 않은 선물을 받을 때 흘렸던 눈물과 다른 눈물.


내가 그동안 해온 질문에 대한 정답지.

그랬다.

나는 정말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던 것임을.


내 삶에 가장 후회했던 순간, 그리고 지금도 그리운 사람.

생각이 났다.

그녀가 너무 보고 싶었다.


변화된 나를.

내 자신을 아끼게 된 나를.

지금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그녀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

전하지 못한 마음 때문에 한구석이 그렇게 아팠던 것이다.


이제는 자신에게 솔직하고 충실해진 나는.

보고 싶은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린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8년 만에···.


···.


하지만 전화를 받은 사람은 전혀 다른 타인.

번호가 바뀐 그녀.

보통 무슨 일이 있지 않으면 바뀌지 않은 전화번호이기에 나는 불안한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행복했던 삶에 서서히 틈이 생겨 조금씩 커져갔다.

그러길 얼마 지나지 않아, 내일에 있을 즐거움을 기대하며 잠들어 왔던 내게 불쑥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불면증이라는 손님이.


정말 생뚱맞았다고 할까.

갑자기 찾아온 이 불안증과 불면증.

잠들기 전에 찾아오는 불편한 예감.

무언가 잘못되고 있는 느낌.

알 수 없는 초조함.

숨이 가빠지고, 손바닥에는 땀이 맺힌다.


그 뒤로 평화로운 일상에 균열을 내는 작은 의심이 시작되고 머릿속은 차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모든 것이 흐릿해 보이고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이렇게 불안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일상의 모든 순간을 잠식해 나갔다.


왜일까?

나 행복한데···.

왜?


왜? 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떠오르지만, 명확한 답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다 불현듯 깨달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었기에.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나를 이렇게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음을.

꼭 그녀를 만나야만 해결된다는 것을.


그래서 찾고 또 찾았다.

옛 지인들에게 수소문하였지만 파혼했다는 소식만 들었고 그녀의 행방을 알 길이 없었다.

하루하루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에 나는 그녀를 찾기 위해 온 정성을 쏟아 부었다.


내 노력의 결과일까.

결국 난 그녀의 연락처를 알게 되었다.


두근두근.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내 핸드폰 화면에 나타난 숫자들의 나열.

그녀의 전화번호.


한참을 뚫어지게 보던 나는 떨리는 손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잠시 동안 신호가 이어지다 연결되었다.


“여보세요?”


울컥.


목소리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정말 그립고 듣고 싶었던 목소리.


“오랜만이야···.”


겨우 쥐어 짜낸 나의 첫마디였다.


“누구세요···.”

“정말 오랜만이야···.”

“···. 설마?”


우리 둘은 오래도록 대화 없이 서로 전화기를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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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녀의 이야기 24.09.10 11 0 5쪽
» 초대받지 않은 손님 24.09.10 11 0 5쪽
1 예기치 않은 선물 24.09.10 16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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