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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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소옥
작품등록일 :
2012.08.29 12:33
최근연재일 :
2012.08.2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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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36,652

작성
11.06.0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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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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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글자
6쪽

구룡지로 27장 엽고

DUMMY

구룡지로...



27장... 엽고...




장내가 정리되자 연무장 한가운데 양쪽으로 늘어선 무리들중에서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선 이는 십대빈객에서 서열 오위에 해당하는 철웅 엽고였다.

철웅 엽고는 원래 철사장으로 유명한 복건의 철혈문 출신으로 일찌기 장대한 체구와 그에 따른 신력과 함께 번뜩이는 재지로 사문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장문지재였으나 타고난 폭급한 성정으로 말미암아 숱한 사고를 쳐댄 끝에 골머리를 썩던 장문의 명으로 참회옥에 갇힌 삼년동안 절치부심하여 사문의 최고성명절기인 금종조의 대성을 이룬뒤 파옥하고 나와 사문을 피로 씻었던 흉명이 자자한 일대마두이다.

그 일로 인해 겨우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철혈문으로선 복수는 커녕 외려 엽고를 피해다닐 정도로 외공으로선 가히 일가를 이뤘다고 평가받고 있는 초일류의 고수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도 잔인하고 폭급한 성정만 아니었으면 일찌감치 정마련에서 중용받았을 것임을 인지하고 있기에 십대빈객에 속해있는 자신의 처지를 못내 비관하고 있던차에 수천리를 먼지를 뒤집어 쓰고 달려 오자마자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됨에 더 이상 울화를 참지 못하고 뛰쳐 나온 것인데...


씩씩거리며 웃통을 벗어 던져 구리빛 탄탄한 상체의 근육을 과시하며 상대할 자는 어서 나오라며 발을 굴러대는 엽고 앞에 선 이는 내내 눈을 감고 묵묵히 제갈지의 전언을 듣고 있던 원정이었다.

엽고에 대한 대강의 정보를 듣는둥 마는둥 무심한 표정으로 담담히 상념에 빠져 있는듯해 보이는 원정은 기실 십대빈객의 출현이 있던 그때부터 이미 가슴속에 시퍼런 예기를 날카롭게 세우고 있었음이니.. 원정의 뇌리에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는 선사와 사형들의 마지막 모습들이 다시 떠오르고 습관처럼 읊조려지는 아미타불의 불호가 끝나자 서서히 띄여지는 원정의 두눈에 흡사 번개가 치듯 서늘한 불길이 타오른다.


서른도 안돼보이는 떠거머리 화상이 앞에 나서자 이건 왠 듣도 보도 못한 천둥벌거숭이냐며 비웃음을 날리던 엽고가 그 서늘한 불길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순간 원정이 느닷없이 허공에 대고 나한신권을 날린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대기의 흔들림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데, 그 흔들림에 담겨져 있는 중후한 기세에 십대빈객들이 저마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이윽고 나한신권의 자세를 푼 원정이 비로소 포권을 취하며 엽고에게 말을 건넨다.


"원정이오. 부끄럽게도 권룡이라는 감당키 어려운 명호를 갖고 있소이다.

얕보임에 득수를 하고 싶진 않은지라 추태를 보였소.

비록 불제자이긴 하나 지금은 복수에 눈이 먼 살귀에 불과하다오.

손속이 독하다고 부디 탓하지는 말기를... 자 그럼..."


말을 마친 원정이 마보의 자세를 취하며 무겁게 기세를 갈무리하자 처음과는 달리 긴장된 모습의 엽고 역시 금종조의 공부를 담아 철사장의 기수식을 취한다.

어느새 장내는 긴장된 무거움이 저마다의 가슴을 짓누르는데, 눈깜빡임도 없이 서로를 노려보던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땅을 박차고 날아 올라 격돌한다.


장대한 체구에 걸맞지 않게 유려한 몸짓으로 일학충소의 신법으로 신형을 뽑아 올린 엽고가 마치 먹이를 채는 매처럼 사나운 기세로 한발 늦게 차고 오른 원정을 짖쳐 들어가는데 뜻밖에도 원정이 전혀 힘든 기색 없이 허공에 뜬 자세 그대로 연신 아홉 번 신형을 뒤집는게 아닌가?

그 시의적절함과 부드러운 유운신법의 구사에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오고, 한 뼘 차이로 스쳐 내린 엽고가 다급히 신형을 휘돌리며 채 자세를 잡기도 전에 어느새 지척으로 다가선 원정이 뻗은 나한십팔권의 권기가 매섭게 몰아치자 엽고가 황급히 검게 물든 철사장으로 권격과 마주한다.


펑... 펑... 마치 가죽북 치는듯한 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간신히 십팔권을 겨우 받아낸 엽고가 비틀거리는 신형을 가다듬기도 전에 은은한 천둥소리와 함께 팽가의 혼원벽력장이 엽고의 전신을 쉴 새 없이 두들기는게 아닌가?

정신 없이 이장여를 밀려난 엽고의 신형이 부들부들 떨리고, 비록 성명절기인 금종조 덕에 치명상은 입지 않았으나 이미 내부의 격렬한 흔들림으로 내기의 순환마저 여의치 않는 엽고에게 보기에도 호쾌한 원앙퇴가 작렬하고 눈두덩이가 터져 나간 채 비틀거리는 엽고를 찍어 눌르듯 타고 오른 원정이 좌우로 신형을 바꿔 가며 슬, 주, 수배, 박으로 이어지는 연환격을 퍼붓는다.

극성에 이른 금종조로 보호받던 엽고의 외피도 하나 하나 무거운 역도가 실린 중첩된 타격에 어느덧 너덜너덜 터져 나가고 급기야 인중에 퍼부어진 나한신권을 끝으로 볼품 없이 나둥거려진 엽고의 기식이 엄엄하다.


엽고가 누구던가? 천하에 흉명이 자자한 대마두, 초고수가 아닌가?

정마련이 자랑하는 십대빈객중에서도 무공만으로 치자면 감히 맞설 자가 드물다던 엽고가 아니던가? 그런 그가 성명조차 생소하기 그지 없는 젊은 화상에게 제대로 된 공방도 못 나눈 채 오뉴월에 개 패듯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처참하게 널부려져 있다니...

실로 직접 목도한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다.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좌중을 일깨운 것은 예의 서늘하면서도 무심한 눈빛의 원정이 쓰러져 있는 엽고에게 정중히 포권을 하고 돌아서자 날듯이 다가와 붉게 물든 원정의 주먹이며 팔꿈치등을 급히 감싸는 당가려와 금혜란이었다.


허나 그녀들의 걱정과는 달리 중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미 대성을 이룬 금종조를 적수공권으로 깨는 신화를 이룬 것에 비하면 뼈가 보일 정도로 여기 저기 터져버린 원정의 상처는 오히려 전혀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정도였다.

잠시 안타까이 원정의 상처를 쳐다 보던 제갈지가 경악에 빠진 혈살객 좌혼에게 빈정대듯이 차갑게 입을 연다.


"자... 이제 일승이군요... 다음은 어느 고인이 답해 주실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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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구룡지로 43장 양의 +5 11.09.18 6,590 5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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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구룡지로 41장 박투 +4 11.09.14 6,621 61 9쪽
40 구룡지로 40장 독인 +3 11.09.08 6,752 57 9쪽
39 구룡지로 39장 폭망 +3 11.09.08 6,575 60 7쪽
38 구룡지로 38장 고뇌 +3 11.09.07 6,849 55 8쪽
37 구룡지로 37장 춘풍 +4 11.09.04 7,049 53 9쪽
36 구룡지로 36장 산타 +4 11.09.03 6,966 57 9쪽
35 구룡지로 35장 언가 +3 11.09.02 7,227 60 9쪽
34 구룡지로 34장 신위 +5 11.08.30 7,189 69 13쪽
33 구룡지로 33장 조우 +4 11.08.26 7,223 58 9쪽
32 구룡지로 32장 출정 +5 11.08.24 7,407 56 7쪽
31 구룡지로 31장 소수 +5 11.08.18 7,358 59 11쪽
30 구룡지로 30장 축융 +3 11.08.10 7,266 58 9쪽
29 구룡지로 29장 좌도 +4 11.06.16 7,390 64 12쪽
28 구룡지로 28장 호접 +6 11.06.08 7,462 59 13쪽
» 구룡지로 27장 엽고 +7 11.06.03 7,407 61 6쪽
26 구룡지로 26장 취임 +6 11.06.03 7,503 64 8쪽
25 구룡지로 25장 화궁 +8 11.06.02 7,667 61 9쪽
24 구룡지로 24장 공명 +5 11.06.01 7,869 57 5쪽
23 구룡지로 23장 삼대 +6 11.05.13 8,010 61 6쪽
22 구룡지로 22장 마정 +5 11.05.12 8,361 62 6쪽
21 구룡지로 21장 명문 +6 11.04.29 8,426 63 8쪽
20 구룡지로 20장 칭죄 +5 11.04.28 8,587 61 7쪽
19 구룡지로 19장 삼살 2 +6 11.04.27 8,576 61 9쪽
18 구룡지로 18장 삼살 1 +3 11.04.26 8,711 59 8쪽
17 구룡지로 17장 철갑 +3 11.04.26 9,520 59 8쪽
16 구룡지로 16장 팽가 +3 11.04.26 9,197 61 8쪽
15 구룡지로 15장 출곡 +3 11.04.25 9,319 62 5쪽
14 구룡지로 14장 태동 +4 11.04.25 9,779 6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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