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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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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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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6.09.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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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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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94화-토리스(Torris)(1)

DUMMY

“아인즈.”


“응?”


그녀의 가라앉은 목소리에 작게 대답하자 걱정이 어린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당신의 앞에는 정말 평안이 자리하고 있는 걸까요?”


“응?”


무슨 의미일까,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의 모습에 스피카는 일어나 무릎을 끌어 안고 가라앉은 시선을 허공에 던졌다.


“전 걱정이 되요. 당신이 얻은 힘도, 당신이 겪은 일들도. 하나같이 평범하지도 않고, 언제나 당신에게 평안을 허락하지 않아요. 단지 주어지는 것이라고는 잠깐의 휴식 뿐.”


“아.”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지금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해 주고 있는 것이다. 정말, 진심으로.


“당신에게 주어진 인연들이 분명 소중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당신이 겪은 일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스피카.”


“지금껏 당신이 얻은 거라고는 약간의 휴식뿐. 당신이 진정 원하는 평안은 다가오지 않았어요. 언제나 당신의 울타리 안의 소중한 이들을 위해서 스스로를 희생할 뿐.”


어느새 물기가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에 아인즈의 입에서 한숨 같은 말이 흘러 나왔다.


“스피카······”


“지금 돌아가자고 해도 당신은 듣지 않을 거고, 그렇다면 또다시 운명에 휩쓸리겠죠. 당신이 얻은 강대한 힘에 어울리는 그런 운명에.”


“······”


“저는 그게 두려워요. 그 안에서 당신이 상실을 겪고, 또다시 상처받을까 봐.”


“스피카······”


“저는 정말 두려워요. 당신이 상처받고, 또 무너질까 봐. 그런 당신을 바라보기만 하고 아무런 도움도 될 수 없을까 봐. 너무, 너무······두려워요.”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에 아인즈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껏 열심히 노력한다고 했지만 그것이 또 이 여린 여인에게는 상처를 준 것 같았다.

작게 들썩이는 그녀의 가녀린 동체를 끌어안고 아인즈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장소도 바뀌고, 날짜도 바뀌었지만 저 하늘을 찬란하게 수 놓는 별들은 오늘도 말없이 그저 빛나고만 있었다.

그 뻔뻔한 침묵에 피식, 미소 지은 아인즈가 스피카를 살며시 떼어 놓았다.


“······?”


왜 그러냐는 듯 올려다 보는 그녀의 어깨를 자신의 어깨에 붙이고 손에는 기억의 한자리를 차지한 물건을 불러 들였다.


“오라.”


밤을 타는 것인지 잔잔히 모여드는 마력의 아래로 모습을 드러내는 한뭉치의 카드를 보며 스피카가 작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아인즈······?”


그런 그녀의 머리를 한번 훑으며 아인즈는 자못 쾌활하게 입을 열었다.


“오케이, 거기까지. 우리 아가씨의 걱정은 잘 들었어.”


그리고 어느새 섞이기 시작한 카드 뭉치. 그 유서 깊은 광경을 보며 스피카는 단지 작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아인즈······”


“결국 네가 두려워하는 건 단지 미래를 모르기 때문이잖아?”


어느새 셔플을 마쳤는지 손 안에 들어오는 딱딱한 감촉을 느끼며 그의 손이 허공을 저었다.


“그럼, 내일을, 미래를 알면 안심할 수 있겠지?”


그의 손길을 따라 정렬된 카드의 물결을 보며 스피카의 목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 인즈······”


지팡이를 중심으로 한 고급스러운 마감이 되어있는 카드들.

학파의 이름에 담긴 권능을 행사하는 포이멘 최고의 기물을 자신을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어 놓는 그의 모습에 그의 마음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아 가슴이 따뜻해져 갔다.


“그럼, 어디 보자고. 우리의 내일은 어떤지. 또, 미래는 어떤지.”


뭐, 어차피 내가 우기면 내 마음대로 흘러갈 운명이지만. 하고 싱긋 웃어 보이는 그의 모습에 그녀의 얼굴에서도 웃음이 피어 올랐다.

정말이지 애인 한명은 잘 정한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 * *


“흐음.”


손에 잡힌 카드를 이리 저리 휘두르며 입을 비죽이 내민 모습에 스피카의 입에서 작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킥.”


“흠.”


그 소리에 그녀의 존재를 환기한 것인지 아인즈가 멋쩍게 웃어 보인다.


“하하, 이거 참.”


그러면서도 여전히 일류 딜러 못지 않게 카드를 돌리는 모습을 보며 스피카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뭐가 그렇게 불만이에요?”


“글쎄······그냥 다?”


카드의 그림이 잘 보이도록 잡은 그에게 보인 것은 등 뒤로 하늘을 보이고 있는 천사의 모습. 단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그런 선한 존재라는 뜻의 천사는 아니었다.

그 카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인지 아인즈의 손가락이 불만스럽게 카드를 툭툭 쳤다.


“그냥 지금 내가 어떤지 보려고 했더니 이렇게 대놓고 ‘너 천사다.’라니. 아무리 내가 포이멘의 현 종주라고는 하지만 그것 가지고······”


Pastor Moneo Amice의 천사 카드. 그 중에서도 하늘을 등에 진 채 오연히 대지를 내려보는 카드가 뜻하는 것은 단 하나다.

하늘의 권세를 한 몸에 받은 사자(使者).

그 어떤 해석의 여지도 없는 단순하고 명료한 명사의 표현이기에 그 의미는 더더욱 선명하다.

그 의미를 누구보다 잘 느끼고 있었기에 그의 표정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그 자신은 무엇보다도 안온한 평화를 원하고 있거늘 어째서 세계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보석탑(Gemma Turris)의 관리자?


그의 영언이 허공을 유영한 순간 밤하늘의 일부가 일그러지더니 이내 한 줄기의 불꽃이 피어 올랐다.

화륵.

색을 띄고 있다기 보다는 그저 빛을 발할 뿐인 그 불을 보며 아인즈에게서 정중한 인사가 흘러 나왔다.


“처음 뵙습니다. 천문대(Observatory)의 관리자······아니, 별을 따르는 이의 가장 앞에 선자. 아인즈 에르(Ange El)라고 합니다.”


그의 정중한 인사가 마음에 들기라도 한 것인지 공중에 떠있던 불에 색이 입혀지고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들려오는 영언.


-흐음, 그래. 네가 이번 대의 지팡이의 주인인가? 나쁘지 않군.


마치 품평하는 듯한 그 목소리에 쓴웃음을 짓자 다시금 나른한 듯한 영언이 들려왔다.


-뭐,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냥 넘어가도록. 한 만년쯤 살다 보면 인간이 이렇게 되기도 하니까. 그건 그렇고 이쪽의 아가씨는······


순간 영언에서 전달된 강렬한 이미지에 아인즈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뭐지? 왜 갑자기 땀방울이 보이는 거지?’


그 이미지가 거짓말이 아니라는 듯 곧 격렬한 반응이 튀어 나왔다.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아!


영언의 특성상 머리에다 직접 소리를 쏟아 붙는 느낌에 아인즈가 인상을 찡그리자 곁에 있던 스피카가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에요, 아저씨.”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라고! 아니, 그보다 너! 천문대는 어떻게 하고 여기서 저런 놈팽이랑 히히덕거리고 있는 거야!


무언가, 만년이라는 시간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 느낌에 아인즈가 피식, 웃고 있을 때에도 불꽃과 스피카의 대화는 이어지고 있었다.


“에헤이, 너무하신다. 그래도 내 연인이고, 천문대의 최종 권한자인데.”


-알게 뭐야! 그리고 뭐? 연인? 너 미쳤냐?


“말, 말. 좀, 만년이나 살았으면 말 좀 곱게 해요.”


-어허, 드디어 네가 미쳤구나, 미쳤어. 연인? 연인이라고? 네가? 가장 강대한 혈통을 이은 네가? 거기에 ‘그 일’을 겪은 네가?


“아저씨.”


순간 그녀의 얼굴이 굳으며 목소리마저 가라앉았지만 ‘그’에게는 닫지 않은 듯 영언이 중얼거림을 닮기 시작했다.


-아니, 수천년을 살았으면······그래도 그렇지. 겪은게, 중얼중얼.


“아저씨.”


그녀의 부름에 불꽃이 잠깐 반응을 보인 듯 움찔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스피카의 입이 열리려던 찰나 다시금 전달된 영언이 그녀의 입을 막았다.


-아니, 아니다! 내가 거기로 갈게! 너! 거기서 딱 기다려!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빛을 내뿜고는 사라지는 불꽃의 모습에 아인즈가 의구심이 담긴 눈으로 그녀를 보았지만 스피카는 골치 아프다는 듯 이마에 손을 얹고 한숨을 내쉬었다.


“스피카······ 방금 그건?”


“하아, 그냥 준비나 해요. 조금 있으면 대 바보가 올 거니까요.”


대 바보?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도 잠시 곧장 곁에서 느껴지는 마력의 파동에 아인즈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으헉?!”


‘마력식의 목적은 두가지. 하나는 차원관문을 통해 공간을 이동하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미쳤냐?!”


두번째 목적을 읽어들이는 순간 드는 황당함에 소리를 질렀지만 그의 주변에는 어느새 마력이 움직여 대응을 시작했다.


상시 방어 시스템 이지스 기동. 미미스브륀느 연동 완료. 오퍼레이션 스타팅.

보호대상을 상대로 한 적의 감지. 원칙에 따라 대응 실시.

기본 구축 술식 1번 방어(防禦), 6번 배척(排斥) 동시 발동.


이지스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이고 있었던 시간 동안 미미르도, 이지스도 발달한 만큼 이제는 마력에 담긴 미세한 감정조차 파악해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드러난 결과는


“커억!”


본래라면 도착지에 있을 모든 것을 튕겨내는 힘에 오히려 자신이 튕겨나가는 술식의 주인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한참을 모랫바닥에 얼굴을 박고 있던 신형이 과히 좋지 않은 신음을 내기 시작했다.


“크으어어헉, 으흐아하크허헉!”


제법 오랫동안 숨을 쉬지 않았던 만큼 그 기괴한 소리에 아인즈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졌다. 그리고 스피카는 머리만 모래에 박은 채 엉덩이를 흔드는 꼴이 무척이나 보기 싫은 듯 손을 저어 마력에 파문을 일으켜 그를 후려쳤다.

가차 없이.


“흐가아아악!”


후려 맞은 엉덩이가 어지간히 아픈 듯 엉덩이를 문지르던 그의 고개가 홱 돌아서고, 그의 시선과 마주친 것을 느낀 순간 그의 몸이 사라졌다.


‘뭐?!’


아무리 거리가 5m이상이었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감각을 피해간 마법의 발현에 능력을 움직이려는 찰나 그가 스피카의 곁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스으피카아아아!”


“하아.”


그리고 이어진 것은 그녀에게 달려드는, 엉망으로 뭉개진 남자와 한숨을 내쉬며 익숙하다는 듯이 손을 들어 올리는 스피카의 모습.

그리고 무엇인가를 울리는 타격음까지.

구웅.


“커, 흐억.”


깨어난 지 불과 10초도 되지 않아 다시 숨을 멈춘 남자를 보던 황망한 시선에 비친 것은 한숨을 쉬며 묻지 말라 강요하는 스피카의 얼굴이었다.


* * *


30. 토리스(Torris)



그것은 아주, 아주 오래 전의 오래된 이야기다.


-진심인가?


“그래.”


-휴우우우.


속을 끓이는 것이 절절히 묻어나는 한숨에 남자가 미소를 그렸다. 그의 오래된 친우는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달까.


-그래서, 누가 또 나가기로 했나?


“선혈과 유열이다.”


-뭐? 그 속 새까만 선혈은 그렇다 쳐도 유열? 그 얼간이가?


황당하다는 심경이 그대로 전달되는 그의 목소리에 남자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 나갈거라는 걸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막무가내로 달려와 조르더군. 아마도 ‘그 일’과 관련이 있겠지.”


-하아아아아.


“후후.”


이 골칫덩어리를 어떻게 해야하나, 하고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남자는 웃음을 금할 수 없었다. 확실히 그에게는 민감한 문제일 수도 있다.

누가 뭐라고 한들 그는 이 마계에서 그 누구보다도 오래 살아왔고, 또 그 누구보다도 많은 마족을 길러낸 ‘대부’였으니까. 거기에는 자신 역시 포함되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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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114화-암류(暗流)(5) +1 16.10.28 537 11 14쪽
114 113화-암류(暗流)(4) 16.10.27 533 10 12쪽
113 112화-암류(暗流)(3) 16.10.26 443 11 12쪽
112 111화-암류(暗流)(2) +1 16.10.25 584 10 12쪽
111 110화-암류(暗流)(1) 16.10.24 454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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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107화-마법의 여섯 별(2) +3 16.10.19 528 10 13쪽
107 106화-마법의 여섯 별(1) +2 16.10.18 697 10 12쪽
106 105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5) +1 16.10.17 643 9 14쪽
105 104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4) 16.10.14 660 8 12쪽
104 103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3) +1 16.10.13 588 10 12쪽
103 102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2) +1 16.10.12 716 10 12쪽
102 101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1) 16.10.11 626 9 12쪽
101 100화-유렐 아이스(Julell Ice)(2) +1 16.10.10 715 9 12쪽
100 99화-유렐 아이스(Julell Ice)(1) +3 16.09.25 756 10 14쪽
99 98화-마법사의 의무(2) +2 16.09.24 749 10 12쪽
98 97화-마법사의 의무(1) 16.09.23 666 9 11쪽
97 96화-토리스(Torris)(3) 16.09.18 672 10 12쪽
96 95화-토리스(Torris)(2) 16.09.17 638 8 13쪽
» 94화-토리스(Torris)(1) +1 16.09.16 752 6 12쪽
94 93화-초청장(2) +2 16.09.11 685 9 12쪽
93 92화-초청장(1) 16.09.10 654 6 13쪽
92 91화-일상(4) +2 16.09.09 75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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