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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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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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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7.02.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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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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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171화-기다리는 이들의 마을(2)

DUMMY


에아가 신나라하며 뛰어 나가고 조금 시간이 흘렀을 즈음, 티타임을 가지고 있던 아인즈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불편하신 것은 없으신가요?”


“아, 엘라양.”


지금 마을에 머물고 있는 유일한 성인인 엘라가 들어서며 한 물음에 루그란이 얼굴 가득 미소를 담고 그녀를 맞이했다.

이 마을을 두르고 있는 전혀 새로운 결계를 구성한 마법사의 제자라 생각해서일까, 아니면 그녀의 매력 탓일까?

어쩐지 묘하게 화색을 띄고 있는 그가 밝게 엘라에게 감사의 말을 건넸다.


“전혀 불편한 것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숙소를 내어주신 것에 감사를 표해야 할 지경입니다.”


“그런가요?”


작게 웃은 그녀가 안도가 담긴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몸짓을 해 보였다.


“다행이네요. 아무래도 쥬드 아저씨가 계시지 않아서 어쩔까 했는데. 아이가 차릴 수 있는 것도 기껏해야 창고에 있는 것들을 내오는 것 정도라서요.”


역시 제가 왔어야 했는데, 하며 미안한 기색을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루그란이 밝은 미소로 고개를 내저었다.


“아닙니다. 지금 마을에 아이들이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라고는 엘라양 밖에 없는데 굳이 그렇게 마음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보다......”


말끝을 흐리던 루그란이 긴장하고 있었던 듯 입술을 핥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떼었다.


“촌장님께서는 언제쯤 오시려는지......”


그 조심스러운 모습에 엘라가 자연스럽게 손을 올려 입을 가리고는 살풋 웃었다. 자신보다 두배는 더 오래 산 이가 저렇게 긴장하고 있는 모습은 어쩐지 조금 우스웠으니까.

게다가 그의 두 눈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 아닐 터였다. 영특한 머리로 그것을 파악한 그녀가 정확하게 루그란의 불안을 해소해 주었다.


“촌장님께서 지식을 나누는 것을 아까워 하시는 분은 아니시니 아마도 루그란님을 만나시면 무척 기뻐하실 거에요. 아니더라도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 답에 루그란이 지금껏 보아온 가장 밝은 웃음을 그려 보였다. 그 지나치리만큼 순수한 모습에 아인즈 역시 웃음을 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그 결계를 설치한 것이 촌장이라는 이가 아니라 지금은 잊혀진 어떤 신이라고, 그리 말하려는 것을 간신히 삼키고는 가만히 엘라를 바라보았다.

기뻐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생기발랄한, 하지만 그러면서도 예의를 잃지 않는 모습에서는 그 나이에서는 느끼기 힘든 현숙함을 느끼게 했다.

한눈에도 마법사로서 대성하기에 훌륭한 자질. 거기에 지금 이룩하고 있는 격 역시 무척이나 뛰어난 상태였으니 미래가 기대되는 아가씨였다.

훌륭한 인재를 보았다는 기분 좋은 감상에 고개를 끄덕이며 찻잔을 들어올리던 아인즈가 문득, 멈칫하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스피카?”


그의 바로 앞에 앉아있던 스피카가 무척이나 언짢은 기색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라고 말하기라도 하려는 듯 그의 부름에 스피카는 이내 맑게 웃으며 답했다.


“네? 왜요?”


“어......”


‘눈이 하나도 웃지 않고 있는데......’


자신이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하고 고민하던 아인즈는 이내 그것이 아무런 의미도 없음을 느꼈다.

누누이 경험한 문제지만, 남자와 여자의 감상은 전혀 다른 종류였으니까. 결국 당사자에게 물어보는 것 외에는 마땅한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물어봐도......되겠지’


지뢰를 밟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렇다고 지금 풀어놓지 않으면 한동안은 계속 삐져있을 것이 뻔해 주저하면서도 아인즈의 입술이 힘겹게 떨어졌다.


“어......음, 스피카?”


“네? 왜요?”


미묘하게 끝이 올라간 것 같은 그 목소리에 식은땀이 흘러내릴 것 같았지만 이미 내친 걸음. 멈출 방법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내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어?”


“네에?”


“아니......기분이 안 좋아 보이길래......”


뚜렷하게 표가 날만큼 끝이 올라가는 그녀의 목소리에 아인즈 역시 급격하게 자신감을 잃고, 말끝이 흐려졌다.

그리고 아인즈가 그녀의 눈치를 볼 때쯤 찻잔을 들었다 내려놓으며 아인즈의 이름을 불렀다.


“아인즈.”


“어, 어?”


찻잔을 드는 그녀의 모습에 자신 역시 차로 목을 축이려던 시점인지라 묘하게 타이밍을 끊고 들어오는 그녀의 말에 아인즈는 답지 않게 당황하고 말았다.

그것으로 이미 기세에서 완전히 지고 들어간 아인즈는 그저 처결을 앞둔 죄인일 뿐이었다.


“아인즈.”


“어?”


“아인즈.”


“......어?”


“아인즈.”


“......”


계속해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에 결국 입을 다물고 만 그를 스피카가 아인즈를 가만히 직시했다.

어쩐지 가슴을 후벼 파내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 마른침을 삼키는 모습에 스피카가 이번에도 눈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것이 웃었다.


“아인즈. 왜 갑자기 말을 안 해요? 저는 이제 무시해도 좋은 하찮은 존재가 된 걸까요?”


“......어?”


갑작스러운 타이밍에 갑작스럽게 엄청난 이야기라 아인즈가 잠시 멍해있자 연속해서 스피카의 말이 날아들었다.


“역시 그렇군요. 남자들은 잡은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다더니 역시 그랬어요. 아인즈도 다를 것 없네요. 그래요. 저는 아인즈에게 겨우 그정도의 의미라는 말이겠죠.”


“......어?”


엄청난 이야기를 울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싱글거리면서, 그것도 눈은 무시무시한 기운을 풍기면서 하고 있는 모습에 어떻게든 수습을 해야 한다는 경고가 뇌리를 울렸지만 그건 아인즈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였다.

현휘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아인즈까지. 대인관계는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았고, 제법 준수한 외모였지만 그나마 스스로 두르고 있던 벽 덕분에, 그리고 신정현이라는 미모의 소꿉친구와 연영이라는 출중한 외모의 여동생이라는 장애물에 막혀 태어나 지금껏 연애 경험이라고는 단 한번도 없었다.

물론 지금껏 단 한번도 연애 경험이 없는 것은 스피카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둘은 쌓아온 세월이라는 경험치 자체가 차원이 다르다.

수천년의 시간을 말을 할 상대라고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공상과 독서가 전부.

단 한번의 직접 경험이 없어도 대마도사의 사고력과 수천년간 쌓아올린 무시무시한 수준의 간접경험이 합쳐지면 그것은 베테랑의 그것과도 크게 다를 것이 없어지게 된다.

하물며 불행인지 다행인지 탑의 서고에는 연애서적과 로맨스가 즐비했던 상황. 그런 상황에서 연애와 관련된 지식이라고는 몇 번 연영이 보는 것을 스쳐지나가며 보았던 드라마가 전부인 아인즈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그저 조용히 입을 다물고 다음 말을 어떻게 꺼낼까 계산하고 있는 스피카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수밖에.

한편 최선을 다해 표정관리를 하고, 다음 말을 계산하던 스피카는 전혀 의외의, 처음 보는 그의 모습에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뭐야, 이게. 너무 귀엽잖아아!’


지금껏 그녀가 그게에서 보아왔던 모습은 언제나 당당하고, 듬직한, 손위 사람의 그것과 완전히 같은 그런 것들이었다.

하지만 전혀 의외의 시점에 지금껏 보지도 못했고, 보리라 기대하지도 않았던 모습을 보게되자 그녀의 가슴이 격하게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안돼! 참아. 참아야 해! 지금 이렇게 넋 놓고 있으면 안돼! 지금같은 기회가 흔히 오는 기회가 아니야!’


남자에게는 언제고 반드시 권태기가 찾아온다고 했다. 익숙한 것을 지루하게 생각하고야 마는 그 특성 상 언제고 반드시 외부로 고개를 돌리기에 반드시 주도권을 어느정도 가지고 있어야 된다고 그녀는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가족을 끔찍하게 아끼고, 가족에게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그의 특성상 그럴 일은 없겠지만 적어도 이런 일을 통해 조금이라도 주도권을 가져와 나쁠 것은 없다.

라고 그녀는 판단했다. 그리고 그 판단을 따라 그녀는 충실하게 행동했다.


“조금 전부터 저기 엘라 양에게서 시선을 떼지를 못하고 있던데, 그렇게 저 아가씨가 마음에 들었어요?”


그 말에 아인즈는 속으로 아뿔싸, 하며 비명을 질렀다. 왜 몰랐을까. 그 간단한 것을. 버젓이 연인이 곁에 있는데 다른 여성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한 귀책사유였다.

물론, 그로서는 어디까지나 미래가 기대되는 훌륭한 인재를 보게 된 것이 기꺼워 그런 것이었지만 분명 자신의 행동에는 잘못한 점이 분명했다.


“있잖아, 스피카. 그건 말이야.......”


“아인즈, 제 말 아직 덜 끝났어요.”


“어, 어. 응......”


그것을 깨닫는 곧장 수습하려 팔까지 휘저어가며 아인즈가 입을 열엇지만 웃으며 말하는 스피카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떨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진 것은 어떤 의미로는 닳고 닳은, 연애의 고수가 연애라고는 자신과 하기 시작한 것이 전부인 이를 상대로 하는 일방적인 정신 폭행이었다.

분명 아무런 감흥도 들지 않았던, 그의 사소한 실수를 기어이 기억에서 되살려 서운했다 말하고, 자신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한, 평범한 이들이라면 당연히 서운했다 말했을 것을 다시 되살려 그를 몰아세웠다.

거기에 가장 분명한 실수인 방금 전의 일을 적극 활용해 아인즈가 쉬이 발을 빼지 못하도록 묶으며 효율적으로 아인즈를 추궁했다.


“어, 어. 응......내가 잘못했어......”


“흐음......좋아요. 그런 그건 넘어가고, 그 다음에도......”


그러면서도 적절하게 섞이는 완급조절로 아인즈가 자폭하는 것을 막으며 계속해서 추궁을 이어 나갔다.

그 와중에도 아인즈의 표정을 잘 살피며 그가 정한 선을 넘지 않도록 주의하며 그 근처를 아슬아슬하게 맴도는 그녀는 정말이지 철저할 정도로 계산적인 언행을 이어나갔다.

한시간, 두시간, 세시간. 그리고 어느새 해가 저물어 갈 때 즈음 에아가 돌아오고서야 겨우 끝난 그 길고 긴 정신 고문에 에아는 자신이 숙소를 나설 때와는 전혀 다른, 퀭한 얼굴의 아인즈를 만날 수 있었다.


“아빠? 왜 이렇게 됐어? 어디 아파?”


진심으로 걱정하는 기색이 가득한 딸아이의 너머로 여전히 미소를 그리고 있는 스피카의 안색을 슬쩍 살피자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화들짝 놀라며 시선을 피하려 할 때 즈음 그녀의 눈이 웃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 살았다.’


마침내 그 지옥같았던 경험이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깨달은 아인즈가 터져 나오는 탄식같은 한숨을 내쉬며 에아를 품속 깊이, 꼭 끌어 안았다.


“아빠?”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에아가 놀란 듯이 물었지만 아인즈는 지금 그저 적절한 시기에 들어와준 에아에 대한 고마움과 앞으로는 스피카에게 조금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에아.”


“응?”


“아빠가 앞으로는 훨씬 더 잘할게.”


“응?”


“정말, 정말로. 아빠가 앞으로 더 잘해 줄게.”


워낙 갑작스러운 말이었던지라 에아는 잠시 어리둥절했었지만 이내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가 더 잘하겠다는 말에 좋아하지 않을 자식은 세상에 없다.


“응!”


* * *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루그란이 앞에 앉은 엘라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엘라양?”


“글쎄요......”


그 물음에 중간에 아이들을 돌보고, 숙소로 돌아오는 에아를 따라 들어온 그녀가 가만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적어도 그녀가 보기에 아인즈와 스피카의 사이가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스피카가 아인즈를 몰아세울 때에도 진심으로 몰아세우기보다는 뭐랄까......조금, 장난을 치고 있다는 느낌이 선명했으니까.

아마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느끼기 어려웠을 테지만 적어도 그녀가 보기에는 그랬다.


“적어도 저 두분이 진심으로 싸우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계가 크게 흔들릴 정도의 일이 필요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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