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 연대기 (윙클리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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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魔井)
작품등록일 :
2016.06.20 01:12
최근연재일 :
2016.12.0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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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05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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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의뢰2

DUMMY

쿠당.

불편한 자세로 있던 내가 의자에서 굴러 떨어지는 것과 뭔가가 떨어지는 일이 동시에 일어났다.


두 가지의 충격을 한 번에 받은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뛰쳐나갔다. 먼지가 슬슬 날리는 복도를 뛰어 계단을 두 칸씩 건너뛰며 홀까지 오자 하녀가 보였다.



“무슨 일입니까?”



비명을 질렀던 그녀는 떨리는 손을 들어 나를 가르쳤다.



“···저 말입니까?”



하녀가 고개를 심하게 흔들더니 손을 위로 올렸다. 하녀의 손을 따라 시선을 옮기던 나는 천장을 보는 순간 입이 저절로 벌어지는 마술을 경험했다.


홀에 있던 테이블과 쇼파, 장식장들이 모두 천장에 붙어 있었다! 심지어 구멍 난 더러운 양탄자까지 둘둘 말려서!


공중에는 양탄자에서 내려오는 먼지 구름들이 나폴 거리며 회전하고 있었다.


쿠당탕탕탕.

순간 천장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쇼파 한 개가 떨어졌다. 충격으로 폭삭 주저앉은 쇼파 옆에는 아까 떨어진 듯 긴 의자가 한 개 부서져 있었다.



“어떻게 된 거요? 앙?”



어느 새 달려온 보리스가 나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처음 본 나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사실 이제 막 입문한 샤먼이 알고 있는 정보가 얼마나 되겠는가? 기초 과정을 겨우 떼고, 본사의 데이터에 연계한 실전 공부를 이제 막 시작했는데···.



“아-.”



털썩.

또 다른 비명소리와 함께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일찍 일어났는지 옷을 갈아입고 내려온 젊은 부인이 기절하면서 내는 소리였다.


꽤 늦게 시작된 아침식사는 어제 저녁처럼 조용한 분위기였다.

다른 사용인들 역시 충격이 컸던 것 같았다. 매우 짠 스프와 덜 삶겨 노른자가 터지는 달걀, 너무 구워 거뭇한 빵이 올라왔지만 그 것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할머니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있는 듯 없는 듯 앉아 식사 중이었고 보리스는 혼자 씩씩거리며 밥을 먹고 있었다. 기절했던 부인은 깨어나 방에서 아침을 받았다.


우울한 식사 후 집을 돌아본 나는 홀과 복도의 가구들이 모두 천장에 붙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떨어진 두 개의 의자는 노화와 낙하 충격으로 복구불능이었다.


부서진 의자들은 모두 집 앞 정원으로 가지고 나가 살펴봤다.

다리나 받침 부분의 목재에 구멍이 송송 뚫린 게 보였다. 이 구멍은 100% 흰개미의 짓이었다. 자세히 보니 흰개미가 서너 마리 보였다.


어쩐지 가루가 많이 날린다 했었지. 나무부스러기에 찔리지 않도록 살펴보고 한쪽에 놔둘 때였다.


햇살을 받은 의자 조각이 반짝였다.

분명 못이나 금속이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내가 살펴보고 버린 조각은 하녀만큼이나 늙은 정원사가 주워 낙엽과 같이 쌓고 있었다. 난 사용인의 손에서 황급히 나무토막을 뺏어 다시 봤다.


햇빛에 비춰보니 그냥 보기에는 너무 가늘어 안 보이는 실이 몇 가닥 있었다. 그 실은 빛에 반사되는 순간에 잠시만 보였다.


무슨 실이지?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리자 그 것은 끈적거리면서 길게 늘어났다. 천년 섬유라는 합성섬유보다도 더 가늘고 가늘게.


생김새나 느낌이 마치 거미줄 같았다.



“오늘 저녁 손님이 오기로 했는데 어떡하지?”



언제 나왔는지 집주인 할머니가 정원의 흔들의자에 앉아 나에게 물었다.


뿌리가 드러났던 정원수들은 이미 흙이 덮여 있었다. 저만치서 정원사의 조수가 천천히 물을 뿌리고 있었다.



“중요한 약속인가 보죠?”



“암, 동네 노인회야. 얼마나 중요한데.”



홀과 복도의 가구라 봐야 그리 많지 않았다. 이런, 썩은 된장.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난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그럼 제가 가구를 모두 내려드리죠. 두 시간이면 될 겁니다.”



그러자 할머니가 눈을 빛내며 나를 쳐다봤다. 마치 위험한 장남감을 발견한 어린 아이 같은 느낌이었다. 갑작스레 불안감이 등 뒤에서부터 솟아났다.



“아니, 안 돼! 그대로 둬. 얼마나 독특한데. 다른 노인들 집에는 천장에 붙은 가구가 없잖아! 그러니까 떨어지지 않게 해야지, 응?”



이··· 이 철없는 노인네야! 그러다 누가 다치면 어쩌려 구!

한숨을 억지로 참으며 반격할 준비를 하는데, 이미 기분이 좋아진 노파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케이크도 굽고, 쿠키랑 과자도 많이 준비하니까 자네도 맘껏 먹어. 지금 부엌에서 준비중일거야. 참, 어제는 잘 잤나?”



이야기가 바뀌었다.

하, 잠이라.

밤새 쥐와 벌레가 광란의 파티를 벌이는 소리에 귀를 귀 울이다 불편한 자세로 잠들어 버렸었지. 잘 잤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네. 그럭저럭요. 그런데 쥐가 좀 있더군요.”



포치에는 키 작은 사과나무가 몇 그루 있었다. 의자 옆의 나무에서 사과를 따려 손을 뻗던 할머니가 나를 돌아봤다.



“쥐?”



“네.”



설마 이 집에는 쥐가 없다고 생각하나? 왜 저런 표정을 짓지?



“우리 집에는 쥐가 없어. 우리 집만이 아니라 인다이즈에는 쥐가 없다구. 병 때문에 멸종한지가 언젠데.”



에? 그럼 간밤에 들은 소리는 뭐지?


내 머리가 회전하는 동안 할머니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일어나서 저택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작은 사과를 한 알 들고서 말이다.


낮이 되면서 기온이 올랐고, 이리저리 벌과 나비 같은 곤충이 날아다녔다.

갑자기 제자리에서 뱅글거리며 ‘웨엥’하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옆 나무 가지에 검은 풍뎅이가 보였다.


거미줄에 몸이 감긴 풍뎅이는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웨엥’이는 움직임이 격렬해졌고, 거미줄이 조금 뜯겼다.


줄을 따라 손톱만한 거미 한마리가 재빠르게 기어갔다. 거미는 날개 짓 하는 풍뎅이를 부지런히 줄로 감아올리기 시작했다.


오후 해가 짧아질 무렵, 동네 노인들이 하나 둘 오기 시작했다. 혼자서, 부부동반으로, 혹은 손주를 데려온 노인들은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감탄사를 내뱉었다.



“세상에! 대청소를 했구랴. 새 인테리어인가 보우?”



“아이구. 장식이 멋지네. 어느 업자요?”



바닥에는 다락에 보관해 뒀던 깨끗하고 화려한 파티용 양탄자를 깔았다. 역시 다락에서 꺼내 온 오래된 옛날 가구들은 오히려 멋스러웠다.


테이블 위에는 얼음을 띄운 펀치와 과일 주스, 과자와 컵케이크, 스틱 야채, 양념을 한 꼬치고기 따위가 허브 꽃과 함께 놓여 있었다.

거기다 하이라이트로 볼품없지만 조명을 준 천장에 매달린 가구들이 있었다.



“와∼ 과자다.”



“내가 다 먹을 거야.”



아이들이 좋아서 비명을 질러댔다.

이미 할머니, 할아버지 손을 뿌리치고 달려간 애들은 입가에 크림을 묻히며 과자를 삼키고 주스를 마셔댔다.


아니, 먹고 마시는 것과 동일한 양만큼 옷과 바닥에 흘리고 있었다.

거기다 흥분한 작은 악마들은 꺅꺅거리며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천장을 향해 폴짝거리기 시작했다.


노부인들이 우아하게 손가락으로 핑거 푸드를 집어 먹었다. 그네들은 당연한 듯이 할머니를 둘러싸고 천장의 장식에 대해 물어댔다.


예상보다 좋은 반응에 기분이 좋아진 할머니는 나를 팔아버렸다.


하기야, 가구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손을 보기는 봤지.

졸지에 칸다르디야의 가구회사에 다니는 동시에 프리랜서 인테리어 업자가 된 나는 가능한 친절한 표정을 짓고 노인들의 질문에 답해줬다.



정원에서 이상한 줄을 본 후 천장을 자세히 살펴봤었다.

역시 거미줄 같은 것들이 가구를 고정시키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존재’의 느낌이 났다.


그래서 난 그 줄이 약해지지 않도록 보석들을 배열 해놓았다. 일종의 결계인 셈이었다. 집주인의 성화에 손님들이 가고 나면 천천히 가구를 내릴 예정이었다.



“젠장, 저걸 어떻게 치우면 안 되나. 노인네 주책바가지라곤.”



펀치에 술을 섞어 마시며 보리스가 툴툴거렸다. 이미 꽤 마신 듯 입에서 술 냄새가 퍼져 나왔다. 과히 아름답지 않은 냄새였다.



“부인께선 같이 계시지 않나요?”



예의상 물은 것이 아니라 아들이 실수로 주정이나 구토를 할 것이 예상되었기 때문이었다. 보리스는 붉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걱정되면 방에 가 보슈.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벌벌 떨고 있을 테니.”



이미 얼굴이 벌게진 보리스가 나를 흘낏 쳐다보더니 홍알거리며 걸어갔다.


구석에 앉아 벌벌 떨고 있을 거라 구? 일상적이진 않지만 공포감에 떨만한 사건은 아닌 것 같은데? 원인은 모르지만 단순히 가구가 천장에 매달려 있을 뿐이잖아!


뭔가를 알고 있다는 얘기였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앞서 가는 보리스를 붙잡아 얼굴을 돌렸다.


부인에게 직접 가기에는··· 나는 예의를 아는 사람이니까.


작가의말

 홍차, 커피, 케이크


잉글리쉬 티타임...

 오늘 낮엔 커피랑 과자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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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또 다른 시작, 제 2의 직업 4 16.08.25 34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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