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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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부부
작품등록일 :
2016.03.29 15:02
최근연재일 :
2016.04.25 20:53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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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51
글자수 :
77,871

작성
16.04.1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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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블라썸 #16 다시 한번, 쓸데없는 용기

DUMMY

나를 보고 웃는 민지를 나는 다시 한번 의심했다.

정말 나를 보고 웃는 게 맞는 걸까?

그렇다면 내가 몰래 보고 있었다는 것도

처음부터 알고 있던 걸까?


창피한 것보다 민지에 대한 당황스러움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더이상 그 둘의 대화를 듣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뒤돌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민지에 상황이 딱 한건 나도 잘 알겠지만,

오늘 민지에 행동은 이해하고 싶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 한빛아 아빠가 닭발 사 왔어 나와서 같이 먹자 "


" 아니야, 난 그냥 쉴래 "


" 우리 딸내미가 웬일이래? "


" 여보 그냥 우리끼리 먹어요, 안 먹는다는 애를 뭐 하러 "


역시나 그냥 지나치지 않는 우리 아빠

결국 내방 문을 열어서 내 상태를 확인한다.


" 내 사랑 한빛, 기분 안 좋은 일 있나? 닭발을 다 거부하시고, "


" 배도 부르고, 기분도 별로야! 문 닫고 나가 "


" 아이고 무서워라, 알겠다 ~! 엄마랑 둘이 먹어야겠다 "


아빠가 나갔다.

우리 아빠는 나를 부담스럽게 좋아한다.

매일 나보고 시집은 40살이 넘어서 가라고 하는...

내가 지금 현우 오빠를 이렇게 좋아하는 거 알면 난리가 날 거다!


그나저나, 오늘 기분 정말 꽝이다.

이럴 땐 매운 걸 먹어야 스트레스가 풀리는데

나가서 아빠가 사온 닭발을 먹고는 싶지만..

분명 그러면 귀찮은 질문들이 쏟아질 거고, 참아야겠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유란이다.


" 여보세요? "


" 나다, "


" 넌 줄 안다. "


" 알면 됐다. "


" ㅋㅋㅋ 왜 "


" 김민지한테 갔다 왔음? "


" 갔다 왔지. "


순간 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 얘기를 유란이한테 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넘어가야 하는 걸까.


내 생각으로 유란이 성격상 이 얘기를 안다면..

아마 내일 커피숍은 난장판이 돼있을 거다

그래. 참자..


일단은 두고 보자.


" 어 갔다 왔는데 나는 못 보고 왔어 "


" 왜? "


" 기분 안 좋겠지.. 누구 만나고 싶겠냐 "


" 그래? 근데 현우 오빠는 만났던데? "


얘가 어떻게 알았지?

일단 모른 척.


" 아 정말? 넌 어떻게 알았어? "


" 김민지 인스타에 올라왔더라고, "


" 아.. 그렇구나 아무튼 난 안 만났어 "


" 야 너 오빠 좋아하면, 제대로 들이대!

김민지가 오빠 엄청 좋아한다잖아, 둘이 사귀면 얼마나 짜증 나!

으, 생각만 해도 난 너무 싫다. "


" 알겠어.. 그게 마음처럼 쉬워야 말이지, 휴 "


" 으유 미친년 알겠어 난 자야겠다 "


" 응! 잘자고 내일 보자, "


" 응 "


통화를 끝내고, 민지 인스타에 들어갔다.

민지가 참 유치하게도 글을 올렸다.

오빠의 뒷모습을 사진에 담아서, ( 따듯한 위로, 따듯한 밤 )

그리고 오빠를 태그 했다. 태그는 일부러 했겠지.

유치하다.. 그리고 오그라든다.


그렇지만 조금 부러웠다.

누가 봐도 사랑하고 있는 연인 사이 느낌이다.

하 ..

일단 자야겠다. 안 자고 버티다간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다.


기분이 안 좋은 상태로 잠이 들면, 나는 항상 나쁜 꿈을 꾼다

그렇지만 다행히 오늘은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았다.


오늘은 절대 지각하지 말아야지!

서둘러서 준비해서 조금 더 여유롭게 커피숍으로 출발했다.


와!

매니저 다음으로 내가 제일 먼저 도착이다.


" 오 한빛 일등! "


" 안녕하세요! 제 인생에 지각이란 두 번 다신 없다고

말씀드렸죠? "


" 그래? 지켜보겠어~ "


그리고 한 명 한 명 바쁘게 출근하기 시작했다.

요즘 따라 매니저가 유독 외모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오늘도 청소는 안 하고 거울 앞에서 코 노래를 흥얼거리며

머리를 마지막 만지작 거리고 있다.

꼭 누군가한테 잘 보이고 싶은 사람처럼 ..

그때 유란이가 들어왔다.


" 하이~ "


갑자기 매니저가 청소에 열중한다.

엄청 열심히 했던 사람인 것처럼 머리를 휘날리며

최선을 다해 멋있어 보이려고 하는 것 같다

내 느낌이 맞는 건가?

유란이한테 한번 찔러봐야겠다 하하


뒤따라 오빠가 도착했다.

이상하다 오빠가 나한테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오빠 보는 게

불편하다.


" 안녕 한빛 어제는 잘 들어갔지? "


" 네 "


나도 모르게 시크하게 대답하고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왜 그런 걸까? 아침에 일어나면 조금 감정이 추 스러질 줄 알았는데

하루가 지나니까 더 기분이 안 좋다.


" 민지야~ 왔어? 오늘 안 올 줄 알았는데! "


민지가 온 것 같다.


" 네, 안 오긴 요 당연히 와야죠, 제가 사장도 아닌데 "


" 그래 오늘 쉬엄쉬엄하자, 그리고 계속 그 사람들이

괴롭히면 경찰에 신고한다고 네가 당당하게 얘기해봐, "


" 다들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


다들 민지를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근데 어쩌지? 나는 안쓰럽지가 않다.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온다, 봄비라 그런지 기분이 나쁘지 않다.

비가 오면 손님들이 좀 없으려나...


평소보다는 손님들이 많이 몰리지 않았다.


" 야! 너 오늘 기분이 좀 안 좋은 것 같다? "


유란이가 내 기분을 알아채 버렸다


" 아니야, 무슨 비 오니 간 꿀꿀해서 그래 "


" 아니야, 내가 볼 때 분명 무슨 일이 있어! "


" 무슨 일 없어! "


그때 오빠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쓸데없이 오늘도 잘생기고 난리다.


"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해? "


" 오늘 한빛이가 기분이 좀 안 좋은 것 같아서요 "


" 왜~? 맞아! 한빛이 아침에도 나한테 엄청 시크했어!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주문 들어온 커피만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 야! 오빠가 말 거는데, 이게 아주 버릇이 없어! "


" 아니야, 나 지금 이거 만드느라 바빠서 그래 "


" 오빠가 좀 도와줄까? "


" 아니요, 혼자 해볼게요 "


" 얘 진짜 오늘 이상하네.. "


" 그러게 한빛이 오늘 진짜 이상하다 "


" 주문이요~ "


" 아! 네 주문하시겠어요? "


유란이는 주문을 받으러 가고, 오빠와 나 단둘이 남았다.


" 한빛아 왜 그렇게 기분이 안 좋아? "


" 아니라니까요! "


순간 나도 모르게 오빠한테 정색을 해버렸다.


" ..... "


우리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미안.. 기분 안 좋은데 괜히 내가 계속 말 걸었구나. "


" 죄송해요 "


" 아니야, 내가 눈치가 없었네 "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괜히 오빠한테 화를 내버렸다

이한 빛! 정신 좀 차려, 왜 오빠한테 화내고 난리야?

네가 화낼 사람은 오빠가 아니잖아.


그때 내 눈 에 김민지가 보였다.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일하는 모습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거북한지 모르겠다.


그때 민지랑 눈이 마주쳤다.

나를 보고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때 좁은 공간을 지나가던 유란이가 민지 어깨를

살짝 치고 지나갔다.


그때.


" 아! "


생각보다 민지 목소리가 너무 컸다.


" 어! 미안해! 여기가 너무 좁아서 "


" 유란아, 너 자꾸 왜 그래.. "


민지가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유란이도 알 수 없다 는듯이 민지를 쳐다본다


" 어? 몰? 아니 정말 실수였어. "


그때 민지가 울면서 뛰쳐나갔다..

내가 분명히 봤다, 그냥 좁은 공간을 지나가다가

살짝 어깨가 닿은 정도였다.


저렇게 울면서 무안줄 그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그 순간 나는 오빠를 재빨리 쳐다봤다

오빠가 유란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순간 어제 민지가 했던 말이 스쳐가며 이 상황들이

민지에 말을 떠올린다면, 유란이가 민지를 괴롭히고 있는

그런 상황으로 그려질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 유란아 조심 좀 하지, 쟤 가뜩이나 기분도 안 좋은 앤데. "


" 아니.. 그냥 부딪힌 거예요, 매니저님도 알잖아요

저기 좁은 거! "


" 쟤가 좀 까칠하기도 하고.. 어휴 그래그래 너 잘못도 아니다 "


" 아 진짜 저 미친년, 왜 저래 "


그냥 이렇게는 못 있겠다.

오늘 민지랑 만나서 얘기를 해봐야겠다.


바쁜 시간이고, 괜히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게 싫다.

카톡으로 물어봐야겠다.


" 민지야 "


" 웬 카톡? "


" 오늘 바빠? 나랑 커피 한잔할래? "


" 커피? 커피는 여기서 원 없이 먹는데 무슨 커피? "


" 아니, 얘기 좀 하자고 "


" 얘기? 그래 얘기하지 모. "


거절할 줄 알았는데 민지가 이유도 안 물어보고

승낙을 했다.

오늘 민지를 만나서 얘기를 해봐야겠다.

마감시간이 왔고, 다들 마감 준비를 하고

한 명씩 퇴근하기 시작했다.


민지랑 나랑 나가겠다고 인사했다.


" 민지랑 한빛이랑 둘이 어디 가나 봐? 친해졌나 보다 너네? "


눈치 없는 매니저가 이상한 말을 한다.

유란이가 나를 향해 의문에 눈빛을 보낸다

전화하겠다는 사인을 보내고, 커피숍을 빠져나왔다.


그리 먼 데로 자리를 잡지 않았다.

어딜 가냐는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가까운 곳에 가서 커피 한 잔을 시키고, 민지와 마주 앉았다.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 내가 왜 만나자고 한지 너도 대충은 알지? "


" 아니 모르겠는데? 왜 만나자고 한 거야? "


" 어제, 너 나 봤지? "


" 아~ 어제, 응 봤어, 몰래 숨어있었잖아 너. "


몰래... 참 거슬리는 단어다.


" 그게 왜? "


" 네가 한말 어제 내가 다 들은 것도 알겠네? "


" 아 ~ 그것 때문에 부른 거야? "


" 어. "


" 그럼 내가 먼저 하나 물을게. "


갑자기 민지가 오히려 나한테 질문을 건넸다.


" 모? "


" 너 현우 오빠 좋아하지? "


" .... "


" 왜 말을 안 해? 좋아하지? "


민지에 표정은 꽤나 진지한 표정이었다.

그래 차라리 잘 됐다, 오늘 다 얘기해버려야지


" 어, 좋아해 "


민지가 나를 보더니 헛웃음을 쳤다


" 그럴 줄 알았어, 야.. 이한빛. 너 .. 정 신차려 "


" 모? "


" 현우 오빠랑 나는 네가 감히 침범할 수 있는 그런 사이가 아냐.

네가 모르는 많은 추억들을 공유한 사이야 우리는.

네가 오빠 좋아하는 것 같아서 내가 먼저 선수 좀 쳤어,

왠줄아니? 나중에 상처받을 건 너거든,

너를 위해 내가 거짓말한 거야 "


얘가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나를 위해 거짓말을 한 거라고? 내가 침범할 수 없는 사이라고?

너무 화가 났지만 스스로 나 자신을 차분히 하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 너 오빠랑 사귀는 사이 아니잖아,

침범이라는 단어는 안 어울리지 않니? "


" 야 이한 빛.. 나중에 정말 상처받지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정신 차려 제발. "


" 할 말 없지? 나 먼저 일어날게. "


" ..... "


그리고 김민지는 커피를 들고나가버렸다.

충격이었다.

이 자리는 나를 위해 만든 자리였다.

그렇지만 지금 이 상황을 보면 김민지를 위한 자리가 돼버렸다.

상처받기 전에 나보고 정신 차리란다..


상처? 누구 맘대로 상처야?

아니, 상처 안 받을 거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너무 화가 났지만, 다시 한번 쓸데없는 용기가 나버렸다.


" 여보세요? 오빠? 어디세요? "


"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할 말이 있거든요.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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