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드라이버 투 TRUCK DRIVER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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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캉
작품등록일 :
2016.03.05 15:52
최근연재일 :
2017.08.0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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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15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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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분노의 하이웨이 2

DUMMY

그놈은 창밖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며 점점 멀어졌다.

벌써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가버렸다.

따라 잡을 수 없는 것이 분했다.

입에 물고 입던 담배 필터가 이에 물려 짓이겨졌다.

애꿎은 담배만 바닥에 내팽개쳤다.


-퍽킹 애스홀! 다음에 걸리기만 해라. 그때는 인정사정없이 깔아뭉개 버릴 거다!


조금 전, 하이웨이로 진입하며 달리고 있는 승용차사이에 끼어들어야만 했다.

승용차가 신경질 날만도 한 일이지만, 무거운 트럭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 해도 이렇게 보복 운전을 하면 위험하다.

대형트럭이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일으키면 말 그대로 대형사고다.

그동안 끔찍한 사고현장을 너무나도 많이 보아 온 나는 잘 알고 있다.

새벽부터 일에 시달려 피곤한데 보복운전까지 겹쳐 스트레스가 쌓인다.


-씨발 새끼, 가다 확 뒤집어져라!

운전을 그만두던지 해야지. 젠장, 이러다가 내가 정말 사고치겠다.


캐나다 국경에 도착할 때까지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혼자 씩씩대며 운전했다.

'분노의 하이웨이다.'


***


‘세상에 이런 환상적인 직업이 있다니!’


9년 전,

기대와 설렘 그리고 미지의 세상에 대한 모험심으로 시작한 장거리 트럭운전은 나의 상상을 초월하였다.

트럭 안에는 2층 침대가 있고. 냉장고 전자레인지 전기밥솥, 커피포트 선풍기 등 웬만한 가전제품을 실을 수 있으니, 달리는 오피스텔이나 마찬가지다. 트럭에서 1년 내내 먹고 자고 생활하는 데 아무 불편함이 없다.


이런 트럭을 운전하여 미국과 캐나다 땅을 두루두루 여행하면서 돈도 벌 수 있으니, 이거야말로 꿈의 직업이요 환상적인 직업이다.

정말 그랬다.


몇 날 며칠을 달려도 끝도 없이 펼쳐지는 초원,

기암기석이 황홀하게 솟아 있는 바위산,

산 넘어 산 첩첩이 싸인 산맥들,

삭막하지만 지평선이 까마득히 보이는 광활한 황야지대

그리고 한여름에도 눈이 덮인 로키 산 등 한국에서 보지 못하였던 대자연의 장관을 두 눈으로 목격할 때마다 감동과 경탄의 환호성을 지르며 흥분하였다.


지난 9년 동안 호수에 떠오르는 붉은 태양, 광

야에 지는 석양 노을을 눈이 시리도록 보았다.

자유의 여신상이 반기는 빅애플 뉴욕시,

바람의 도시 시카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금문교의 샌프란시스코,

텍사스의 빅 D 댈러스,

문제가 발생했다.

휴스턴, 재즈의 도시 뉴올리언스,

전통과 학문의 보스턴,

소금과 몰몬교의 솔트레이크,

치즈와 맥주 밀워키,

로키산 덴버,

대전투 알라모,

현대 산타페. 그리고 캐나다는 대서양 핼리팩스에서 태평양 밴쿠버까지······.


그뿐인가?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

민주주의를 연설한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즈버그,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향 멤피스의 그레이스 랜드,

역사 시간에 배운 곳,

영화에서 TV 드라마에서 나온 도시,

하다못해 야구팀 미식축구팀, 농구팀의 연고지로 알려진 곳까지

벅찬 감동에 젖는 기쁨을 누리면서 북미대륙을 달렸다.


9년 동안 정말로 엄청난 거리를 운전하였다.

아메리칸 트럭 드라이버의 입신의 경지인 백만 마일 달성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다.

백만 마일,

즉 백육십만 킬로미터는 지구에서 달까지 갔다가 돌아와서 다시 또 달까지 간만큼의 거리이다.


그러나 트럭운전으로 백만 마일에 도달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무엇일까?

별다른 의미가 없이 초라해지는 느낌이다.

소홀해진 가족과 친구들, 피폐하고 지칠 대로 지쳐버린 몸, 외로움에 황폐해진 영혼의 껍데기만 남아 있다.


북미의 장거리 트럭운전사는 많은 직업 중에서 최하위그룹에 속한다.

어렵고 고독하고 위험하고 힘든 것도 있지만,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한다.

비대해지는 뱃살, 초췌한 몰골, 다듬어지지 않는 머리카락, 후즐근한 옷차림 등 노숙자나 부랑자와 다를 바 없다.


물론 처음 트럭운전을 시작하였을 때는 안 그랬다.

옷도 밝고 깨끗한 색으로만 입고 트럭에 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매일 바닥을 쓸고 물걸레질까지 하면서 정리정돈을 잘해 왔었다.

트럭운전을 하지만 자존심을 갖고 품위를 지키는 고상한 그런 트럭 드라이버가 되고 싶었다. 오죽하면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맬 생각까지 하였을까.

트럭 드라이버로 겨우 9년 차가 되어 가는 지금, 나는 변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왕창 변해버렸다.

게으르고, 지저분하고, 무식하고, 볼썽사나운, 별 볼 일 없는, 그저 그런 아메리카의 트럭드라이버이다


변명하자면 수도 없이 많다.

이 모든 것이 시간에 쫓기고 좁은 트럭 안에서 오래 생활해야 한다는 이유로 점점 편한 대로 하다 보니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다.

미래가 없다. 트럭운전을 그만두면 무얼 하지?

운전경력은 경력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혼자 외롭게 다니므로 세상 물정에 어두워진다. 친구도 멀어진다.

트럭 운전사는 내일이 없이 오늘에 묶여 사는 정체된 직업이다.


경찰들은 필요한 때는 절대 안 나타나고 꼭 필요 없는 경우에만 번개처럼 나타나 범죄자 취급하듯 심문하고, 화물검사소의 인스펙터들은 트럭을 몇 시간씩 묶어 두고 트럭 밑바닥까지 샅샅이 점검하면서 뭔가 불량한 사항을 찾아내기 위하여 눈을 번뜩인다.

공공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이다. 마치 트럭운전을 하는 나는 대중의 안전을 위협하는 공공의 적이라도 된 듯한 범법자라는 느낌이 든다.


화물을 싣고 내릴 때는 트럭에 앉아 있지 마라. 안전모, 안전복, 안전화까지 신어야 하고 귀마개 보안경까지 쓰라고 하는 엄격한 회사도 있고 머리털 떨어진다고 하얀 보자기를 머리에 둘러쓰게 하여 잘생긴 남자를 미장원에서 파마하는 아줌마 스타일처럼 후줄근하게 만들기도 한다. 머리뿐 아니라 턱수염에 씌우는 보자기도 있는데 턱수염을 기르는 성의와 권리를 인정해주는 한 장면으로 보이는 반면 그 꼴을 상상하면 우습기도 하다.

어떤 화학 공장은 일하는 직원 모두 방독면을 쓰고 일한다. 트럭 드라이버들이야 독가스를 마시든 말든 상관 안 한다. 들어갈 때 15분 동안 교육을 받고 나서 발싸개 한 벌만 준다. 신발을 감싸도록 고안 된 비닐봉지이다. 이것도 신발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자기네 공장이 더러워질까 봐 주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그런 화학 공장에 가면 괜히 숨 쉬는 것조차도 무섭다.

화물을 싣고 내리고 기다리는 동안 화장실도 못쓰게 하는 악질 회사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스트레스로 쌓이게 된다.

트럭 운전은 먹이사슬의 밑바닥에 존재하여 가정과 건강 모두 파멸하는 비인간적인 직업이다.


그래도 이런 트럭운전사들에게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사람도 있다.

바로 트럭 휴게소의 캐쉬어와 레스토랑의 웨이트리스들이다.

직원들 특히 여자들은 트럭 드라이버들을 "허니" "스위티" 라고 다정하게 불러 준다.

트럭 드라이버들에게 유일하게 친절하며 웃음을 주고 기쁨을 주는 그들이다.

그래서 비싸도 트럭 휴게소에 가는 이유는 단지 주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나도 트럭 휴게소에 가면 내 집에 온 것처럼 마음이 푸근하고 평온해진다.

이미 아메리카의 트럭 드라이버가 되었다는 뜻이다.


유일한 즐거움이 있다면 그것은 자유로움이다.

한가한 하이웨이를 여유 있게 운전하는 순간만큼은 모든 것에서 벗어 난 자유의 시간이며 구속이나 속박이 없는 혼자만의 세계를 만끽한다.

남들이 가보지 못한 세계로 여행하는 기분이며 마음껏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고 좋아하는 음악을 즐기고 주변의 경치를 즐기면서 쉬고 싶을 때 쉬고 운전하고 싶을 때 운전하는 한가로운 여행자 같은 기분이다.

복잡하지 않은 하이웨이를 운전하는 순간만큼은 나만이 누릴 수 있는 지상 최고 최대의 행복한 순간이다.

북아메리카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는 것 또한 보통사람들이 상상하기 힘든 경험이다.


이런 즐거움도 처음 시작한 1, 2년의 일일 뿐, 웅장한 로키산맥도 자주 보면 신비감이나 경이로움도 줄고 감탄보다도 로키 산을 넘어갈 때 걸리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히려 겨울에는 눈길이 무섭고 지겹다.

복잡한 시내를 들어서거나 교통체증이 있거나 날씨가 나쁘면 이 또한 고생길이 되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오늘처럼 이렇게 재수 없는 놈을 만나 보복운전이라도 일으키면 화가 나고 신경 쓰이고 기분이 완전히 잡쳐버린다.

해가 갈수록 하이웨이 운전이 복잡하고 삭막해지며 운전자들은 더욱더 난폭해지며 신경질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아니 내가 변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모르지만 내 입에는 거친 욕설이 항상 붙어 있다.


오, 씨팔.

오, 씨팔.


트럭 트레일러 차축은 5 개이고 타이어는 모두 18개다.

2010 01 13 19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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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트럭커: 8. 지저분한 놈 1 +5 16.03.24 3,087 45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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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트럭커: 6. 바보 같은 놈 2 +2 16.03.21 3,333 64 9쪽
5 트럭커: 5. 바보 같은 놈 1 +10 16.03.20 3,879 6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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