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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최근연재일 :
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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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16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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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ort Liarta - 3장 도서관의 노인 #03

DUMMY

3장 도서관의 노인 #03



잠시 후, 소년과 노인은 나란히 도서관의 책상 앞에 앉아 사이좋게 책을 보고 있었다. 물론 한 손에는 샌드위치를 하나씩 들고 말이다.

"이런 걸로 내가 널 용서했다고는 생각하지 마라. 아직은 잠정적인 판단보류 상태니깐 말이다."

노인이 책을 보다가 아란에게 몇 마디하고, 슬쩍 고개를 돌렸다. 소년이 보기에도 노인의 행태가 좀 어색해 보이긴 했다. 소년은 피식 웃으면서 대답한다.

"네에…, 네 알았다구요. 그나저나 홍차 좀 드실래요? 집에서 좀 가져왔는데…."

아란은 그렇게 말하며 먼지투성이 가방을 뒤져 나무로 된 물통을 꺼냈다. 물통을 여니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홍차가 짙은 향을 뿌리며 들어있다.

안 그래도 아까부터 목이 마르던 노인은 헛기침을 한번 -쿨럭 하더니 말한다.

"에헴. 그, 그래 좀 주렴. 여기 컵은 있단다."

그러면서 노인은 티세트에 있던 컵을 두 개 꺼내어 한 개는 소년의 자리에 놓았다. 소년은 노인이 들고 있는 컵에 홍차를 쪼르륵 따른 후 자신의 컵에도 따랐다.

난장판이 된 도서관 중앙에서 두 노소는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티타임을 가졌다. 노인은 다시 자신의 책으로 고개를 돌린다.

"……."

"……."

그러다 문득 아란은 노인을 향해 묻는다.

"저기…, 영감님, 영감님은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왜?"

"아니…. 영주성에 살고 계시다면 혹시 제가 이름이라도 들어 봤을까 싶어서요."

"동네 꼬마란 녀석이 이 늙은 영감쟁이 이름은 알아서 뭐에 쓰려 그러누?"

노인의 퉁명스런 반응에 아란은 슬며시 눈을 책으로 돌린다.

"……."

"……."

그걸 보던 노인은 자기가 좀 심했나 싶었는지 헛기침을 한번 한다.

"에헴…. 그냥 '이자크'라 불러. 내 친구들은 날 그렇게 부른다."

돌아보는 아란.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전 아란, 아란 칼 이라고 해요. 마을에서는 그냥 '책벌레 아란' 하면 다들 알 거에요. 그러고 보니, 이자크 할아버지는 영주성에서 무슨 일을 하세요?"

"나? 음…. 나야 뭐, 그냥 도서관을 관리하는 일을 한단다."

조금 당황한 듯한, 이자크 노인의 말에 아란은 굉장하다는 듯 작은 탄성을 내지른다.

"오. 멋진데요? 그럼 책 읽는 것도 좋아하세요?"

"뭐. 그런 셈이지. 어렸을 때부터 책보는 게 유일한 취미였으니까."

노인이 책을 좋아한다는 말을 하자 아란은 괜히 신이 났다.

"우와~ 그럼 이자크 할아버지도 기사무용담 읽는 걸 좋아하겠군요!!"

"당연한 거 아니냐. 기사무용담은 제국문학의 근간을 이루는 토대라고 할 수 있지."

뭘, 그런 당연한걸 묻느냐는 듯, 시큰둥한 이자크 노인의 말에도 아란은 굉장히 기뻐했다.

그럴 만도 한 게 예전엔 루치야 이외에는 이런 대화를 터놓고 할 수 조차 없었던 아란이 아니었던가?

이제 같은 공감대를 가지고 얘기를 나눌만한 상대가 나타났으니 그게 누구든 반가울 수 밖에.

"흐음~ 전 제국문학 같은 건 잘 모르지만 하여튼 굉장한 것 같네요."

"제국은 기사의 나라니 말이다. 연합의 무지렁이들과는 차원이 다르지."

"호오, 그렇군요. 그래도, 연합의 나이트 아바란체 라던가. 드래곤 슬레이어 루카스 같은 멋진 기사도 있지 않나요?"

"혹시 얼간이 아바란체랑 뻥쟁이 루카스를 말하는 거냐? 그 놈들 이야기는 그냥 소설일 뿐이야. 악어새끼 한 마리 잡아놓고 전설의 영웅인 듯 떠드는 아바란체나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드레이크 한 마리 잡은 주제에 용이라고 떠드는 루카스나, 연합의 기사들 수준이야 거기서 거기지. 마물 잡는걸 소설로 쓰는 황당한 나라는 연합 놈들밖에는 없을 거야."

"푸하하, 아바란체나 루카스를 그렇게 말하시는 분은 이자크 할아버지 밖에 없을 거예요. 그래도 마물사냥이 완전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지 않나요?"

"이것 보거라. 아란, 넌 어려서 잘 모르나 본데. 카난 대륙에 있던 마물은 천 년 전에 이미 니블하임으로 모두 추방됐단다. 천 년 전 우리 데이하르트 제국의 초대 건국왕 알렉산드르 칼 데이하르트께서 이루신 위대한 업적이지."

"음, 건국왕 이야기라면 오래 전에 본적이 있어요. 건국왕 알렉산드르 대제가 그의 직속 황룡기사단과 함께 행한 위대한 진군 말이군요?"

"잘 알지 않냐. 그때 대부분의 마물은 세력을 잃고, 판데모니움으로 떨어지거나 니블하임으로 추방당했지. 그런데, 그런 이야기 어디서 들었니?"

"아버지가 제가 6살 때 생일선물로 기사무용담을 사주셨거든요. 그게 건국왕 알렉산드르대제의 이야기였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순식간에 읽었던 기억이 나요."

아란은 그렇게 말하곤 히죽 웃었다. 그 미소를 보던 노인은 이 아란이라는 꼬마가 의외로 괜찮은 녀석이라고 느껴졌다.

"그랬구나. 뭐 어쨌거나 연합의 기사무용담은 죄다 뻥이란다. 너무 많이 보진 말거라. 드래곤 슬레이어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는구나. 용족들이 니블하임으로 날아간 지가 언젠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꾸며 쓰는 건 도대체…."

"톰 리들러…. 제국사람이에요."

"톰 이라…. 그 놈도 그럼 뻥쟁이구나."

"큭큭큭…, 재미있네요. 이자크 할아버지. 기사무용담을 그렇게 말하는 건 처음 들어봤어요."

아란은 이자크 노인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무용담 해석에 굉장히 재미있어했다. 연합은 무조건 나쁘다는 억지스런 관점이긴 했으나 왠지 그게 재미있었던 것이다.

노인은 자신의 말에 아란이 상당히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마음이 점점 풀어졌다. 아란이 근본은 착한 아이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괜히 소년을 억지로 의심하고 몰아붙였던 것이 미안해졌다.

"그나저나 넌 학교는 다니냐?"

"아뇨. 저희 마을엔 학교가 없어요."

"음. 그럼 무슨 수로 글을 배운 거냐? 선생님도 없이?"

"아버지가 책을 사주시면서 가르쳐 주신 거예요. 그 후로 부턴 책 읽는 게 유일한 취미이자 생활이 됐죠. 그런데 마을엔 책을 구할 방법이 마땅찮아요. 그래서 도서관에 잠입을…."

아란은 찔리는 게 있는지 말끝을 흐렸다. 그리곤 이자크 노인의 눈치를 살핀다. 노인은 그러나 아까와는 다르게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뭐 나도 어렸을 때 아버지 몰래 밤늦게까지 책을 보곤 했으니 그 심정은 이해는 한단다. 그래도 영주성에 잠입한 거는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구나…."

"으…,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영주성에 몰래 들어온 데다 기물까지 부쉈으니…."

"그런데 한 가지 물어보자. 도대체 어떻게 저기서 튀어나온 거냐?"

"아…. 그게…."

노인이 물어보자 아란은 난처한 기색으로 눈동자를 굴리며 뺨을 긁었다. 그러다 노인의 분위기가 야단칠 것 같지는 않자 말문을 열었다.

"에휴…, 사실은…."

아란은 자신이 영주의 막내아들 이얀과 절친한 친구란 것부터 이얀이 준 지도를 통해서 영주성 비밀통로를 알아냈고 그곳을 통해 여기까지 도달한 사실을 죄다 이자크 노인에게 말했다.

"흐음, 그래서 문을 열려고 했는데 무리를 해서 오작동 한 거라는 말이냐?"

"네…, 설마 바로 위에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흠. 저 밑의 통로는 아무래도 과거 여기가 공국의 영토일 시절 만들어진 모양이구나. 그러니, 새로 부임 온 영주가 몰랐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군. 게다가 굉장히 좁다는 말은 한번 사용하고 무너뜨린 곳이란 소린데…. 용케도 저런 곳을 찾아냈구나 너는…."

"제가 아니죠. 이얀이 찾아낸 건데…."

"어쨌거나, 그만하니 안 무너진 게 다행이다. 그나저나, 이제 어떡한다…."

노인은 지금 소년의 처분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란도 분위기상 이자크 노인이 지금 자신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소년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노인의 입을 쳐다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발까지 동동 구르는걸 보니 어지간히도 긴장이 되나 보다.

이자크 노인은 그런 아란을 한번 -슥 보고는 피식 웃었다. 노인은 왠지 소년이 마음에 들었다.

"흥~ 알았다."

"네?"

"영주에게는 비밀로 하마. 네가 오늘 왔다는 사실도 비밀이다. 그럼…."

"와아~ 정말요? 정말 고마워요. 이자크 할아버지!"

아란은 뛸 듯이 기뻐하며 이자크 노인의 두 손을 잡고 위 아래로 -붕붕 소리가 날 정도로 흔든다. 소년으로써는 십년감수한 느낌 이었을 것이다. 소년이 밝게 웃는 모습을 보자 노인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대신, 우리가 오늘 만난 것까지도 비밀로 해야 한다. 아무한테도 말해선 안 돼."

"네! 알았어요. 절대로 아무한테도 떠벌리지 않을게요."

아란은 굳은 표정으로 그렇게 맹세했다. 그게 귀여웠던지 이자크 노인은 소년의 갈색 머리카락을 손으로 마구 헝클어뜨렸다. 그리고 노인은 의자에서 일어나 말한다.

"자 그럼 어서 시작하자."

"네? 뭘요?"

아란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이자크 노인은 손가락으로 엉망이 된 도서관의 한 부분을 가리킨다.

"저거 말이다. 내일도 네가 도서관에 들어오려면 뒷정리정돈 해둬야 되지 않겠니?"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하는 노인의 말에 아란의 표정이 이보다 더 밝아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환하게 변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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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La~port Liarta - 6장 기사의 꿈 #01 +9 08.03.04 2,636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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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La~port Liarta - 4장 마녀의 집 #01 +6 08.02.16 3,587 7 13쪽
» La~port Liarta - 3장 도서관의 노인 #03 +5 08.02.16 3,653 8 10쪽
12 La~port Liarta - 3장 도서관의 노인 #02 +6 08.02.13 3,670 6 16쪽
11 La~port Liarta - 3장 도서관의 노인 #01 +5 08.02.09 3,870 7 9쪽
10 La~port Liarta - 2장 지하통로 #04 +12 08.02.06 3,808 5 15쪽
9 La~port Liarta - 2장 지하통로 #03 +4 08.02.02 3,925 7 16쪽
8 La~port Liarta - 2장 지하통로 #02 +9 08.01.30 4,083 7 15쪽
7 La~port Liarta - 2장 지하통로 #01 +6 08.01.26 4,581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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