깅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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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A
작품등록일 :
2024.09.1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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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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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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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날지 못하는 요정 3

DUMMY

13. 날지 못하는 요정 3


“다 챙겼어?!” 말리는 둔차르 등짝을 후려쳤다.

“아프다!”

“자 이것도 챙겨.” 손이 닿지 않는 등을 어루만져 보려는 둔차르에게 그녀는 나뭇잎으로 싸여, 줄기 끈으로 묶여 있는 뭉치를 내밀었다.

“들어가서 먹을 것 좀 만들어 봤어.”

“날 위해 만들어준 건가!” 둔차르는 감동 받은 표정을 지었다.

“뭐라니. 자, 깅코도 받으렴.”

“감사합니다, 말리. 잘 먹을 게요.”


광산으로 들어가기 위해 준비할 건 상당히 많았다. 광산의 지도를 받긴 했지만 갈림길이 많았기 때문에 기본적인 루트는 알아 둬야 했다. 그 밖에 동굴에 깊이 들어갔을 때 산소를 생성해주는 생긴 원통형 식물 뿌리, 식수가 담긴 주머니, 담요, 갈고리가 달린 로프, 치유 물약, 스크래머색스, 머큐어 나뭇잎 뒷면을 솎아 만든 옷 등···. 다행히 배낭에 옆주머니와 하부 수납공간까지 있어 모든 게 들어갔다.


“여기도 이미 지하이긴 하지만, 광산에 내려가면 이곳보다 온도가 더 낮아진다. 입고 출발 하거라.”


특히 깅코의 몸 사이즈에 맞는 옷을 제작하느라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깅코는 이스바 랑나가 건넨 상하의 세트 나뭇잎 옷을 입었다. 몸에 쫙 달라붙는 게 내복을 입은 것 같았다.


“이제 그 위에 망토를 두르면 된다.”

“이 옷은 단독으로는 못 입겠네요. 민망해서···.”


깅코는 둔차르쪽을 봤다. 둔차르 역시 같은 옷을 입었는데 동그란 체형이 도드라져 마치 녹색 탱탱볼 같았다. 그는 콧수염을 만지면서 다른 물자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걸 다 가져 가야 하는 건가요? 너무 무거울 것 같은데···.”

“괜찮아. 그렇게 무겁진 않을 거다.”


이스바 랑나는 배낭 두개를 모아두고 지팡이를 휘둘렀다. 지팡이에서 흰 빛이 나오더니 가방 속으로 스며들었다.


“이제 한 번 들어 보게나.”


깅코는 한 손으로 배낭 끈을 들어 올렸다. 가벼웠다. 깃털까지는 아니지만 무언가를 들었다는 무게 정도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와! 정말 가벼워요! 마법을 쓰신 거죠?”

“경량화 마법을 걸었단다. 하지만 가방에서 꺼내는 물건은 제 무게를 갖게 되니 다 쓴 물건은 가방에 넣거라. 지금부터 사흘은 가벼운 무게를 유지할 수 있을 거란다.”

“얼마나 걸릴까요?”

“단순히 가장 아래까지 왕복을 하는 거라면 하루면 충분하다. 로랑족은 두 번째 갈림길까지 조사를 마친 후로 더는 내려가지 않았다. 그 아래까지 내려가서 채광을 하는 건 효율적이지 않고, 이미 충분한 양의 광석을 위에서 얻고 있기 때문이지. 하지만 목소리를 따라 가다 보면 갈림길을 지나야 할 가능성이 크다. 지나더라도 사흘을 넘기지는 말거라. 무슨 일이 생긴다면 바로 올라와야 한다.”

“네. 알겠어요.”

“그리고 이것들을 가져가거라.”


그녀가 깅코에게 준 건 자그마한 보석과 팔찌였다. 보석은 전체적으로 흰색을 띄고 있지만 다른 각도로 움직일 때마다 여러 색상이 나타났다.


“이게 뭔가요?”

“요정족이 숲을 떠나고 그들의 터전에서 발견한 거란다. 오팔이라는 보석이지. 만약 요정을 만나게 되면 쓰임이 있을지 모르니 가져가거라.

그리고 그 팔찌는 단 한 번, 일시적으로 상대에게 믿음을 주는 마법 팔찌다. 팔찌를 문지르면서 대상을 보고 말하면 그 대상은 그 사실을 믿게 된다. 물론 일시적이고 한 번 밖에 사용할 수 없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괴수들에게도 사용이 가능하니 위험할 때 쓰도록 해라. 그리고···.” 둔차르의 훌쩍이는 소리에 이스바 랑나가 말을 멈췄다.


“둔차르..괜찮아요? 갑자기 왜 그래요?”

“끄윽..괜찮다..끄흑. 광산은 처음이라 떨려서 그럴 뿐···.”

“또 시작이네···. 깅코, 괜찮아. 쟤 삼 십년 전, 숲 첫 순찰 나갈 때도 저랬어. 마망에게 잡아 먹힌다며 울고 불고 난리가 아니었거든. 그래서 한 달이나 순찰 근무를 미뤘다고! 막상 다녀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 으스댔으면서.”

“말리···ㄱ, 그런 건 기억하지 말아달라고··· 쿨쩍.”

“흑역사 만들 짓 하질 말던가! 얼른 갔다 돌아오기나 해.”


광산의 작업반장인 드웨인이 입구 앞에 서서 일명 <요정 영혼 인도 작전>의 브리핑을 진행 했다.


“잘 들어라. 광산 중간까지는 보통 작업자들이 일하는 곳이니 별 문제 없을 거다. 중간 지점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을 거고. 이후부터는 갈림길로 나뉘게 된다. 산소도 적어지지. 그때는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중간 지점 이후 어지럼증을 느낀다면 배낭 속, 나무 뿌리를 입에 물고 움직이면 된다. 그대들의 목숨줄이나 다름 없으니 잃어버리지 말도록.”


그는 친절히 입에 원통형 나무뿌리를 입에 물어 시연해주었다.


“나무 뿌리는 물리면 자동으로 물린 자국에서 산소를 만들어낸다. 그러면 방출되는 산소를 코와 입으로 흡입하는 거다. 나무 뿌리 하나당 하루치의 산소가 나오지. 만약 뿌리에서 산소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다른 부위를 깨물면 된다. 참고로 세게 물어야 자국이 남는다.

그리고 중요한 건 갈림길이다. 중간 지점을 통과해 더욱 깊이 들어 가면 처음에 갈림길 두개가 보일 거다. 오른쪽 길은 아예 막혀 있으니 왼쪽으로 가면 된다. 왼쪽 길을 택해 가다 보면, 또 다시 두가지 갈림길이 나타난다. 어느 쪽에 찾는 것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길도 좁아질 뿐더러 산소도 더욱 희박해 진다. 만약 나무뿌리가 하나 남은 상황이라면 포기하고 올라오길 바란다. 올라올 때 필요한 산소를 계산하고 움직이도록! 그럼 무사 귀환을 빌지.”

“둘 모두에게 마법을 걸도록 하지. 하루동안 체력을 향상시켜 줄 걸세.” 이스바 랑나는 주문을 외우고 다시 한 번 지팡이를 휘둘렀다. 이번에는 주황색 빛이 나오며 깅코와 둔차르의 몸을 감쌌다. 몸에 활력이 불어 넣어지자 푹 잔 것 같은 개운함이 느껴졌다.


“깅코, 고마워. 숲을 위해 나서 줘서. 무사히 잘 다녀오렴.” 말리가 말했다. 순간 어째서인지 그녀의 얼굴에서 멜리사가 겹쳐 보였다.

“아녜요. 찾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목소리의 정체.”

“크흠! 말리, 나에게는 잘 다녀오라고 말해주지 않는 건가!”

“요새 왜 그러냐, 둔차르. 뭐 잘못 먹었니? 아, 잘못 먹어서 그렇게 된 거면 내가 내 욕을 하는 거구나. 여튼!! 너도 잘 다녀오길 바란다!”


그렇게 둘은 광산 내부로 들어갔다.



***



“뭐야, 별거 없잖아! 괜히 쫄았군.” 둔차르가 야광석을 들고 가며 말했다. 광산 내부 탐사는 순조로웠다. 광맥을 따라 채광을 한 흔적이 군데 군데 있었고, 딱히 그들을 위협할만한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스바 랑나가 걸어준 마법 덕분에 체력도 충분했다.

“그러게요. 울 필요 없었네요.”

“흥, 누가 울었다고 그래? 그래서, 목소리는 아직 안 들리나?”

“아직이요. 들리면 얘기할 게요.”

“그나저나, ··· 정말 귀신은 안 나오겠지?”

“선조가 귀신이 된 거라면 무서워 할 필요는 없지 않아요?”

“바보 같으니라고. 귀신이니 무서워하는 거다! 그냥 영혼이라면 괜찮겠지. 원한으로 오염된 영혼의 증오가 극한으로 치닫으면 귀신이 되는 거라고. 귀신은 정화 시키지 않는 이상 저주를 뿌리고 다닌다. 생각해봐라. 만약에 같은 종족에게 배신 당해 몇 천년을 갇혀 있으면 원한이 생기겠냐, 안 생기겠냐?”

“아, 그런 차이가···. 그러면 정화는 어떻게 시켜요? 만약에 진짜 귀신을 맞닥뜨리는 거면 방법은 필요하잖아요.”

“튀어야지. 뭘 고민해.”

“그러지 못할 것 같아서 그렇죠.”

“귀신은 물리공격이 통하지 않아. 보통은 원한이 씌인 매개체를 파괴하거나, 원하는 것을 가지고 오거나, 정화 마법을 쓰는 수밖에 없다.”

“역시, 그냥 돌아갈까요···?”

“지금 돌아가면 어떻게 낯짝을 들고 다니나! 그리고 가능하면 최대한 그 목소리의 정체를 가지고 와야 한다. 나의 위대한 계획을 위해서!”

“무슨 계획을 세웠어요, 또?”


둔차르는 자신이 이 작전으로 생각하는 그림을 깅코에게 설명했다.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 같지만 부디 효과적이길 바랄 뿐이었다.


“잘 되길 바랄 게요.”

“크흠. 잘 되어야지. 이제보니, 너는 생각보다 무던한 편인 것 같군. 애 치고는 감정의 기복이 그렇게 크지 않달까.”

“음, 그런가요? 왜지···이미 한 번 죽어봐서 그런 거려나···.”

“···내가 실언을 했나 보군.”

“아녜요. 잘 살아있으니까요.”


확실히 다른 세계에 왔음에도, 크게 감정이 동요가 없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좌절과 혼란을 겪기는 했지만 일정 수치 이상으로 감정이 요동치진 않았다. 정말 에추카 마을에서 겪은 일 때문일까? 그 전 마을에서는 어땠지? 좀 더 활발 했었나? 자욱한 안개에 둘러 쌓인 것처럼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어딘가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둔차르는요? 제가 여기 온지 며칠 되진 않았지만···숲의 생활이 지루하진 않아요?? 매일 순찰만 다니는 데, 앞으로 몇 백 년 동안 쭉 그럴 거라 생각하면 숨 막힐 것 같은데.”

“숲 바깥이라···생각해본 적이 있긴 하다만, 그다지 불만은 없다. 자신이 있어야 하는 곳에 있다면 마음은 편하기 마련이지. 숲의 구성원으로서 사람들을 지키는 일에 내가 필요하다면, 그것이 나의 신념과 일치한다면 계속 하는 거지.”

“···멋진 말이네요. 저는 딱히 지킬 사람들이 없어서.”

“무슨 소리냐. 여기서 머큐어 숲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지 않느냐.”

“하지만 그건 저를 보살펴 주는 것에 보답 하기 위해 하는 것 뿐인 걸요.”

“네가 보답하기 위한 마음을 먹고 행동으로 옮긴 것이 중요한 거라 생각한다.”

“그럴까요···.”

“그렇고 말고. 그리고 숲의 일원이라도 자신이 원한다면 언제든 숲 밖에서 지낼 수 있다. 큰 문제가 없다면 돌아와도 상관하지 않지. 머큐어 숲에서 지내는 걸 강요하지 않아. 지금까지 많은 랑사들, 랑나들이 숲 밖으로 나갔지. 대표적으로 로랑족 상인 둔차한이 있겠군.”

“이름이 비슷하네요.”

“형제거든. 나와 같은 날, 같은 나무에서 태어난 쌍둥이지.”

“형제가 있었어요?”

“둔차한은 일찍이 숲을 나갔다. 어렸을 때부터 보고싶은 것도, 궁금한 것도 많은 녀석이었지. 그는 서른이 되자마자 상인이 되어야 겠다며 숲을 나갔다. 물론 상인이 된 로랑족들은 많다. 그들은 종종 돌아와 물건을 팔고 사가지. 둔차한은 상인이 된 후 매년 한 번씩, 물건을 판매하러 숲에 돌아온다. 머큐어 성 가게들은 로랑족 상인들이 다른 지역에서 가지고 온 물건들을 사들인다. 상인들이 날짜를 정해두고 오지는 않아서, 로랑족 상인들이 오기만 하면 다들 보물창고라도 열린 듯 모인다니까.”


어쩐지, 폐쇄되고 인구수도 적은데 시장 경제가 활성화 되어 있더라니. 로랑족 상인들이 오고 가니 가능한 거였구나.


“상인들은 정보도 가지고 온다. 숲 밖의 상황이나 흐름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지. 작년에 들은 바에 의하면 비요크 왕국에서 내전이 일어났었다는 군. 인간족들끼리 왕위를 갖고 싸우는 모양이야. 지금은 어찌 되었으려나.”


둔차르는 상인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냈고, 깅코 역시 그가 살던 세계에 알려줬지만, 살아온 세월 상 경험한 것이 없는 터라 둔차르에 비해 할 말이 적었다.


“하나뿐인 가족이라면 돌아 가야겠군.”


깅코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은 둔차르가 말했다.


“살인죄로 잡혀갔는데도요? 레릭 조건을 채우기 위해 이사를 다니면서 살인을 저질렀다고요.”

“아직 확실하지 않지 않나. 정황상 살인자로 오인 받았을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해도, 너무하잖아요. 자식에게 이런 상황을 겪게 하는 것이.”

“네 말이 맞다. 하지만 하나뿐인 가족이지 않나. 나라면 어떻게 해서든 감옥에 쳐 들어가서 아버지에게 진실을 받아내고 말 거다. 판단은 그 뒤에 하겠지. 잠시만, 중간 지점에 도착한 모양이다.”


둔차르가 야광석을 치켜 들자 동굴 벽에 엑스자 표시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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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날지 못하는 요정 3 NEW 11시간 전 7 0 12쪽
12 12. 날지 못하는 요정 2 24.09.21 6 0 11쪽
11 11. 날지 못하는 요정 24.09.21 4 0 11쪽
10 10. 머큐어의 숲 6 24.09.19 27 1 13쪽
9 9. 머큐어의 숲 5 24.09.19 15 0 11쪽
8 8. 머큐어의 숲 4 24.09.19 18 0 12쪽
7 7. 머큐어의 숲 3 24.09.19 18 0 12쪽
6 6. 머큐어의 숲 2 24.09.19 25 1 11쪽
5 5. 머큐어의 숲 24.09.19 33 1 11쪽
4 4. 회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 2 24.09.19 33 3 11쪽
3 3. 회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 24.09.19 41 3 11쪽
2 2. 살인자의 아들 2 24.09.19 54 4 11쪽
1 1. 살인자의 아들 24.09.19 21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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