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 연대기 (윙클리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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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魔井)
작품등록일 :
2016.06.20 01:12
최근연재일 :
2016.12.0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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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2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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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와 왕녀의 피 3

DUMMY

흥미 있는 전설이었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 밑에 있었다.


*‘왕녀의 피’. 경매일: 네 번째 달 열 여드레 날


오늘이다! 아렌 아저씨라도 볼 수 있겠구나.


주인공이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처럼 가치 있는 보석들은 마지막 날에 나오는 게 일반적인 경우라 들었다. 경매의 첫날은 주로 원석과 아주 크더라도 컷의 상태가 아름답지 못한 보석이 나온다고 했다.


이 루비도 예쁘긴 했지만 리큐르드가 말했듯이 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더 다듬을 필요가 있었다. 그 동안 모 국가의 자수정 원석, 모 광산의 다이아몬드 원석 등등의 경매가 끝났다.

모든 생각을 종합하면서 팸플릿에서 눈을 떼는데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그러면 오늘의 마지막 순서,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왕녀의 피’를 보시겠습니다.”



사회자가 칸다르디야어 다음 공통어로 말했다.

사회자가 서 있는 옆의 바닥이 열리며 유리케이스를 얹은 연녹색의 쿠션이 떠올랐다. 빛나게 닦여진 루비가 케이스 안에 있었고, 쿠션은 빛을 받으며 사회자의 가슴께에서 떠오르기를 멈췄다.


흰 장갑을 낀 아렌 아저씨와 간뷔르 경이 사회자 옆에 서 있었다.

쿠션이 멈추자 아저씨가 유리 케이스를 들어냈다. 역시 흰 장갑을 낀 간뷔르 경이 루비를 한번 들어 모두에게 보여준 뒤 다시 놓았다.


오오, 어쩌고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 귀가 듣는 범위 내에선 모두가 분명 감탄사였다. 사람들의 탄성이 줄어들자 사회자가 운을 뗐다.



“290억 샤름부터 시작합니다. 1억 샤름 씩 올리겠습니다.”



크기 탓인지 색이 좋아서인지 컷이 예쁘든지 말든지 비싸긴 무지막지하게 비쌌다. 경매장 안이 조용한 가운데 번호판을 쥔 손이 분주히 올라갔다.



“290억 샤름.”



“291억 샤름.”



“292억 샤름.”



놀랍게도 자형이 될 드루발 백작의 장남이 번호판을 드는 것이 보였다. 약간 흥분한 상태로 옆에 앉은 누님도 보였다. 누님, 설마 자형을 조르고 있는 거야? 어린애처럼?



“293억 샤름.”



1억 샤름 씩 올라갈 때 마다 번호판이 분주히 움직이더니 310 억 샤름에서 드루발 가의 번호판은 더 이상 올라오지 않았다. 누님의 표정은 아쉬워 보였지만 구매자는 더 있었다.

우와, 이 정도의 금액을 아무렇지 않게 계산 할 재력가가 이리도 많다니. 나도 경제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면 이런 보석을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을까? 금액은 계속해서 올라갔다.



“320억 샤름.”



쥐꼬리 수염을 한 마른 남자가 고개를 저으며 포기했다. 330억 샤름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330억 샤름.”



고상해 보이는 노부인이 입을 비쭉 이며 나갔다. 두 명의 사람이 경쟁하더니 336억 샤름까지 갔다.



“336억 샤름.”



수집가로 보이는 배불뚝이가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본인 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이다.



“336억 샤름입니다. 아무도 없습니까?”



“340억 샤름.”



갑자기 어느 부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막 도착했는지 입구에서 모델 같은 자세로 당당하게 걸어오는 부인의 얼굴을 확인한 배불뚝이의 얼굴이 구겨지기 시작했다.

최신 유행의 망사 모자를 쓰고 유명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입고 있는 부인은 나도 아는 사람이었다.


전용기를 이용해 세상의 온갖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니고 예쁜 옷은 단 한번 씩만 입고 기증(뭐, 좋은 옷이니까)하는 여자. 좋다는 화장품을 특수주문해서 바르며 젊어 보이기 위해 주름과 살은 수술로 모두 제거해 버리는 다이신의 재왕(財王)!


그녀의 성은 다이신이다.

남편이었던 다이신 후작 소유였던 땅의 이름이기도 하고.


재력 있는 가문의 외동이었던 그녀는 부모의 유산을 모두 물려받았고 자식 없이 먼저 간 후작이자 재벌인 남편의 재산도 모조리 받았다.

그녀는 여왕의 만찬에도 자주 초대받고, 그녀 역시 여왕을 직접 초대하는 사이로 유명했다.


다이신 후작부인은 일 년의 절반 이상은 국외의 나라마다 있는 저택에서 돌아가며 살면서 최상류층들과 만나 돈 쓰는 재미로 사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었다.


돈이 얼마나 많은지 칸다르디야 최고 부자로 등극한지는 오래 이고, 작은 나라 서너 개는 거뜬히 살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고 재산은 해마다 어마어마한 양으로 늘어가고 있다고도 했다.



“342억 샤름.”



배불뚝이 남자가 직접 금액을 불렀다.



“337억 샤름.”



다이신 후작부인이 337억을 말하자 배불뚝이 남자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340억 샤름.”



“3···아니 500억 샤름?”



얼굴이 시뻘게진 남자가 씩씩거리더니 의자를 박차고 나가 버렸다. 돈 많은 아줌마가 이기는 순간이었다.



“네, 그럼 500억 샤름으로 낙찰됐습니다.”



사람들이 움직이며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태껏 경매에서 다이신 부인을 이긴 자는 아무도 없었다. 얼마 전까지 외국에 있는 걸로 알아서 한시름 놨었는데, 지금 나타난 것을 보니 이번 경매도 좋은걸 구하긴 틀렸다. 대충 그런 얘기들이었다.


소란스럽긴 했지만 모든 것이 정리되는 분위기였다. 사람들이 일어나면서 움직이고, 내일의 일정을 확인하기도 했다.


나도 일어나서 앞으로 갔다. 사회자와 경매를 진행한 보석협회 관계자나 박물관 관계자와 인사를 하는 사람도 보였다. 그렇게 오늘의 마지막 경매가 끝나면서 난 아렌 아저씨에게 갈 참이었다.


그런데 이야기소리로 점점 소란스러워 질 때였다. 언제 다가갔는지 웬 남자가 사회자 옆의 쿠션채로 보석을 낚아채 버렸다.



“꺄아악!”



“당신 누구야?”



“어떻게 이런?”



그 모습을 본 보석의 새 임자를 시작으로 사회자, 간뷔르 경이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도둑은 큰소리로 웃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우하하하. 이게 왕녀의 피라고? 하하하. 어이가 없어서. 이건 가짜야.”



말을 마치자마자 남자는 훔친 물건을 던졌다.

바닥에 떨어져 뒹구는 쿠션과 달리 보석은 남자의 머리 근방에서 그대로 공중에 떠 있었다. 아름다운 빛을 반사하는 루비를 보면서 남자는 얇고 반짝이는 긴 막대를 꺼내더니 그대로 보석을 찔렀다.


푸슉.

사람들을 헤치고 비교적 앞으로 와 있던 나에겐 그 소리가 들렸다.


두부 찌르듯 루비를 순식간에 뚫고 들어간 막대는 반대쪽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막대와의 접촉면부터 파사사삭 거리며 빨간 가루가 흩날리기 시작했다.

불지도 않는 바람에 날리듯 가루는 사방으로 퍼지면서 공기 중에서 사라졌다. 동시에 루비는 구멍이 커지면서 점점 작아졌다.



“아아-악!”



부인들이 지르는 비명에 더해 다이신 부인의 비명이 독창을 시작했다. 귀부인의 필수인 성악을 착실히 배웠는지 성량이 장난이 아니었다.



“이···이, 우리 박물관의 명예가!”



결국 루비는 가루 한 톨 남기지 않고 없어졌다. 박물관장인 간뷔르 경이 손에 잡히는 데로 아무나 잡고 흔들며 외쳐댔다. 눈이 뒤집힌 게 평소의 모습이 아니었다.



“네 놈은 ···누구냐! 이름이 뭐야?”



소란스러운 가운데도 아렌 아저씨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남자를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다그쳤다. 아저씨의 양손이 벌벌 떨리는 게 화가 나서인지, 놀라서인지 알 수 없었다.



“이런, 아렌 가문이 얽혔군. 나는 미하일 세레지아. 보석 전문의 샤먼이지.”



남자는 짙은 색의 머리와 어울리는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놈은, 죽을 때까지! 우리 가문의 추격을 받을 거야!”



“아렌, 우리 박물관과 내 명예에 흠집이 나버렸어!”



아렌 아저씨가 저주(?)를 퍼붓고, 간뷔르 경의 악다구니가 뒤섞여 귀에 들어왔다. 거의 그들 근처까지 갔던 나는 그 모든 모습을 봤다. 그러다 경악한 나와 그자의 눈이 마주쳤고 그 순간 가슴에 갑자기 통증이 왔다.



“헉!”



나도 모르게 손으로 아픈 부분을 누르면서 바닥에 무릎을 꿇어버렸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경비들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고, 미하일이라는 샤먼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갑자기 사라졌다.


샤먼이라면 악마나 그런 것을 퇴치하는 사람이 아닌가? 공간이동이라니?



“어디로 갔지?”



“능력자다!”



“흔적 감지가 안 돼, A급 이상이다! 특수 능력 수사청에 연락해!”



달려온 경비 중 일부는 흔적을 찾느라 분주했고, 일부는 혼란에 빠진 사람들을 수습했다.



“괜찮으십니까?”



경비 중 한명이 나에게 물었다. 통증은 이제 진정됐다.



“아,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졌다. 의자에 앉아 건네준 물을 마시는 동안 경찰과 특수 능력 수사청 사람들이 왔다. 수사관들은 목격자들의 상황을 들은 뒤 경매장에 남은 사람들을 모두 보내줬다.

난 점점 혼잡스러워지는 경매장을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 날 뉴스의 하이라이트는 보석경매사건이었다.



작가의말

현실에선 무탈하고 조용히 살고 싶지만, 이야기 속 주인공은 사건사고의 한가운데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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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사라센 - 성년 파티 3 16.07.05 168 1 10쪽
5 사라센 - 성년 파티 2 16.07.03 174 1 10쪽
4 사라센 - 성년 파티 1 16.07.01 18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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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프롤로그 - 장례식과 손님들 2 16.06.28 323 2 9쪽
1 프롤로그 - 장례식과 손님들1 16.06.27 57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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