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삐뚤어진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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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랍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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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랍날개
작품등록일 :
2024.09.16 19:17
최근연재일 :
2024.09.1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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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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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DUMMY

‘···꿈쩍도 안 해.’


수연은 자신의 목을 쥔 상대의 손을 떼어놓으려 했지만, 도저히 그녀의 힘으로는 그것을 풀어낼 수가 없었다.


‘이건 장난이 실수나 장난이 아니야.’


마치 정말로 그녀를 제압하려는 듯한 힘.


이런 행동은 대련에 맞지 않았다.


정말 대련이라면 이처럼 상대를 겁박해서는 안 됐으니까.


“이, 이게 무슨 짓···.”


상대에게 따지기 위해 눈을 마주한 순간, 그녀는 그대로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빛바랜 금안이 아닌, 찬란한 황금을 머금은 눈동자.


그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빛이 그녀의 연갈색 눈동자 속으로 파고들어 왔다.


“큭!”


그녀는 목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홀리면 안 돼.’


저 기이한 눈동자에게 홀리면 무언가를 잃게 될 것이라는 강렬한 위기감이 들었다.


그녀가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는 순간, 상대의 손가락이 볼을 훑고 지나갔다.


‘뭐, 뭐야!?’


느긋하고 끈적하게 쓰다듬는 손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건 단순한 쓰다듬기가 아니라는 걸.


‘이 자식 설마···?’


잊고 있었던 여자로서의 감이 맹렬하게 경종을 울린다.


‘탈출해야 해!’


“윽!”


그녀는 다급하게 몸을 뒤틀었으나, 단단한 손아귀의 힘에 바람 빠진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이 쳐다보던 상대가 싸늘한 눈동자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러게 적당히 나댔어야지.”


점점 강해지는 악력.


목에 가해지는 압박으로 인해 숨이 가쁘게 차오르고 있었다.


“너희들의 뒤틀린 애정을 이유로 날 자극하면, 나도 화가 날 수밖에 없잖아.”


안 그래?


‘또다시 분위기가 바뀌었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이 일변한 분위기.


이제야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이 녀석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마력에 먹힌 건가?’


그 원인이 무엇이 됐든 상대를 고려하여 수를 아낄 상황이 아니었다.


“···놓, 으라고 했지!”


그의 팔을 붙잡고 있는 그녀의 손으로부터 거센 불길이 일어난다.


그는 눈썹을 일그러트리면서도 끝까지 손을 놓지 않으려 했지만, 재생하려는 마력을 연료 삼아 불타오르는 불꽃에 결국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콜록콜록.”


기침을 하면서도 핏발 선 눈은 끝까지 상대를 쫓는다.


‘바로 반격할 준비를···.’


그녀가 허리에 메인 검자루를 움켜쥔 순간.


“아뜨뜨뜨!”


녀석이 얼빠진 소리를 내며 팔을 털어냈다.


묵직하게 그녀를 압박하던 아까와는 전혀 다른 모습.


‘연기?’


그럼에도 그녀는 경계를 풀지 않았다.


“이, 이거 왜 안 꺼져?”


저런 허술한 모습도 자신을 방심시키기 위한 연막일 수 있었으니까.


“미, 민 대리님 도와주···.”


하지만 다시 칙칙한 빛깔로 돌아온 빛바랜 눈동자를 마주하자, 검자루를 움켜쥔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저게 연기일 리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그에게 다가간다.


“···가만히 있어.”


손으로 그의 팔을 훑어내자, 불꽃들이 그녀의 손 위로 회수되었다.


“그게 혈염입니까?”


이룡은 이제야 회복을 시작하는 팔을 긁적이며, 그녀의 손 위에서 타오르는 붉은 불꽃을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래, 이게 혈염血炎이야.”


불꽃이 마치 피처럼 붉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정확히는 마력이 깃든 피를 불태우기에 붙여진 이름이지만.’


마력을 연료로 타오르는 이 불꽃은 그 자체로도 상당한 파괴력을 자랑했지만, 이것을 다루는 것이 1급의 조건이 될 정도로 중요시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재생을 방해하는 불꽃.’


바로 마력을 연료로 타오른다는 특성으로 인해 재생하려는 상대의 마력을 강제로 불태워 버린다는 것.


이는 이물들을 상대로 할 때 특히나 효과적이었고, 특수 개체나 강대한 개체의 경우에는 혈염을 다루지 못한다면 거의 타격을 줄 수 없었다.


‘상처를 입어도 곧바로 재생해 버리니까.’


그것이 바로 1급이 2급보다 우대받는 이유였다.


혈염을 가지지 못한 자는 결코 혈염을 가진 자를 대체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일반적으로 1급은 2급보다 마력과 기량적인 측면에서 뛰어나기 마련이야.’


1급은 그것에 닿기 위해 쌓아온 경험이 있었으니,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2급보다 강한 것이 일반적이었다.


분명히 그럴 텐데···.


‘이 건방지고 한심한 남자가 그것조차 무시할 재능을 지니고 있다고?’


그녀는 심란한 눈빛으로 눈앞에 선 남자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하면 혈염을 일으킬 수 있는 겁니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


마치 조금 전 자신이 행했던 행동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역시 일시적인 마력의 폭주였나?’


단순히 마력의 폭주라기엔 찝찝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그것 말고는 지금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마음에 안 들어.’


나쁜 짓은 다 해놓고, 혼자 그 기억을 홀랑 잊어버리셨다?


그 얄미운 작태에 그녀는 감정이 단단히 상해버렸다.


“궁금하면 설화 님께 직접 들어.”


난 대답해 줄 마음이 전혀 없으니까.


“그리고 너, 앞으로 행동 조심해.”


“예?”


“다시 내게 그딴 짓을 한다면, 그땐 정말 너와 사생결단을 낼 거야.”


“···제가 무슨 짓을 했습니까?”


예상치 못한 상대의 말에 이룡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검이 부러지던 순간과 타오르던 자신의 두 팔이었으니까.


“난 오늘 내가 당한 치욕을 잊지 않을 거야.”


“치, 치욕이요?”


그는 당황하며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녀의 눈빛에 서린 불쾌감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분명 무슨 일이 있었어.’


그렇지 않고서야 상대의 저런 반응은 나올 수가 없었다.


‘생각해 내.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그리고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내가 이것과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었나?


갑자기 기억에 공백이 생긴다던가, 시간이 휙 지나갔다던가 하는···.


“아!”


머리를 싸매던 그는 이내 최근에 자신이 겪었던 한 현상을 떠올릴 수 있었다.


‘있었어.’


오늘처럼 기억의 공백이 생긴 경우가.


검을 휘두르다가 보면 가끔씩 시간이 스킵되듯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었다.


‘그땐 내가 검술에 제대로 몰입을 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아무리 자신이 몰입했더라도, 달이 중천에 걸린 시간에서 해가 떠오르는 시간까지의 기억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됐다.


‘핏속의 기억에 의지하는 것에 이런 부작용이 있었나?’


그저 기억의 재현에만 매몰되어 있을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점이었다.


시간이 삭제되듯이 사라지는 경험 역시 몰입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오히려 한바탕 검을 휘두르고 나면, 기분이 좋았기에 가볍게 넘어갔던 일들이었다.


‘···기억을 받으면 그 속에 있었던 것들이 함께 딸려 오는 게 당연할 텐데.’


그는 그 남자가 피를 통해 자신에게 건넨 무언가가 마냥 편리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잘못하면 먹히겠군.’


기억의 공백 상태의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 수는 없었으나, 그것이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좀 더 조심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우선 사과하자.’


생각을 마친 그는 곧바로 그녀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전투의 흥에 취해 잠깐 정신이 나갔었나 봅니다.”


“그런 말 따위로···!”


벌컥 화를 내던 그녀의 오른팔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아직 팔이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닌가 보군요.”


“···아직 최적화가 안 됐으니까.”


떨리는 오른팔을 움켜쥔 그녀가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나도 너무 까칠하게 굴어서 미안해.”


“···.”


“네가 그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줄은 몰랐어.”


그녀는 자신이 그에게 표출했던 감정적 폭주를 사과하며, ‘가능하면’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 보겠다고 했다.


또한 앞으로 자신의 부대원들이 그를 직접적으로 괴롭히는 걸 막아주겠다고도 말했다.


물론 쉽지 않을 거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둘의 대련은 막을 내렸다.


그녀는 다시는 그와 대련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선배의 부탁 때문인지 계속해서 그의 수련을 봐주었다.


굳이 대련이 아니더라도 그녀의 조력은 그의 수련에 큰 도움이 되었다.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녀의 조언은 그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일깨워주었고, 서로의 검술에 대한 토론들은 검술에 대한 이론적 접근을 가능케 했다.


이는 그에게도 새로운 자극이 되어 검술에 대해 더욱 깊게 사고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 외에도 이물에 대한 정보와 상대법, 영웅 활동을 위한 팁 같은 걸 소소하게 공유하며 그가 부족하다고 여겼던 이론적인 지식들을 채워주었다.


그렇게 영웅에게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검술에 대한 이해를 갈고닦길 여러 날.


그가 단순한 검술 수련만으로는 한계를 느낄 즈음 선배가 돌아왔다.



* * *



세 번째 목표이자, 마지막 목표는 신체의 감각을 통제하는 것이었다.


“바로 시작하시죠.”


이룡은 자신감이 가득 찬 눈빛으로 설화를 바라보았다.


‘준비는 충분해.’


이대로 바로 끝장을 보는···.


“이미 넌 마지막 과정을 통과했어.”


“···예?”


“최근 대련 중에 내 목검에 맞고, 아파서 쓰러진 적이 있어?”


‘아파서 쓰러진 적?’


최근에 벌어졌던 대련들을 회상하던 그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없는 것 같네요.”


지쳐서 쓰러진 적은 있었을지언정, 저 단단한 목검에 맞고도 전투 속행이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


“감각의 통제가 중요한 이유는 각성자가 더 원활한 전투를 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고통을 억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야.”


각성자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뛰어난 재생력.


“심지어 신체 결손이 일어나도, 시간만 주어진다면 회복해 낼 수 있는 게 바로 각성자지.”


그리고 그런 재생력을 온전하게 활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감각의 통제였다.


회복할 수 있는 상처에도 극심한 고통을 느껴 움츠러든다면, 제대로 전투를 진행할 수 없을 테니까.


“단순히 육체를 완성했다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었군요.”


“이제 남은 건 네가 자신의 전투 스타일에 맞게 감각을 조절해 나가는 일뿐이야.”


“저도 어엿한 한 명의 영웅이 된 겁니까?”


“어엿한 영웅이라···.”


잠시 그를 빤히 바라보던 그녀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도 볼 수 있겠네. 너 정도 수준이라면 2급 낭도쯤은 될 테니까.”


‘···드디어.’


그녀의 확인을 받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영웅이 되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이제 영웅증명서를 발급받으면, 나도 공식적으로 영웅이 되는 건가.’


영웅증명서는 국제각성자연합에서 발급하는 것으로 각 지부에 영웅 등록을 마치면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본래는 국제각성자연합 산하에서 교육을 받거나, 각국의 영웅 단체에 소속됨으로써 자연스럽게 취득하게 되는 것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난 화랑대 소속도 아니고, 그렇다고 국제각성자연합의 교육을 받은 적도 없잖아?’


“···그, 저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영웅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합니까?”


‘설마 관련 공공기관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신청서와 증명서를 작성해야 하는 건가?’


그건 너무 귀찮은···.


“영웅증명서는 화랑대가 보증하는 형태로 곧바로 건네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의 걱정이 시작되기도 전에 그녀가 희소식을 전해주었다.


“아, 그건 좋네요.”


귀찮은 일 하나가 줄어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축하의 의미로 원하는 선물 하나 해줄게.”


“축하 선물이요?”


“원래 견습생인 3급들이 정식 영웅이 되는 2급으로 넘어갈 때, 축하의 의미로 선물을 주는 전통이 있거든.”


“아···.”


그녀의 말은 자신 역시 정식 영웅으로 분류되는 2급이 되었으니, 축하의 의미로 선물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혹시 뭐 바라는 거 있어?”


‘바라는 것?’


딱히 생각해 둔 것은 없었으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있었다.


“···무기나 방어구 같은 게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요.”


그것들은 앞으로 영웅으로 활동하려면 반드시 필요할 테니까.


‘그런데 영웅의 무장은 상당히 비싸다고 들었는데···.’


대부분이 주문 제작품인데다가 특수한 재료들을 사용하고, 별도의 장인들이 만들기에 상당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 돈은 또 어디에서···.’


“무기나 방어구 같은 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네 무장은 화랑대에서 지원해 줄 거야.”


하지만 이번에도 그녀는 그의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 주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필요시에 화랑대의 정보망 역시 지원될 수 있고, 이물 토벌에 대한 보수 역시 화랑대를 통해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너는 화랑대가 정식으로 계약을 맺은 외부 영웅이 될 테니까.”


‘이렇게 되면 딱히 필요한 게 없겠는데?’


귀찮은 서류 작업도, 무장 지원도, 이물 토벌에 대한 정보 공유 및 보상 책정도 모두 화랑대가 해준다면, 그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받을 만한 게 없었다.


“···그럼 가볍게 같이 술 한 잔이나 할까요?”


“술?”


“생각해 보니 선배랑 한 번도 같이 마셔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


술 한 잔하면서 궁금한 것도 묻고, 친분도 쌓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한 제안이었다.


누가 뭐래도 그의 눈앞에 있는 여인은 이 나라 최고의 영웅 중 한 명이었으니까.


‘뭐 거절해도 어쩔 수 없지만.’


그로서는 딱히 손해 볼 것도 없으니, 가볍게 던져본 제안.


그런 그의 제안을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하던 그녀는 이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축하 파티 삼아 같이 술 한 잔 먹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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