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 연대기 (윙클리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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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魔井)
작품등록일 :
2016.06.20 01:12
최근연재일 :
2016.12.0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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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0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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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지 2

DUMMY


그리고 식물인데 ‘아렌’이라는 성을 가졌다고?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경악하면서 슈로마이어의 눈을 봤다.

거리가 가깝진 않았지만 눈을 깜박일 때 드러나는 모양과 그림자를 통해 좀 길고 하늘을 향한 것과 정면에서 약간 올라간 이중의 속눈썹을 알아 볼 수 있었다.


아렌가의 특징인 이중속눈썹!



“저에 대해 아시나요?”



“예전에 리큐르드에게 들은 적이 있어. 같은 모임의 회원이거든. 나는 ‘세계수’의 일종으로 ‘우리’는 본체와 정신의 분리가 가능하지. 지금의 난 정신체야. 그리고 앞으로 말은 똑바로 해. ‘사람 행세’가 아니라 ‘어떻게 인간처럼 보이냐’고.”



“아, 예. ···그런데 왜 아렌가의 외모와 성(鋮)을 가지고 있는 거죠?”



슈로마이어 나무가 음료를 맛있게 홀짝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의식적으로 음료를 따라 마신 나는 그 쓴 맛에 놀라 재빨리 입을 뗐다.



“내 본체는 아렌 성의 수상관저에 있거든. 뭐, 전부터 내가 살던 곳에 걔네들이 건물을 지었다만···. 그리고 그 가문에는 재미있는 애들도 많고 말야. 일종의 유희지.”



“···?”



판타지 속의 드래곤이냐? 들어보니 폴리모프와는 다른데.



“나는 식물이기 때문에 흙, 물, 공기가 있는 곳에서라면 어디서든지 능력을 발휘할 수가 있지. 그런 장소에선 공간을 만들 수도 있고 말이야. 아까 네게 준 물도 공기 중의 수분을 모았던 거고. 지금 액체의 색과 맛은 내 성질이 들어가서 그런 거야.”



자랑스레 음료 잔을 흔들어 보인 슈로마이어가 내 손의 컵을 빤히 쳐다봐서 난 억지 웃음을 지으며 한 모금을 더 마셨다.


꿀꺽.

난 쓴 맛을 적게 느끼기 위해 빠르게 삼켰고, 그는 조금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아, 네 무의식이 나를 봤었지. 희미했지만 시선이 느껴졌어. 그 잡것도 ‘수분’을 제거 시켜 없앤 거야. 어쩌다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물과 동화해 ‘힘’을 흡수했더군. 모든 생물은 물을 필요로 하니까.

생각보다 머리가 좋은 놈이야. 이 마을의 수맥은 여러 군데로 갈라져 있기는 했지만 수원이 하나라서 잡기는 쉬웠지.”



잡것이라는 것은 내가 봤던 안개 덩어리가 분명했다. 그간의 간단한 설명을 마친 후 컵을 내려놓은 슈로마이어 나무가 자세를 고쳐 앉더니 나를 쳐다봤다. 분위기가 조금 진지해졌다.



“너 독안으로 보는 것 말고 다른 능력은 없냐?”



“아직은··· 그냥 보는 것 밖에 못해요. 꿈을 통해 과거를 보거나 하루 정도의 날씨를 조절한다거나···.”



“과거야 ‘볼 수 있는 자’가 많지만 날씨를 바꾸는 건 쉬운 게 아냐. 능력을 좀 더 개발하면 좋은 샤먼이 되겠어. ‘교육’은 받았나?”



“···이론만 조금요.”



샤먼 협회에서 제공하는 통신 강의는 제법 들을 만했다. 뭐, 학교 수업과 과제에 치여 수업의 연속성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혹시 ‘도구’는 있나?”



수업에 의하면 많은 능력자들은 ‘힘’을 끌어올리거나 증대시키기 위해 ‘도구’를 쓴다고 했다.

능력의 종류에 따라 주술이나 진법, 격투 등에 더 비중을 두기도 하지만 ‘도구’는 능력의 종류에 상관없이 효율성을 증대시킨다.


가끔 연락하는 아렌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도구로는 보통 단단하고 상징성이 강한 금속과 보석이 많다고 했다. 도구는 같은 재료라 하더라도 능력자의 힘과 종류에 따라 성질이 달라진다고 했다.

심지어 드물긴 하지만 능력을 약화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난 나에게 맞는 도구를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내가 조용히 있자 그는 바로 이해했다.



“아직 없나보군. 그럼 식물계열의 존재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나?”



당연히 기초 교육에는 존재들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고 그는 바로 설명에 들어갔다.


슈로마이어 나무는 보기보다 말이 많았다. 나이가 들수록 늙어서 힘이 빠지고 조용해지는 게 일반적인 동물이다.


하지만 최소 이 자가 ‘인간처럼 보이는’이유 중 한 가지는 떠들어대기 위해서가 분명했다. 상대방이 그냥 조용히 들을 수밖에 없게 하는, 큰 나무의 특징인 ‘경외감’을 풍기면서.



“식물도 여러 종류가 있어. 그 중에서 가장 고․귀․한(!) 그룹이 내가 속한 세계수이지.

우주수라 부르기도 하는데 우리들은 네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특이한 점 투성이야. 물론 나이를 엄청 먹었다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어.

여기 있는 나를 들어 얘기 하자면 남성의 모습을 띄고 있는 건 내 본체가 수나무라 그래. 다른 나무들이 그렇듯이 세계수도 암나무, 수나무, 암수한그루가 있거든. 자웅동주(雌雄同株 = 암수한그루)의 경우는 자신들이 하고 싶은 성의 모습을 취해.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성별 구분이 모호한 외모를 지니고 있지.”



계속해서 그는 내가 모르는 우주수에 대해 말해줬다. 단순한 거목이나 상징성을 띄는 나무가 아닌 진짜 그들의 세계에 대해서.


슈로마니어의 말에 의하면 ‘존재’들이 말하는 세계수는 기본 수명이 10000살을 넘겨야 한다.

거기다 자아가 강해 정신체의 분리가 가능한 나무로 일반 사람들이 부르는 세계수(몇 백 년에서 몇 천 년 된 거목)보다 훨씬 더 오래된 나무들이다.


세계수는 보통의 나무가 정말정말 오래 살아서 세계수의 반열에 드는 것과 원래부터 세계수에 속하는 나무의 종자가 발아한 두 가지 경우가 존재한다.


당연히 둘 다 그 희소성이 크다.


일반 나무가 그렇게 오래 산다는 건 10개의 골디락스 행성(적당량의 빛, 온도, 물이 있어 생명체가 서식 가능한 행성)에서 한 그루가 나와도 대단한 것이다.

세계수의 종자가 발아한 경우는 발아율도 낮지만 성체(기본 10000년)가 되기 전에 죽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나마 세계수는 종자가 자라 성체로 되는 비율이 더 높다.

일반 나무에 비해 원체 나무의 수명도 길 뿐더러 목질 자체가 단단해 병충해에 강하기 때문이다.


보통 나무와 또 다른 점은 종자에서 나오는 경우 어미 나무와 자식 나무가 전혀 다른 종류의 나무로 자라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나거늘, 어떻게 부모와 자식의 종이 다를 수가 있는가!

내가 질문하자 슈로마이어 나무가 코웃음을 쳤다.



“쳇, 너 역시 내 말을 못 믿는 구나. 인간의 얕은 지식이란···. 세계수는 나무를 뛰어 넘는 나무야. 성년이 돼서 즉, 10000살이 넘어서야 번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구. 그것도 매년 오는 것도 아니지.

암수 한 그루의 경우를 보자면 발아에서 자손을 만들다보면 수명이 수 만년은 가뿐히 넘기는 경우도 있어. 그때 종자의 진화가 오는 거지. 돌연변이랄 수도 있고 말이야.

어미나무와는 매우 다른 유전자를 지닌. 참고로 말하자면 내 어머니는 자웅동주인 활엽수야.”



“보통 아주 어릴 때의 기억은 없잖아요. 종자 상태의 기억이라든지 그런 것도 없을 테고, 거기다 슈로마이어 씨는 혼자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여러 지식들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죠?”



슈로마이어가 약간 뜸을 들인 후 목소리를 조금 낮추더니 비밀을 알려준다는 표정으로 설명을 했다.



“그건 말이야. 우린, 독특한 네트워크가 있지. 성체가 되고 나면, 네트워크에 연결이 가능해.

음··· 그러니까 다른 세계수의 근처로 가면 그자와 정신감응이 가능해서 지식의 공유가 가능하지. 물론 세계수가 아니라도 식물 계열존재와는 어느 정도 가능해.

우주수는 식물계열의 최고상위자니까. 물론 거부해서 공유를 안 할 수도 있지만. 동지가 별로 없는 우리들은 보통 정보를 공유하지.”



슈로마이어의 이상한 이야기는 멈추지 않고 계속 됐다.



“게다가 나처럼 암수딴그루의 경우라도 자손을 만들 수 있는 시기가 오게 마련이야.

봐서 알겠지만 우린 대부분 몸체가 엄청나. 크기와 키 둘 다. 거기다 한 행성 안에서 짝을 만나기란 뭐, 불가능이야.

여하튼 수백 년에 한번 가량 꽃가루가 방출되면 주변은 화분색의 진한 안개에 휩싸이는 것처럼 보이지.

일부는 공기 중을 며칠에서 몇 주간 떠돌다 땅으로 떨어지지만 대부분은 상승기류를 타고 올라가 어느 순간 대기권을 뚫고 나가버려.

그리곤 계속해서 우주를 떠도는 거야. 다른 행성이나 태양의 인력에 이끌려 떨어질 때 까지. 물론 그렇게 해서 발아할 확률은 거의 0%야. 기적처럼 수분이 되는 경우도 있다지만 내가 아는 경우는 한 건 밖에 없지.

그래서 정말 자손을 만들고 싶을 땐 정신체끼리 만나서 꽃가루를 전해주는 경우가 태반이지.”



그의 표정과 말, 그리고 눈에는 거짓이 보이지 않았다. 모든 생명체의 기본적인 존재이유는 자손을 남기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세계수가 육신과 정신이 분리 되서 움직인다는 건 고작 그 이유 하나 때문인가?




작가의말

잡 것이 사라지고 등장한 잡나무, 슈로마이어 나무!

 잡 나무의 정체는 세계수입니다.


이그드라실은 흥미로운 존재입니다. 신화 속 어느 세계에선 이그드라실이 자손을 제법 만들고,, 움직이는 이그드라실의 정신체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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