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Maker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2,352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6.09.04 13:00
조회
804
추천
11
글자
12쪽

90화-일상(3)

DUMMY

-그쪽은 너무 오랜 시간을 살았잖아? 거기에 마법도 내가 시간만 조금 지나도 괜찮은 거고. 결국 나이가 훠얼씬 어린 내 승리네? 노, 인, 장?


아아, 벌써 늦어 버렸다. 저 드래곤은 뇌에 주름이 하나도 없는지 겪은 지 불과 한달 정도 밖에는 안 되는 일을 간만에 잡은 승기에 취해 잊어버리고 만 것 같았다.


-하, 하하.


사람이 너무 어이가 없으면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하며 스피카는 조용하게, 그리고 은밀하게 술식을 준비했다.

아인즈조차도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스피카?’


순간 감지된 은밀한 마력의 유동에 헤실거리고 있던 네이라일에게서 시선을 돌려 근원을 찾다가 스피카와 시선이 마주친 아인즈는 그대로 굳을 수 밖에 없었다.


-그냥, 그대로 있어요. 알겠죠? 당, 신?


-어, 어어. 그래······


어째서인지 무시무시한 아우라를 풍기면서 웃고 있는데다가 묘하게 압박이 느껴지는 당신이라는 말에 아인즈는 그저 지켜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슬금슬금 진행되어 가는 마력의 방향. 그 끝에는 자신의 팔에 매달려 있는 네이라일이 있었다.


‘아아, 왜 그랬어. 너, 또 뭔가 엄청난 지뢰를 밟아버렸구나.’


헤실거리며 득의에 찬 네이라일과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아닌 스피카의 모습. 순간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대충 어떤 일인지 줄기가 떠오르는 상황에 아인즈는 작게 명복을 빌어 주었다.


“웅? 에헤헤.”


그런 것도 모르고 단지 자신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한껏 기분이 좋아진 네이라일은 그를 끌어안고 뺨을 부볐다.

그 행동이 마침내 운명을 결정했다.


‘아하하, 이젠 정말로 용서할 수 없게 되어 버렸어.’


이미 완성되어 있는 마력의 구조물에 그녀는 지금의 감정을 한껏 담아 진심으로, 필요도 없는 주문을 영창했다.


-나, 대 마도의 길에 오른 이가 나의 이름과, 마법과, 마력을 걸고 명하건대.


순간 자신과 마주친 네이라일의 밉살스러운 얼굴을 마주하고 새하얗게 웃어주자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던 네이라일의 얼굴이 무언가를 떠올리는 순간 새하얗게 탈색되고 말았다.


‘아, 아하하하하하.’


잘못 본 것은 아닐까, 터무니 없는 기대를 하며 다시 바라 보았지만 그 하얀 웃음은 절대 잘못 본 것이 아니다.

그리고 자신은 분명 저 웃음을 본 적이 있었다. 그것도 불과 한달 정도 전에. 그리고 자신이 이번에도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하하하하, 어떻게 해 볼 방법도 없이 아웃이네? 아하하하하.’


그리고 마침내 주문이 완성됐다.


-저기 저 밉살스러운 면상을 들이미는 도마뱀을 징벌하라.


천좌 15성

금제형 술식

프리즌(Prison)

스피카식 변형

도마뱀 포박술.


천좌 13성

공간 연결형 술식

서클(Circle)


연계발현

짜증나는 도마뱀 징벌하기

무한 낙하(無限 落下)


그리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검은 구멍. 그 너머로는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을 반영이라도 하듯 아름다운 성해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네이라일의 안색도 죽어가고 있었다.


“잠깐! 잠깐!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필사적으로 외치는 그녀의 모습에 스피카가 한발짝 앞으로 다가서고, 왠지 모를 위압감을 느낀 아인즈는 어느새 저 멀리로 가 있었다.


“그래? 잘못했어?”


“네! 제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 고고한 초월종, 드래곤의 자존심은 다 어디에 갔는지 납작 엎드린 채 머리를 조아리는 네이라일의 몸에서 식은 땀이 흘러 내렸다.


‘정말 죽을 거야! 이대로 살해 당해!’


“흐응, 그래. 잘못했구나.”


“네! 네!”


“흐응~”


스피카의 반응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네이라일은 사회 경험이 너무나 일천해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고.


‘자아, 언제 던지는 게 가장 그림이 좋을까?’


그녀는 그 때를 한참 전에 놓치고 말았다는 것.

스피카의 시선이 온몸에서 식은 땀을 흘리는 네이라일의 등을 향했다. 짓궂은 미소를 지은 그녀가 네이라일의 어깨를 잡으며 일으켜 세웠다.


“그래, 그럼 일어나.”


“네에!”


살았다,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일어서는 네이라일. 하지만 의아해 해야 했다.


“어?”


어째서인지 분명 발을 받치고 있어야 할 땅이 밟히지 않았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뜬 것처럼.


“에에?!”


아니나 다를까. 어느새 떨어지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그녀의 시선이 다급하게 위를 향하고 볼 수 있었다.


-그럼, 수고~


상큼한 미소를 지은 스피카의 모습을.


“싫어어어어!”


‘왜 오늘은 두번이나! 싫어어어어!’


비명을 지르며 멀어져 가는 그녀를 향해 영언이 날아들었다. 무척이나 즐거운 듯한 목소리가 전해지는.


-아, 그거 아래쪽이랑 연결돼 있으니까 아마 계속 떨어질 거야. 횟수는 대충······으음, 한 백번? 수고~


“싫어어어어어어! 용서해줘어어어어어어! 자유낙하는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무척이나 아련해지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속이 다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손을 터는 스피카를 보며 그들은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악마다. 부부는 닮는다더니! 부부악마가 나타났어!’


* * *


“으으으······하늘은 싫어······”


“이런······”


자면서도 흠칫흠칫 몸을 떨며 신음을 흘리는 네이라일의 모습에 아인즈의 입가에 쓴 웃음이 걸렸다.


“이것 참.”


그런 그의 곁에서는 스피카가 난처하게 얼굴로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아하하······”


“조금 심했다는 건 알고 있지?”


“네······뭐······”


확실히 저 모습을 보고서는 뭐라고 변명할 거리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녀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조금 너무한 것 같기는 했으니까.

어제 저녁 7시쯤부터 초기 설정 마력이 바닥나기까지 대략 12시간동안 네이라일은 끝없이 자유낙하를 경험했다.

성층권의 꼭대기인 50km지점부터 아드리아의 감지마법의 한계지점인 지상 200m지점까지. 두 곳을 이은 게이트 때문에 그녀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또 떨어졌다.

그나마도 신체 제어권과 마력 제어권을 강탈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비명만 지르던 그녀는 결국 감속을 걸어놓은 정원의 나무에 걸린 채 정신을 잃고 있었다.


‘음······사과······해야겠지?’


어제는 너무 머리에 열이 올라서 잠깐 퓨즈가 나갔던 것 같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볼을 긁적이는 그녀의 말에 아인즈는 작게 미소 지었다. 십대의 감성이기는 하지만 이런 점이 차이라면 차이랄까.

그녀는 합리적인 일에까지 의미 없이 고집이나 자존심을 내세우지는 않았다. 단지 약간 어색해 할 뿐.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


“그래.”


작게 고개를 끄덕인 아인즈는 스피카와 팔짱을 끼고 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10월. 제법 사계가 뚜렷한 편인 아드리아는 외출이 즐거운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건 아인즈의 저택도 마찬가지라 방을 나선 아인즈와 스피카 역시 상쾌한 바람을 만끽할 수 있었다.


-까르르륵!


-와아아아!


“흐음~”


장난 치기를 좋아하는 바람의 정령들이 머리자락을 움직이자 스피카의 얼굴에도 미소가 걸렸다. 애초에 그녀는 하프 엘프인데다가 정령력이 육체를 지탱하는 형태라 정령과의 친밀도가 남달랐다.

그래서일까. 에아가 머무르기 시작하고 모여든 정령들이 유형화 해 장난을 쳐 오는 것을 스피카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실제로도 그녀의 행동은 많이 밝아졌으니까. 그 덕에 아인즈 역시 마음의 짐을 한결 던 기분이었다.

다만, 한가지 신경 쓰이는 것은 있었다.


“아인즈?”


“스피카. 넌 실리를 어떻게 생각해?”


“글쎄요······”


“가감 없이. 솔직하게.”


흐응,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녀는 살풋 웃고는 팔짱을 끼고 있던 그의 팔을 더욱 당겨 안았다.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아니, 어떻게 보면 나쁘겠지만······”


“나쁘겠지만?”


쪽.


“음?”


스피카의 입술이 그의 뺨에 닿았다 떨어지고 스피카는 신뢰가 듬뿍 담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차피 당신이라면 딸을 위해 뭐든지 할 거잖아요? 실리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해결할 거고. 게다가 당신이 가족을 포기한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힘드니까요.”


명쾌한 그녀의 답에 아인즈의 시선이 하늘을 향했다.


“그런가······”


하기야 의미가 없는 질문이기는 했다. 설령 그녀가 솔리투도를 꺼림칙하다, 멀리하라고 해 봤자 자신이 그런 선택을 했을 리는 없으니까.


‘아마도 그녀와의 사이만 조금 소원해 졌겠지.’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스피카는 자신에게 한해서는 그 어떤 반대도 없었다. 단지, 자신이 이성을 잃고 냉정한 판단을 내릴 수 없을 때를 제외하고.


“고마워.”


“아니요. 저는 단지 당신에게 어떤 번뇌도 침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에요. 그것이 당신이 가장 원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것이 제가 가장 원하는 것이니까요.”


“그게 고맙다는 거야.”


“그런가요.”


후훗, 하고 웃는 스피카의 아름다운 얼굴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아인즈의 걸음이 스피카와 함께 복도를 가로 질렀다.

저벅저벅.

가지런히 놓여 있는 판석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정원의 중앙에 심겨 있는 커다란 나무의 그늘에 발길이 닿았다.

정령수라고 불리는 엘프들조차 소중히 보호하는 희귀종. 그 청량한 그늘의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아이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굵은 가지의 위에서 다리를 흔들고 있는 에아도, 잔뜩 끌어안고 있는 이나니스의 품이 쑥스러운 아니마도, 가장 어두운 그늘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솔리투도도.

그리고 그 주변에서 충직하게 스스로의 책무를 다하는 가장 믿을 수 있는 그의 기사들 역시.


-수고가 많다.


-별말씀을. 당연한 의무입니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고마운 것이지.


아무런 강제도 하지 않고, 그 어떤 보상도 약속하지 않았건만 자신의 곁에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그들이 너무나 고마웠다.

그들이 있기에 그 역시 가족을 마음 놓고 의탁할 수 있는 것이니까.


“어? 아빠?”


어느새 아인즈를 발견한 것인지 에아가 곧장 가지에서 뛰어내려 달려왔다.

와락!


“아빠!”


처음 헤어질 때와 다를 것이 없는 십오륙세 정도의 외모. 이미 완전히 자라서 성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맞겠지만 그에 에아는


‘응? 다 자라면 아빠한테 마음대로 안길 수가 없잖아?’


라고 대답했었다.


“그래.”


‘곤란한 따님이라니까.’


품에 얼굴을 부비는 에아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아인즈는 부드러운 미소를 그렸다. 사랑하는 첫째딸은 언제나 그렇듯 애교가 넘쳐서 조금 곤란했다.


“에헤헤, 아빠아.”


아니, 어리광일까. 세계의 지식이란 지식은 모조리 가지고 있을 그녀였지만 그의 앞에서는 단지 어린 여자아이일 뿐이었다.


“아, 스승님!”


“어? 어? 아니마!”


게다가 제자인 아니마는 자신을 보자마자 기회라도 찾았다는 것처럼 순식간에 이나니스의 품에서 도망쳐 나왔다.

언뜻 보이는 얼굴이 거의 울 것 같아 차마 왜 그러냐고 물을 수가 없었다.


‘제발 묻지 말아 주세요.’


라고 얼굴에 쓰여 있었으니까. 곁에서 잔뜩 샐쭉한 표정을 하고 있는 이나니스를 일별한 아인즈의 시선이 구석자리를 향했다.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솔리투도는 여전히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실리.”


가까이에서 이름을 부르고서야 겨우 고개를 드는 둘째 딸을 보고는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결국 품에 안아 들었다.


“······아빠?”


멍하게 대답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가만히 눈을 감고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다.

인간보다 확실하게 낮은 체온. 그 탓일까. 언제나 창백한 얼굴이라 밀랍인형 같은 느낌이 강한 아이였다.

감정표현도 잘 하지 않고 언제나 무뚝뚝하고, 멍한 얼굴이라 어쩌면 편한 아이라고 생각해서 마음을 쓰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Image Maker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9 118화-대회전(大會戰)(1) +3 16.11.03 408 10 13쪽
118 117화-부녀(父女)(2) +1 16.11.02 502 11 13쪽
117 116화-부녀(父女)(1) 16.11.01 416 11 12쪽
116 115화-우왕(愚王) 선혈의 군주 +3 16.10.31 484 9 11쪽
115 114화-암류(暗流)(5) +1 16.10.28 537 11 14쪽
114 113화-암류(暗流)(4) 16.10.27 533 10 12쪽
113 112화-암류(暗流)(3) 16.10.26 443 11 12쪽
112 111화-암류(暗流)(2) +1 16.10.25 584 10 12쪽
111 110화-암류(暗流)(1) 16.10.24 454 9 12쪽
110 109화-마법의 여섯 별(4) +1 16.10.21 615 9 14쪽
109 108화-마법의 여섯 별(3) +2 16.10.20 623 11 12쪽
108 107화-마법의 여섯 별(2) +3 16.10.19 528 10 13쪽
107 106화-마법의 여섯 별(1) +2 16.10.18 697 10 12쪽
106 105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5) +1 16.10.17 642 9 14쪽
105 104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4) 16.10.14 660 8 12쪽
104 103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3) +1 16.10.13 587 10 12쪽
103 102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2) +1 16.10.12 716 10 12쪽
102 101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1) 16.10.11 626 9 12쪽
101 100화-유렐 아이스(Julell Ice)(2) +1 16.10.10 715 9 12쪽
100 99화-유렐 아이스(Julell Ice)(1) +3 16.09.25 756 10 14쪽
99 98화-마법사의 의무(2) +2 16.09.24 749 10 12쪽
98 97화-마법사의 의무(1) 16.09.23 666 9 11쪽
97 96화-토리스(Torris)(3) 16.09.18 671 10 12쪽
96 95화-토리스(Torris)(2) 16.09.17 638 8 13쪽
95 94화-토리스(Torris)(1) +1 16.09.16 751 6 12쪽
94 93화-초청장(2) +2 16.09.11 685 9 12쪽
93 92화-초청장(1) 16.09.10 654 6 13쪽
92 91화-일상(4) +2 16.09.09 756 10 12쪽
» 90화-일상(3) 16.09.04 805 11 12쪽
90 89화-일상(2) +2 16.09.03 791 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