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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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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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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3.1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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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ort Liarta - 6장 기사의 꿈 #05

DUMMY

제 6장 기사의 꿈 #05



-쏴아아….

"후아!"

"하아, 하아…."

아란과 루치야가 풍찻간 안으로 뛰쳐들자마자 빗줄기는 소나기로 변해 퍼붓기 시작했다. 아슬아슬 했다. 정말 맹렬히 쏟아 붓는 듯 한 비였다. 방금 전에 아란의 생각대로 그대로 마을 쪽으로 내려가려했었다면, 걸어 내려가는 게 아니라 떠내려 갈 뻔했다.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한 아란은 숨을 고르다가 주위를 한번 훑어본다. 비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놓치고 있던 풍찻간의 내부풍경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풍찻간의 내부는 의외로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조금 좁은 듯 한 감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낡았다는 점만 빼면 정돈도 깨끗하게 되어있었고, 생각보다 거미줄도 별로 없었다. 벽면 군데군데에는 아이 머리통 하나가 간신히 들어갈 만큼 작은 유리 창문이 뚫려있었고, 한쪽 벽면은 무지하게 낡은 탈곡기가 여러 대 마련되어 있었다.

그 옆으로는 이 풍찻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한 수조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 탈곡기에서 탈곡한 곡물들을 씻어내는 용도인 것 같았다. 꽤나 깊었지만, 물이 차있지는 않았다. 그 외에는 낡아서 부실하게 보이는 것만 빼면 별로 흉하지도 않았다.

벽돌로 쌓아올려진 건물이라 벽자체가 냉기를 품고 있기는 했지만, 바닥에 낡은 짚풀들이 깔려있어서 그다지 춥다는 느낌도 없었다.

아란과 루치야는 서서 풍찻간을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쓰지 않는 건물이래서 다 무너져가는 폐허를 연상했었지만 그런 것치고는 깨끗하다. 비가 들이치는 것을 막기 위해 풍찻간의 철문을 -텅 소리 나게 밀어서 닫으며 루치야가 입을 열었다.

"역시 관리를 하기는 하는구나."

"음? 관리? 누가?"

"아, 사실 이 풍찻간, 사야가문의 소유는 아니지만 우리 집에서 관리한다고 들었었거든."

"에? 정말?"

"응, 오래전부터 엄마가, 집에서 보이는 이 풍찻간이 마음에 쏙 드셨던지, 사람을 보내서 관리를 시켰대. 기품이 있어 보여서 멋지대나? 후훗. 그랬다나봐."

확실히 아란도 그 말을 듣고 보니, 산중턱에 우뚝 솟아오른 하얀 풍찻간은 고고한 면이 있는 게 기품이 있어 보이긴 했다.(실용적인 면이 없어서 그렇지)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마을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산의 경관을 헤치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을 것이리라. 철거하려해도 힘든 작업인데다 돈도 많이 들것이 명백하기에 사야가문에서 자기들이 맡아서 관리하겠다고 했을 때는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것이다.

"의외로 로맨티스트시구나. 루치야 어머니는……."

아란은 눈을 감고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킥, 엄마가 들으면 좋아하실만한 말이네."

루치야도 동감했던지 아란의 말에 키득댄다. 그러다가 소녀는 무언가 생각났는지 아란에게 말한다.

"아, 아란, 아직 점심 안 먹었지?"

"으응? 아, 응 아직…."

-꼬르륵

때맞춰서 아란의 뱃속시계가 눈치 없이 울렸다. 그러자 무안해진 소년은 고개를 창밖으로 돌린다. 루치야는 그런 반응을 보이는 아란이 재밌는지, -풋 하고 소리죽여 웃는다. 그러면서, 루치야는 조용히 가지고 온 도시락바구니를 열어 모포를 꺼내 바닥에 깔았다.

분홍색자수가 놓인 귀여운 모포였다. 그리곤, 신고 온 검은색구두를 가지런히 벗어놓고 모포위로 올라가서 공손히 앉았다.

루치야는 단정한 모습으로 앉아 도시락바구니에서 가져온 도시락통과 물통을 꺼내들었다. 3층으로 된 커다란 명품 나무도시락 통이다. 물통도 통짜 고급 원목을 파내서 만든 것 같은 고급물통이었다.

'역시 부자는 씀씀이가 다르구나.' 아란은 이제야 실감한다. 멀뚱히 서있는 아란이 신경 쓰였던지 루치야가 한마디 했다.

"아란, 거기서 그러고 있지 말고 여기 앉아."

"어? 알았어."

머쓱하게 서있던 아란은 루치야의 말에 모포위로 올라가 앉는다. 사실 루치야와 밖에서 도시락 형식으로 밥을 먹은 적은 처음이었다. 대부분 오후에 만났기 때문에 가끔 루치야네 집에서 저녁을 얻어먹곤 했던 게 다였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부잣집 도시락은 어떤 건지 굉장히 궁금했다. 저녁 식사 때처럼 정식만찬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

소년은 극도로 긴장하며 도시락 통을 여는 루치야의 손을 주목했다. 그런 아란 앞에 소녀의 3단 도시락 통이 몸을 분리시키며 진수성찬을 펼쳐 놨다.

루치야가 가져온 도시락은 아란의 예상과는 다르게 정식만찬 따위가 아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것들 이었다. 그러나 결코 평범하지 않은 내용물이었다.

엄마가 만들어주는 멋대가리 없는 야채 샌드위치 따위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 통 하나당 한 가지 종류의 음식들이 가득 차있었다.

첫 번째 통에는 고급 호밀빵에 베이컨과 계란, 샐러드와 햄등의 내용물을 넣고 바베큐소스를 가득뿌린 초호화 샌드위치가 가득 차 있다.

두 번째 통에는 새콤한 식초로 맛을 낸 알록달록한 주먹밥이 한가득 들어있다.

그리고, 마지막 통에는 형형색색의 크레페가 새하얀 배를 드러낸 채 -먹어주십쇼 하고 어필하고 있었다.

내용물도 만만찮았지만 그것보다 더한 것은 도시락의 양이었다. 그 양은 또래 3명이서 배불리 먹고도 남을 만한 양이었던 것이다. 루치야가 알게 모르게 낑낑대며 도시락바구니를 들고 오던 게 이해가 되었다.

그렇게 도시락에 대해서 감탄하고 있는데 루치야가 따뜻한 홍차가 가득담긴 조그마한 컵을 건넨다.

"여기."

"아. 고마워."

"아냐, 차린 건 얼마 없지만 많이 먹어."

그렇게 말하며 생긋 웃는 루치야. 이게 차린 게 없으면 한번 제대로 차리면 얼마나 대단하려나?

역시 부자들은 자신과 사는 세계가 다르구나하고 아란은 멋대로 납득해버렸다. 게다가 아란은 이렇게까지 자신을 챙겨주는 루치야가 눈물 나게 고마웠다.

그리고, 배가 고팠던 아란은 무얼 먼저 먹을까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다가 고소한 냄새를 솔솔 풍기는 호밀샌드위치를 하나 집어 들어서 입으로 가져갔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베이컨과 햄과 바베큐소스의 오묘한맛이 소년의 혀를 자극했다. 아란은 극도로 행복해지는 자신을 느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어디서 맛봤더라? 물론 배가 고플 때 먹어서 이기도 했겠지만, 거짓말 하지 않고 이때까지 먹어봤던 도시락 중에는 단연 최고였다고 말할 수 있었다. 아란이 먹는 것을 바라보고 있던 루치야가 왠지 조마조마한 눈초리로 소년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 맛있어?"

"응! 정말 맛있어. 이거 내가 이때까지 먹어봤던 음식 중에 최고야!"

아란은 엄지손가락까지 치켜들며 최고라고 추켜세웠다. 그러자 루치야의 얼굴이 환해졌다.

"정말? 다행이다."

"정말이고말고, 너네 요리사아저씨 진짜 솜씨 좋다. 어떻게 이렇게 맛있게 만드냐?"

소년은 그렇게 말하며 첫 번째 샌드위치를 게눈 감추듯이 먹어치운 후 두 개째로 손을 뻗친다. 그 샌드위치가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었나보다. 그걸 본 루치야는 살짝 부끄러운 듯이 두 팔을 다소곳이 모으며 입을 열었다.

"그거, 사실…. 내가 만든 거야."

그새 두 개째까지 섭렵을 마쳤던 아란. 세 개 째까지 손을 뻗치려하는 그대로 몸이 굳는다.

"지, 진짜?"

소년은 굉장히 놀라는 눈빛이었다. 그런 아란의 반응에 소녀는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고개만 끄덕인다.

-끄덕끄덕

"그럼, 이것들 전부다 네가 한 거야?"

-끄덕끄덕

아란은 도시락 통들을 가리키며 묻는다. 루치야는 붉어진 얼굴로 다시 한 번 끄덕인다.

"이야~ 대단하다. 루치야. 너 의외로 요리 굉장히 잘하는구나?"

아란은 눈빛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정말 굉장하다는 듯 감탄한다. 루치야는 그런 아란의 칭찬이 부담스러웠는지 얼굴을 붉힌 채 조심스럽게 크레페 한 개를 집어 들며 말한다.

"아, 요리까지 잘하는 정도는 아니고. 그냥, 간단한 것만 시도해보는 정도야……."

"그래도 그게 이 정도라면, 엄청난데? 이 샌드위치, 제이크아저씨네 꺼보다 더 맛있다구!"

아란의 극찬이 계속되자, 루치야는 점점 얼굴이 빨갛게 되어갔다. 그래도, 루치야의 실력에 순수하게 감탄한 아란은 먹으면서도, 쉬지 않고 최고라는 말을 연발한다.

"헤에~ 누군진 몰라도, 나중에 루치야랑 결혼하는 남자는 굉장히 행복하겠다. 루치야가 이렇게 요리를 잘하면 말이야. 킥!"

그 말을 들은 루치야는 크레페를 먹다말고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버린채 고개를 푹 숙인다. 그 모습은 마치 부끄러움을 넘어 난처해 보였다. 루치야의 그런 반응을 본 아란은 자기가 말해 놓고도 뜨끔 한다.

어쩐지 반응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마치, 자신에게 루치야 열애설을 종용하는 주위어른들 같은 말을 소녀에게 한 것 같았다.

큰 실수를 했나보다. 왠지 어색해진 아란이 루치야에게 사과한다.

"아, 미안…. 내 말뜻은 그냥 그만큼 루치야의 요리가 뛰어나다는 말이었어. 괜히 오해할만한 말해서 미안해."

그러나, 아란이 사과하자 루치야는 더욱 당황한 표정이었다.

"아, 아냐. 아란, 충분히 잘 알아들었어. 칭찬해줘서 고마워. 오해같은거 안했어…."

루치야는 자기가 말해놓고 보니 괜히 쑥스러웠던지, 말을 아낀다. 아란도 왠지 루치야에게 더 이상 말을 걸 용기가 나지 않아 그저 도시락의 음식들을 먹는데에만 열중했다.

빗소리가 -쏴아아 하고 들려왔다.

"……."

"……."

그렇게, 도시락의 양이 1/3정도로 줄었을 때, 어색한 분위기를 돌려보기 위해 아란이 입을 열었다.

"근데, 이 도시락의 양이 두 명의 몫치고는 좀 많아 보이는데? 원래 이정도로 만든 거야?"

아란은 지금 배가 거의 다 찬 상태였다. 루치야도 아까부터 조금씩 먹는 양을 줄이는 것으로 보아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만들다보니 많아진 것일 수도 있겠지만 분위기 전환을 위해 그냥 한번 물어봤다.

"아, 그거? 사실 이 도시락, 이얀 몫까지 준비한 거였어. 원래는 호숫가에서 셋이서 먹으려고 만든 거였거든. 근데, 이얀은 만나지도 못했으니……."

루치야의 입에서 이얀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아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지금도 이얀 생각만 하면 들뜬 기분이 착 가라앉는다. 아란의 표정이 괜히 우울해졌다.

소녀는 직감으로 이얀과 아란사이에 뭔가 있었다는 것을 눈치 챘다. 안 그러면 이얀의 이름을 꺼내자마자 저렇게 표정이 돌변하지는 않았을 것이쟎는가?

좋지 않은 표정을 하고 있는 아란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소녀는 조심스럽게 아란에게 물어보았다.

"이얀과 무슨 일 있었니?"

"어? 으응……."

"혹시, 나에게는 말하면 안 되는 일이야?"

"아,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루치야의 질문이 계속되자, 아란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식사를 한다. 그러면서 생각해본다.

오늘 이얀과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하려면 기사가 되고 싶다는 고민조차 루치야에게 말해야했다.

루치야에게 과연 자신의 고민을 말해도 괜찮은가? 아니면 숨기는 게 나을 것인가? 솔직하게 말하면, 조금 두려웠다. 루치야의 반응이 어떨지 신경 쓰였다. 그러나 이얀만큼 미친 듯이 웃어재끼거나 깔아뭉갤 것 같지는 않아 그나마 조금은 안심된다.

같이 책을 읽고 나름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던 루치야라면 아란 자신보다 자기에 대해 더 잘 알 것 같았다. 소녀가 기사를 그만 두라고 말한다면 차라리 그만두는 게 나으리라. 이런 생각을 하며 아란은 조심스레 입을 연다.

"루치야……."

"응……?"

"루치야는 내가 기사가 된다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입을 여는 아란의 입술은 긴장으로 작게 떨리고 있었다.


---------------------------------------------------------------------------<계속>

요 며칠 바빠서 글을 올리지 못했네요. 2연참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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