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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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소옥
작품등록일 :
2012.08.29 12:33
최근연재일 :
2012.08.2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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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03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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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지로 26장 취임

DUMMY




구룡지로...



26장... 취임...



하북팽가의 신임가주의 취임식이 열린 것은 삼월 십구일...

팽호가 숭산의 회합에 참석코자 집을 나선지 근 팔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정마련의 개파식까지는 불과 한달 보름여밖에 남지 않았는지라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를 비롯한 강호 제문파들중에 취임식에 참석한 이들은 손으로 꼽을 정도의 미미한 수에 불과했다.

물론 세간에 알려진 오대세가의 유명한 결속력답게 남궁세가, 제갈세가, 황보세가, 사천당문은 여지 없이 장로들이나 직계손들을 보내 팽가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했음이나...

예상대로 주변의 소문파들은 정마련과 척을 질 것이 분명한 팽가에게 대부분 정중한 불참의 변을 전해 왔으니...

개파를 앞둔 정마련의 위세가 이미 강호 곳곳에 위진하고 있음을 대변함이라고 하겠다.


오시에 정문을 열고 방문객들을 받아들인 팽가는 예상보다 저조한 참석자들의 수에도 아랑곳 없이 활기가 넘쳤는데... 하얀 무명옷로 깔끔하게 통일된 복색의 식솔들의 표정엔 열흘전의 참회와 회한의 우울한 모습은 간데 없고 의지견정한 활력이 넘쳐나고 있었다.

이윽고 시작된 취임식은 예년과는 달리 대부분의 대례는 생략하고 팽가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조상들의 위패 앞에서 오백여 모든 팽가의 식솔들이 무릎 꿇고 앞선 두 전임가주와 몇몇 희생자들의 죽음의 책임을 정마련으로 규정하고 그 복수를 천명함으로 대신했다.

뒤이어 이어진 피로연에서 오대세가의 인물들과 몇몇 소문파들의 수장들은 하나같이 팽호에게 팽가식솔들의 굴강한 기세에 감탄하며 치하하기를 멈추지 않았는데 그모습을 상석에서 지켜 보던 황보혜 역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감격의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


화기애애한 오찬이 끝나고 무가의 연회답게 식후의 여흥으로 팽가의 고수들이 나서 각자의 절학들을 시연하던 와중에 내당 총관인 팽후관이 황급히 달려와 팽호에게 귀엣말을 건넨다.

흠칫하며 급변한 팽호의 기색에 심상치 않음을 느낀 구룡들도 따라 긴장하는데 전음으로 연유를 전해들은 제갈지와 이무흔이 잠시의 숙고 끝에 팽호에게 다시 전음을 건넨다.

안색을 굳히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던 팽호가 총관에게 지시를 하는 동안 제갈지는 굳은 목소리로 다른 룡들에게 사태를 설명하고 앞으로의 추이를 살피기를 당부한다.

동시에 암혼대의 수장인 팽군성으로부터의 보고가 이무흔에게 전음로 전해지고 이를 다시 전해들은 제갈지의 얼굴에 처음의 긴장과 우려 대신에 득의만면한 밝은 표정이 떠오른다.


"내내 우려했음인데... 하늘의 도우심인가?

혈공명... 당신의 자만스러운 오판의 댓가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기대되는군요..."


일찌기 제갈지가 천중삼살을 놓아준 것은 사실 크나큰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각개격파의 목적을 가진 구룡회의 특성상 행사의 은밀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결과제이나 어차피 서너번의 충돌 뒤엔 구룡회의 존재를 감출래야 감출 수 없음이 자명한바 그럴바엔 몇번의 선기의 효과를 포기하는 대신 정마련의 대응의 강도를 미리 타진하고자 하는 도박이었음에..

두려워했던 혈공명의 대응이 비록 만만치 않은, 사실은 버거울 수 밖에 없는 십대빈객에 국한됨을 확인한 이상 이 고비만 잘 넘길 수 있다면 개파식을 코 앞에 둔 촉박한 일정상 정마련이 후속조치에 전력을 기울일 수 없음이 분명하기에 구룡회의 행보가 생각밖으로 용이해지리라...


제갈지의 상념이 정리되는 것과 동시에 뿌옇게 먼지를 뒤집어 쓴 정마련의 십대빈객들이 연회장에 모습을 나타내고 그들을 일견한 이들에게서 터져 나온 경호성과 또 팽가의 식솔들에게서 절로 비어져 나오는 섬뜩한 살기들로 장내가 어수선하기 이를데 없다.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들어 소요를 진정시킨 팽호가 이윽고 난데없는 불청객들에게 눈길을 건네자 무리에서 홀로 나선 초로의 백발인이 포권을 하며 입을 연다.


"정마련의 혈살객 좌혼이오. 문상의 명을 받자와 신임가주의 취임을 축하코자 왔소이다."


고개조차 숙이지 않은채 오만하게 말을 건넨 좌혼의 언사에 누구 할 것 없이 좌중의 인사들의 표정에 분기가 서리는데 그보다 더 먼저 들려온 것은 세번의 귀를 찢는 듯한 파공음이었다.

처음의 화살과 마지막의 화살이 거의 동시에 바닥의 청석판에 내리 꽂히고 그 와중에도 급히 신형을 물려 비틀거리며 두어장을 물러선 좌혼의 낭패한 모습을 조소하듯 바라보는 이는 뜻밖에도 다름 아닌 팽소용이었다.

상복인 하얀 거친 삼베옷을 입고 이마를 가로지른 검은 띠 아래로 이글거리는 눈빛을 쏘아내며 왼손에 들려있는 해동궁의 흔들림을 유유히 즐기고 있는 팽소용의 모습에 발끈하며 분노하려던 좌혼마저 멈칫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나어린 소저의 행사가 너무 경망스럽구려...

사절로 온 이에게 불문곡직 화살세례라...

아녀자의 철없음을 용인할 정도로 팽가의 기강이 이리도 무너졌을줄이야...

이거야 먼길을 달려온 보람이 없질 않은가?..."


"흥!... 협잡꾼들의 도당의 한낱 주구인 노물 주제에 말은 번드르하구나.

사절이라 했느냐? 세상에 어느 사절이 네놈마냥 뻣뻣하단 말이냐?

팽가를 대표하는 가주에게 감히 평대라니?

설마 정마련의 위세가 팽가에서도 통하리라 여겼느냐?

살부지자는 불구대천의 원수라고 했거늘 내 당장 네놈의 주리를 틀고 싶다만 좋은 날에 피 보고 싶지 않음을 삼생의 덕으로 알거라..."


서릿발 같은 팽소용의 다그침이 이어지자 그 당위성에 밀린 좌혼이 찔끔하며 다시금 입을 연다.


"허... 젊은 소저의 입이 꽤나 거칠고 매섭구려...

그럼 어쩌리까? 이대로 돌아가리까?

좋은 뜻으로 찾아옴을 너무 곡해하는건 아니오?..."


다시 발끈하며 나서려는 팽소용을 가로막고 나선 제갈지가 좌혼에게 포권을 취하며 입을 연다.


"제갈지입니다. 그냥 돌아가신다면 무한에서 여기까지의 노고가 너무 무색하지 않을런지요?

용매의 처사가 결레임은 분명하나 환영받지 못할 불청객임을 주지하셨음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오만한 태도를 견지하심은 다른 의도가 있지는 않나 의심스럽기만 하군요.

혈공명의 당부이던가요? 팽가를 자극해 허실을 탐해 보라던가요? 특히 마종가의 등장에 관해?"


"헛!... 그걸 어찌?... 아니, 그럴리가 있겠소?

우린 그냥 다만 축하사절일뿐..."


의표를 찔린 탓에 진땀을 흘리며 더듬거리는 좌혼에게 쐐기를 박듯 제갈지의 말이 이어진다.


"축하사절치곤 심히 뻣뻣함이 도를 넘어서질 않았나요?

그대들의 무례를 문제 삼으면 무력으로 해결하라는게 혈공명의 숨은 뜻이었겠지요?

결국 강호에서는 무공으로 묻고 답하는 법...

어찌 되었던 어차피 사절의 탈을 쓴 이상 팽가가 다수의 세로 겁박하기엔 아무래도 모양새가 빠질 터...

아마도 일대일의 비무로 사태의 해결을 몰아가라는 명이었겠죠? 아닌가요? 혈살객 좌혼..."


비각주 정운의 명을 옆에서 같이 전해들은듯한 제갈지의 명쾌한 반박에 그저 입을 떡 벌린채 멍하니 넋을 잃고 있는 좌혼을 일깨우려는듯 제갈지의 차가운 일성이 터져 나온다.


"좋아요!... 뜻대로 해주지요. 선자불래 내자불선이라...

그만한 각오는 되어 있겠지요?

열명끼리의 일대일 비무로 이 무례를 묻고 답하기로 하죠.

그대들은 준비하도록 하세요."


냉엄한 제갈지의 선언이 끝나자마자 급변하는 장내의 상황에 당황하던 내빈들마저 서둘러 연무장의 비무대로 총총히 자리를 옮기고 오백여의 팽가식솔들이 에워싼 연무장에 당도한 십대빈객들의 표정엔 어찌 되었던 애초의 목적은 달성했음에 한결 여유로움이 넘쳐난다.


이때가 아직은 삼월의 햇살이 따사로운 신시경으로 구룡이 비로소 강호의 전면에 그 화려한 등장을 알리는 서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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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구룡지로 31장 소수 +5 11.08.18 7,358 5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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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구룡지로 27장 엽고 +7 11.06.03 7,407 61 6쪽
» 구룡지로 26장 취임 +6 11.06.03 7,504 64 8쪽
25 구룡지로 25장 화궁 +8 11.06.02 7,668 61 9쪽
24 구룡지로 24장 공명 +5 11.06.01 7,869 57 5쪽
23 구룡지로 23장 삼대 +6 11.05.13 8,010 61 6쪽
22 구룡지로 22장 마정 +5 11.05.12 8,361 62 6쪽
21 구룡지로 21장 명문 +6 11.04.29 8,426 63 8쪽
20 구룡지로 20장 칭죄 +5 11.04.28 8,587 61 7쪽
19 구룡지로 19장 삼살 2 +6 11.04.27 8,576 61 9쪽
18 구룡지로 18장 삼살 1 +3 11.04.26 8,711 59 8쪽
17 구룡지로 17장 철갑 +3 11.04.26 9,520 59 8쪽
16 구룡지로 16장 팽가 +3 11.04.26 9,198 61 8쪽
15 구룡지로 15장 출곡 +3 11.04.25 9,319 62 5쪽
14 구룡지로 14장 태동 +4 11.04.25 9,779 6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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