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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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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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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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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93화-초청장(2)

DUMMY


“하아······”


여러가지 이유로 요즘 들어 한숨이 많아진 아인즈의 입에서 또다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와아아! 신난다!”


“아, 정말이지 얼마만의 장기 여행이냐!”


“수행원도 없고!”


“우와! 난 처음인데!”


정확하게 56명. 그의 강의를 듣는 모든 마법학과생들이 새끼 새마냥 그의 뒤를 졸졸 따라왔다.


“아인즈, 괜찮아요?”


속마음이 얼굴에 드러났던 것인지 곁에서 스피카가 어색한 웃음을 띄우며 물어왔다. 그녀의 역시 이런 사태는 예상치 못했던 것 같았다.


“어······ 괜찮은 것 같네.”


‘전혀 안 괜찮아.’


설마설마 했지만 정말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적어도 절반 정도는 불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정말이지 질리게 하네.’


원래 부모라면 아직 미성년인 자식들이 멀리로 여행을 간다면 말리는 것이 정상일 터이지만 단 한명도 허락을 받지 못한 사람이 없었다.

귀족의 자제의 경우에는 16성이 무력을 지닌 그를 믿고, 또 여행중에 생긴 친분으로 아인즈를 포섭할 수 있을까 계산해서.

평민의 자제인 경우에는 아드리아 아카데미의 마법학과생인 자랑스러운 자식의 말을 믿고.

거기에 마지막 희망을 안고 찾아간 학장 역시 기대를 무참히 배신했었다. 아직 학기의 기간이기에 학장의 허락을 받으러 가자 학장은 허허 웃으며


‘마법 학회의 세미나의 참관이라면 오히려 환영해야 할 일이지요. 거기에 인솔자가 에르 교수라면 믿고 맡길 수 있지요.’


라고 말하며 아인즈의 속을 뒤집어 놨었다. 게다가 곁에 있던 마법 학과 조교수의 눈빛은 어찌나 또 부담스럽던지.

결국 아인즈는 71명이라는 대 인원의 인솔자가 되고 말았다.


“하아······”


결국 자신의 실수에 한숨을 쉬며 마른 세수를 하는 그를 보며 스피카는 어색한 표정의 아래로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보기에 그의 그런 모습은 전혀 나쁠 것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이성의 극에 선 마도사는 감성이 거의 죽은 상태인지라 자칫하면 광인이 되기 십상이다.

마도사라는 호칭을 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그로 인해 마모된 감성에 극에 이른 이성이 감성을 거의 눌러버리고 있었으니까.

그 불균형은 금방이라도 깨지고야 말 위태로운 상을 빚어내기 마련이다. 그로 인해 수 없이 많은 이들이 진리의 문턱에서 자신의 불균형을 견디지 못하고 끝끝내 쓰러져갔다.


“하아아아······”


“아빠, 괜찮아?”


“괜찮아. 아빠를 뭐로 보는 거니? 이래 뵈도 현존하는 인류최강이란다.”


“헤에, 자뻑?”


“윽,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운 거야!”


“안 알려줄 거야.”


살짝 혀를 내밀고 애교를 부리는 에아를 붙잡고 머리를 문지르는 아인즈를 보고 스피카는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적어도 아인즈는 불균형의 끝에서 쓰러질 것 같지는 않을 것 같아 무척이나 안심이 되었다.

처음 그녀가 그를 만났을 때에 그는 만신창이였다. 그녀 자신이 깨지기 직전의 유리 같은 상태였던 것처럼 그는 상처투성이의 모습이었으니까.

비록 그로 인해 자신은 치료 되었지만 그의 모습을 볼 때마다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고작 벽에 막힌 것만으로도 스스로 붕괴 되고야 마는 것이 인간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리에 닿았고, 낙천으로 인해 떨어져 리를 놓치고 말았다.

분명 손에 쥐고 있었지만 그것을 놓친 이가 그것의 상실감을 견딜 수 있을까? 아예 보지도 못하고, 닫지도 않았다면 좋으련만 그는 닿고, 놓쳤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언제나 웃어 보였다. 그의 불균형이 선명하게 눈에 보일 듯 했지만 그는 자신의 불균형을, 위태로움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또, 조절했다.

게다가 그의 곁에는 자신도 있고, 그 스스로 사랑하는 딸조차 둘이나 있으니까.


‘나도 참. 걱정이 과하네. 저 사람이 잘못 할 리가 없잖아?’


겉으로는 강하고, 완벽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너무나 겁 많고, 나약한 사람.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강하다.


“후후.”


작게 웃은 그녀가 걸음을 옮기더니 아인즈의 품에 안겨 있는 에아를 밀어내고 그의 팔을 차지했다.


“어? 어?”


갑자기 사라진 온기가 당황스러운 듯 에아가 멍한 눈길로 스피카를 올려다 보자 스피카는 가뿐하게 웃어 보였다.


“미안하지만 아빠는 이제 내 차지란다.”


“그런 게 어디 있어!”


빽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에아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 밀어내며 싱긋 미소 지었다.


“여기. 너는 딸. 나는 아빠의 연인. 당연하게도 내가 더 아인즈와 가깝단다. 아인즈 제 말 맞죠?”


“어? 어?”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돌려진 화살에 아인즈가 멍한 소리를 내고 있자 어느새 반대쪽으로 돌아간 에아가 왼쪽 소매를 잡고 그에게 달라 붙어 있었다.


“아니야! 아빠! 나지? 그치? 아빠는 당연히 내가 더 좋지? 그치?”


“어? 어? 어?”


두 여인의 사이에서 난처한 웃음밖에는 짓지 못하는 그를 보며 다른 딸은 무표정했고, 제자는 난처하게 웃고, 그의 아이들은 작게 미소를 그렸다.

그리고 학과생들은 부러움에 몸부림 쳤다.


“으으윽! 제길! 나도 애인! 애인 만들 거야!”


“하아! 에아 너무 귀엽다! 나도, 나도! 저런 딸 가지고 싶어!”


“우와, 염장질.”


“나 왜 따라 왔지?”


“부러워하면 지는 거다. 부러워하면 지는 거다!”


제각기 개성대로, 성별대로 몸부림 치는 그들의 모습을 흘긋 본 아인즈의 얼굴에서 한줄기 땀이 흘러 내렸다.


‘하아아아아. 제발 쉽게 가자.’


부질 없는 소원을 그리는 아인즈의 한숨으로 여행이 시작되었다.


* * *


여행은 순조로웠다. 인원이 왠 만한 상행에 맞먹는 70여명의 대 인원이라는 점만 빼면 거의 완벽한 일정이었다.

애초에 루멘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치안을 자랑하는 곳 중에 한 곳이었고 여행이라고 해 봤자 텔레포트로 각 도시들을 들러 특산품을 구경하고 시장을 즐기는 정도의, 말하자면 유람이었으니까.


‘하기야. 이런 것도 나쁘지는 않지.’


원래대로라면 에아의 소원에 따라서 관도를 따라 걷고, 야영도 하고, 산적도 퇴치하는 것 같은 여행이었겠지만 아무래도 인원이 인원인 만큼 적당히 타협하기로 했다.

단지 그 덕에 극히 피곤해 지기는 했지만 결국 단호하게 잘라내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었다.


“아빠! 빨리 와!”


“어, 그래···...”


‘죽을 것 같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없었다. 마법이라는 게 단순히 전투용으로만 사용하는 것은 아닌 만큼 짐은 그의 주변으로 부유시킨 채 이동하고 있었으니까.

단지, 쇼핑에 따라다닌 다는 것 자체가 이유 모를 피로감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하아······”


벌써 이런 생활만 3주째. 한달 가량의 일정을 잡고 출발한 것을 생각하면 어떤 의미에서는 무척이나 가혹한 일정이었다.

첫번째 도시에서도, 두번째 도시에서도, 세번째, 네번째, 다섯번째에서도. 그녀들은 언제나 상점가를 들러 쇼핑을 하며 즐거워했고, 그는 고통스러웠다.


“큭.”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스스로도 엄살이 심하다고 생각했는지 피식, 웃음을 흘린 아인즈는 걸음을 재촉했다.

여기서 더 어물쩍거리면 저 아가씨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갑니다. 가요.”


저 멀리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에아의 입이 더 나오기 전에 서둘러 가야만 할 것 같다.


* * *


“크으으으.”


찌뿌둥한 몸을 한껏 펴며 아인즈의 입에서 작게 신음이 새어 나왔다. 현재 시각은 새벽 1시경. 계속해서 떠들다가 이제야 잠이든 일행들을 모두 방에 집어넣고 겨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후우.”


짧은 숨을 내뱉고 잠시 올려다 본 하늘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발전된 문명의 정점에 서 있는 아드리아와는 또 다른 맑고, 또 어떤 면에서는 쓸쓸한 사막의 황량함이 가득한 하늘.

하지만 그 때문에 또, 아름다웠다.

천문대의 하늘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웠고, 아드리아의 하늘이 풍요로운 빛이었다면 이곳의 하늘은 맑고, 싸늘하지만 그런 만큼 순수했다.

비록 이곳, 사막 왕국의 자카르의 제3도시라고 불릴 만큼 발전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사막이니만큼 자연 환경에 맞춰 발전했다.

아드리아와는 전혀 다른, 말하자면 메트로폴리스와는 조금 다른, 수도권이 아닌 지방도시의 읍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서늘함을 넘어 살이 에이는 사막의 공기를 폐 깊숙이 들이마시며 내뱉기를 몇 차례. 어느새 조금 차가워진 그의 볼에 따뜻한 감촉이 와 닿았다.


“한잔, 어때요?”


언제 준비한 것인지 자카르의 특산품인 선인장 술을 데워 온 스피카가 양손의 잔을 들어 올리며 웃어 보였다.

자려고 씻다가 자신을 발견하고 곧장 온 것인지 아직 머리칼에는 채 마르지 않은 수분이 반짝이는 것을 보며 아인즈는 흔쾌히 잔을 받아 들었다.


“후우.”


작게 불어 뿌옇게 솟아 오르는 김을 날려보내고 한모금을 들이킨 술은 무척이나 따뜻했다. 영하로 내려간 이 밤에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음료라는 생각에 작게 미소가 그려졌다.

그런 아인즈의 모습이 좋았던 것인지 스피카 역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하아아······!”


한모금 들이키고는 곧장 자신의 허벅지를 베고 눕는 그녀의 모습에 아인즈의 눈이 살짝 커졌지만 이내 잔잔한 미소를 그리며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처음 그녀와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다른 녹은발이 달빛을 받아 빛나는 모습이 흘러내리는 실타래만 같이 아름다웠다.


“후후후.”


기분이 좋은 듯 흘리는 그녀의 웃음에 아인즈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로 향했다.

별을 담은 채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에 무의식적으로 허리가 숙여지고, 가만히 입을 맞추었다.

짧지만, 또 긴 시간이 지나고 약간의 홍조를 담고 볼을 긁적이는 그를 보며 스피카에게서 웃음 소리가 흘러 나왔다.


“좋아?”


“네, 좋네요. 이렇게 여유롭게 당신이랑 나랑, 단 둘이서만 하늘을 올려다 보는 것도.”


“그래.”


그러고 보면 천문대에 있을 적에는 곧잘 잠에 든 에아를 두고 스피카와 하늘을 올려다 보고는 했었다.

그것이 취향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학파의 이름이 가진 권능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기분 좋은 추억이다.

그때는 그저 서로만을 신경 쓰고 보듬고 가만히 올려다 보고만 있었으면 되었는데 지금은 제법 많은 인연이 생겨 버렸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아인즈의 입에서 웃음이 흘러 나왔다.


“후후.”


“왜 그래요?”


“아니, 그냥. 지금까지 제법 많은 일이 있었구나 해서.”


“그런가요.”


그녀는 함께 하지 못해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그가 겪은 일들이 평범하다고는 비말로도 할 수 없었다.

일국의 왕녀와 인연을 맺고, 마왕을 딸로 거두고, 잃어버린 딸을 찾아 가고, 헤츨링을 만나고, 구하고, 고룡과 인연을 맺고.

강대한 힘을 가진이에게는 정말 평범한 삶은 허락되지 않는 것만 같아 안쓰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음? 왜 그래?”


“아뇨, 그냥.”


안쓰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볼을 쓰다듬는 것이 이상했는지 의아하게 물어봤지만 돌아온 것은 약간의 도리질과 안쓰러움이 가시지 않은 미소뿐.

그에 아인즈가 입을 열려고 할 때 스피카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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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2화-암류(暗流)(3) 16.10.26 443 11 12쪽
112 111화-암류(暗流)(2) +1 16.10.25 584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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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102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2) +1 16.10.12 716 10 12쪽
102 101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1) 16.10.11 626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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