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 연대기 (윙클리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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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魔井)
작품등록일 :
2016.06.20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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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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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2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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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악마, 그리고 샤먼 3

DUMMY


“한 가지 더 알려줄게.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날 땐 상대방의 ‘눈’을 봐서는 안 돼. 내가 읽히거나 ‘최면’ 비슷한 상태가 돼버려, 강한 자가 의도하는 일을 하게 되거든.

예외의 경우가 하나 있는데 전설로 내려오는 능력이야. 독안(讀眼)이라고 해서 눈을 통해 상대방의 과거나 심리를 읽고 조종도 가능한 눈이 있지. 읽힌 자가 더 강한 경우, 그 사실을 눈치를 채.

미하일 말이 맞는다면, 어쩌면 네 눈이 그럴지도 몰라.”



“···설명은 고마운데 좀 어렵다. 그리고 아까 이상한 일들을 겪었음에도 이해가 안가네.”



난 솔직하게 말했다.



“당연하지. 일반인은 모르는 세계니까. 전에 너를 본 아저씨가 네가 ‘잠재자’라고 했어. 모든 사람은 육감의 능력을 타고나지만 대부분은 평범하게 살다가.

극히 일부의 사람이 능력을 깨우치는데 그중 ‘잠재자’라 함은 능력을 끌어내기 쉬운 사람을 말해. 보통 웬만하면 죽기 전에 샤먼이나 초능력자가 될 가능성이 90%를 넘는 사람이지. 독안은 100% 영능력자야.”



난 케이크의 딸기조각을 입에 문 채 친구를 멀뚱히 쳐다봤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딸기케이크는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갑자기 아침의 일이 떠올랐다.



“혹시··· 그것이었나? 엘자가 내 잠재력이 해방됐다고 했어. 두 번 다시 돌아갈 수도 없다고도 했고. ···운명으로 맺어진 자가 정확히 뭘 뜻하는지 아니?”



난 케이크를 쪼개며 아침의 꿈(?)도 모조리 얘기해줬다. 리큐르드는 입을 벌렸다가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 참, 얘는 어떻게 이렇게 잘 알지? 계산을 위해 일어서며 리큐르드를 쳐다보자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난 꽤 오래전에 영능력에 눈떴어. 실은 얼마 뒤에 입학할 학교도 아렌 성의 샤먼양성학교야.”



네 번째 달 스무닷새는 리큐르드의 출국일이었다. 여러 친구와 센투루 공항까지 가서 환송해주고 헤어질 때 리큐르드는 집에서 읽으라며 나에게 작은 편지를 줬다.



『한동안 못 보겠구나.

하지만 그것보다는 여러 친구 중에서도 나와 같은 길을 걷게 될 네 앞날이 더 걱정스럽다. 제때 교육을 받지 못하면 힘의 폭주로 몸과 정신이 상하게 되거든. 그런 사람 여럿 보았어.


아마도 눈과 귀가 점점 밝아질 거야. 평소와 다른 일이 생기면 내 부모님에게 상담해봐.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실 거야.

참, 미하일에 대해 알아보았어. 그는 샤먼 협회에서 파문당한 샤먼이야. 그것도 삼백 년가량 전이라 지금은 아는 사람도 별로 없대.


기록 자체도 거의 안 남았고, 그나마 남은 기록에 의하면 그자는 금단의 술을 써서 생명과 젊음과 힘을 유지하고 있어. 현재 보석계열의 존재들을 쫓는 중이라고 해. 수단과 방법이 악랄하여 여러 명의 샤먼도 죽여서 협회에선 준 악마로 취급한다는데 사실인 거 같더라.


‘운명으로 맺어진 자’에 관한 정확한 정보는 찾지 못했어.

그러면 잘 지내고 종종 연락하자.


ps‧ 참, 독안 능력자는 한 시대에 한명이야. 결국 능력을 위해 교육이 필요할 테고, 난 네가 우리 모성에서 교육받았으면 좋겠다.』




편지를 읽고 나자 리큐르드의 배려가 고마웠다. 머릿속은 여전히 혼란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해결될 일이었다. 깊이 숨을 들어 마시며 편지를 ‘힘의 조각’이 담긴 병 옆에 내려놓고 창문을 열었다.


오후의 햇살 속에 바람이 불었다. 바람 속에선 깔깔거리며 잠자리를 닮은 작은 소녀들이 지나갔다. 잎이 돋는 나뭇가지에는 손톱만 한 초록 정령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보이지 않던 세상 속에 정령이 실재한다.

전설은 진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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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맹력 324년 칸다르디야력 1899년 여섯 번째 달 열흘



오늘까지 많은 비가 온다던 일기예보와는 달리 아침부터 하늘이 맑았다. 새벽까지 많은 비를 뿌리던 두꺼운 구름은 아침이 되기 전에 흩어졌다. 그리고 꽤 떨어진 지역에 슬금슬금 모여들더니 신나게 비를 뿌리고 있었다.

내가 가려는 지역 역시 맑고 화장했다. 기상캐스터는 갑작스런 구름의 이동을 미스터리라 표현했다. 간밤의 꿈에서 구름과 해가 한 내기에서 해가 이겼기 때문인가 보다. 심판은 나였고 난 속임수를 썼다.


학교가 있는 쥬난에서 북쪽으로 자기부상열차로 5시간이 걸리는 곳.

옛 바이론 왕국의 수도 바니아는 휴양지로 유명한 중소도시로 만년설이 쌓인 챠보 산맥의 분지에 있었다.


조산운동으로 생긴 챠보 산맥은 거대한 습곡과 빙하가 만든 호른이나 피오르드 같은 경치로도 명성이 높았다. 또한 위로 갈수록 추워지는 고산지대의 특성상 다양한 식생과 동물의 분포로 산맥전체가 국립공원이었다.

심지어 몇 개의 온천도 있는 이 멋진 산맥 주변에는 알려진 것만 몇 십 개에 이르는 호수와 그 보다 더 많은 마을이 있었다.


일 년 내내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 동화 같은 생김새의 마을과 전설에 나오는 동물이 사는 곳, 후계자 없이 사라진 왕조의 방계후손이 도시의 유지로 남아 있는 폐쇄적이기도 한 곳.


그러나 나에게는 그 모든 걸 즐길 여유가 없었다. 졸업논문을 위해 바이론 왕국부터 현재까지, 지방인 챠보산맥의 중소도시 연합이 국제 무역에서 성공한 전략을 조사해야하기 때문이었다.


처음 온 도시였음에도 사진이나 영상 자료로 많이 봐서인지 바니아 역의 생김새는 상상한 그대로였다.


아기자기한 외관에 소박한 멋이 있는 역사는 바이론 왕국시절에 만든 건물들을 그대로 쓰고 있었다. 통일 전인 몇 백 년 전부터 바이론은 무역중개업을 하는 나라였고, 바니아는 그 중심도시였다.


건물은 커다란 통나무를 자르고 붙여 만들어 단순하지만 튼튼해 보였다. 얼마 전 덧칠한 강렬한 색의 꽃과 나무, 구름문양의 바이론 풍 채색 역시 눈을 즐겁게 했다. 벽 한 면은 전체가 바니아 관광 안내도였고, 다른 쪽에는 기념품과 전통과자를 파는 상점들이 있었다.


난 가방을 잠시 내려놓은 뒤 같은 팀원인 올랜도와 산드라를 보며 말했다.



“난 여기 처음 왔지만, 여러 번 와 본 것 같아.”



“나도 처음 왔지만, 익숙해. 레드마블게임에도 나오잖아.”



올랜도의 말에 산드라가 안경을 닦은 후 고쳐 쓰며 말했다.



“전략을 잘 짰지. 게임에도 이름을 올리고 매년 발행하는 국제 관광가이드에 끊임없이 실리고. 축제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먹거리 축제랑 바이론 왕조의 전설과 멸망을 주제로 한 오페라 대회까지. 칸다르디야 사람에게 있어 안가보고도 가장 익숙한 도시 1위가 괜히 바니아가 아닐 거야.”



“그럴지도. 하지만 난 뭔가가 먹고 싶어. 바니아하면 역시 초콜릿이지.”



내가 지갑을 확인하면서 말하자 올랜도가 뒤이어 말했다.



“호두 타르트도 유명하다던데? 그런데 간식보다는 그래도 밥부터 먹는 게 낫지 않을까?”



“찬성. 그래도 여기 출신인 카난이 맛있는 식당이나 추천메뉴를 알려 줄 테니 우선 간식이라도 먼저사자. 걘 아직도 줄 서 있네.”



난 친구들을 보면서 지갑을 들고 일어섰다. 올랜도가 따라 일어났고, 산드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우, 난 다이어트 중이라 말했던 것 같은데? 여기서 짐이나 지킬테니 빨리 사와. 아, 아메리카노나 한잔 사다 줘.”



의자에 앉아 우리 짐을 지키는 산드라를 보며 올랜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쟤 쫌 이상하다? 시간 맞아 같이 밥 먹을 땐 맨날 후식으로 케이크나 아이스크림을 달고 살던데. 쿠키랑 머랭도 무지 좋아하고 말이야. 다이어트 따위는 안한다 하더니만, 쟤도 여자였냐?”



“너 몰랐어? 쟤, 카난 좋아하잖아. 걔 앞에서만 먹는 거 절제해. 나랑 있을 때도 엄청 먹던데?”



진짜? 올랜도의 눈이 커졌다. 이런 눈치 없는 친구 같으니. 우리는 원하던 타르트를 사고 커피도 4잔을 샀다. 배가 제법 고파 또 다른 간식인 초콜릿을 입힌 호두를 살 때였다.


당황한 카난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네? 그린그랑으로 가는 노선이 전면 통제됐다구요?”



카난의 고향은 중소도시 연합에 속한 그린그랑이었다. 그래서 여기 지리에 익숙해 미리 예매해 둔 표를 찾으러 간 참이었다. 나와 올랜도는 간식을 흘리지 않게 조심하면서 산드라가 밀고 오는 가방을 받아 우르르 그 쪽으로 몰려갔다.



“전광판의 글자 안 봤어요? 그러니까 말 그대로예요. 그린그랑에서 발생한 원인 불명의 전염병 때문에 근방의 모든 노선이 당분간 폐쇄됐어요. 학생들, 뉴스를 안 들었나 보네. 한 시간 전쯤부터 속보가 떴는데.”



혀를 끌끌차며 나이 지긋한 역무원이 말했다.


그린그랑은 우리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인 중소도시 연합의 첫 번째 도시였다. 즉 다른 도시들이 무사하다고 해도 철도가 그린그랑을 먼저 통과하기 때문에 그 곳이 묶인다면 다른 도시 역시 철도 노선은 폐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작가의말

 새로운 챕터입니다. 교통 수단과 전광판이 나오지만 의복은 19세기말 버슬 스타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스팀펑크와는 다릅니다. 

배경의 차보 산맥은 알프스 산맥이, 바니아는 스위스 연방이 모델입니다. 세계일주가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는데, 요즘 세계 정세를 보면 진짜 꿈으로만 남을까 걱정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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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또 다른 시작, 제 2의 직업 2 16.08.20 31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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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새로운 친구 4 16.08.18 191 0 10쪽
27 새로운 친구 3 16.08.14 34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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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인간과 악마, 그리고 샤먼 2 16.07.26 24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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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경매와 왕녀의 피 2 16.07.20 247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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