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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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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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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53화-땀과 눈물의 휴가

DUMMY


47. 땀과 눈물의 휴가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을 안긴 학원제가 끝나고, 마법학부 3학년들은 그토록 바라마지 않았던 제인-테리오드에서 방학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안색은 전혀 좋지 못했다.


‘가면 매일 하나씩, 과제를 내 드릴 겁니다. 그걸 해결한다면 다음날 쓸 돈을 얻을 수 있고, 아니면 못 얻는 거죠. 참고로 총 액수는 100만골드. 더 늘지도 줄지도 않은 딱 그만큼 입니다.’


제인-테리오드로 떠나며 아인즈가 했던 그 말에 학생들의 안색이 시커멓게 죽어갔다.

과제라니, 과제라니!

아인즈가 내 주는 과제의 평균적인 성향으로 봐 절대 일반적이지 못한 과제들이 나올 터였고, 그렇게 되면 여가를 내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

그 말은 결국, 제인-테리오드의 아름다운 휴양 생활을 기대했던 모든 것이 부서져 내린다는 말. 모두의 시선이 작금의 사태를 일으킨 원흉을 향했다.


‘왜, 또.’


사실, 지드는 무척이나 억울했다.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다들 자기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건지.

팩, 소리가 날 정도로 고개를 뒤로 돌려 노려봐도 빌어먹을 알렉 녀석은 빙글빙글 웃으며 자신에게 손을 흔들어 줄 뿐이었다.


‘주도는 다 저 녀석이 한 거잖아······!’


그런데 모든 책임이 죄 자신에게 몰려 들었다. 주모자는 그저 웃고, 마음 편히 놀고 있는데 자신은 과대표라는 이유로 모든 잘못을 뒤집어 쓰고 이렇게 저, 원한에 찬 시선들을 감당해야만 했다.


‘첫날 배가 아팠던 게 이렇게 큰 잘못이야?’


정말, 눈앞에 신이 있다면 그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고만 싶었다.

왜 그날 배가 아팠던 거냐고.

왜 마법학부 3년차에는 나서기 좋아하는 녀석이 아무도 없냐고.

왜 다들 자기만 내세우는 거냐고.


‘애초에 내가 그걸 반대했는데도 지들이 다 진행해 놓고서는!’


아인즈와 자주 마주해야 했던 탓일까, 지드는 아인즈를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 알렉이 그 영상을 넣자고 말했을 때에도 적극적으로 반대를 했었다.

하지만 저 우매한 것들은 그런 자신의 혜안에도 불구하고 바득바득 우겨서 영상을 집어 넣더니 기어이 과제의 지옥으로 자신마저 잡아 끌고 말았다.


‘정말······다 때려 치우고 싶다.’


마음같아서는 다 때려치우고 그냥 아버지 옆에서 사소한 행정일이나 배우고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어떻게 된 게, 대륙 3대 아카데미의 한 곳인 아드리아 아카데미에 들어갔는데도 마음이 편하기는커녕 숫제 지옥이었다.

위에서는 천재 괴물딱지 교수님이 무지막지한 과제를 내 줘, 아래에서는 자기네들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 징징대는 동급생들의 투정을 감당해야 해, 그런데 또 실력이 안 느는 것도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실력이 늘고 있었다. 그래서 함부로 때려치우지도 못할 판이다.


‘대체 어쩌자고 저런 괴물이 태어난 거야아-!’


정말, 진심으로 신과 멱살잡이라도 할 수 있었다. 언제고 느끼는 사실이지만 아인즈의 완급조절은 완벽해서 어떻게 관두려는 쪽과 늘어나는 실력이 아쉬운 딱 그 경계에서 방황하게 만들었다.


‘그래, 조금만, 조금만 더 참자. 언젠가는 벽을 만날 거고, 그러면 내게 한계가 왔다는 거겠지. 안 그래? 그래, 조금만 더 참는 거야. 일반 행정가 보다는 마법사 행정가가 페이가 더 좋을 테니까. 그때까지만······’


그러면서도 지드의 안색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전혀 현실성 없는 말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 * *


타닥, 타다닥.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에 스피카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대체 언제부터 저러고 있는 것인지 그녀의 앞에서 아인즈가 다리를 꼰 채 오른 손으로 턱을 괴고 손가락을 들었다 놓는 행동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결국 미묘한 압박감을 견디다 못한 스피카가 입을 열었다.


“음, 아인즈? 혹시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라도 있어요?”


“······”


“아인즈?”


다시 불렀음에도 아무런 반응도 없는 그의 모습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던 그때 아인즈가 입을 열었다.


“스피카.”


“네?”


“어떻게 해야 할까.”


“뭐를요?”


뜬금 없는 질문에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자 아인즈가 턱을 괴고 있던 손을 풀고 깍지를 껴 무릎 위에 놓았다.


“그 녀석들. 역시 내가 조금 강하게 나가는 편이 좋을까? 아무래도 내가 편해진 모양인데······역시, 폭력이 개입해야 질서가 정립이 되는 걸까?”


그 말에서야 스피카는 겨우 이해할 수 있었다.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학생들을 어떻게 할까, 그것을 아인즈는 고민하고 있었다.


“글쎄요······제법 괘씸한 짓을 하려고는 했지만 그걸 가지고 그렇게 하는 건 조금, 그렇지 않을까요?”


물론, 그녀도 영상을 몰래 넣어 팔려고 했던 행동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거기에는 분명 노출이 거의 없다고는 해도 솔리투도와 에아의 탈의 장면이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아인즈가 먼저 손을 쓰지 않았더라면 자신이라도 손을 썼을 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에 대한 강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또 아니었다.


“아무래도 아직 애들이기도 하고······무엇보다 한번 주의를 주면 다시 하려는 아이들은 없지 않겠어요? 다들 똑똑하니까요.”


“그게 문제야.”


“에?”


“다들 똑똑해서 어지간하면 내가 손을 쓰지 않는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 그래서 그렇게 대담한 짓을 벌이는 거겠지. 음, 생각해 봐야 할 문제야.”


그 말에 스피카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정말이지, 딸만 관계되면 어쩜 이렇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지. 평소의 완벽한 모습에 비할 때면 때때로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반응과는 관계 없이 아인즈는 조금씩 틀을 잡아 나가고 있었다. 체벌과 실력 향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방법.


‘아, 그래.’


무언가 떠오른 듯 아인즈가 살짝 입을 벌렸다. 그리고 이내 미소를 그렸다.


“좋아.”


“뭐가요?”


그녀의 물음에 아인즈가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비.밀.”


그 말에 스피카가 살풋, 웃음을 터뜨렸다.


“뭐에요. 그게. 뭐, 그래도 내가 걱정할 일은 없죠? 여러가지 의미로.”


“음, 그래. 여러가지 의미로.”


피식 웃은 아인즈의 웃음이 어딘지 즐거워 보였다.


* * *


제인-테리오드에 도착하고 보름 황금 같은 방학의 사분지 일을 날려 먹은 학생들은 오늘도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었다.


“고통······스럽다······!”


“다······악, 쳐!”


“으으으······!”


이런 저런 신음이 터져 나오는 제법 큰 저택의 정원에는 공중에 가득한 물방울과 그 사이에서 비라도 내리는 것처럼 온몸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학생들이 있었다.


“야! 정신 차려!”


퍽!


“윽, 으윽!”


가물가물해져 가는 정신에 물방울이 흔들리자 곧장 옆에 있던 이가 다리를 쳐 정신을 일깨웠다. 그리고선 흔들리는 물방울들을 부여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고마움을 표했다.


“고, 마······압다······”


하나의 물방울이라도 놓치지 못하는 그 처절한 모습에 어지간한 꼴을 보아 왔던 유열조차 혀를 내둘렀다.


“와아, 저거, 신종 고문인가?”


이미 보름이나 본 탓에 익숙해질 법도 하련만. 매일같이 그 숫자가 증가하는 물방울들에 질릴 틈이 없었다.

자그마치 50명. 단순히 두세명만 있어도 손발을 완벽하게 맞추려면 지난한 일인데 50명의 마력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모습은 경이 그 자체였다.


“진짜 닥치면 뭐든 하게 되는 구나······”


마족의 능력은 대부분 태생적인 요소에 한정되어 있고, 그 탓에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에는 섣불리 포기하는 경향이 다분했다.

거기에는 물론 강자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이 중요하게 작용하겠지만 그런 면에서 이번에 보고 있는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 깊은 경험이었다.

뭐랄까, 인간의 끝없는 잠재 능력의 이면을 본 것 같은 느낌이랄까?

어째서 하고 많은 마왕과 마족들이 중간계 진출을 시도하고도 매번 인간에게 막혀 실패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정말 대단하다······”


지금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단순한 집단의 일원화가 아닌, 끊임없이 재능 한계점을 돌파하고, 갱신하는 그야말로 무한한 발전의 모습.

잠재능력과 한계 가능성을 무시하고 그저 위로 올라가기만 하는 말도 되지 않는 그런 모습이 지금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중간계, 마계, 천계, 환계, 요계, 명계. 모든 차원에 존재하는 모든 종족을 따져 인간만큼 무력한 지성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한낮 햇빛에도 상처를 입는 연약한 피부와 어떻게 되어도 쉬이 부러지고야 마는 약하디 약한 뼈.

드워프의 손재주도 없고, 엘프의 친화력도 없고, 드래곤의 마력도 없으며, 몬스터의 강건함도 없고, 마족의 마기와 천족의 신성력 또한 없다. 하물며 그 수명 또한 짧기가 그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전 차원, 전 우주를 통틀어 가장 강성하고, 넓은 세력을 가지고 있다.

수 없이 많은 초월자들이 그들 중에서 나고, 자라고, 완성되어 신이 되고, 세계가 되고, 더 높은 곳으로 떠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들은 쇠하지 않으며 오히려 더 많은 강자를 배출하려 한다.


‘대체, 어째서?’


그런 의문이 들 때쯤 뒤편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게, 인간이니까요.”


“음?”


뒤를 돌아보자 얼마 전에 안면을 튼 인간이 와 있었다. 분명 자신의 영역 안에 발을 들였음에도 아무런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이 섬뜩했다.


‘그래, 이런 녀석들이 무수히 많이 탄생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종족이지.’


아인즈가 옆으로 다가와 학생들을 내려다 보자 유열이 입을 열었다.


“대체, 어떻게 알았지? 생각을 읽는 종류의 권능이라도 있나?”


그 말에 아인즈가 아무렇지도 않게 답했다.


“간단한 재주입니다. 흔히들 콜드리딩이라고 부르는 거죠.”


그 말에 기기스탄이 손뼉을 쳤다.


“아! 그거, 들어 봤어. 나도 어떻게 하는지는 알고는 있는데······잘 안되던데?”


“그야, 먼저 상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한 후에야 사용이 가능한 종류인데 당신의 성향으로 보아 선행과정이 진행되었을 것 같지는 않군요.”


그 말에 기기스탄이 이마를 쳤다.


“뭐, 그거야 그렇지. 그 선행과정이라는 거. 재미 없잖아? 내가 이래 뵈도 유열인데 말이야. 그건 그렇고.”


은근한 목소리가 아인즈에게 다가왔다.


“무슨 뜻이야? 그게 인가 이라는 거.”


“말 그대로 입니다.”


언제 나타난 것인지 손에 들린 찻잔을 기울이며 아인즈가 입을 열었다.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마왕을 무찌를 수도, 기적을 만들 수도, 용을 이길 수도 없다.

처절하게 약하고, 철저하게 이기적이지.

하지만 그렇기에 그들은 생각한다.

마왕을 이기기 위해 연구한다.

기적을 만들기 위해 발버둥친다.

용을 이기기 위해 궁리한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다.

그리고 그것을 유산으로서 후대에 전한다.

스스로 이루지 못한 것을 흔적으로서, 기록으로 남긴다.

그것은 마치 모래와 같아서 대부분은 그저 발에 밟히는 쓰레기와 다름 없다.

허나 그것은 마치 모래와 같아서 개중 일부에는 놀랄 만큼 반짝이는 사금과 같은 지혜가 존재한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약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그것이 모이고 쌓여 해변의 모래와 같이 많아지면 마침내 누군가가 사금을 모아 세상과도 바꿀 만큼 가치있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

우리는 그런 이들을 천재라 칭하거나, 혹은 악마라 부른다.

그들은 선대로부터 내려온 빛나는 지혜를 일신에 모두 모아 그 정화로서 빚어내고, 마침내 규격 외의, 초월적인 존재가 된다.

때로는 마왕을 무찌를 용사로서, 때로는 세상을 도탄에 빠뜨린 악마로서.

수없이 많은 모래 틈에서 타고난 재능과, 재능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정도의 노력이 사금을 모아 금을 만들고, 불순물을 정제해 마침내 조형을 이룬다.

기억해라.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허나 인간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 지닌 유일한 것. 지혜다.


-디펠란트 힐리제오느 뉴펜 (지혜의 서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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