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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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소옥
작품등록일 :
2012.08.29 12:33
최근연재일 :
2012.08.2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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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10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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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구룡지로 30장 축융

DUMMY

구룡지로...




30장.... 축융...




좌혼의 냉소에 찬 빈정거림에 혁련운이 발끈하며 나서려는 찰나 불현듯 금혜란이 앞으로 나선다. 가벼이 목례하듯 던진 눈빛에 담긴 의미를 읽은 혁련운이 걱정스러움을 떨치지 못한 채 뒤로 물러서자 비로소 좌혼에게 포권을 취하며 금혜란이 입을 연다.


" 화룡이라는 감당치 못할 명호를 이고 있는 금혜란입니다. 노선배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방금 내뱉으신 말은 실로 그 경박함이 지나치지 않을 수 없음이네요. 언감생신 감히 마종가를 조롱하다니... 말이 화가 됨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드리죠. 비록 이미 멸문했다 하나 엄연히 마종가의 한줄기였음에야 축융의 이름을 걸고 노선배의 치졸한 경망함을 단죄할 수 밖에요... "


나오라는 마종가의 가주 대신에 곱상한 처자가 나서서 대뜸 자신의 언사를 공박하고 나오자 어이 없어 하던 좌혼이 이윽고 치미는 분노에 한줄기 장소성과 함께 느닷없이 허공에 일장을 날리더니 노회한 강호의 노물답게 한결 냉정을 되찾은 모습으로 입을 연다.


" 어린 것이 입은 매섭기 그지 없도다. 네년말대로라면 주춧돌조차 남지 않은 축융방의 떨거지인 모양인데 그깟 화기 나부랑이를 믿고 나서다니, 네년이야말로 그 경망스러움을 톡톡히 후회하도록 해주마... 네년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놓은 뒤에 아녀자의 등뒤에 숨어 있는 허울만 남은 마종가를 자근자근 밟아주리라. "


좌혼의 비아냥거림에도 담담함을 견지하던 금혜란이 이윽고 좌혼이 말을 맺자 서서히 축융신공의 기수식을 취하고 그 견정한 태도와 예기에 내심 놀란 좌혼마저 성명신공인 혈살기공을 끌어 올리자 곧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감이 좌중을 메운다.


혈살객 좌혼... 일찌기 정마대전때 어부지리를 노리다 외려 풍비박산이 나고만 사혈련의 주축의 하나이던 혈사방의 마지막 남은 직계로서 일생을 혈사방의 재건에 매진했으나 정천회와 마맹의 견제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결국 만년에 이르러 개파식 이후에 그에게 내정된 지단의 이름에 혈사방을 붙이는 조건을 내건 정마련의 회유에 넘어가 십대빈객의 수좌를 맡게 되었다.


강호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치는 실로 애매모호한 점이 있으니, 조금 무리가 있기는 하나 한때는 강호를 삼분하던 대표세력의 마지막 남은 적통이라고도 할 수 있기에 배분을 따져 대하기도 그렇고 지닌 무공 하나만으로도 비록 유명무실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사파를 대표하는 인물답게 그 깊이와 파격은 심히 독보적이라 아니할 수 없음인지라 정사마를 막론하고 나름 그에게 위신을 세워주고 있는 입장이라 하겠다. 그런 까닭에서인지 의외로 그가 치른 격전은 많지 않으나 그 면면을 들여다 보면 실로 놀랍기 그지 없음이니, 구대문파의 장로급 인물들은 물론이거니와 새외의 내노라하는 강자들이며 심지어는 마맹의 호법까지도 망라되어있음인데도 불구하고 아직 패한 적이 없는 그야말로 초일류의 고수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바인데...


그에 반해 정마대전후 급격히 그 세가 기울어 강호의 말석에 겨우 이름을 올린 채 결국 멸문의 화를 피하지 못한 축융방의 일개 제자에 불과한 금혜란의 도전은 중인들의 입장에선 그저 섣부른 조족지혈이자 당랑거철의 만용에 불과할 따름이다. 더군다나 비무의 특성상 그나마 축융방의 성명절기라고 할 수 있는 화기의 사용이 제한될 수 밖에 없기에 더더욱 도전 자체가 무모하게만 느껴짐에도 괴의한 것은 나머지 구룡들의 표정엔 걱정스러움은 있어도 누구 하나 만류하고자 하는 기색은 찾을 수 없음인지라 지켜 보는 중인들조차 조금은 혼란스러움을 떨치지 못하는데...


이윽고 내기를 끌어 올리던 금혜란이 의례적인 선공의 의미로 가볍게 축융신공의 일초인 개벽화를 허공에 뿌린다. 축융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글거리는 열기가 관전하는 중인들에게 후끈하니 느껴지고, 서서히 좌혼을 향해 움켜쥔 금혜란의 권에서 붉디붉은 불꽃이 넘실거리기 시작한다. 이른바 한때는 양강무공의 최정점으로 일컫어지던 축융신공만의 화강이 실현되는 모습인데, 이는 최소한 축융신공이 구성에 달해야만 실현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왔기에 이제 갓 삼십전후의, 게다가 양강의 성정에 맞지 않는 아녀자의 몸으로 그 양강공부의 화후가 절정에 가깝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에 중인들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묵묵히 이를 지켜보던 좌혼 역시 예상을 뛰어 넘는 금혜란의 화후에 흠칫 놀란듯 하나, 이내 안색을 굳힌 채 싸늘한 냉소를 흘리며 오성만 운영하던 혈살기공을 팔성으로 끌어올린뒤 어느덧 코앞까지 다가온 금혜란의 화강에 맞서 혈살기를 세차게 뿌려댄다.


삼장의 거리를 마주하고 선 두 사람이 박투대신 선택한 강기의 교환이 이루어지자 곧 장내는 핏빛의 섬칫한 혈살기와 타오르듯 붉은 화강의 맞부딪침으로 삽시간에 강기끼리의 충돌로 인한 여파가 숨죽인 채 지켜 보고 있는 중인들에게 밀려든다. 저마다 공력을 끌어 올리며 사방으로 비산하는 강기의 조각들을 막아내며 주춤주춤 십여장을 더 물러선 중인들의 눈에 흡사 수십 수백의 뱀들이 일제히 덮치는듯한 좌혼의 혈살기와 연신 권을 뿌려대 거대한 방패같은 벽을 만든 금헤란의 화강의 격돌이 가득찬다. 순간 눈이 멀듯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뒤이어 귀청을 찟는듯한 폭발음에 중인들이 귀를 틀어 막은 채 비틀거리는데, 이윽고 가루처럼 자욱한 청석판의 조각들이 가라앉자 애초의 예상과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혈살기로도 화강의 열기만은 어쩔 수 없었는지 소매가 검게 그슬린 것을 제외하면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좌혼의 모습에 비해 산발된 머리며 여기 저기 혈살기에 스쳐 선혈이 낭자한 금혜란의 낭패한 모습이 눈에 띈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은듯이 담담하게 지혈을 마친 금혜란이 조금도 위축되지 않은 모습으로 좌혼을 향해 입을 연다.


" 역시 혈살객 선배의 혈살기는 듣던 바대로 일절이 아닐 수 없군요. 완성되지 못한 축융신공으론 정말 상대하기가 버겁기 짝이 없네요. 사문의 무공을 여자라는 이유로 대성할 수 없음이 지금처럼 아쉬운 적이 없군요. 하지만 그것이 곧 축융신공이 선배의 혈살기보다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기에 부족하나마 조그만 편법을 부려 볼까해요. 부디 탓하지는 마시기를... "


한 치의 비굴함도 없이 의지견정한 태도의 금혜란이 말을 마치자 무어라고 말을 건네려던 좌혼이 손을 들어 비무의 계속을 응낙한다. 사실 낭패스러운 겉모습과는 달리 금혜란이 그저 피륙의 상처만 입었을뿐 실상은 그다지 밀리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는 좌혼으로서는 더 이상의 경시함을 피한 채 전력을 다하고자 마음 먹은 바, 어줍잖은 대화보다는 빨리 이 비무의 끝을 보고난 후에 마종가의 허실을 탐색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이윽고 다시 자세를 잡은 금혜란의 기세가 처음과는 사뭇 다름에 중인들의 고개가 갸웃거리는 찰나 짧은 경호성과 함께 금혜란의 신형이 궁신탄영의 수법으로 좌혼에게 짓쳐 들어가는게 아닌가? 강기무공의 정점이라는 혈살기를 상대로 박투라니? 거리를 둔 강기끼리의 겨룸에도 그 고하가 분명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내공의 두터움이 여실히 좌우하는 적수공권의 박투를 택하다니? 편법이라 칭한 그 무모함에 중인들이 아연함을 금치 못하는데, 어느새 좌혼에게 다가선 금혜란이 권, 장, 퇴의 연환공격을 퍼붓는다. 금혜란의 감춘 한 수가 고작 박투였음에 내심 비웃음을 감추지 못한 좌혼이 여유로이 혈살기로 전신을 감싼 채 맞받아 치려는데, 축융신공을 극성으로 일으킨 금혜란의 전신에서 아까와는 달리 아지랑이같이 보이는 붉은 열기 속에 언뜻 파르스름한 냉기가 엿보이는지라 황급히 공력을 배가하는 한편, 맞부딪침 대신 물러서며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금혜란의 공세를 흘려 받기에 주력한다. 이는 지켜 보는 중인들에겐 참으로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는지라, 강호에 명성이 자자한 혈살객이 멸문한 축융방의 일개 방도에 불과한 여인을 맞아 물러서다니... 중인들의 입장에선 참으로 불가해한 일이 아닐 수 없으나 실은 강호의 노물답게 좌혼의 노회함이 빛나는 순간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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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룡지로 30장 축융 +3 11.08.10 7,267 5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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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구룡지로 16장 팽가 +3 11.04.26 9,197 6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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