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않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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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데미워터
작품등록일 :
2024.09.10 21:34
최근연재일 :
2024.09.11 09:26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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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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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13,196

작성
24.09.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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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그녀의 이야기

DUMMY


대화 없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누가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다.


어느 정도 감정의 파도가 지나가자 내가 먼저 용기 내 말을 꺼냈고, 그렇게 우린 약속을 잡았다.


약속 날 당일.


그리움 반, 설레임 반을 장착하고 약속 장소에 나갔다.

8년 만에 본 그녀는 여전히 변함없이 청초했고 예뻤다.


아무리 가까웠던 사이었더라도 8년의 세월은 서로를 어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처음 만난 사람처럼 어색하게 주고받은 인사.

그리고 이어지는 소소한 안부.

다행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예전으로 돌아가면서 금방 낯섦을 털어냈다.

어느새 표정은 십년지기 친구를 만나듯 편해졌고 추억의 이야기 상자를 열어 서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녀와의 관계를 돌이켜 보았다.

처음은 친한 친구의 친구로.

다음은 가까운 친구가 되어 지내다가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낮은 자존감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내 자신의 확실함이 없는 불안감 때문이었는지, 나는 고백하지 못했고 그 이상 가까워지지 못한 상태로 몇 년을 지냈다.


그러다 그 관계가 깨진 건 그녀에게 남자가 생기면서였다.

남자가 생긴 그녀에게 당연히 연락은 어려워졌고 그게 8년간 연락하지 않게 된 계기가 되었다.


추억의 힘인지, 우린 물 흐르듯이 예전의 관계가 회복되었고, 약속 장소와 가까운 빈티지풍의 한 술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리에 앉은 나는 처음에 잘 보지 못했던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보며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곳에서 시작된 그녀의 진실.


내가 알지 못했던 이야기부터 시작되었다.


그녀의 과거사가 풀어질수록 찐한 동질감과 동시에 묘한 기시감도 느끼게 되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화목하지 않은 가정에 태어나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왔다.

그래서 외로움이 많았고 애정결핍까지 있었다.


그런 그녀는 친구의 소개로 나를 알게 되었고 둘 사이가 가까워지면서 외로움이 많이 가시게 되었다.

다만 썸과 연인 사이쯤의 우리 관계가 길어지자 불안감이 커지며 애정 결핍증이 심하게 나오게 되었다.


일탈의 한부분처럼 자신에게 고백한 남자와 애정없이 만나게 되었고, 내 곁을 떠나 그렇게 고백한 남자와 연애를 시작했다.


사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가 몰려왔지만, 자신이 선택한 일이니 후회하지 말자며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이어진 3년간의 연애.

그녀는 정말 따뜻한 가정을 가지고 싶었다.


그녀가 받지 못했던 어린 시절 사랑을 자기의 아이에게 주고 싶었고, 사랑하는 남편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던 그녀의 작은 소망.

그래서 참고 또 참았다.

그러다 결혼 이야기가 나왔고 의무처럼 받아 드리며 결혼준비를 해 나갔다.


결혼 준비하기를 얼마 가지 않아,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었다.

잠들지 못한 밤들이 하루 이틀 늘어날 때마다 행복을 위한 결혼이 절망같이 느껴지게까지 되어버렸다.


그녀는 이 문제가 본인만의 문제라 생각하고, 혼자만 참으면 괜찮을 거란 생각에 또 참고, 마음이 결렬된 결혼을 계속 준비해 나갔다.


그렇게 결혼식 하루 전날.


당장 결혼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는 더는 견딜 수 없어서 3년간의 남자친구이자 곧 남편이 될 남자에게 늦은 시간에 찾아갔다.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고 싶어서.

확인받고 위안과 불안한 이 마음을 달램 받고 싶어서.

한데 그 사람은 총각파티라는 걸 하러 가 집에 없었다.


처음에는 총각파티가 무엇인 줄 몰랐다.

그냥 남자들이 결혼 전에 하는 축하 파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언니를 통해 결혼 전 다른 여자와 몸을 썩는 그런 지저분한 파티라는 진실을 알게 되자 그동안 묵혀 오고 눌러왔던 감정들이 일시에 폭발해버렸다.


어떻게든 그녀를 달래서 약속된 결혼을 하려고 남자.


그 남자는 자신이 어떤 마음을 가진 지도, 알아주려는 마음도 없이 ‘가족과 지인 모두 불렀는데 갑자기 취소하면 자기나 자기의 부모님은 어떻게 되겠냐’는 이기적인 설득만 했다.


그동안 자신이 왜 그렇게 결혼에 대해 불안했었는지 왜 절망처럼 느꼈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남자에게서 확신이 없었던 것이었다.

행복해질 확신이···.


항상 그 남자에게서 자신은 두 번째였고,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도 받은 적이 없었다.

정작 자신은 외로운데, 사랑받고 싶은데, 항상 자신이 필요로 할 땐 곁에 있지 않았던 남자였다.


그런 그 남자와 헤어지지 못한 건 지금보다 더 외로워질까 봐 그 무서움에 떠나지 못했던 그녀.


특히 더 가까워지지 못해 불안이 커지고 채워지지 않았던 외로움 때문에 자신이 사랑했던, 자신을 사랑해주던 나를 떠나 선택한 남자여서 더욱 헤어지지 못했다.


헤어지면 내게 너무 미안하기에, 그래서 더욱 참았던 것인데···.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결국 결혼식 당일에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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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이야기 24.09.10 11 0 5쪽
2 초대받지 않은 손님 24.09.10 10 0 5쪽
1 예기치 않은 선물 24.09.10 16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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