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했더니 쇼타가 고백해온 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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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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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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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탁

DUMMY

“뭐 묵을 곳이 없다고?.. 그럼 어제는 어디서 잤어?”


“마구간이요..”


“왜?.. 말이나 건초가 좋아서 그런 건 아니잖아.”


“돈이 없어서요. 마구간은 30록에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거든요. 오늘은 의뢰도 성공하지 못해서 갈 곳이 없어요.”


“너 말이야.. 집에서 가출했지?”


“아, 아니에요. 제대로 부모님한테 모험가가 되겠다고 얘기하고 나왔어요. 초기금으로 2만록도 주셨고요. 하지만 모드릭에 들어오고 나서 소매치기를 당해서 그만...”


“하아... 일단 오늘은 여기서 자, 이 시간이면 근처 여관에 빈방이 없을 거야.”


“정말로 그래도 되나요?”


“그래 인마, 오늘은 마구간에서 잘 돈도 없을 거 아냐.”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저 답례로 뭐든지 하겠습니다.”


유실의 머리에 딱밤을 날리며 말했다.


“뭐든지 하겠다는 말은 그렇게 쉽게 하는 거 아니야.”


근데 이 녀석 계속 마구간에서 지내면서 목욕도 안 했던 모양이다. 홍차를 끓였을 때는 몰랐으나 방안이 유실의 몸에서 나는 말의 각종 분변 냄새로 가득했다. 코를 부여잡고 유실한테 물었다.


“너 마지막으로 씻은 건 언제야?”


“음 2주는 넘은 것 같아요?”


“어쩔 수 없군. 너 일단 목욕부터 해야겠다.”


이 여관은 각 방마다 몸을 씻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지구의 호텔 같은 느낌이다. 5성급 호텔은 비교할 바가 못되도 동네마다 하나씩 있는 모텔 정도는 될 것이다.


“저.. 꼭 씻어야 하나요?”


“그 상태로 침대에 올라가게 놔두겠냐? 빨리 욕실로 들어가!”


유실한테 알아서 씻고 나오라고 하기에는 불안했다. 마치 물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고양이한테 자유롭게 목욕하라고 하는 느낌이다.


‘잠깐, 고양이 라면 스스로 물로 씻으려고 할까?’


불안한 마음에 유실이 들어간 욕실로 들어갔다. 난 보통 이틀에 한번 씻는 편인데 저 녀석을 세탁할 겸 같이 씻을 생각이다.


“에, 패트릭님?”


아니나 다를까 유실은 옷도 벗지 않고 우물쭈물 거리고 있었다.


“야 옷부터 벗어.”


유실은 부끄러워하면서 옷을 벗었다. 왠지 모르게 지금 하면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 애는 왜 남자인데 미소녀의 외모를 하고 있는 것인가..


‘저놈은 남자다. 저놈은 남자다...’


유실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최대한 의식하려고 하지 않은 채로 자기 암시를 걸고 욕실로 들어갔다.


녀석 역시 물을 싫어한다. 도망치려는 유실을 붇잡고 의자에 앉힌 뒤에 온수를 뿌렸다.


“흐갸아악”


“어이, 똑바로 안 씻으면 길바닥으로 쫓아낼 거야.”


유실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비누를 꺼내들었다. 지난번에 핀한테서 선물 받은 것이다. 아내가 만들었다고 그랬었나? 아껴 쓰려고 했지만 이놈 몸에서 나는 냄새를 없애려면 이거 밖에 방법이 없다. 유실의 몸을 계속 의식하게 되는 눈을 돌리고 머리와 꼬리와 온몸을 거품으로 에워싼 후에 다시 온수를 뿌렸다.


‘녀석 귀엽게도 생겼네. 남자인데 모성애가 돋아나는 느낌... 어이쿠 내가 미쳤구나, 이놈은 남자다. 이놈은 남자다.’


거품을 씻어낸 유실을 온수가 담긴 큰 대야에 집어넣고 같이 들어갔다.


‘하아.. 피로가 날아가는 이 느낌 최고구먼.’


무심코 유실 쪽을 보았는데,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봐 버렸다. 그건 흉기다. 결코 미소녀 외모의 쇼타가 가지고 있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부끄러운지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고개를 돌리는 유실은 상남자였다.


문득 지구에서 보았던 성인의 비디오가 생각났다. 거구의 흑인 남자가 배우로 나왔던 그 영상의 색상만 다른 것이 눈앞의 현실에 있었다.


‘이게 패배감인가?.. 난 오늘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이다.’


그것에서 눈을 돌리고 유실을 보니 가슴에 붉은색 보석 같은 것이 박혀 있었다. 분명 백랑족의 특징 중 하나라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


“유실, 이 보석같이 생긴 건 뭐야?”


“아, 이건 애석이에요.”


유실의 말을 들어보니 백랑족은 가슴 중앙에 애석이라는 보석같이 생긴 것이 박혀 있는데 어떤 것에 성공하면 몸에 흡수되어 신체가 진정한 모습으로 변한다고 한다. 백랑족은 이종족 중에서도 희귀하기에 이처럼 가까이서 볼 기회가 거의 없다. 보석이 박혀 있는 수인이라니 신기할 뿐이다.


목욕을 마치고 유실과 방으로 돌아왔다. 유실에게 맞는 옷이 없어 많이 크지만 내 잠옷을 입혔다.


“유실 침대에서 자.”


“네? 침대가 하나인데 그러면 패트릭님은 어디서 주무시나요?”


“야, 이 침대 넓어 같이 자면 되지.”


이 방은 원래 부부나 연인도 묵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침대 역시 2인용으로 기존까지 혼자서 너무 큰 침대를 사용했다. 사람의 온기가 그리웠던 것일까, 난 침대에 누운 유실 옆에 누웠다. 침대는 2명이 누워도 남을 정도로 컸다. 내가 눕자 유실은 부끄러워했다.


“저 가족 외에 다른 사람과 같이 자본적은 처음이에요.”


“어려울 땐 돕고 사는 거지. 난 애를 바닥에서 재울 정도로 차가운 인간이 아니야.”


유실의 모습이 귀여워서 무심코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세계에서 막내로 태어난 나는 처음으로 남동생이 생긴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몸이 무엇인가에 짓눌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잠에서 깼다. 눈을 떠보니 유실이 내 몸 위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자는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아이네.’


“유실 일어나 아침이다.”


“으음 조금만 더요.”


녀석 아침에 약한 모양이다. 그래도 그냥 자게 놔둘 수는 없지. 자고 있는 유실을 한 팔로 들어 올리고 찬물이 담긴 양동이 앞으로 가서 손으로 유실에 얼굴에 물을 뿌렸다. 정확히 표현하면 세수시켰다.


“푸우읍 끄악”


“유실 일어나서 스스로 세수해.”


“으으윽 패트릭님 너무해요.”


옷을 갈아입으니 배가 고팠다. 늘 그렇듯 여관에서 주는 20록짜리 식사를 하기엔 오늘은 유실이 있다. 성장기 아이한테 전투식량 같은 값싼 음식을 먹이기엔 좀 양심이 찔렸다.


“유실, 여관 앞에 식당으로 가자. 아침 사줄게.”


“네? 아침을 먹어도 돼요?”


“너 어차피 돈 없잖아. 근데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여태까지 아침은 먹고 다닌 거야?”


“모드릭에 와서 하루에 한 끼 이상 먹어본 적이 없어요.”


“참고로 그 한 끼에 먹은 것은?”


“아, 저 빵이에요.”


유실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길드에서 비상식량으로 판매하는 빵이었다. 미궁에 갇혔을 때 살기 위해서 음식 대체제로 사용하는 것이다. 가격은 2록으로 모험가라면 저것을 식사를 위해 섭취하지 않는다. 그저 길거리에 돌멩이와 같다.


“하아.. 야 빨리 따라와. 진짜 식사가 뭔지 알려줄게.”


여관 앞의 식당은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다. 그저 동네에 있는 평범한 식당. 여기도 40록이면 평범한 한 끼를 먹을 수 있지만 왠지 모르게 유실한테는 꼭 맛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유실과 식당으로 들어가서 주문을 했다.


“내가 네 메뉴까지 주문할게. 사장님 여기 6번 정식 2개요.”


6번 정식 그건 이 식당에서 가장 비싼 메뉴다. 그래봐야 200록짜리이지만 제법 훌륭한 구성으로 식사가 나온다. 비프스튜에 매쉬드 포테이토,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바게트, 수제 샐러드에 알맞게 구워진 스테이크, 후식으로 셔벗까지 나온다. 혼자선 거의 먹을 일이 없지만 애한테는 맛있는 걸 먹여야지.


“패트릭님 이거 진짜 다 먹어도 돼요?”


“흐르는 침이나 닦고 먹어라.”


유실은 정신없이 먹었다. 손으로. 테이블 매너나 맛을 논하기 전에 정말 배가 고팠다는 것은 알 거 같았다. 아마 유실은 도구를 쓸 줄 모른다기보다는 잔뜩 굶주려 있었던 것 같다.


‘아침이라 식당에 손님이 없는 게 다행이군’


음식을 폭풍과 같이 먹고 난 후 유실이 말했다.


“패트릭님 음식이 이렇게 맛있어도 되나요? 저 앞으로 그 빵 못 먹을 거 같아요. 어떡하죠?”


“그건 평상시에 먹으라고 만든 음식이 아니야. 앞으로 안 먹어도 돼.”


식당에서 나온 뒤 유실과 함께 길드로 향했다. 길드에 사정을 얘기하고 유실을 넘길 생각이었다. 길드에는 모험가가 스스로 의탁할 있는 제도가 있다. 의탁할 경우 길드는 해당 모험가의 의식주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지정한 의뢰를 수행하도록 하며, 숙련된 모험가를 통해 훈련받도록 한다. 월급 형식으로 금전도 지급된다. 신인 모험가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이다.


유실과 함께 길드 건물로 들어가니 헤린이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패트릭씨 하고 유실씨.”


“어 안녕.”


“안녕하세요 헤린씨. 좋은 아침이에요.”


“헤린 이 친구한테 의탁을 제안해 줘.”


“의탁이 뭔가요?”


“유실씨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헤린은 나와 유실을 1층 방으로 안내하고 유실한테 의탁에 대해 설명했다.


“그런 제도가 있는 줄 몰랐어요.”


“유실 앞으로 모험가로서 성장하고자 한다면 길드에 의탁하는 게 좋아.”


“네 그러면 의탁하겠습니다. 헤린씨 잘 부탁드립니다.”


“네 이 서류에 서명해 주시면 됩니다.”


유실은 길드와 2년간의 의탁을 계약했다. 이걸로 경력 높은 모험가가 유실을 훈련하면 제법 잘 성장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패트릭씨 유실씨를 훈련 부탁드립니다.”


“에 지금 뭐라고?”


“패트릭씨 유실씨를 훈련 부탁드립니다.”


“이봐 농담이지? 난 금등급이라고 신인을 훈련하는 단계가 아니잖아. 그런 일은 동등급이나 철등급 모험가가 하는 거지.”


“네 원래는 숙련된 철등급이나 동등급 모험가한테 요청하는 것이지만 우리 길드는 인력 부족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금등급이 할 일이 아니잖아.”


“패트릭님 저로는 안 되나요?”


유실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젠장 남자인데 너무 귀엽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아 참고로 말씀드리면 금등급인 패트릭씨한테 거부권은 없습니다. 길드 권한을 사용할 거라서요.”


길드 권한 그것은 백금등급과 금등급에게 길드에서 지정한 의뢰를 수행하도록 의무적으로 시키는 것이다. 거부할 경우 은등급으로 강등된다. 그렇기에 금등급과 백금등급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니 이건 너무하잖아.”


“그럼 은등급으로 강등하시겠어요?”


“끄읍, 의뢰 수행하겠습니다.”


“네 그럼 이 서류에 서명을 부탁드립니다.”


유실의 의탁 서류에 서명하고 나자 헤린이 추가 설명을 했다.


“그럼 패트릭씨 유실씨의 의식주를 부탁드립니다. 금액은 길드에서 매월 지급하겠습니다.”


“에? 그 소리는 나보고 이 녀석을 키우라는 얘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길드 건물에 빈방이 없어서요. 그리고 인력 부족으로 유실씨를 훈련 외에도 능동적으로 도와줄 사람이 없습니다.”


“아니 그래도 이건 아니지.”


“서류에 명시되어 있는 사항입니다만 안 읽어보셨나요? 그래도 이미 서명하셨네요.”


“서명 안 하면 강등이라며! 제기랄 난 혼자가 편하다고.”


“아 전 바빠서 이만, 패트릭씨 유실씨를 잘 부탁드립니다.”


“패트릭님 잘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난 유실을 맡게 되었다. 유실의 살 곳은 여관에서 내 옆방에 머물게 하려고 했으나 유실이 완고하게 같이 있고 싶다고 하여 동거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이 되리라 생각하진 못했지만 강등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에 받아들이기로 했다. 처음에는 룸메이트이자 친구가 생긴 줄 알았었다. 처음에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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