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소설 편집자인데, 원수지간 작가놈 소설에 빙의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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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9.14 03:31
최근연재일 :
2024.09.20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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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DUMMY

나와 송성희, 우리 두 사람은 함께 모텔로 발걸음을 틀었다.

그녀와 나란히 걸어가면서 가슴이 두근두근 너무 떨려 내 걸음은 다소 부자연스러워졌다.


그럴 만 했다.

혼자서 수십 번 사랑했던 그녀였다.

찌질하다 손가락 받겠지만, 사무실 안에서 그녀 사진을 몰래 찍은 후 집에 돌아와 방에서 혼자 사랑을 나눈 적도 몇 차례 된다.


그런 그녀와 마침내 드디어 직접 함께 사랑을 나누게 되다니.

혹시나 그녀가 중간에 마음이 바뀔까 잠시 걱정하던 차



- 야! 또 어디냐? ㅋ ㅋ


씹새끼가 또 채팅을 걸어왔다.

나는 그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발걸음을 반 보 늦췄다.


- ㅅㅂ 너 여기서 전지전능한 신이라며?

- 그럼. 아직도 안 믿겨?

- 근데 내가 어디 있는지 몰라?

- 알려면 알지. 부처님 손바닥이지. 근데 알아내기 귀찮으니까.

- 지랄.

- 여전히 못 믿겠으면 함 또 맞혀 줄까?

- 그래. 맞혀 봐.

- 옆자리랑 편의점에서 술 깨는 음료 마시려다 말고 드디어 모텔로 가고 있구먼. 아니야? ㅋㅋ

- 이 새끼 진짜.


씹새끼가 이곳에서 전지전능한 존재인 건 이제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 야!

- 뭐 또?

- 드디어 하게 되었으니 내가 개인적으로 선물 하나 해줄까?

- 선물?

- 그래.

- 무슨 선물?

- 니 옆자리 니가 원하는 스탈로 만들어줄게.

- 내가 원하는 스탈?

- 응.

- 그건 또 갑자기 뭔 소리야?

- 지금 모텔 가서 그 여자가 어떤 스탈이길 원해? 고분고분하게 복종하는 스타일? 아니면 주도적으로 알아서 잘 하는 스타일?

- 뭐라고?

- 골라 보라고. 커스텀으로 맞춰줄 테니까. ㅋ ㅋ

- 지랄

- 왜? 싫어?


그때였다.


‘‘뭐해?’’


몇 발자국 앞서서 걸어가고 있던 송성희가 슬쩍 나를 뒤돌아보며 말했다.

나는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재빨리 핸드폰을 감췄다.


‘‘야! 너 뭐야?’‘

‘‘뭐, 뭐가?’’

‘‘뭐 하고 있었어?’’


그녀가 마치 형사 같은 시선으로 나를 째려보며 말을 이어갔다.


‘‘너, 그거 이리 내놔 봐’‘’

‘‘뭐, 뭘?’’


내가 되묻는 사이, 그녀가 내 핸드폰을 날렵하게 낚아채갔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또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일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씹새끼와의 채팅 화면을 고스란히 내 보인 채 그녀에게 핸드폰을 빼앗기고 말았다.


‘‘어어! 아, 안 되는데!’’


뒤늦게 손사래를 쳐보았지만, 송성희는 핸드폰을 들고 냅다 옆으로 튀었다.

그녀는 분명 내가 이상한 걸 보고 있다고 확신하는 기색이었다.

저만치에서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는 그녀 얼굴이 일순 흙빛으로 변해갔다.

어둠속에서도 감지될 만큼 확연한 변화였다.


‘‘그, 그게 말이지 ......’’


무슨 변명을 할 지 딱히 떠오르는 생각이 없었다.


‘‘그거 송성희씨 이야기가 아니라 ......’’

‘‘뭐라고? 내 이야기가 아니야?’’

‘‘으응. 거기 나오는 여자는 송성희씨가 아니라 ......’’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송성희가 성큼성큼 내게 걸어왔다.


‘‘아악!’’


그녀가 불끈 주먹을 쥐어 보이자 나도 모르게 위압감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솔직히 내가 봐도 맞아도 싸다.

아무리 내 본의가 아니라고 해도 침대에서의 그녀 스타일에 관해 왈가왈부 개소리를 작렬하고 있었으니.


‘‘야, 이 자식아!’’

‘‘응? 응. 아, 아니, 그게 아니라니까 ......’’


송성희가 내 어깨를 세게 한 대 내리치더니 핸드폰을 내 품안에 구겨 넣듯 집어넣었다.


‘‘그럴 필요 없어, 인마.’’

‘‘으응? 뭐, 뭐가?’’

‘‘나 지켜줄 필요 없다고.’’

‘‘뭐, 뭐야? 지, 지켜 주다니? 뭘?’’

‘‘얼른 가자.’’


송성희가 슬쩍 윙크를 하더니 성큼성큼 앞 서 나갔다.

나는 잠시 우두망찰한 표정으로 걸음을 멈춰 섰다,

그러다 문득 핸드폰 화면에 시선을 던졌다.

거기에는 방금 전 씹새끼와 했던 채팅 창면이 여전히 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내용이 많이 달랐다


- 친구! 어디인가?

- 응, 숙녀 분 한 명과 밤거리를 같이 걷고 있는 중일세

- 이 시각에 숙녀 분 한 명과? 혹시 ......

- 이보게. 나 그런 사람 아닌 거 너무나 잘 알지 않나. 그리고 이 숙녀 분은 내 회사 동료 그것도 바로 옆자리 분이라서 평소 내가 항시 꼭 지켜주고 싶었던 사람일세.

- 그렇지. 내 친구 인성 어디 가겠나.


씹새끼가 그새 또 전지전능함을 과시한 것이었다.


‘‘얼른 안 와, 인마.’’


잠시 허탈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저 만치에서 송성희가 나를 또 불렀다.

내가 서둘러 그녀에게로 걸음을 옮겨 나갔다.

나를 불렀던 그녀는 나를 기다리지 않고 다시 먼저 걸어 나갔다.

하지만 그녀는 마치 이건 오늘 너를 위한 선물이라는 듯 탐스러운 히프짝을 요리저리 섹시하게 흔드는 걸 잊지는 않았다.



+++



‘‘나부터 먼저 씻을게.’’


모텔 방에 들어서자마자 그녀가 먼저 욕실로 들어갔다.


나는 곧바로 핸드폰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마치 내 속마음을 고스란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듯이, 아니나 다를까, 씹새끼가 다시 채팅창을 띄어 놓고 있었다.


- ㅋ ㅋ ㅋ

- 왜 웃어?

- 왜 웃긴. 큰일 날 뻔 한 거 내가 절묘하게 구해줬잖아.

- 아주 북치고 장구 치고 지랄하고 자빠졌네.

- 아까 하던 이야기나 계속 할까?

- 뭐?

- 뭐긴. 샤워하고 난 후 그녀가 어떤 스타일이 되었으면 좋겠냐고.

- 야! 너 걔가 지금 샤워하러 들어간 건 또 어떻게 알고? 너 무슨 CCTV로 나 온종일 감시하고 있냐?

- 시간 없으니까 얼른 결정해. 그녀가 어떤 스타일이기를 원해? 순종적인 전통 여인상? 아니면 카리스마 넘치는 여 전사형?


......


- 야!

- 뭐?

- 솔직히.

- 응.

- 솔직히 나 간만에 하는 거 거든.

- ㅋ ㅋ

- 웃지마 이씨.

- 그럴 줄 알았어.

- 뭘 알아 니가 인마.

- 당연한 거 아니야.

- 뭐가 당연해?

- 너 여친 없잖아 그렇다고 원나잇 할 능력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자 살 돈도 없을 테고.

- ㅅㅂ

- 얼른 결정하라니까.

- 야!

- 왜 자꾸?

- 카리스마 여전사 형.

- 정말?

- 그래.

- 왜?

- 왜긴. 간만에 하는 거니까.

- 간만에 하는 거니까, 뭐?

- 솔직히 자신이 없어.

- ㅋㅋ

- 웃지 마 이씨.

- 간만에 하는 거라서가 아니라 너 애초 경험 거의 없지 않아?

- 뭐 이씨.

- 찐따 색히.

- 이 새끼가.

- 이게 감히 전지전능한 신한테.

- 신은 얼어 죽을

- 알았어, 임마. 그냥 침대에 누워 있어. 그 여자가 샤워 마치고 와서 알아서 서비스 잘 해줄 테니까 ㅋ ㅋ


채팅창이 사라졌다.

침대에서 누워 있으면 알아서 서비스해 준다라.


무슨 상황인지 알 것 같다.

야동 마사지 카테고리에서 많이 본 장면이다.


그러니까 남자가 누워 있으면 반라의 여자가 들어와서 몸 여기저기를 만져주다가 이어서 온 몸 구석을 핥더니 급기야는 옷을 다 벗고 남자 몸 위에 올라와 허리를 돌려주는 식.

뭐 그런 걸 거다.


욕실 쪽에서는 여전히 샤워 물줄기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옷을 하나하나 벗었다.

마지막 남은 팬티까지 다 벗고 나서, 침대에 눕지 않았다.

도리어 성큼성큼 욕실 쪽으로 걸어갔다.

이윽고 욕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뭐긴. 좋으면서.’’’

‘‘어머! 어머! 왜 이래 ...... 아아아아아! ...... 좋아! 좋아! 정말 좋아! ...... 아아아아아! ...... 그래! 죽여줘! 오늘 아주 죽여줘!’’



+++



쿨쿨.


내 옆에서 송성희가 전라 차림으로 곤히 잠들어 있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샤워 물줄기를 받으면서 아주 그녀를 죽여줬다.


- 야! 이 새끼야! 너 대체 뭐하는 새끼야!


씹새끼와의 채팅창이 다시 핸드폰에 떴다.


- 내가 뭘?

- 너 그 여자 카리스마 여전사형으로 원한다면서?

- 응. 그랬지.

- 근데 왜 니가 카리스마 남전사가 되어서 샤워 하고 있는 멋대로 들어가 그 난리를 피운 거야.

- ㅋㅋ

- 웃어?

- 뼁끼 쓴 거지.

- 뼁끼?

- 그래. 뼁끼.

- 왜?

- 왜긴. 너 여기서 전지전능하다며? 니가 쓴 소설 속이니까.

- 그런데?

- 그런데 난 니 소설 시놉을 대충 다 읽은 유일한 인물이잖아. 다시 말해 이곳에서 전지전능하다는 니 속을 어느 정도 다 파악하고 있는 유일한 인물.

- 그래서?

- 그래서 니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백프로 전지전능하게 컨트롤 하지 못하는 거. 그걸 확인하고 싶었던 거지.

- 뭐, 뭐야?

- 니가 그랬잖아. 니 소설에 가장 딴지 많이 걸던 나를 오히려 니 소설의 히어로로 포섭함으로써 너의 전지전능함을 확인하고 싶었다고. 거꾸로 나는 니 전지전능함에 내가 얼마나 저항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무슨 말인지 알간? ㅋ ㅋ


‘‘끄응. 뭐해?’’


씹새끼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데, 잠결에 송성희가 내 쪽으로 몸을 돌려왔다.


‘‘응? 아냐, 아무것도.’’


그러면서 핸드폰 속 채팅창이 사라졌다.

씹새끼가 생각지도 않은 내 반응에 당황함을 감추려고 이때다 싶어 채팅창을 사라지게 한 건 아닐까?


송성희 옆에서 나는 다시 자는 척 눈을 감았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똬리를 틀면서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씹새끼의 전지전능한 능력도 확인했지만, 동시에 그에 어느 정도 저항할 수 있는 나의 능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씹새끼 소설 속에 원래 존재하지 않는 인물인데다가 그의 속내와 의도를 어느 정도 간파하고 있는 인물이니까.


그렇다면?

무조건 씹새끼에 부역하지는 않으리라.

비위 맞춰줄 때는 맞춰주다가 또 어떤 때는 이번 경우처럼 뒤통수도 때리리라.

다시 말해 군사정권에 부역하셨던 할아버지 아버지 길을 걷는 척 하다가 언제라도 독립운동에 투신하셨던 고조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의 길로 일탈하리라.


푸하하하하.

이거, 이전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신박한 히어로의 길 같은데? 아닌가?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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