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썸 #19 예상하지 못한 일
오디션 시간에는 늦지 않게 도착했다.
생긴지 얼마 안 된 회사여서 그런지 회사 첫인상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연기를 시작한 지 5년이 넘어가 보다 보니 이젠 사기꾼은 한눈에
알아보는 눈을 갖게 되었다.
사기꾼 같으면 바로 나와 버려야지.
" 안녕하세요 "
입구에 애 때 보이는 여자가 앉아 있었다.
" 오디션 보러 오셨어요? "
" 네. "
" 성함요? "
" 이한 빛 이요, "
" 네 저기 앉아 계시면 호명해드릴게요, "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조금 이상했지만, 그래도 믿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 이한 빛 씨 들어오세요 "
" 아! 네! "
오디션 장에 들어가니 카메라 한대에 남자 한 명이 있었다.
준비해 간 연기를 보여주고 자리에 앉아 조금 얘기를 나눴다.
다짜고짜 나에게 이런 질문을 건넸다.
" 한빛이는 얼굴에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있나? "
" 네? "
" 아니, 그냥 편하게 대답하세요
" 아.. 그냥 딱히는.. "
" 내가 볼 때 평범한 학생치고는 예쁜 얼굴인데,
연기하기엔 조금 아쉽네, 연기도 잘 하고 얼굴도 나쁘지 않아서
내가 한번같이 해보고 싶은데, 조금만 손보면 완벽할 것 같은데. "
" 아.. "
" 광대랑 코만 살짝 해보면 어떨까? "
내가 이 일을 시작할 때 항상 염두에두었던 부분이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할 수도 있다.
" 음... 모 꼭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해요, "
" 아 그래요?
" 네 "
내 스스로 나한테 자신이 없지는 않지만,
꿈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난 그럴 마음이 충분히 있었다.
" 그럼 .. 일단 우리 회사 연결되어 있는 병원으로 가보죠, "
와, 정말 기획사에서 연결되어 있는 병원이 있나 보다,
" 일단 그럼 한빛시는 성형이 끝나면 완벽하게 계약을
진행하도록 합시다! 괜찮죠? "
" 아.. 네~! "
" 그럼 일단 .. 아마도 제가 반 전문의로 봤을 때..
한빛시는 아마 3000?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언제쯤 ..? "
" 네? "
" 아~ 성형 비용이요, 언제쯤 준비될 수 있을까요? "
이게 모지?
내가 스스로 돈을 준비해야 하는 건가 보다,
아.. 회사에서 해주는 건 줄 알고 한다고 한 거였는데.
" 이거 엄청 싸게 해주는 거예요, 우리 회사 연결되어 있는
병원이어서, 반값 이상으로 해주는 건데, "
" 아.. "
아무래도 사기꾼인 것 같다. 아니 백프로다
빨리 자리를 떠야할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 일주일이면 되려나? 지금 우리 회사에서 들어갈 작품이
많은데, 빨리 자리를 잡아야 출연도 하고 그럴 텐데 "
" 아, 네 제가 그럼 준비되면 연락드릴게요 "
" 그래요 들어가요~ "
문을 닫고 나오자마자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오랜만에 잡힌 오디션이었고, 조금 한 희망을 가지고
이곳에 온 건데, 역시나 사기꾼 이였다니..
나 자신이 참 초라해지는 순간이다.
" 이한빛! "
어디서 많이 들은 목소린데..
내가 잘 못 듣는 건가, 여기서 누가 날 알겠어
" 이한빛! "
응? 잘못 들은 건 아닌 것 같다.
돌아보니 내 눈앞에 김현기가 있었다.
" 뭐야? "
" 너 여기서 뭐해 "
겨우겨우 눈물을 그쳤는데
김현기를 보는데 왜 아기처럼 눈물이 더 터져 나오는지
모르겠다.
" 오빠... "
오랜만에 김현기를 다정하게 불러봤다.
" 괜찮아, 괜찮아, "
" 괜찮아? 내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어? "
" 알아, 그니 간 괜찮아, 울고 싶으면 울어 "
나는 김현기 품에 안겨 한동안 참았던 눈물을 다
쏟아 냈다.
웃긴 얘기지만
안겨봤던 품이어서 그런지 이상하게 안정을 찾았다.
" 근데 오빠 여기 어떻게 알고 온 거야? "
" 유란이한테 들었어, 커피숍 갔는데 너 없어서 물어봤더니, "
" 근데? "
" 내가 여기 알거든, 같이 공연했던 동생도 여기서 사기당해서
돈도 날리고, 피해를 많이 봤어, 귀 얇고 맘 약한 너는 여기서
사기당하기 딱 좋은 인물이거든. "
" .......... "
" 그래서 바로 온 거야, 들어가서 뒤집어엎어버리려고 하다가
너 나오는 거 마주친 거고, "
" 다행이네, 마주쳐서 "
" 어휴, 멍청이야 연기 짬밥이 얼만데, 이런데 끌려다니고 있냐! "
" 알아, 돈 얘기하자마자 사기꾼인 거 알았어, 그래서..
그래서.. 울어버린 거야, 현실이 너무 힘드니까. "
" 알겠어, 다 울었어? "
" 응.. "
" 어휴 아기 같아서 "
" 모!! "
" 다시 커피숍 들어가는 거지? "
" 당연하지, 어쨌든 오늘은 고마워, "
" 고맙기는 하냐??^^ "
" 그럼 당연하지, 나도 고마운 건 아는 사람이야! "
" 그래, 내가 데려다줄게 같이 가자 "
그렇게 같이 커피숍으로 도착했다.
" 지금 내 얼굴 엉망이지? "
" 예뻐, 왜!? 그 자식한테 잘 보여야 하니까? "
" 그런 건 몰라도 돼. "
" 들어가, 어어어 잠깐! "
" 응? "
" 오늘 내가 또 짠하고 나타나서 위로해줬는데
저녁에 밥 한 끼 안 쏠래? "
" 음.... 그래 알겠어, 이따 끝나고 봐 "
" 좋았어! 이따 데리러 올게 "
" 응 안녕! "
" 들어가 ~ "
그래, 오늘 같은 날은 밥 한 끼 사줘도 좋다.
다행히 손님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 어 한빛이 왔다! "
" 안녕하세요 "
" 잘 봤어?? 아까 현기 오빠가 너 어딨냐고 "
" 알아, 만났어~ "
" 아 그래? 오디션은 잘 봤어? "
" 아니.. 그.. 아니다 내가 나중에 얘기 해줄게 "
" 오빠 안녕하세요 "
" 응 한빛이 왔구나 안녕 "
" 네 ^^ "
" 오디션은 잘 봤어~? "
" 아냐, 별로 안 바빴어 "
오빠한테 내 마음을 전한 지도 3일이 지났다
오빠랑 나는 그때 이후로 조금 어색해진 것 같긴 하다.
내가 먼저 더 다가서야 하는 걸까..
" 오빠, 이번 주에 시간 괜찮으실 때 있으세요? "
" 이번주? 음.. 왜? "
" 아.. 그냥요! 저녁같이 먹을까 해서요, "
" 음.. 이번 주는 오늘밖에 시간이 없는데, "
오늘이면, 김현기한테 밥 사주기로 한 날인데..
" 오늘요? 아 전 오늘도 좋아요! 그럼 오늘 일 끝나고
저녁같이 할까요? "
" 그래 그러자 "
미안하지만, 나한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오빠다.
김현기는 이해해줄 거야,
아 일찍 오기 전에 메시지를 먼저 보내야겠다.
" 오빠 미안한데, 나 오늘 급한 일이 생겨서..
오늘 같이 저녁 못하겠다, 내가 이번 주 안으로 꼭 쏠게! "
민지랑 나는 여전히 사이가 좋지 않다.
사람들이 있을 땐 인사라도 하는 척을 하는데
둘이 있을 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먼저 말을 꺼내고 싶지도 않다.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스타일이다.
" 마감 정리하고 퇴근합시다 "
" 네엡 ~ "
" 네~ "
" 야 이한빛 맥주 마시러 가자 "
" 오늘 약속있다~ 미안미안 ㅋㅋ "
옆에서 민지가 우리 대화를 듣고 있는게 느껴졌다.
" 누구랑! 으이씨, 오늘 맥주 먹고 싶었는데 "
" 현우오빠 "
" 현우오빠~? 오~ 야야 그럼 가야지! "
" 응! "
일부러 민지 들으라고 또박또박 얘기해 주었다.
민지랑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돌렸다
" 오빠~ 오늘 한빛이랑 데이트하는 거예요? 오오~ "
" 데이트는 무슨, 그냥 밥 먹는 거야~ "
" 그게 데이트죠, 재밌게 놀다 오세요,
야 이한 빛 이따 전화할게, "
그렇게 다들 헤어지고 오빠랑 같이 걸어 나왔다.
그때 민지가 빠르게 우리 뒤로 걸어 나왔다.
" 오빠. "
" 응? "
" 어디가요? "
" 아, 한빛이랑 저녁 먹기로 해서 "
" 아.. 한빛아!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
" 어? "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 거지?
" 아니.. 오늘 집에 가면 왠지 그 사람들이 기다릴 것
같아서, 좀 무서워서 그래, 어제도 집 앞에 있었거든 "
그게 사실이어도 나는 같이 가기 싫었다.
오빠가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 아.. 그래? 그래 같이 가자 "
" 정말? 고마워! "
그렇게 해서 내 계획하고는 다르게 셋이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가게 됐다..
그때.
또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 이한빛 "
김현기다.
하......
" 나랑 먼저 약속했으면 지켜야지, 이 사람들하고
어디 가냐? 너무 한거 아니냐? "
" 어? 오늘 한빛이 약속 없다 그랬잖아 "
" 네? 아아아 아니요! 아~ 맞다! 그랬지!
제가 요즘 이래요 깜빡했어요 미안해 오빠! "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마 제발.
" 그럼 같이 가 "
" 어?? "
" 저도 같이 가도 괜찮아요? "
그때 민지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 그럼요, 같이 가요 "
" 아니.. 아는 사이도 아니고, 현기 오빠는 그럼 그냥 나랑 "
" 좋아요, 넷이 가죠! "
내 말을 잘라버리고 김현기가 대답했다.
하... 결국 우리는 넷이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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