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않은 선물

함께라는 건

그녀의 진심을 알게 되었던 날.

그녀를 향한 내 진심을 말했던 날.

그녀는 그동안 썩고 쌓였던 감정을 눈물로 쏟아 내고 그 빈자리에 나로 채워 넣었다.

그렇게 그날 우린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8년 만에···.

괴롭히던 과거의 망령을 정리하고 내게 돌아온 그녀의 눈은 희망의 꽃으로 발화되어 있었다.

그 꽃을 품에 안고 미래로 향해 다시 한번 뻗을 용기를 얻은 그녀가 내게 말했다.

“나를 좀먹어 가던 불안감은 어느새 살아지고, 그 자리에 애틋함이 가득 차 버렸어. 고마워.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줘서···.”

평범한 하루에 문득 찾아온 작은 기적.

그로 인해 예상치 못한 순간의 반짝임.

다시 만난 첫사랑의 미소.

잊고 있던 추억을 되살리는 따스한 포옹.

“나도 고마워. 내 손을 잡아주고 곁에 있어 줘서···.”

다시 만난 우리였다.

서로 같은 아픔을 경험한 사람은 그 사람의 아픔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 어뤄 만져 줄 수 있고 보듬어 줄 수 있는 것이다.

그 마음을 받은 사람 또한 그것을 알기에 더욱 감사하고, 자신도 그 사람에게 그렇게 해주고 싶은 것이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의 위로가 되고 마음이 오가는 삶을 경험하면서 나는 또 하나를 알게 되었다.

왜 옛 성인들이 사람은 혼자가 아닌 같이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고 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서서히 밝아오는 새벽빛.

잃어버렸던 행복이 조금씩 내 안에 스며든다.

아직 낯선 기쁨의 파도가 이제는 부드럽게 일렁인다.

오랜만에 마주한 거울 속의 밝은 내 눈빛.

잊고 있던 웃음이 살그머니 돌아와 입가에 맺힌다.

설레기 시작한 마음은 나아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만든다.

이렇게 다시 찾은 행복은 더욱 깊고 진실해졌다.

내가 내게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사랑을 확인해본다.

곁에 있는 이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며 사랑을 확인해본다.

나만의 시간 속에서 진정한 나를 만난다.

우리의 시간 속에서 진정한 삶을 만난다.

기분 좋은 아침의 시작으로 같이 나누는 즐거운 대화.

서로 이해하고 격려하며 같이 해결해 나가는 친밀감.

하루를 마무리하며 함께 나누는 따뜻한 저녁 한 끼의 식사.

이 모든 기쁨을 함께 나누는 순간의 특별함.

함께 집 앞길을 거닐며 마음의 여유를 찾고, 작은 인연들을 만나 웃음꽃을 피운다.

함께 누군가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기도 하고, 친절로 보답받는 일상 속 감동.

함께 하는 나눔의 기쁨이 우리를 더 풍요롭게 만들고, 매 순간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삶.

내가 나를 사랑해서 생긴 행복에, 곁에 서서 같이 가는 사람의 나를 사랑함이 더해지자, 행복이 환희로 또 황홀로 바뀌는 마법을 경험했다.

사람의 인연이란 언제 어디서 생길지 모른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고 괴롭더라도 견디고 살아가다 보면 누구든지 언젠간 나와 같이 예기치 않은 선물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만 보지 말고, 앞에 있을 예기치 않은 선물을 기대하며 기다려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았을까 한다.

나는 생각한다.

기나긴 터널을 걷더라도 앞에 희망의 빛이 있듯이 지금의 내 삶이 비록 비루하고 힘에 겨울지라도, 예기치 않은 선물로 인해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음을.

그리고 어떤 어두운 길이라도 마음으로 이어진 사람과 손잡고 같이 걸어가는 순간, 그 길은 데이트 코스가 되어 버린다는 것을.

오늘도 난 기나긴 터널의 인생을 예기치 않은 선물인 그녀와 같이 걸어가고 있다.

그래서 난 행복하다.

누군가와 같이한다는 이런 삶이 나에겐 완성된 행복의 삶이 아닐까?

* 예기치 않게 찾아온 이 모든 순간이 삶이 건네는 특별한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