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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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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6.10.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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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110화-암류(暗流)(1)

DUMMY


35. 암류(暗流)


똑, 똑, 똑.

차가운 물방울이 한방울, 두방울 떨어지며 바닥을 더렵혀 갔다.

차가운 어둠이 가득한 두러움이 몰아치는 곳에서 남자는 오연히 가라앉은 수면을 응시했다.

규칙적으로 울리는 물방울의 파열음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울리지 않는 곳에 존재하지 않았던 소리가 끼어 들었다.


“후우······”


무언가 힘든 일을 한 듯 한숨을 내쉰 남자가 잠시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옆머리를 따라 흘러 내리는 땀이 그가 얼마나 고단한 일을 했는지 대변해 주고 있었다.

다시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눈을 뜬 남자가 잔잔히 작은 파문만을 일으키는 수면을 잠시 바라보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그렸다.

가운데에서부터 올라오는 파문이 그가 원했던 결과가 성공적으로 나타났음을 암시했기에 무척이나 흡족했다.


“성공적이군.”


이곳으로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이제 남은 것은 때를 기다리는 것뿐.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무언가가 걸린 듯, 꽉 막혀 있다.


“······과연, 이게······옳은 것일까······”


아니, 옳지 않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 단지 이건 스스로를 속이기 위한 자기기만일 뿐. 스스로의 존재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이에게 과연 옳고 그름을 따질 자격이나 있을까.

과거의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현재의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면서,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도 모르면서.


“큿!”


-······버, 님······


“으윽!”


가끔, 과거에 대해 깊이 고민을 하고 떠올리려 노력하면 떠오르는 모습.

노이즈가 잔뜩 낀 화면 같은 모습에 목소리마저 마찬가지지만 어디인지 너무나 익숙하고 또, 애틋했다.


“크으윽.”


금방이라도 쪼개질 듯 아파오는 머리를 마력으로 식히고 작게 머리를 흔든 남자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매번 떠올리려 하지만 그건 언제나 선명치 못했고, 결국 언제나 마력으로 통제해 기껏 떠오른 것은 모조리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낙담하지는 않았다. 그에게는 어차피 길고 긴, 어쩌면 영원의 시간이 있으니까.


“언젠가는 떠오르겠지······”


한편에 쓸쓸함이 담긴 중얼거림만이 허무하게 허공에 흩어지고 다시 어둠만이 가라앉았다.


* * *


마법의 여섯 별인지 여섯 재앙인지 구분이 모호한 이들 덕택에 광란의 밤을 보낸 아드리아 아카데미 학생들의 숙소에는 여덟시가 넘었음에도 정적만이 가득했다.

정원에 쓰러져 자는 사람, 의자에 눕다시피 기대서 침을 흘리며 자는 사람, 팔짱을 낀 채 손에 쥔 술병에서 술을 흘리며 자는 사람.

가지 각색의 추태를 보이며 초토화 된 정원에서 작은 움직임이 보였다.

꿈틀꿈틀.


“으, 으으윽.”


숙취 때문에 머리가 아픈 것인지 잔뜩 인상을 찡그린 채 힘겹게 몸을 들어올리는 것은 학과 대표인 지드였다.


“으, 으윽. 빌어먹을 것들. 그렇게 대비를 했는데도 이 모양이네. 으으, 머리야.”


파티가 열리면 틀림없이 술을 통째로 들이부을 것이 뻔한지라 미리 숙취 음료와 항알코올 포션을 만들어 마셨는데도 깨어나 보니 정원이다. 틀림없이 필름이 끊겼음이다.


“으으으······속 쓰려······죽을 것 같아······”


거기에 위장에 구멍이라도 날 것처럼 무지막지하게 쓰려왔다. 자세하게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지금 눈에 들어오는 물체가 진품이라면 확실히 모든 것이 설명이 되고도 남았다.


“으으으, 최소 도수가 60인 날개 시리즈라니. 이것들이 사람 잡으려고······!”


술에 절은 탓에 자세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하게 새겨져있는 날개 무늬가 눈에 선명하게 박혀들었다.

도수도 도수지만 가격도 가격인 탓에 평소에는 쉬이 마시지 못했던 술이었다. 아마도 그렇기에 이번 기회에 원 없이 마셔보려 한 것이 터였다.


“그래, 지들 돈 아니고 교수님 돈이라 이거지?”


어디에서 그런 돈이 나오는지는 몰라도 어제 그만한 파티를 벌였음에도 아인즈는 분명 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 날뛰었을지도 몰랐다. 교수님이 돈을 내는데 인상을 쓰고 있으면 아무도 마음 편히 즐길 수 없을 테니까.


“그러고 보면 교수님은 돈이 많으신가?”


지금껏 1년 가까이 아인즈를 보며 그가 돈에 곤란해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거기에 저택 역시 가장 비싼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확실히······16성 정도의 강자라면······으윽, 속쓰려.”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무렵 다시금 뇌리를 엄습하는 쓰림에 지드의 걸음이 주방을 향했다. 그곳에는 몰래 만들어서 숨겨 둔 종합 숙취 치료 포션이 있었다.

지드가 주방에 들어가고 10여분 후. 숙소는 상큼한 비명과 함께 아침을 맞이했다.


“아아아아아아악!”


흡사 영혼을 빼앗기는 것만 같은 처절한 공포가 담긴 비명에 술에 절어서, 꿈에 취해서 단잠을 자고 있던 이들이 동시에 기상했다.

비록 아카데미에서 얼빠진 학생처럼 생활하고는 있었지만 그들 중 대다수는 어엿한 귀족가의 자제.

권력을 둘러싼 역학구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없었고, 암습에 대비하는 법을 익힌 적 없는 이도 드물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네이라일. 마침 주방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고 있었던 탓에 비명을 직격으로 맞아야만 했다.

단잠에서 강제로 깨어난 탓인지 그녀의 목소리에는 걱정이나 놀람보다는 짜증만이 가득했다.


“지드! 무슨 일이야! 무사해?”


“대표! 죽었어?”


“누구야!”


금세 이어지는 거친 발소리들과 속속 주방에 들어서는 학생들. 그들은 자신들이 이곳에 온 원흉인 지드를 보고 그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을 보고는 하나같이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짓고 말았다.


“으으, 쥐! 쥐야······쥐이!”


지드의 손가락 끝을 따라간 방향에서는 성인 남성의 주먹만한 크기의 검은 쥐 한마리가 동체를 웅크린 채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우와아······”


그 꼴을 보고 있자니 나오는 것은 허탈함과 한심함이 가득 담긴 감탄성뿐 이었다.


“으으으······쥐, 쥐야······싫어어······”


한명만 빼고.

결국 보다 못한 여학생 한명이 마력을 뭉쳐서 쥐를 밖으로 집어 던지고서야 사태가 끝을 맺었다.

숙소의 대부분의 사람들의 잠을 깨우고, 허탈함에 빠지게 하고, 누군가는 정신에 큰 상처를 입은 일련의 과정을 보며 아인즈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하여간에.”


여전히 새하얗게 질린 지드의 모습에 그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지드의 주변에는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마력들이 잔향을 머금고 은은하게 머물러 있었다.

아주 초보의 마법사라도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기초적인 기술. 하지만 그렇다고 쉬운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다들 한심하다는 생각은 했어도 지드에 대한 걱정에 마음을 썼다는 것이 무척이나 흡족하게 느껴져 아인즈는 미소를 그릴 수 밖에 없었다.


“괜찮네······”


졸업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아카데미 안에서만큼은 귀족이건, 평민이건. 그 어떤 파벌을 가리지 않고 그저 학생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사이 좋게 지낼 수 있는 정도의 인성은 되는 것 같아 어느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였다.


“나도 교육자가 다 됐네.”


그런 자신의 심경 변화에 픽, 하고 웃은 아인즈가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작은 기척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음?”


시선을 돌려 보니 예의 그 쥐가 다시 그 자리에 자리잡고 웅크린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흐음······


어떻게 보건 간에 정상적이지 않은 일. 그렇기에 그 원인을 알아야만 했다.

자신 혼자만 있는 것이라면 모르겠거니와 지금은 자신의 딸을 비롯한 가솔과 학생들이 함께 있는 상황.

제아무리 작은 변수라도 미연에 차단하는 것이 여러모로 이로웠다.


“이것 보게?”


가까이 다가갔음에도 전혀 미동도 보이지 않은 채, 여전히 그 자리에 웅크리고 있는 쥐의 모습에 아인즈의 눈썹이 실룩거렸다.

이건 분명히 뭔가가 있었다.

확신을 위해 다시금 쥐를 밖으로 던진 아인즈는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오는 쥐의 모습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누가 수작을 부리는 걸까.”


이미 한차례 확인을 해 보았지만 쥐에게 직접적으로 연결된 마력선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이 쥐가 조종을 받는 패밀리어 따위는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하나. 이미 모종의 명령이 주입되어 있고, 그것이 실행 중에 있다는 것.


“어디보자.”


마력을 이용해 쥐를 들어올린 아인즈가 쥐의 안에 잠재된 모든 기운을 파악해 나가기 시작했다.

쥐의 호흡으로 인한 외기의 흐름, 쥐의 안에서 일어나는 대사, 혈액의 움직임, 생명체라면 반드시 품고 있는 일말의 미약한 마나까지 전부.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목표한 것을 찾아냈다.

자연스럽지 못한 약간의 마력. 애초에 마력 자체가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쥐의 안에서 느껴지는 마력은 분명 사람의 손을 탄 그것이었다.

상당히 은밀하게 숨겨놓은 것 같기는 했지만 아인즈의 앞에서는 그야말로 어린아이의 손장난 수준. 그 안에 담긴 의미와 형식이 하나도 남김 없이 해석되어 아인즈에게 전달되어 온다.


“흐음······시한 술식······목적은 마법진 구성······위치 선점······비공격, 생존······이 정도인가?”


그다지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그것은 마법진이 무엇인가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터였지만 일단 그것은 읽을 수가 없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아인즈는 이내 결정을 내리고 나직하게 이름을 불렀다. 이런 일에는 그가 제격이었다.


“루이드.”


스르륵.

언제나와 같이 그림자에서 스며 나오듯 모습을 드러낸 루이드가 예를 갖추자 아인즈의 입에서 명령이 하달되었다.


“이 쥐와 같은 종류의 마력 패턴을 가진 것들을 모조리 찾아내서 그 안에 담긴 마력 구성과 위치를 전부 조사해오거라.”


“예.”


나타날 때와 같이 소리소문 없어지는 루이드의 기척을 느끼며 아인즈의 손가락이 작게 테이블을 두드렸다.


“제발 조용히 지나갔으면······”


부질없는 소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말의 기대를 안고 그렇게 중얼거려본다.


* * *


25:30


“흐음······”


대기를 타고 미약한 마력이 흘러 들어왔다. 그조차도 느끼기 힘든 수준의 극미량의 마력. 하지만 그것을 감지해낸 남자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벌써 들킨 건가······”


마법의 여섯 별씩이나 되는 이들이 모여 있어도 크게 경계할 필요는 없을 거라 느꼈지만 아무래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확실히 영 멍청이들은 아닌가 보군.”


현대의 마법은 그 수준이 너무나 퇴보해 오히려 놀랄 정도였다. 비록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이곳의 마법 수준을 알고서 황당해 했던 그 기분이 정확하다면 그것은 분명했다.

그 스스로의 수준으로 마법의 여섯 별이라 칭해지는 이들에게 별다른 경계가 느껴지지 않는 것 역시 그에 기반함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방금, 어떤 마력의 자극에 의해 자신이 배치해 놓은 마력이 튕겨 나왔다.

누군가가 눈치를 챘다는 것. 그것은 적어도 지금 준비하고 있는 일을 방해할 정도의 재주는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둘 수는 없겠지.”


눈을 감은 그가 대기중으로 자신의 마력을 흘려 보내기 시작했다. 천천히, 조금씩. 하지만 빈틈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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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116화-부녀(父女)(1) 16.11.01 416 11 12쪽
116 115화-우왕(愚王) 선혈의 군주 +3 16.10.31 484 9 11쪽
115 114화-암류(暗流)(5) +1 16.10.28 538 11 14쪽
114 113화-암류(暗流)(4) 16.10.27 533 10 12쪽
113 112화-암류(暗流)(3) 16.10.26 443 11 12쪽
112 111화-암류(暗流)(2) +1 16.10.25 584 10 12쪽
» 110화-암류(暗流)(1) 16.10.24 455 9 12쪽
110 109화-마법의 여섯 별(4) +1 16.10.21 615 9 14쪽
109 108화-마법의 여섯 별(3) +2 16.10.20 624 11 12쪽
108 107화-마법의 여섯 별(2) +3 16.10.19 529 10 13쪽
107 106화-마법의 여섯 별(1) +2 16.10.18 698 10 12쪽
106 105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5) +1 16.10.17 644 9 14쪽
105 104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4) 16.10.14 661 8 12쪽
104 103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3) +1 16.10.13 588 10 12쪽
103 102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2) +1 16.10.12 716 10 12쪽
102 101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1) 16.10.11 626 9 12쪽
101 100화-유렐 아이스(Julell Ice)(2) +1 16.10.10 715 9 12쪽
100 99화-유렐 아이스(Julell Ice)(1) +3 16.09.25 756 10 14쪽
99 98화-마법사의 의무(2) +2 16.09.24 751 10 12쪽
98 97화-마법사의 의무(1) 16.09.23 666 9 11쪽
97 96화-토리스(Torris)(3) 16.09.18 672 10 12쪽
96 95화-토리스(Torris)(2) 16.09.17 638 8 13쪽
95 94화-토리스(Torris)(1) +1 16.09.16 752 6 12쪽
94 93화-초청장(2) +2 16.09.11 685 9 12쪽
93 92화-초청장(1) 16.09.10 655 6 13쪽
92 91화-일상(4) +2 16.09.09 757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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