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 연대기 (윙클리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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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魔井)
작품등록일 :
2016.06.20 01:12
최근연재일 :
2016.12.0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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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0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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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지 1

DUMMY


정체불명의 것이 한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한참을 코끝에서 맴돌던 무언가가 다시 움직이더니 이번엔 내 두개골을 뚫는 느낌이 들었다.

설마?


안돼!

비명은 내 마음속을 울렸다. 심리상태가 불안해지는 동안 시커먼 안개 같은 것이 천천히 내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놈아, 내 머리에 구멍을 뚫고 들어오려고? 젊고 아름답고 생기 있는 육신을 가지러?


향이야 향수로 만든다 치고, 이 몸이 젊고 생기는 있을 테고, 내 얼굴이 니 놈의 취향인가 보구나. 내가 잘 생기긴 많이 잘 생겼지.

그런데 네 놈은 뭐냐! 얼굴을 밝히는 암컷이냐, 잘나고 싶은 수컷이냐?


점점 머리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자리에 누워 잠들기 직전에 느끼는 그 감각. 편안하고 몽롱하면서 기분 좋은, 기분 좋은 ···. 내 의지는 무시해도 좋았다.


모든 것에서 해방되는 순간, 꿈의 왕국에 도달하기 직전이었다. 오래된 숲의 새벽녘에 나는 톡 쏘면서도 알싸한 향이 났다.


싱싱한 소나무의 잎을 뜯을 때 풍기는 향긋하고도 쌉싸름한, 새벽이슬을 머금어 잠을 깨우는 향, 머리를 맑게 하고 잃어버린 정신이 돌아오게 하는 힘을 가진 향이었다.


‘넌 내 안에 들어오지 못해!’


여기는 내 세계다. 빈약하지만 확실한 의지를 보이자 안개는 순간 멈칫거렸다.

그러더니 안개가 엄청난 힘에 의해 뒤로 끌려갔다. 그 너머로 움직이는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누군가 있어? 내 상상 속에?


‘크아-악!’


안개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원치 않는 순간 죽음에 다다른 자가 내 뱉는 놀라움과 생에 대한 미련이 뒤섞인 소리였다.


숲의 향기가 나는 굵고 기다란 진녹색 바늘이 검은 안개에 가득 꽂혀 있었다. 다음 순간 송진 냄새가 나는 흰 나무 지팡이가 본체를 꿰뚫더니 서서히 안개가 줄어드는 것이 보였다.

점점 작고 가늘고 길게 줄어들던 안개는 결국 모습이 사라져버렸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서.


예고도 없이 푸른 하늘이 나타났다.



----------------


하늘.

어디의 하늘인지 모르지만 하얀 솜털 구름이 몇 점 있는 새파란 하늘이 나타났다.


춥고 희박한 공기로 이곳이 상당히 높은 장소임을 알 수 있었다. 저릴 정도로 찬 공기 속에 온 사방으로 뾰족한 풀이 가득 펼쳐져 있었다. 넓디넓은 평지는 하늘과 가까운 장소로 한 가지 종류의 풀만 가득한 고산초원이었다.


땅.

아주 굵고 튼튼한 뿌리들이 꼬이고 모여 땅속에 박혀 있었다. 기둥만큼 굵은 뿌리가 있는 곳이 언덕 위인 듯 했다.

저 멀리 보다 낮은 곳에 웅장하고 화려한 건물들이 보였다. 모양과 규모를 보건대 어디의 궁궐쯤 되어 보였다.


갑자기 시야가 바뀌었다.

눈앞에 멀찍이 보이는 커다란 언덕에 무시무시하게 하늘로 솟은 한 그루의 나무가 있었다.

생김새를 보아선 언제나 뾰족한 녹색 잎을 가진 침엽수였다. 원래의 색인지 오래 살아서인지 땅위로 드러난 뿌리와 줄기는 회백색이었다.


-------------------------



목이 말랐다. 아니 코 속도 따끔거리며 아픈걸 보니 공기자체가 건조했다. 물, 물을···.



“무···울.”



갈라진 내 목소리에 내가 놀라 눈을 떴다. 금색 인동덩굴 무늬의 낯선 천장이 보였다. 처음 보는 것이다. 여기가 어디지?



“회복이 빠른 몸이군.”



“깨어났구나?”



낯선 남자의 목소리와 카난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아, 카난네 집이구나.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조금 움직이자 머리가 부서질 듯이 아팠다. 안개가 들어오려던 쪽이었다.



“아야.”



침대에서 일어난 순간 반사적으로 아픈 머리를 눌렀다.



“괜찮니? 너 이틀 동안 혼수상태였어.”



당황한 친구가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아. 물··· 좀··· 줄래?”



이제 내 목소리가 정상적으로 들렸다.

꼼지락 거리자 손가락도 10개가 다 움직이고 발가락10개도 잘 움직였다. 머리가 좀 아픈 것 외엔 몸은 멀쩡해보였다. 목마른 것만 빼고 말이다.



“아, 여기 있어.”



두통은 참을 만 했다. 몇 분 있으면 나을 것 같았지만 갈증은 갈수록 심해졌다.


달가닥.

얼음이 컵에 닿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1 L들이 유리 물병을 든 친구가 얼음이 담긴 컵을 가지고 왔다.

착한 카난이 컵에 물을 따르기 전에 병을 뺏은 나는 순식간에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셨다.


양도, 시원함도 부족하다! 계속 목마르잖아?

아쉬움에 컵을 받아 얼음을 와그작 깨물었다. 별로 안 시원해.



“이상해. 계속 목말라.”



“물 더 가져달라 할까?”



카난이 물었고 난 우울하게 머리를 끄덕이며 컵을 쳐다봤다. 갑자기 바닥에서부터 초록색을 띈 투명한 물이 솟아나와 가득 찼다!

물이다!



“목이 많이 마를게다. 아직 독이 완전히 빠지지 않아 그냥 물로는 부족하지. 마셔도 좋아. 내 능력의 일부이지.”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색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물을 넘기자 시원한 청량감과 개운함이 들었다. 식도와 위부터 시작해서 온몸으로 상쾌함이 느껴졌다. 속에서부터 시작해 전신에 퍼지는 행복감에 비로소 정신이 돌아왔다.


초록 물은 1/3 가량 남아있었고, 친구는 얼빠진 표정을 하고 내 옆에 서 있었다.



“저··· 초능력도 쓰나요?”



카난이 뒤를 돌아보며 놀라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뭔가 공손하면서도 복잡한 표정을 짓고서. 친구를 따라 시선을 돌리자 내가 누운 침대와 가까운 작은 탁자 옆 의자에 한 남자가 앉아있는 게 보였다.



“글쎄?”



흔한 외모는 아니었다.

아니 특이했다.


어깨에 닿을락 말락한 길이의 깊은 숲 속 나뭇잎 같은 진한 녹색머리, 얼굴 밖으로 살짝 나갈 만큼 길면서 기묘하게도 눈썹 산이 없어 약간 위로 뻗은 같은 색의 긴 눈썹에 어린 나뭇잎을 연상시키는 연녹색 눈동자.


이목구비 또렷하고 도도해 보이는 얼굴에 조금 흰 편이지만 머리 때문에 더 하얗게 보이는 피부. 그리고 향수가 아니라 몸 자체에서 적당한 농도로 알싸한 향을 풍기는 독특한 남자였다.



“당신은···.”



뭔가가 입 속에서 걸려버렸다. 느낌이 오는데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 상태였다. 머릿속에서 빙빙 도는 데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 바로 그 건데.



“윙클리드라고 했지? 혹시 내가 들은 윙클리드가 맞나?”



젊어 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연륜이 느껴지는 얼굴이었다. 그는 얼핏 보면 나보다 약간 나이가 많아 보였다.

하지만 아주 오래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정확한 나이를 알 수 없는 외모와 인간은 흉내도 낼 수 없는 신비한 분위기, 왕의 위엄 속에 감쳐진 노인의 현명함. 순간 꿈(?)에서 본 나무가 겹쳐졌다.



“··· 어떻게 사람 행세를 하고 다니죠?”



목구멍에 걸려있던 생각이 언어가 되어 나왔다. 카난의 눈이 동그래지더니 물고기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너 아직 제 정신이 아니니?’



“들었던 것 보다 예의가 없구나. 우선 감사의 인사 다음에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니었던가?”



남자가 말을 하며 친구를 쳐다봤다.

이미 얘기가 되었던 모양이었다.


뻐끔거리던 입모양 그대로 살짝 굳었던 카난은 궁금증과 불안감과 기대감의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그 자에게 간단한 인사 후 다시 한 번 나를 보고는 조용히 방 밖으로 나갔다.


탁.

친구가 나가면서 문을 완전히 닫는 순간 방안에 변화가 생겼다.


순식간에 사방의 벽들이 물러나고 천장이 높아지면서 끝이 사라졌다.


바닥에선 녹색의 싱싱하고 푹신한 이끼가 융단처럼 돋아났고 그 사이엔 수십 종류의 나무가 솟아났다. 눈 깜짝할 사이에 무럭무럭 자라나 3~5m의 높이가 된 나무들은 성장을 멈추었고, 마법의 숲에선 은은한 햇살과 함께 나무특유의 향이 감돌았다.


내가 앉아 있는 침대 주변에는 폭신한 양치류와 담쟁이가 자라나 침대 기둥을 덮었다. 남자 앞에 있던 나무 테이블은 작은 가지와 잎들이 달린 그루터기가 되고, 옆에서 자란 덩굴식물이 감싸 버렸다.


모든 변화가 멈추자 남자가 손가락으로 탁자 위를 두드렸고 곧 커다란 꽃으로 된 잔이 생겨났다.

동시에 테이블을 따라난 덩굴에서 긴 줄기가 하나 뻗더니 가장 꼭대기의 잎이 주머니 모양이 됐다. 잎의 끝에서 소나무계통의 향이 나는 초록 액체가 나와 꽃 잔에 담겼고, 내가 든 컵 속의 남은 물도 똑같은 향이 나는 액체로 바뀌었다.



“······. 아,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한 박자 늦게 한 내 대답에 남자가 손을 한번 저었다.



“됐어. 그냥 해본 말이야. 표정을 보아하니 ‘공간’을 만드는 걸 처음 봤나 보군. 외부와의 차단을 위해선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 나는 식물계의 존재로 슈로마이어 팔하라 사몬 스카라 난 쥬노이 자드리쉬 혼 아렌이라고 하네.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독안 능력자야. 내 도움 없이도 나를 읽을 수 있다니, 이거 참.”



‘공간’이라는 것 자체를 처음 봤다.



작가의말


도구를 사용하는 식물계(나무)가 등장했습니다. 정말 큰 나무를 봤으면 좋겠네요.  그 나무가 꼭 도구를 쓰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차선책으로 집에서 기르는 앵무님들도 도구를 사용하면 좋겠지만.... 할 줄 아는 것이라곤 부리로 깨물어 부수기와 그네타기....


남의 집 앵무는 깃털로 머리도 긁던데, 링걸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래도 말 조금 하니까요.... 금별이 예뻐요~ 예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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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또 다른 시작, 제 2의 직업 5 16.08.29 364 0 10쪽
32 또 다른 시작, 제 2의 직업 4 16.08.25 344 0 9쪽
31 또 다른 시작, 제 2의 직업 3 16.08.24 281 0 9쪽
30 또 다른 시작, 제 2의 직업 2 16.08.20 319 0 9쪽
29 또 다른 시작, 제 2의 직업 1 16.08.19 171 0 10쪽
28 새로운 친구 4 16.08.18 191 0 10쪽
27 새로운 친구 3 16.08.14 347 0 9쪽
26 새로운 친구 2 16.08.12 287 0 10쪽
25 새로운 친구 1 16.08.09 304 1 10쪽
24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지 3 16.08.07 348 0 9쪽
23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지 2 16.08.05 420 0 9쪽
»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지 1 16.08.03 330 0 9쪽
21 통제 구역 3 16.08.02 436 0 10쪽
20 통제 구역 2 16.08.02 429 0 9쪽
19 통제 구역 1 16.07.30 282 0 9쪽
18 인간과 악마, 그리고 샤먼 3 16.07.28 376 0 9쪽
17 인간과 악마, 그리고 샤먼 2 16.07.26 241 0 9쪽
16 인간과 악마, 그리고 샤먼 1 16.07.24 217 1 9쪽
15 경매와 왕녀의 피 3 16.07.22 263 0 9쪽
14 경매와 왕녀의 피 2 16.07.20 247 1 9쪽
13 경매와 왕녀의 피 1 16.07.18 284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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