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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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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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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2쪽

91화-일상(4)

DUMMY

‘못쓰겠네.’


정말이지 아이의 아버지라고는 낙제점이었다. 그것도 한참이나.


“······아빠, 더워.”


“아, 미안하구나.”


어쩐지 실리의 앞에서는 실수가 잦은 것 같다.


‘애가 어른스러워서 그런 걸까.’


어리광을 잔뜩 부리는 에아나 유약한 성격을 보이는 아니마와는 확실히 다른 아이임에는 확실했다.

그건 아마도 그녀의 본질과 그녀가 살아온 세월의 영향일 터다. 하지만 그것이 또 애틋했다. 그녀가 지닌 본질이, 경험이 어떠했건 그녀는 분명 아이였다.

연약하고, 맑고, 순수한, 애정을 갈구하는 아이. 그래서 그녀에게 더 마음이 갔다.


“실리.”


“응.”


무뚝뚝한 대답에 아인즈의 얼굴에 약간 일그러짐이 언뜻 비친다.


“실리는 왜 그렇게 혼자만 있으려고 해.”


“······”


“다들 어울려서 같이 지내면 좋잖아?”


처음으로 물어본 질문. 어쩌면 일부러 피해왔던 질문을 마침내 그녀에게 물었다. 하지만 이내 들려온 답에 아인즈의 미소가 울 것처럼 변하고 말았다.


“아빠, 알아, 근데, 질문, 왜?”


특유의 뚝뚝 끊어지는 말투로 조합된 문장에 아인즈의 얼굴이 무참하게 일그러졌다.


‘그래, 그렇지.’


알고는 있었다. 그녀가 모종의 이유로 정을 붙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그리고 그것이 자신들에 대한 극대의 애정이라는 것 역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그것을 피해왔다. 단지, 다른 일이 더 바쁘다는 어줍잖은 핑계로 딸에게 있을 문제에서 눈을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가슴을 헤집었다.


“미안하다.”


기껏 딸이라고 해놓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안으려 했던 자신이


“정말, 미안하다.”


너무나 경멸스러웠다.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 탓, 아니, 단지, 시기가, 아, 나빠.”


이 상냥한 딸은 오히려 자신을 위로해왔다.

겉으로 보이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기에 나타나는 무뚝뚝함과는 전혀 다른 그 배려에 그는 품에 안긴 그녀의 동체를 더욱 힘껏 끌어 안았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이미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을 정도의 체온이지만 그녀는 언제나 이런 낮은 체온을 가지고 있었다. 익히 알고 있는 마왕의 몸이기 때문일 것이다.


“실리. 그래도, 이렇게 책임감 없고, 말뿐인 아빠라도 적어도 너의 고민 정도는 들어줄 수 있으니까······”


그 아름다운 흑단 같은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온기를 나누어주려 작은 동체를 품에 깊이 안아갔다.


“부디, 그렇게 애써 거리를 두려 노력하지는 말아주렴. 내가 원하는 것은 단지.”


그의 시선이 들어올려져 어느새 자신과 품에 얼굴을 묻고 있는 실리를 지켜보는 에아와 아니마에게 닿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히, 하고 장난스럽게 웃어 보이는 에아와 아니마에게 마주 웃어주며 다시 한번 사랑스러운 둘째 딸의 머리를 보듬어 안는다.


“너희들이 행복해 지는 것뿐이란다. 세상의 모든 부모가 그렇듯이. 나 역시도. 너희가 원한다면 무엇이든 해줄 수 있으니까······”


“······”


“부디, 너희는 아무런 걱정도 말고, 계산할 생각도 말고, 내키는 대로. 밝게, 맑게 자라만 다오. 너희의 뒤에서 일어난 일을 걱정하는 것은 내 일이니까. 너희는 단지 오늘을 누리기만 하면 된단다.”


“······”


“그게 나의 딸인 너희의 일이고, 권리이며, 너희의 보호자인 내 의무란다.”


“헤헤.”


다가온 에아와 아니마를 함께 끌어 안고 아이들의 체온을 느끼며 아인즈의 다정한 눈길이 살며시 감겨 들었다.


“내가 너희와 만나 너희가 나를 인정한 그 순간부터 나의 모든 것은 너희의 것이었단다. 그러니 너희는 아무런 걱정 없이 그저,”


그의 팔이 다시금 아이들을 힘주어 안으며 그의 언어가 하나의 맹세가 되어 세계에 새겨졌다.


“행복하게, 바르게 자라만 다오. 나의 바람은 오직 그것뿐이란다.”


* * *


“저 남자가 ‘그’인 것 같군.”


아드리아의 제2성벽에 위치한 거대한 종탑의 위에서 저택가를 지켜보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보라색 머리칼에 세로로 찢어진 붉은 눈동자. 환수. 아니, 정확하게는 마수에게서나 나타나는 특징이다.


“네. 확실합니다. 하지만 이상하군요.”


미레인의 눈동자의 주변으로 검은 빛이 흘러 나오며 주변의 마력이 조용히 비명을 흘렸다. 그리고 그녀에게 수없이 많은 정보가 전달되어온다.

마력의 움직임, 근본의 모습, 섭리의 흐름. 이치에 닿지 못한 인간은 결코 볼 수 없는 그런 것들. 보석탑의 주인에게서 받은 마족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전혀 달랐다. 한차원, 어쩌면 두차원 더 높은 시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세계의 흐름조차 허락된 그녀의 능력과 진리에 대한 접근조차 가능한 그녀의 눈동자가 전혀,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신이라 할지라도 감추는 것이 불가능한 세계에 새겨진 존재의 증명조차도.


“정말, 이상합니다. 하늘의 권세를 사역하는 대 사자(使者) 정도의 존재라면 절대 존재의 증명이 보이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존재가 강할수록, 그 영혼의 크기가 클수록, 업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그 증명이 강렬하며 또한 뚜렷하다. 하지만 저래서야.”


혀를 찬 남자가 차가운 시선으로 정원에서 아이들을 끌어안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주시했다. 모든 것을 ‘직시’하는 진명을 지닌 그에게 조차도 남자의 존재는 비춰지지 않았다.

그럴 경우에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세가지.

그가 스스로의 존재를 어떠한 수단을 이용해 완전히 차단했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에 볼 수 없는 영역의 것이다.

그는 애초에 아무런 존재도 아니기에 세계에 존재가 증명될 필요조차 없다.


‘결국 결론은 세번째라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미레인의 능력에 부합하지 않았다. 그녀의 능력은 신탁과도 같은 것. 그렇기에 오차따위가 존재할 리가 없다.


“······어떻게 할 셈인가. 본인의 일은 어디까지나 ‘천사’를 찾아 그의 분노가 땅에 임하는 것을 막는 동안에 그대를 보호하는 것이다.”


무감정한 그의 말에 미레인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으니 그저 바라보기만 할 수 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가 ‘천사’라는 증거는 없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근거도 없으니까요. 오히려 다른 사항에 대해서는 그가 하늘의 권세를 사역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증거되고 있습니다.”


“그럼, 그 동안 본인은 독자적으로 움직여도 상관 없겠지?”


“······무슨 용무라도 있으신지?”


“오래 전의 인연이 이곳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에게 협조를 구해 둔다면 앞으로의 행보에 여러모로 편의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요.”


고개를 끄덕인 미레인이 마안의 사용으로 피로해진 눈을 문질렀다. 분명 편리하기는 했지만 여러모로 피곤한 기술이었다.


“그럼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 동안 저는 거처를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부탁하지.”


* * *


저벅저벅.

건조한 발걸음 소리가 어둠을 타고 멀리까지 퍼지는 아드리아의 뒷골목은 뒷골목이라는 호칭이 무색할 정도로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도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명색이 대륙의 흐름을 주도하는 11세 중의 한곳의 수도. 그것도 제 2성벽의 안쪽에 위치한 조건상 어질러진 모습이 어색한 것일지도.

다만, 그 모습에서 불과 300년도 되지 않는 시간에 이토록 번창하고, 번영을 구가하는 인간의 발전을 떠올리며 라오하이드는 마른 웃음을 그렸다.


“그 짧은 시간에 이토록이나 변하는군.”


영원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그에게는 아직도 인간의 발전하는 모습이 어색하기만 했다. 불과 300년 전까지만 해도 아담한 크기의 도시였건만. 이제는 그때의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을 만큼 발전해 있었다.

드높은 문명을 이룩하고, 무너지고, 다시 이룩하고, 다시 무너지기를 수 차례.

언제나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언제나 다른 모습으로 성장해 갔다.

그것이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원한다면 무한정으로 죽음을 미룰 수 있는 그의 종족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으니까.

다만, 그 흐름에 그가 지금 목적하고 있는 곳 조차도 이미 사라졌을까, 그것이 저어 될 따름이다.


“아직 남아 있을 지 모르겠군.”


그때 그 시절. 일말의 변화조차 없는 관리자의 삶이 너무나 무료해 여행을 즐기고 있던 시절의 인연은 여전히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후후후.”


땟국물이 흐르는 지저분한 얼굴로 호기롭게 외치던 꼬마의 모습. 가끔 그 녀석을 몰래 도와주기는 했지만 그것을 또 용케 알아채고 있었다.


‘난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니까 말이야. 네가 도움을 준 건 죄 기억하고 있으니까 반드시 갚겠어!’


“훗.”


그러면서 넘겨준 까마귀가 새겨진 패는 지금도 그 빛을 잃지 않고 그의 손에서 건재한 모습을 드러냈다.

언뜻 보면 아무런 가치도 없어 보이는 평범한 철재 패이지만 그 실체는 특수 금속 중 하나인 심해철이었다.

그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열기를 막아주고 주변의 수분량을 증가시키며 물과 관련된 모든 종류의 이능에 보조역할을 해 주는 희귀 금속.

아마도 높은 수준의 연금술사가 본다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터이지만 애초에 심해철을 알아볼 만큼의 안목을 지닌 이가 심해철보다 더 귀했다.

라오하이드는 오래 전 친척 뻘인 이가 심해철로 만든 무구를 보여주었기에 알고 있을 뿐일 정도의 금속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만큼 누군가와의 증표로 삼기에 적합한 것도 없었다. 그것 자체가 암호보다도 몇 단계는 높은 보안 수준을 보장해 주고 있는 셈이었으니까.

끼이익.

녹이 슨 경첩의 마찰음이 방문자를 알리며 뻗어나간 주점은 깔끔한 외관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조촐하고 손님도 없는 데다가 아무런 관리도 되어 있지 않았다.


“크으으, 푸후.”


본래라면 컵을 닦고 있어야 할 바텐더가 코를 골며 자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손님이 있다면 그것이 신기할 정도지만.


“이곳도······ 오랜만이로군.”


300년 전에도 이곳의 정경은 마찬가지였다. 이 지저분한 모습도, 구석의 거미줄도, 바텐더가 코를 골고 있는 것 까지도.

솔직한 감상이라면 이렇게까지 그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이곳에 있는 것들은 그 어느 하나. 사소한 것 까지도 빠짐없이 그대로의 모습이었으니까.

그가 조금이나마 아련한 감정에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 뒤편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거, 왔으면 주문이나 하지 왜 그러고 서 계시오?”


어느새 깨어난 바텐더가 하품을 하며 퉁명스레 하는 말에 라오하이드의 시선이 테이블을 향했다.

얼마나 씻지 않은 것인지 땟국물이 흐르는 떡진 머리에 때가 잔뜩 낀 손톱. 하지만 어째서일까. 자기 관리를 하지 않은 이를 극히 혐오하는 그였지만 오히려 호감이 느껴졌다.


“이상하군.”


“뭐가 말이오?”


이제는 아예 턱까지 괴고 시큰둥한 표정을 그리는 바텐더의 모습에 익숙한 누군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듀스 지스기아를 알고 있나?”


“뭐?!”


그것이 정곡이었던 것인지 바텐더가 놀람과 동시에 숨어있던 이들이 모조리 밖으로 튀어나와 그의 라오하이드의 목에 검을 겨눴다.

하지만 고작해야 이제 막 마나라는 무한한 힘을 간신히 이해하기 시작한 이들의 검에 겁을 먹을 그가 아니었다.

그에게 지금 겨눠진 검들이야 이쑤시개보다도 위협이 되지 않았다.

수많은 검들의 가운데에서도 아무런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 그를 보며 키기르하는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당신,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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