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 연대기 (윙클리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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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魔井)
작품등록일 :
2016.06.20 01:12
최근연재일 :
2016.12.0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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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0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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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지 3

DUMMY


이때까지 배워왔던 모든 지식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인력과 중력과 대기와 유전, 수분과 수정, 생물체의 평균 수명과 기타 등등···. 이걸 믿어야 하나 말아야하나.


내 머리가 혼란에 빠지든지 말든지 그는 계속해서 여러 식물계의 존재에 대해 말해줬다. 더불어 정신과 육체가 분리되는 존재에 대해서도.

아울러 이론뿐이긴 했지만 자신의 능력 내에서 도구 없이 주술로 사악한 존재를 잡거나 소멸, 봉인시키는 것도 알려줬다.


주로 자기자랑에 세계수의 역사였지만···. 들어보니 실전과 이론은 달랐다.

한 참 일방적인 이야기를 듣는 중이었다.


똑똑.

어딘가에 숨어있는 방문에서 갑자기 노크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나는 순간 모든 공간이 줄어들면서 식물들이 땅속으로 사라졌다. 침대와 테이블 세트가 평범해지면서 방이 제 모습을 찾았을 때 문이 열렸다.

문을 두드린 남자가 들어왔을 땐 공간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내가 든 물 컵 속의 쓴 액체만 제외하고는.



“슈로마이어님. 이제 학회에 가셔야지요. 이 집 도령에게 들었습니다. 아기 샤먼이 깨어났다면서요? 이미 지각입니다.”



“그래, 일어나야겠지. 뭐 더 이상 물어볼 건 없나?”



의자에서 일어나며 슈로마이어 나무는 자신의 윗옷이 걸린 옷걸이 쪽으로 걸어갔다.

물어볼 거야··· 갑자기 물으면 생각이 안 나잖아?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질문을 퍼 붓기로 했다.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시죠?”



“그런 슬픈 질문은 하지 말라고. 난 내 나이를 정확히 몰라.”



전혀 슬프지 않은 표정으로 슈로마이어가 말했다. 말투를 보니 10000살은 예전에 넘겼겠지. 자유롭게 ‘인간화’해서 ‘유희’도 즐기고 있고 말이야.

아렌가에는 저 늙은(?) 나무에 대한 기록이 있을까?



“어떻게 해서 이 마을로 오시게 됐나요?”



“···순전히 길을 잃은 탓이지.”



응?



“흠흠.”



옷을 입고 매무시를 다듬는 나무를 보고 어리둥절해 하는 나에게 노크를 하고 들어온 남자가 자세히 설명해줬다.

높임말을 하는 것이 나를 한 명의 성인으로 취급(슈로마이어에게 난 박테리아만큼의 나이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을 것이다)을 하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이번 시즌 샤먼학회가 바이나에서 열리죠. 시간이 촉박해 지름길로 가려다 이 마을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마을 전체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기에 슈로마이어 님이 힘을 쓰신 거구요. 그러다 당신을 보게 된 거지요. 악한 기의 결정체가 느껴졌거든요.

능력자이기에 놈이 ‘기생’을 할 ‘숙주’로 당신을 택했고 때문에 당신은 주화입마가 된 겁니다. 이 집 도령의 말로는 이틀 간 혼수상태였다더군요. 슈로마이어 님이 보신지 얼마 안됐는데도 빨리 일어난 걸 보니 ‘도구’가 좋았거나 정신력이 강한 모양입니다.”



카난이 말했었다. 이틀 간 혼수상태였었다고. 그런데 아렌 나무가 본지 얼마 안 되고 빨리 일어났다고?



“···그 말은 당신들이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뜻입니까?”



“네, 악령을 없애고 당신이 깨어나기까지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회복이 빠른 몸이라고 했나?


세계수의 힘은 아주 강한 모양이었다. 슈로마이어가 자신들에 대해 자랑을 할 만큼. 아마도 내 평생, 영원히 이 나무가 떠벌린 황당한 이야기들의 진위여부는 알 수 없겠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가 있는 문가까지 걸어간 슈로마이어가 생각 난 것이 있는지 잠시 멈췄다. 그러더니 연극배우같이 과장된 동작으로 뒤로 반 바퀴 돌아 나를 봤다.



“아, 한 가지 더 가르쳐 주지. 가장 중요한 거야. 인간이 볼 때 선악이 없는 존재들은 샤먼이 판단하기 나름이다. ‘내’가 판단해서 악마이면 그건 악마가 되는 거야. 섬뜩하지만 같은 능력을 가진 종족 내에서도 그 법칙은 성립하지. 샤먼인 너에게 다른 샤먼이 악마가 될 수도 있는 법이란 말이다.”



그 말은 새삼스레 내 깊은 곳 아직은 어렸을 때의 어느 사건이 기억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 놈은 그렇게 잔인한 말을 했던 것일까.


타악.

방문 닫히는 소리가 소름끼쳤다.

두 사람의 발소리가 멀어지는 소리에 섞여 잘 가시라는 카난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바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친구가 뛰어 들어왔다.


금세 달려온 걸 보니 복도 끝에서 눈치를 봤거나 옆방에서 서성였던 모양이었다.



“그 샤먼들 바쁘다고 갔어. 어머니와 집사도 본래대로 돌아왔고.”



샤먼들?

뒤에 들어온 남자도 샤먼이었구나. 집안사람들이 회복됐다면 마을 사람들 역시 다 정상으로 돌아 왔겠지?



“다른 사람들도 이제는 괜찮아. 저 샤먼들이 저주가 풀려 이제 괜찮다고 해서 애들은 먼저 보냈어. 빨리 안 깨기에 난 너 일어나면 데리고 간다고 하고. 그런데 무슨 얘기했어?”



“별 얘긴 없었어.”



그래? 녹색 액체에 의심스런 시선을 보내며 컵을 받은 카난은 냄새를 맡더니 손가락을 찍었다.

호기심은 좋은 거다. 혀끝으로 살짝 맛을 보던 그가 얼굴을 찡그렸고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진짜 괜찮은 것 같아. 우리도 따라 가자. 인터뷰는 그대로인거지?”



“어, 그래.”



짐을 챙겨 응접실을 지나는데 한쪽에 눈길이 갔다. 휑한 느낌이 들었다.



“저쪽에 장식용 사파이어가 있던 것 같았는데?”



“아, 그거. 니가 쓰러진 날 색이 하얗게 변하더니 깨졌어.”



뭔가 더 말을 하려던 친구가 대답을 하다 내 손을 봤다. 자연스레 내 시선도 손으로 갔다.



“너, 반지 알이 없어 졌네.”



“···어. 그러게”



호펠학교 졸업반지의 알이 있던 자리가 휑하니 비어 있었다.

알을 단단히 고정했던 집게부분은 여전한 채로.


엘자를 처음 본 날 없어졌던 반지 알. 리큐르드가 새로 해준 반지 알. 그리고 이틀간의 악몽 후에 사라진 반지 알과 응접실의 깨진 사파이어.


내 도구를 찾았다.

나와 파장이 맞는, 악령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주는, 그리고 아마도 싸울 때의 무기가 될 수 있는. 진실과 불변, 행복과 매력, 잉태와 치료의 돌.


사파이어.

커런덤의 보석.




------------------------


연맹력 328년 칸다르디야력 1903년 여섯 번째 달 열흘 이튜나 103년 5월 16일



이튜나는 세 개의 큰 행성인 마샬 제국, 세이지, 텔루스 사이에 있는 기항지로 연맹력이 시작된 이후 가장 번성한 곳 중 하나였다. 또 세 개의 행성뿐 아니라 다른 행성과의 직선항로도 많았고 잠시 쉬었다 가는 경유지로도 인기 있는 장소였다.


그래서인지 이튜나는 작은 행성 자체가 하나의 나라로 상업과 무역, 외교가 잘 발달한 중립국이었다. 덤으로 사기꾼이나 도박꾼도 많았지만 말이다.


어쨌든 현재와 미래의 유행 패션과 첨단기술을 알려면 이튜나로 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건 아니었다.

아버지는 최근 사업을 확장했고, 이튜나에 첫 해외지점을 직영으로 낼 예정이었다. 나는 오늘 이튜나에 도착했다.




“밝구나!”



도착한 시간은 한밤중이었지만 공항과 주변을 포함한 도시는 대낮처럼 밝았다.

밤의 영역에 들어서서 불야성을 이룬 국제공항근방은 대기권에 진입하기 훨씬 전부터 환히 보였었다.


밤이 밝을수록 문명은 발달하고 덩달아 야근도 늘어나며 잠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이튜나는 엄청난 선진국이었다. 3교대가 활성화되어 야근이라는 말 자체가 없는 나라였으니까.


나라 크기와는 달리 단단 국제공항의 규모 역시 놀랄 만큼 컸다.

건물 벽은 편광강화 유리라 빛의 방향과 세기에 따라 밝기 조절이 가능했다. 물론 중앙 통제 방식이긴 했지만 말이다.


또 낮에는 천장의 유리뿐 아니라 벽 곳곳에 박힌 굵직한 광섬유가 아래쪽으로 태양빛을 전달하게 되어 있었다. 날이 좋으면 태양빛을 직접 이용해 실내를 밝혀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구조였다.


지상부분은 3층이었지만 각층의 높이가 족히 20m는 되었고, 26시간(이튜나의 자전주기)내내 정상 가동 중이었다. 당연히 공항안의 음식점과 휴게실, 약국에 간이 의류매장 등도 26시간 정상영업 중이었다.


디리리리 리리리.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이 있는 곳』


쉴 새 없이 나오는 안내방송과 홀로그램 광고 사이에 음악이 나오며 이튜나의 캐치프레이즈가 흘러갔다.

반짝이는 전광판의 글씨도 공용어(이튜나는 공용어를 쓴다)와 마샬 제국어, 세이지어, 텔루스어로 계속해서 바뀌었다.

여객선을 타고 내리거나 갈아타는 사람으로 가득한 공항은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유심히 쳐다보면 수백 개의 동선이 거의 겹치지 않고 자연스레 흘러가고 있었다. 처음부터 계획을 잘 세워 만든 공항이라 이동경로나 건물의 구조, 온도 및 빛 조절 등이 탁월한 공항이었다.


전광판에 짐이 나온다는 글자가 떴다.

난 같은 배를 타고 온 다른 사람들과 섞여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나오는 가방을 기다렸다. 검은 색에 심플한 디자인의 가방은 우리 회사 로고가 금색으로 박혀 있어 눈에 잘 들어왔다.



작가의말

나무 귀신(?)과의 만남이 끝났군요. 


음. 새로운 행성이 나왔습니다.

 전 어릴 때 스타워즈를 보며 자랐습니다. 방대한 세계관과 나름의 문화와 문명을 설정한 것에 감탄했었지요. 그리고 좀 지나서는 영화로 밖에 안 봤지만 마블 코믹스의 세계관(코믹스를 접하는 순간 폐인이 될 거 같은 느낌에)에 감탄하구요. 


넵. 칸다르디야에 이어 이튜나가 시작입니다. 다른 행성들이 하나씩 등장합니다.


 이 이야기는 판타지(시대와 배경과 문화와 인물, 세계관, 종족 설정이 자유로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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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또 다른 시작, 제 2의 직업 2 16.08.20 31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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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새로운 친구 3 16.08.14 34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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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새로운 친구 1 16.08.09 304 1 10쪽
»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지 3 16.08.07 349 0 9쪽
23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지 2 16.08.05 420 0 9쪽
22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지 1 16.08.03 330 0 9쪽
21 통제 구역 3 16.08.02 436 0 10쪽
20 통제 구역 2 16.08.02 429 0 9쪽
19 통제 구역 1 16.07.30 282 0 9쪽
18 인간과 악마, 그리고 샤먼 3 16.07.28 376 0 9쪽
17 인간과 악마, 그리고 샤먼 2 16.07.26 241 0 9쪽
16 인간과 악마, 그리고 샤먼 1 16.07.24 217 1 9쪽
15 경매와 왕녀의 피 3 16.07.22 263 0 9쪽
14 경매와 왕녀의 피 2 16.07.20 247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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