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않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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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데미워터
작품등록일 :
2024.09.10 21:34
최근연재일 :
2024.09.11 09:26
연재수 :
6 회
조회수 :
59
추천수 :
0
글자수 :
13,196

작성
24.09.1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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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5쪽

나의 이야기

DUMMY


어떡하면 그녀를 살릴 수 있는지 생각해야 했다.

어설픈 동정은 더욱 마지막을 정리하는 시간만 단축한다.

그러기에 정말 진심을 전달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해야 한다.


이대로 그녀를 보낼 수 없었기에.

어쩌면 나로부터 시작한 그녀의 아픔이었기에.

8년간 잊지 못했던 나의 아픈 첫사랑이었기에.

더욱더···.


그래서 그녀에게 나의 첫말은 신중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나는 진심을 담은 나의 이야기를 뱉어냈다.


“내 얘기 좀 들어줄래?”



 인생은 길고 긴 터널과 같아.

멀리서 빛이 보이지만, 걸어도 걸어도 닫지 않을 것 같은 그런 긴 터널.

걷다 지쳐 주저앉기도 하고 어떨 땐 눕기까지 해도 다시금 일어나 걸어가는 긴 터널.


그 터널 끝에 있는 빛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럼에도 사람들은 빛을 향해 끝없는 걸음을 재촉하지. 

나도 그 수많은 사람 중에 한명이었어.


나 역시 그 길고 긴 터널을 걸어갔어.

그러다 견디다 못해 어딘가쯤에서 포기하고 주저앉았었지.

인터넷으로 열심히 찾아봤어.

인생의 마무리 방법을.


우습게도 지쳐서 포기하고 끝내겠다고 한 사람이 그 방법을 찾기 위해 또 열심히라니···.

갑자기 드는 그 생각에 실소가 터졌어.

지금에야 생각하면 우습지만 그땐 참으로 심각했거든.


너에게 축하한다는 진심의 반대말을 끝으로 연락을 끊기고 한동안 방황했지.

그때 난 어리고 어리석은 어린 남자일 뿐인 시절이었잖아.

자존감도 무척 낮았었고 마음만 급했던 시기.


그래서 잊기 위해 무작정 일만 했어.

그렇게 일만 하니까 하나를 얻고 하나를 잃더라.

감정 없는 돈은 늘어났지만, 감정 있던 삶은 줄어갔어.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삭막한 삶이 이어졌지.


칠흑 같은 어둠이 덮어진 깊은 골짜기 같았던 시기.

시간은 멈춘 듯 흐르지 않았고, 나의 상념은 묵직한 침묵만이 감돌던 시기.

미비했던 희망은 희미한 그림자가 되어 벽에 춤추듯 흔들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소망의 메아리는 잊혀진 목소리처럼 아련했어.

그때는 모든 것이 정지된 채 영원히 어둠 속에 잠겨 있었지.


외로움.

무기력.

고독.

그러다 느끼게 되었어.

영혼이 빈 껍데기가 되어버린 그때의 나는 이것들의 끝은 죽음이라는 걸···.


하지만 사람은 본능적으로 살고 싶음을 갈구해.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나 역시 그랬고 살고 싶어서 무엇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시작한 것들이 너무도 많았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하던 그것들은 잠깐의 시간만 벌어줄 뿐, 결국 모든 걸 포기하고 내려놓게 되었어.


그런데 이상하게 삶을 마무리 하기 위해 모든 걸 정리하자 엄청 홀가분해진 거야.


아마 지금의 너처럼 마랴.


이제 편하게 죽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


그때.

그래도 이 세상 살다 간 흔적은 남기고 싶어진 거야.

그 흔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


어릴 적 나.

반항기 때 나.

성인이 되어 처음 가진 꿈.

첫사랑은 경험한 나.

일만 하며 피폐해져 가는 나.

죽음을 받아들였던 나.

살고 싶어 몸부림치는 나.

모든 걸 포기한 나.

마지막으로 죽기 전에 보고 싶은 사람.


나의 삶의 흔적을 글로 썼어.

솔직하게 내가 내 자신에게 말하듯 썼어.


그렇게 완성된 내 삶의 흔적을 죽기 전에 한번 읽었어.


처음에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에 웃음이 지어졌어.

그런데 마지막으로 읽어 내려갈수록 너무너무···.

나는.

나는 정말 살고 싶어 하는구나···.

나는 나를 아직 사랑하고 있구나.

내가 나에 대해 몰랐다는 걸 알게 되었어.


내 안의 내가 아주 깊은 곳에서 외치는 소리에 귀 기울였어.

나도 몰랐던 깊고 깊은 곳의 작은 내가 외치는 소리를···.


살고 싶다고.

행복해지고 싶다고.

그러니까 조금 더 살아 봐도 되지 않을까?


정말 정말 많이 울었고, 다시 한번 살아보게 되었어.


살다 보니 나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게 되었고, 이렇게 죽기 전에 꼭 다시 보고 싶었던 너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어.

그래서 지금도 이 생각이 들어.

아 역시 살기 잘했다고···.

그래서 지금 나는 행복하다고.


너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분명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어딘가에 숨어있을 거야.

나도 그랬으니까.

그러니까 소은아 죽지 말자.


내가 같이 찾아줄게.

내가 꼭 너를 사랑하는 너를 찾아줄게.

나를 믿고 우리 같이 찾아보면 안 될까?

내 손을 잡아주면 안 될까?

우리 같이 가면 안 될까?

끝이 아닌 시작을 향해 같이 가자.

절대 너의 손을 놓지 않을게.

그러니까.

나랑 같이 가자.

응!?


그때 못 했던 말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하고 싶어.

많이 늦었지만.

전에도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앞으로도 사랑해.

늦어서 많이 미안해···.

우리 같이 가자.

.

.

.

그날에 나의 진심은 또 내게 예기치 않은 선물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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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이야기 24.09.11 8 0 5쪽
4 그녀와 나 24.09.11 8 0 6쪽
3 그녀의 이야기 24.09.10 10 0 5쪽
2 초대받지 않은 손님 24.09.10 10 0 5쪽
1 예기치 않은 선물 24.09.10 15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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