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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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소옥
작품등록일 :
2012.08.29 12:33
최근연재일 :
2012.08.2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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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26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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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구룡지로 16장 팽가

DUMMY

구룡지로...



16장... 팽가...



만두로 간단하나마 조식을 마친 구룡들은 봄철에 맞게 백차들 중에서도 어린 싹들만 따서 만든 백호은침을 한 담자 시켜 나름 단 맛이 강한 향기를 음미하며 다가올 결전에 대한 심기를 제각기 가다듬는다.

뜨거운 물이 부어진 찻잔에 차잎이 하나씩 세워져 마치 꽃잎이 춤을 추는 듯이 아래위로 오르내리는 백호은침 특유의 우아한 모양을 지그시 바라보던 팽호가 이윽고 몸을 일으키며 강렬한 눈빛으로 중인들의 눈을 일일히 맞추더니 아무 말 없이 포권을 취해 보이고는 그대로 객잔을 나선다.


그를 필두로 일제히 나머지 룡들이 분연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주섬주섬 각자의 무기들을 챙기는데... 한결같이 왼쪽 어깨위론 검을 메고, 오른쪽 어깨로는 궁과 시를 엇갈려 메고, 도는 왼쪽 허리춤에, 사슴가죽으로 미루어 보아 독물이 분명해 보이는 암기주머니는 오른쪽 허리춤에 매단 조금은 어수선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들이다.

게다가 저마다 오른쪽 소매에 새겨진 구룡이 엉켜있는 듯한 붉은색의 조악한 문양이라니...

세칭 강호에 회자되는 고수들의 외양과는 판이하게 보이는 구룡들이지만 언뜻 언뜻 비치는 안광들의 번뜩임은 실로 예사롭지 않아 이른 조식을 즐기던 객잔내의 다른 사람들을 긴장케함에 부족함이 없기만 하다.

객잔을 나선 구룡들이 팽호를 첨병처럼 앞세우고 뒤이어 이무흔과 제갈지가 뒤따르자 자연스레 화살촉모양의 형태로 팽가의 정문으로 향하게 된다.


서두름 없이 결연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구룡들 위로 삼월의 아침햇살이 아직은 쌀쌀함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내려 앉고...

향 하나 탈 시간이 흐르자 삼백년 역사의 하북팽가가 그 위용을

드러낸다. 하북에서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과시라도 하듯이 거대한 규모로 배산임수의 형태로 지어진 장원의 웅장한 정문 좌우로 역시 거대한 돌사자상이 위엄 있게 서 있는 모습이다.

한결같이 태양혈이 툭 튀어 나와 있는 걸로 보아 강맹한 공력이 돋보이는 팽가의 수문위사들이 해를 등지며 다가오는 구룡들을 발견하고는 그 칼을 벼린듯한 날카로운 예기에 내심 긴장된 모습을 감추지 못하며 그들을 맞이한다.

급기야 계단 앞에 다다라 멈춰선 팽호의 모습을 일견한 무사들이 저마다 "소가주?" 라며 당혹한 신음성을 내뱉지만 정작 팽호는 무심한 눈길로 용사비등한 필체로 씌여진 하북팽가라는 현판을 지그시 응시할 뿐이다.


이윽고 날랜 무사 하나가 거칠게 정문을 열고는 신형을 뽑아 내당으로 내쳐 달리고 열려진 정문으로 팽호를 위시한 구룡 모두가 들어 서도록 다른 수문위사들은 미처 제지할 엄두도 내질 못한 채 그저 주춤 주춤 물러설뿐이다.

정문을 들어서자 삼백년의 역사답게 고색창연한 수십의 전각들이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고 좌우에 높게 쌓여진 청석판으로 이루어진 긴 회랑 아래로 장방형의 연무장이 넓게 펼쳐져 있다.

그 너머로 취의청이라는 현판을 매단 전각, 즉 팽가의 대소사를 결정 짓는 대내외적인 결의기구인 장로회가 열리는 팽가의 상징적인 건물이 위압적인 그 형태를 자랑한다.


구룡들이 연무장에 도달하자 취의청의 문이 열리고 장로들로 보이는 노인들이 몰려 나와 좌우로 자리를 잡자 약간은 비대해 보이는 거구의 장년인이 중앙의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다.

뒤이어 기백에 달하는 무사들이 속속들이 연무장 주위를 겹겹이 에워싸 형형한 기세를 돋운다.

장내의 소란스러움이 어느 정도 가라앉자 신임가주인 팽만호가 두어걸음 앞으로 나서며 여전히 입을 닫은 채로 담담한 신색의 팽호에게 퉁명스레 비아냥거리며 말을 건넨다.


"조카는 어찌하여 오랜만에 본 숙부에게 예를 취하지도 않는건가?

쥐새끼마냥 꽁지를 말더니 이젠 예의마저 잃어버린 견자에 망종이 다 되었구먼... 쯧쯧...

그러고 보니 팽가의 자식으로서 그게 다 뭐란 말이냐?

검이며, 궁이며, 암기라니?... 이건 완전 낭인 나부랭이꼴 아닌가?

어디서 세랍시고 덜 떨어진 낭인들 몇을 주워 달고 감히 이 곳에 발을 들일 생각을 하다니...

안타깝게도 네 무지와 방종이 오늘 여럿의 생명을 떨구는구나.

오냐!... 내 이참에 삭초제근하여 우환을 털어 내리라..."


팽만호의 말이 끝나자 둘러서 있던 장로들에게서 다소 의도적인듯한 비웃음들이 터져 나오고 곧 구룡들을 에워싸 있는 일반 무사들도 굳은 표정을 풀며 냉소를 날리기 시작한다.

묵묵히 그 비웃음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다가 이윽고 팽호가 한 걸음 앞으로 나오며 정중하게 포권하며 팽만호에게 말을 건넨다.


"삼숙부의 환영의 말은 잘 새겼소이다.

지금 우리 사이에 반역이니 뭐니 구구한 말이 더 이상 무슨 필요가 있겠소?

다만 오늘의 방문은 이 몸의 개인적인 한풀이보다는 본회의 첫출정의 의미가 더 큰지라 회주께 모든 시시비비를 일임할 생각이오.

삼숙부... 본 구룡회의 회주이시오."


팽호의 소개에 이어 이무흔이 앞으로 나서며 팽만호에게 포권을 취하며 입을 연다.


"잠룡 이무흔이오. 본디 남의 집안일에 왈가불가하기란 거리낌이 없지 않으나 본회의 회주된 입장으로 묻지 않을 수 없구려...

정마련의 개파식 이후로 하북팽가가 정마련의 하북지단을 겸하게 됨이 사실이오?"


이무흔이 말이 떨어지자 장로들의 대부분은 물론 일반무사들까지도 흠칫 놀라며 웅성대기 시작한다.

뜻밖의 말에 허를 찔린듯이 멍해 있던 팽만호가 주위의 심상치 않은 동요를 느끼자 서둘러 입을 열어 이무흔을 윽박지른다.


"뭐라?.. 이 무슨 망발을?.. 어린 놈이 하북팽가를 도대체 뭘로 보고 말도 안 되는 수작질이냐?

말을 섞기도 심히 불쾌하구나.

뭐하느냐? 어서 저 쓰레기들을 치워버리지 않고..."


팽만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미 일찌기 언질을 받은듯 구룡들을 넓게 에워싸고 있던 일열의 무사들중에 삼십여명이 순식간에 신형을 뽑아 올리며 팽가 특유의 웅혼한 발도술로 도명을 울린다.

허나 도명에 이은 도광의 그물에 꼼짝 없이 갇힐 것만 같았던 구룡들의 손에 어느새 검은빛 궁이 들려지고 도의 울음소리가 미처 사라지기도 전에 삽십여의 인영들이 하나같이 오른쪽 어깨에 화살 하나씩을 박은 모습으로 나동그라진다.

이무흔을 중심으로 반원을 그린 형태로 한 장의 간격으로 우뚝 서서 담담히 시위를 매기고 있는 팔룡들의 모습에 일찌기 비웃음을 날리던 무사들의 안색들이 침중하게 가라앉는다.

어깨뼈를 관통당한 고통에 신음하는 무사들을 끌어내고 그 자리를 붉은 수실이 매달린 도를 빼어든 다른 무사들이 메우자 다친 무사들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팽만호가 한결 밝아진 신색으로 입을 연다.


"흥!... 의기양양할 것 없다.

고작 외당의 경비나 맡는 졸자들일 뿐이니...

팽가의 주력에 그따위 조잡한 궁술이 더 이상 통할리 만무하다.

쳐라!... 헛!.."


팽만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또 다시 삼십여의 무사들이 오른쪽 어깨를 움켜 쥔 채 나동그라지고...

이번에는 미리 주시하고 있음에도 최소한 세 번씩의 연사의 기척을 잡아내지 못하자 취의청 앞에 나열해 있는 장로들의 안색마저 무겁게 변해 버린다.

일열에 있던 다른 무사들이 신음하는 무사들을 끌고 슬금슬금 십여장 뒤로 물러나자 그제야 팔룡들이 궁을 내리고 묵묵히 전방을 주시하던 이무흔이 다시금 입을 연다.


"팽선배... 이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마음이 생기셨소?

아니면 아예 다른 주력들을 모조리 외팔이 졸자들로 만들어 드리리까?..."


이무흔의 담담한 말이 날카로운 비수처럼 중인들의 가슴에 위협적으로 스며들자 절로 다시금 십여장의 공간이 더 생겨난다.

일반무사들의 표정에 내비친 두려움이 점점 깊어지자 당황스러움도 잠시... 팽만호의 분노에 찬 일성이 터져 나온다.


"못난 것들!... 저런 쓰레기들에게... 팽가의 수치로다.

흥!... 이놈들... 정녕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리렸다!...

철갑대는 어서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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