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 연대기 (윙클리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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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魔井)
작품등록일 :
2016.06.20 01:12
최근연재일 :
2016.12.0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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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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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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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의뢰 4

DUMMY


‘으아아.’


엄청난 접착력 때문에 팔이 아팠다.

부러지지 않기 위해서는 거미의 속력에 맞춰 뛰어야 했다. 팔뿐 아니라 어깨까지 고정되어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거미를 따라 움직이는 게 쉽진 않았다. 거기다 분비물 자체도 약간의 독성이 있는지 피부가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하급이지만 악마답게 놈은 상처가 빨리 아물었다. 아까보다 홀쭉해진 배에서 끈끈이가 새어 나오는 것도 이제 거의 멎은 상태였다.


하지만 꽁무니를 들어 먹이 감을 향해 새로운 실을 뿜으려 할 때는 죽을 맛이었다.

이놈의 거미는 통증이나 이물감도 없나, 아니 뇌자체가 없나?


씰룩거리는 실젖(거미의 몸에서 실이 나오는 위치)의 출구는 위치상으로는 내 얼굴에 직통이었다.


?

갑자기 강한 시선이 느껴졌다.

배고픔과 기쁨, 흥분과 의아함으로 가득한 광기 어린 붉은 눈이 나를 보고 있었다.


망했다. 이놈들은 보기보다 유연하다. 거미는 배를 들어 실을 쏘려다 배에 붙어 있는 나를 본 것이었다.


【 너는··· 간식이냐? 】


야릇한 웃음과 함께 거미는 배를 움직였다. 이놈이 이 근처에만 있는 다면···.


이것은 도박이다.

나는 악몽을 각오하며 반지를 들었다. 결계를 만들고, 보석 알을 단검으로 변화시켜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난 힘을 쥐어짜내 왼손 반지의 보석알을 변화시켰다.


보석 두 알은 작은 못 크기의 칼로 변했다.


퓨슛.

배의 다른 부위를 긁자 하얀 액체가 조금 쏘아져 나오다 중력의 영향으로 밑으로 흘렀다.



“갸그갹갹. 이놈··· 이런다고 내가 너를 못 먹을 것 같으냐?”



배를 흔들어 대며 메르몬이 말했다.

안타깝게도 난 방금 한 행동으로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내 입과 볼에 점액질이 묻었기 때문이었다.


이젠 숨 쉬는 것만 해도 행운일 정도였다. 이미 얼굴 대부분과 몸의 절반가량이 거미에 붙었으니 말이었다.

휭 휘이잉 거리는 불길한 소리가 다가왔다. 끝이 날카로운 거미의 발이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이 놈이, 이 잡것이! 그래, 빨리 뜯어 내거라.’


생각으로는 무슨 말을 못할까. 우주도 창조하고 멸망시키는데.

**. XX. 아는 욕을 모조리 퍼붓는 가운데 거미가 나를 자신의 배에서 분리했다. 그리고 앞다리로 끌어 당겨 입으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내 너를 먹고 몸을 회복하리라.】


‘소화는 불가능할 것 같은데?’


거미배의 반 이상이 쪼그라든 것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이미 굳어버린 원액 위로 새로운 액체들이 조금 꾸물꾸물 흘러내리고 있었다. 물론 배가 아물고 있어 그 양은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어느 새 난 거미 얼굴까지 와 있었다.

불쌍한 보리스는 숨소리만 들리는 곳이 정신이 나간 모양이었다. 내 얼굴 앞에서 메르몬이 냄새 풍기는 입을 열었다.


옆으로 갈라지는 커다란 입에서 어두움이 풍겨 나왔다.

그 냄새는 실패와 절망, 비애, 분노, 낙담, 우울함 등등 생물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어두운 감정을 담고 있었다.


입이 한껏 벌어졌을 때 난 내 힘을 거두었다.

결계들이 소리 없이 무너져 내렸다.


콰아앙. 퍽. 챙강챙강.



“후후. 너와 나는 머리 쓰는 것부터가 틀리지.”



놈은 직통으로 머리를 맞아 비명도 없이 쓰러졌다. 하급 악마는 의외로 몸체가 약하다.

본체가 죽어감에 따라 실이 녹아내려 몸에 자유가 돌아왔다. 사람목숨보다는 깨진 자기가 더 가치 없는 법이었다.


위험했다.

까딱했음 나도 죽을 뻔했으니. 온 몸의 근육이 점점 비명을 질러대는 것을 무시하면서 나는 죽어 가는 악마에게 친절한 설명을 해줬다.


천장에서 떨어져 내린 장식용 큰 도자기에 깔린 거미 악마는 머리와 꽁지 끝 부분에서부터 진한 회색의 연기가 생기더니 몸이 사라졌다.



“흐···어.”



이상한 소리를 내며 보리스가 기절해 버렸다. 그의 머리는 몇 분 만에 하얗게 세어 있었다.


털썩. 달달달.

반대쪽에서도 이상한 소리가 났다. 그 쪽에는 아까의 오줌싸개 아이가 뒤로 넘어져 벌벌거리고 있었다.


이런 기억은 별로 좋은 게 못된다.

나는 휴식이 필요하다 울부짖는 몸의 경고를 무시했다. 그리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가까이 다가가 보석을 빼앗은 뒤 아이의 눈을 들여다봤다.



“얘야. 넌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 맛있는 과자와 케이크를 먹고 집에 돌아간 거야.”



눈동자가 풀린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 걸어 나갔다. 누런 액체의 흔적만 남기고서.


아차!

오줌 싼 흔적에 대해서는 세뇌를 안 시키다니. 뭐, 알아서 혼나겠지.


긴장이 풀리자 몸의 피로도가 한꺼번에 올라왔다. 선 자세 그대로 벽에 기대었다가 앉았다.

내가 헥헥 거리면서 쉬는 동안 거미의 흔적은 모조리 증발했다. 아무런 얼룩이나 냄새, 재 따위도 남기지 않고 말이었다.


깨진 가구만이 남았을 무렵 빗자루를 든 집주인 할머니가 나타났다.



“다 끝났나?”



“···보시는 데로. 어디에 계셨습니까?”



“무서워서 화장실로 갔지. 빗자루는 거기서 찾아낸 거야. 내 아들은 자는가?”



뭐라 답하겠는가. 그냥 웃고 말지. 그 것도 잠시, 할머니는 깨진 도자기를 보자 나에게 기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네의 일은 다 끝나지 않았어. 집 청소 좀 도와주게. 안 그러면 보수는 없을 줄 알아.”



아아, 나이가 들수록 느는 게 있다더니 그 중 하나가 노랭이 짓이었다.



“감사의 표시라 생각하시게. 부담 가질 필요는 없어.”



뜨악한 내 얼굴을 읽었는지 할머니가 말했다.



“부담이라니요. 하하하···.”



부담이라니? 남들은 모르는 내 몸의 부담은 어떻고?

하루 동안 죽은 듯이 널 부러졌다가 집주인 할머니의 등쌀에 일어났다. 그리고 이틀 동안 한 청소로 집은 깨끗해졌다.


먼지 섞인 흙덩이와 깨진 가구부스러기를 모조리 털어 내고 벽과 현관은 다시 칠했다. 삭은 카펫은 갖다 버리고 새로 구입한 카펫을 깔았다.


녹슬거나 튀어나온 못은 제거한 뒤 구멍도 막았다. 새로 구입한 화분과 액자도 할머니의 주문에 따라 적절한 곳에 배치했다.

이 모든 게 고용인들과 함께 내가 한 일이었다.


그러나 내가 순간적으로 이상한 표정을 지었던 것은 처음에는 보수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주먹 크기의 초록 에메랄드를 건네줬다. 약간의 금이 간 듯 무늬에 중앙은 조금 짙은 꽤 상등품이었다.


물론 큰 에메랄드의 가치는 매우 높다.

고가인데다 보석으로서, 도구로서 가치가 크다. 거기다 휴대도 간편해 샤먼들도 선호하는 편이었다.


문제는 내 도구는 사파이어나 루비 같은 커런덤 계열이라는 점이었다.

그런데 에메랄드를 건네받은 순간 나는 에메랄드를 떨어뜨릴 뻔했다.


그 보석에서는 ‘생명’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왜, 부족한가?”



아들부부는 매우 불만스런 표정으로 할머니를 바라봤지만 내가 보리스의 목숨을 구해줬는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오히려 과분하지요. 사건도 마무리되었고 보고서 작성도 마쳤으니 제가 할 일은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 가면 되는군. 가방을 들려는데 며느리가 뾰족한 목소리로 나를 잡았다.



“저기, 그냥 가면 어떻게 해요?”



무슨 말인지? 내가 그런 표정을 지으며 보자 이번엔 보리스가 말했다.



“뭐, 이런 일이 또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는데. 그 뭐냐, 축복이라도 줘야하는 거 아니요?”



할머니와도 짰구나. 집주인 할머니도 당연한 것을 왜 안하냐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어디서 들은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한 번의 표적이 두 번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이 집에 축복을 뿌려주지요.”



축복이라 해봤자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가방에서 언제나 가지고 다니는 성물(聖物)인 작은 술병을 꺼내들었다.

일가족 - 할머니와 순식간에 머리가 세 버린 보리스와 여전히 재수 없는 부인 - 이 호기심과 기대감이 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뿅.

기분 좋은 소리로 열린 병에서는 콩알 크기의 다양한 사파이어 원석들이 손바닥에 굴러 나왔다.


깃털 모양인 그 것들을 십여 알을 소복히 올리고 다시 입구를 막았다. 그 후 팔찌 한 개를 뜯어 같이 두고 잠시 숨을 고른 뒤 원석과 팔찌 알을 동시에 공중으로 던졌다. 그리고 주술이 담긴 말을 읊었다.

행복과 번영과 화목을 기원하는 고대 칸다르니야의 축제 노래도 함께 부르면서.


기원 속에서 보석들은 사람들이 찾지 못하는 구석으로 멀리멀리 흩어져 떨어지며 결계를 이루었다.


주변과 동화되는 결계석.


언령과 상징물은 새로운 ‘힘’을 가져온다. 술자와 대상자의 바램을 담은.

내 언령은 축복, 상징물은 내 도구이자 뮤즈인 ‘커런덤’이었다.



작가의말


 거미 악마가 퇴치됐습니다. 다음엔 어떤 악마가 등장할까요?


작가의 상상력의 한계로.... 아마 모두가 생각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닐런지 생각해 봅니더ㅏ.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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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첫 의뢰3 16.09.07 249 0 9쪽
36 첫 의뢰2 16.09.05 283 0 9쪽
35 첫 의뢰 1 16.09.02 290 0 9쪽
34 또 다른 시작, 제 2의 직업 6 16.08.30 279 0 10쪽
33 또 다른 시작, 제 2의 직업 5 16.08.29 364 0 10쪽
32 또 다른 시작, 제 2의 직업 4 16.08.25 344 0 9쪽
31 또 다른 시작, 제 2의 직업 3 16.08.24 282 0 9쪽
30 또 다른 시작, 제 2의 직업 2 16.08.20 320 0 9쪽
29 또 다른 시작, 제 2의 직업 1 16.08.19 172 0 10쪽
28 새로운 친구 4 16.08.18 19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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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새로운 친구 1 16.08.09 304 1 10쪽
24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지 3 16.08.07 34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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