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드라이버 투 TRUCK DRIVER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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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캉
작품등록일 :
2016.03.05 15:52
최근연재일 :
2017.08.04 10:41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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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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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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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9

작성
16.08.02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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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0쪽

NEW YORK! NEW YORK! 5

DUMMY

세월이 흐르면 잊혀지겠지만 사랑했던 두 사람의 운명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그 후 M에게는 아픔의 시간이 계속됐다.


그리움이 밀물처럼 밀려오면 보고 싶고 괴로워서 당장에라도 그녀에게 달려가 아무도 모르는 먼 곳으로 도망가서 살자고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 아버지의 화난 얼굴을 생각하면 도저히 그럴 용기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그녀를 포기한 것이 그녀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하기도 했다.


그녀는 아름답고 명문대생이고, 화려한 가문의 외동딸이다.

당연히 자신보다도 훨씬 훌륭하고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 수 있다.

M은 특별히 잘난 것 없는 2류대 학생에다가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는 집안의 아들이다.


‘그래 그녀의 행복을 위해 미련을 버리자!’


스스로 그녀를 잊자고 다짐하고 노력하였지만 한번 깊게 난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딱 한 번만이라도 그녀를 보고 싶었다.

함께 즐겨 다녔던 카페에 가서 홀로 우두커니 있다가 돌아오기도 했다.

그녀의 집 앞 골목에 숨어서 행여 그녀를 볼 수 있을까 서성대기도 했으나 끝내 그녀의 모습을 다시 볼 수가 없었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아픔은 이어졌지만, 졸업 후에 고향으로 내려가 제약회사에 취직하고 고향 처녀와 결혼을 하고 나니 젊은 날의 추억이라고 부를 만큼 마음의 안정을 하게 되었다.

그녀의 소식이 궁금하였지만, 상처가 다시 깊어질까 봐 참고 지낸 세월이다.

과연 세월은 놀라운 치유력을 가졌다. 삶이 바쁘고 두 자녀를 낳아 키우다 보니 그녀를 거의 잊고 살아갈 수 있었다.


IMF 경제 위기가 닥치자 M은 가족을 데리고 캐나다로 독립이민을 떠났다.

부부가 가게 헬퍼로 일을 시작하여 남의 가게 매니저를 한 후 토론토 근교의 조그만 마을의 컨비니언스를 구입하여 십여 년을 운영하며 열심히 살았다.

이제 큰아들이 대학에 다니고 딸은 고등학생이다.

이민 생활 10여 년에 고생 많이 하였지만, 이제는 자리 잡고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물론 H에 대한 생각도 추억 속에 깊게 묻어 둔 채 기억이 점점 퇴색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교 때 같이 하숙하였던 선배와 연락이 닿아 이메일을 주고받던 중 그 선배로부터 그녀의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 소식은 M에게는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20년이 지났으니, 지금쯤은 그녀도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혼자 살고 있다고 했다.

그것도 여기 토론토에서 800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뉴욕에 살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불현듯 옛날 첫사랑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그의 가슴에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때 그녀를 포기한 것을 후회했다.

끝까지 그녀를 지키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그녀를 포기하면 다른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 줄 알았다.


'지금이라도 그녀를 행복하게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지금의 아내도 사랑한다. 착하고 마음씨 순하고 여기 캐나다까지 와서 가게 하느라고 함께 고생한 조강지처인데 저버릴 수가 없다.

두 아이도 이제 다 컸다.


이때 M의 머릿속에 번쩍 스치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지난여름 캠핑 때 트럭 운전하는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북미를 일주일 이 주일씩 돌아다니는데 가끔 뉴욕도 간다고 했다.

만약 트럭 운전을 해서 뉴욕을 가게 되면 그녀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지금의 아내에게는 말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만나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은 없지만 만나야겠다는 열망이 활활 불타오르듯 솟아올랐다.


***


“여기까지가 그이가 제게 말해 준 전부예요.”


그녀는 이미 잠이 든 소은이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독백하듯이 중얼거렸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그이와 헤어진 마지막 그날 이후 저는 5개월 동안 꼼짝 못 하고 집에 갇혀 있었어요.”


그녀는 이미 식어버린 커피 잔을 어루만지며 잠깐 침묵을 지키다 다시 계속했다.


"대학교도 1년간 휴학해야 했지요, 그때는 아버지를 거역할 수 없었어요, 제가 19살이었네요··· 한 번도 연락이 없는 M씨가 야속하기도 하였지만, 그이도 어쩔 수 없었겠지요.”


나는 웨이츠레스를 불러 커피 다시 채워주기를 부탁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그 후 결혼은 하셨나요?”


“물론 했지요. 아버지가 정해준 그 의사 남자와···"


그녀는 말을 중단하고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지만 3일 만에 끝나버린 아주 짧은 결혼이었습니다."


“네?”


나는 놀라서 되물었다.


“3일 만에 끝나다니요? 어떻게?”


그녀는 잠든 소은이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


“참 어처구니없는 운명이지요, 결혼식 끝나고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갔는데, 셋째 날 밤에 남편이 고백하였어요. 사실은 그 사람도 오랫동안 사귀던 여자가 있고 그사이에 이미 한 살짜리 아들이 있답니다. 하지만 집안에서 결혼은 반대했고 그의 부모가 그녀를 회유하고 협박하고 달래서 헤어지기로 하고 저와 결혼식을 올린 거랍니다. 물론 그 여자에게 금전적으로 보상해 주었겠지만요. 그 여자는 우리의 결혼식 날에도 아기를 안고 왔다 갔다고 하더군요. 저는 못 봤지만···, 저는 그 자리에서 그이에게 그녀에게 돌아가라고 말하고, 다음 날 혼자 서울로 돌아왔지요. 그래서 양쪽 집이 한바탕 난리가 났었어요,"


그녀의 눈동자에서 쓸쓸함을 느꼈다. 가슴이 베이는 아픔때문에 나는 시선을 떨구었다.


"나로 인해 또 다른 여자가 불행해진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저는 첼로 유학을 핑계 삼아 미국 필라델피아로 왔습니다. 그 후 뉴욕으로 와서 첼로 개인지도를 하면서 혼자 살고 있었어요.”


“그럼 M을 다시 만난 것은 그러니까···.”


“예, 맞아요. 그이와 다시 만난 것은 바로 3년 전에 울프님하고 함께 온 날이었습니다. 실로 20여 년 만에 재회였습니다.”


“그럼 M이 결혼했고 두 자녀가 있다는 것도 아시겠네요?”


“네, 알고 있어요. 그이는 토론토 가족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꺼낸 적이 없었어요. 저 역시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고요. 과거는 과거이고 현실은 현실이잖아요. 또 나 때문에 그의 가정에 무슨 일이 생기기를 바라지 않았고요. 다만 그는 나와 헤어진 것을 몹시 후회하고 또 내가 결혼에 실패하고 혼자 있는 것에 대해 굉장한 자책감을 갖고 있는 눈치였어요. 뉴욕에 오면 하루 이틀씩 머물게 되는데 저를 기쁘게 해주려고 무척 노력하였어요. 아마도 제가 이렇게 된 것이 본인 탓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보상하려고 했던 거 같아요."


M과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련해지는 아름답고 슬픈 마음을 그들처럼 느끼지는 못했다.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그이가 오면 저도 즐겁고 행복하였어요. 다만 토론토에 있는 그이 아내와 가족들에게는 미안한 감도 있었지만, 그이의 가정을 깨트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답니다.그냥 그이가 가끔 와주는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하였으니까요. 그런데 어쩌다가 그만 임신을 했고 저는 낳을 수밖에 없었어요. 이제 그냥 혼자 살아가고 싶어요. 아이가 있으니까요."


그녀는 잠든 소은이의 얼굴을 살짝 쓰다듬었다.


"아세요? 그이의 이름 중간 글자와 제 이름을 마지막 자를 따서 소은이라고 이름 지어 준 거예요.”


“아 그래서 소은이 군요, 소은이가 엄마 닮아서 아주 예뻐요.”


내 말에 그녀는 처음으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어머 벌써 시간이 늦었네요, 내일 또 운전하셔야 할 텐데 제가 너무 오래 이야기하였네요.”


“아니 괜찮습니다. 항상 늦게 자니까··· 저를 어렵게 만나셨는데 좋은 소식을 전해 줄 수 있어야 하는데 도리어 제가 미안합니다."


“저는 그이의 전화번호도 모르고 주소도 모르고 있었어요. 항상 그이가 전화했고 또 뉴욕에는 한 달에 두 번씩 왔었는데 최근 여러 달 동안 전화도 없고 한 번도 오지를 않아서 무슨 일이 있는가, 궁금했어요. 달리 연락할 방법이 없고 그이가 뉴욕에 오면 항상 여기에 트럭을 세워두니까 매일 밤마다 한 번씩 와서 기다린 거예요. 울프님도 여기에 가끔 오신다고 해서 혹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오늘 정말 울프님을 만나게 된 거죠.”


“정말로 M의 소식을 모르세요?”


내 말에 그녀가 놀랐는지 두 눈망울이 커졌다.

이미 6개월 전에 사고를 당한 M의 소식을 내게 묻는 것 또한 이해 할 수 없다. 정말 M의 사고 소식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


그녀의 검은 눈썹꼬리가 가늘게 올라갔다.


“그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요?


“사고가 있었습니다. 한 6개월 전에.”


“네에? 뭐라고요? 어떻게···? 그이는?”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떡였다. 그녀는 빤히 나를 바라보았다.


“M은 그 사고로 죽었습니다."


불쑥 내뱉은 나는 순간적으로 후회했다

그녀는 숨을 반 호흡 짤막하게 들이키다 그대로 멈추었다. 내 얼굴에서 거짓말이라는 표정을 찾아보듯 빤히 바라만 보다 이내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녀가 그이라고 부르는, 그리고 딸의 아빠라고 하는 남자의 죽음 소식을 모르고 있다가 처음 만난 나로부터 들어야 하는 그녀의 심정은 내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다만 그 흐느낌의 시간이 억겁처럼 길게만 느껴지고 뭐라고 위로를 해야 할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고 그냥 천천히 올라왔다 내려가는 그녀의 가녀린 어깨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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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트럭커: 18. 놈 아닌 놈 4 +4 16.04.18 2,320 3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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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트럭커: 15. 놈 아닌 놈 1 +3 16.04.04 2,553 2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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