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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최근연재일 :
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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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25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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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ort Liarta - 5장 여신의 제국 #01

DUMMY

제 5장 여신의 제국 #01



루치야는 쉼터의 돌로 된 의자에 앉아 아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흰색대리석을 깎아 만들어진 테이블 위에는 조그만 티세트와 함께 다과가 놓여 있다.

소녀는 홍차를 홀짝 거리며 아란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는다.

아란의 이야기는 언제나 재미있었고 신났다. 아란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평소에 쌓인 온갖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오늘도 루치야는 아란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어려서부터 자신의 집은 언제나 재미가 없었다. 꽉 막힌 저택에서의 생활은 답답했고, 물질적으로는 풍요했으나 뭔가가 빠진 듯, 항상 마음한구석이 허전했다.

기계적으로 꽉 짜인 하루일과에 맞춰 지내다보면 과연 이것이 자신이 사는 건지 죽은 건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했다.

저택 안에서는 항상 조용해야 했으며, 걸음조차 사뿐사뿐 집안의 규율대로 걸어야했다. 사야가문의 장녀로써 갖춰야할 정숙한 요조숙녀의 기본을 철저하게 지켜야 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대화할 상대조차 없었다.

하나뿐인 여동생인 리나스 사야는 아직 나이가 어려 하루 종일 공부를 해야 하는 바람에 마주칠 기회조차 없었으며, 같이 사는 시녀나 하인들도 집안의 규율을 철저히 준수하다보니 기계처럼 그녀를 공손히 대할 뿐이었다. 게다가, 어머니는 집안일을 관리 감독하느라 항상 바빴다.

답답해진 소녀는 결국 책을 뽑아들었다.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이다. 감옥 같은 저택에서 소녀의 외로움을 달래줄 친구는 책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루치야는 기사무용담을 읽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기사 무용담 속에는 그녀가 동경하던 모든 것이 들어있었다.

자유로운 모험이 있었고, 믿음직한 동료들이 있었으며, 애틋한 로맨스가 있었다. 소녀는 바깥세상을 동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닭장같이 답답한 저택이 아닌 넓디넓은 자유로운 바깥세상.

그래서, 소녀는 그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에게도 친구가 생겼다. 고맙게도 친구는 자신의 유일한 말동무가 되어주었고, 다행스럽게도 자신과 똑같이 기사무용담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 아이가 자신보다 기사무용담에 대해서 훨씬 더 많이 아는데다 이야기를 굉장히 재미있게 잘한다는 점이었다.

그 후로부터 소녀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이젠 자신에게도 친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소녀는 그 아이를 만나는 것이 너무 좋았다. 항상 자신을 만날 때마다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자신을 즐겁게 해주는 그녀의 유일한 친구.

덕분에 소녀는 자신을 위협하고 저택으로 몰아넣었던 세상을 향해 나갈 용기까지 얻었다. 그리고 친구와 함께 작은 용기를 짜내 세상으로 나갔다. 소녀는 드디어 조그만 자유를 얻었던 것이다. 알 껍질을 갓 깨고나온 아기 새처럼….

저택 밖의 세상은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따뜻한 햇살이며 상쾌한 바람까지 꽉 막힌 저택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물론, 그녀를 둘러싼 세상은 그녀를 가만 놔두지 않고 공격했다. 하지만, 그녀의 친구는 기꺼이 그녀의 방패가 되어 주었다.

과거, 소녀는 그러한 공격에 무너져 별수 없이 저택 안으로 도망쳤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런 것에는 무너지지 않았다. 항상 자신과 함께 있어주는 친구가 있으니까. 너무나 고마운 친구.

그 아이와 함께라면 세상도 무섭지 않았다. 그 친구의 존재는 소녀에게 무한한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소드브레이커' 나이트 루카스는 '하이드로드라이브'의 아비게일과 함께 마룡 레비아스가 사는 이카로스산맥의 북쪽 끝자락을 향해 여행길을 떠나게 되지…."

소년의 이야기가 낭랑한 목소리로 울려온다. 소녀는 홍차의 찻잔을 꼭 쥔 채 소년의 얘기에 집중한다. 그러다 얘기가 끊기자 뒷이야기를 궁금해 하며 재촉했다.

"음…. 그래서?"

"음……, 그 다음이 어떻게 됐더라?"

"……?"

"아, 미안해 루치야. 사실 어제 읽다가 마는 바람에 여기까지 밖에 이야기를 못 읽었어."

소년이 씨익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이곤 난처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자, 루치야는 못내 아쉬워하면서도, 괜찮다는 듯이 살짝 미소를 띠웠다.

"괜찮아. 아란. 굉장히 재밌었어. 그럼 다 읽은 후에 다음이야기를 해줘."

"응, 그럴게…."

아란이 그 말에 객쩍은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훗날을 기약한다. 소년이 이야기를 끝내자 둘이 앉아있던 정원의 쉼터에 적막함이 감돌았다. 그러나 어색하거나 그러지는 않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

아란과 루치야는 지금 사야저택의 정원한쪽에 마련된 쉼터에 앉아있었다.

따사로운 햇빛이 쉼터를 잔잔하게 비춰준다. 돌로 만든 테이블과 의자가 비치되어있는 이 쉼터는 주변이 온통 꽃과 나무들로 울타리가 쳐져있어, 꽃밭에 둘러싸인 듯 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테이블과 의자 주변에 세워져 있는 철골뼈대에는 담쟁이덩굴과 등나무가 타고 올라가 있었는데, 덕분에 천연의 벽과 지붕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 가운데, 테이블을 사이에 놓고 아란과 루치야는 마주보며 앉아 홍차를 즐기고 있었다.

조그만 다과회. 루치야가 테이블위에 있던 홍차를 들어 홀짝거렸다.

아란은 루치야의 반대편 자리에서 아까 열심히 이야기하던 무용담을 읽고 있다. 조용한 가운데 책장 넘기는 소리만 -사락사락하고 들려왔다.

잔잔한 바람이 둘 사이를 살짝 스치고 지나간다. 아란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던 루치야는 소리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조심스럽게 찻잔을 내려놓는다.

그래도, 찻잔받침이 -달그락거리며 울렸다.

루치야는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 아란의 눈치를 살핀다. 하지만, 아란은 못 들었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책에 집중하고 있다. 소녀는 -휴우 하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문득, 루치야는 가만히 앉아서 피부를 스치는 바람을 느껴본다. 눈을 감고 있자니 바람이 상쾌하게 온몸을 구석구석 씻어주는것 같다.

'후훗.' 소녀는 작게 미소 짓는다. 루치야는 그냥 이 순간이 좋았다. 아란과 같이 앉아 책을 읽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기분이 좋아진 루치야는 의자에 앉은 채로 발을 동동 굴러본다.

어머니나 집사가 봤다면 조신하지 못하다고, 꾸짖을만한 행동이다. 그래도 루치야는 괘념치 않았다. 그냥 지금 이 기분을 좀 더 만끽하고 싶었다. 그런 루치야에게 아란이 책에서 눈을 떼며 입을 열었다.

"루치야."

"응?"

"뭐 한 가지 물어봐도 돼?"

"응. 뭔데?"

아란이 말하는 물어볼게 뭔지 궁금해진 루치야는 고개를 갸웃하며 소년을 응시한다. 소년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검지로 턱을 쓰다듬으며 '음….' 하다가 고개를 들어 루치야에게 물어본다.

"혹시, 루치야 너 제국의 건국사에 대해서 아는 것 있어?"

"제국의 건국사?"

"응, 그러니까 제국을 세운 알렉산드르대제나 뭐, 황룡기사단의 위대한 진군 같은 거 말야."

"아……."

루치야는 아란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본다. 어렸을 때 가정교사에게 하루 종일 붙잡혀 강제로 받은 주입식 교육이 생각났다. 조금은 암울한 기억.

소녀의 한쪽구석에 자리 잡은 조그만 어두움이었다. 소녀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어쨌거나 그때 받았던 교육과목들 중에 그 비슷한 내용이 있었던 것 같았다. '찬란한 데이하르트 제국의 새벽을 연 위대한 기사' 라는 제목으로 역사 과목이었다.

그러나, 소녀에게는 기사무용담만큼 재미있거나 그러지 않았다. 대개의 역사서적들이 그렇듯 지루한 내용과 함께 '언제 누가 뭐했다.' '어디서 뭐가 뭐했다.'식의 잠 오는 문체들이 조잡한 삽화와 함께 오직 사실들로만 주구장창 늘어놓았던 것이다.

그것들을 왜 외워야하는지, 어디서 써먹어야 하는지는 일절 가르쳐주지 않은 채. 그러니 재미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었다.

"몰라?"

아란이 다시 물어왔다.

"응? 아, 알아…. 알아…."

곰곰이 생각에 잠겨있던 루치야는 아란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엉겁결에 대답했다. -오 하고 작은 탄성을 내지르며 대단해하는 소년을 보자 소녀는 조금 어깨가 으쓱해졌다. 항상 소년의 이야기를 듣기만하다 뭔가를 들려줄 수 있는 것이 생겼다는 게 조금 기뻤달까.

그럼 뭐 부터 말해줘야 하나하고 잠시 고민하다가 곁눈질을 한다.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면서 기대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란을 보자 그래도 약간 부담이 되기는 했다. 루치야는 주로 이야기를 듣는 입장이었지 이야기를 해주는 쪽으로는 익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란을 실망시키고 싶지는 않았기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자, 자세한건 나도 어렸을 때 배웠던 거라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괜찮아…. 괜찮아…."

아란이 격려해준다. 루치야는 아란의 격려에 비로소 마음속에 있던 조그만 부담을 덜었다. 한숨을 -휴우 하고 쉬고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제국이 세워진 것은 아주 오래전 약 천 몇 백 년 전이라고 해."

"응."

"그때의 제국은 수많은 군소 고대왕국들로 나뉘어있었어. 그 당시 카난대륙에는 전체적으로 마물의 출현이 끊이질 않았고, 왕국들 간의 전쟁으로 일반사람들의 삶은 차마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대."

루치야의 이야기는 이랬다. 그때, 팔마라는 작은 왕국, 현재로 치자면 제국 동남부 일부지역에 해당하는 나라의 셋째왕자였던 알렉산드르는 이러한 왕국 내외부의 현실을 못마땅해 했다.

왕국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의 연속이었고, 안팎으로 마물의 출현이 끊이지 않았다. 일반 백성들은 그때 특권의식에 절어있던 지배귀족들에게 착취당했으며, 지속된 전쟁과 기근에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삶을 살고 있었다.

이것은 카난대륙의 다른 왕국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어두운 현실이었다. 당시, 현자 카자아만의 제자로 있던 알렉산드르는 스승의 가르침대로 백성이 왕국의 근본임을 잘 알고 있었고, 백성들의 삶의 수준이 나라의 강함을 결정하는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백성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그는 이후, 자신이 왕이 된다면 이러한 현실을 뜯어고치리라 마음먹기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런 그의 앞에 신비의 여인이 나타난다.

"아, 나 그거 알아. 그게 달의 여신이지? 신화담에 나오는?"

아란이 루치야가 하는 얘기 중에 익숙한 게 있었던지 껴들었다. 루치야는 이야기를 멈추고 맞다는 듯 끄덕이며 살포시 미소 지었다. 통통한 소녀의 볼에 보조개가 들어갔다.

"응, 맞아. 달의 여신…. 제국의 역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신이지. 제국기를 보면 태양과 달이 거의 양쪽에 떠 있잖아? 태양은 제국의 황제를 나타내는 상징이고, 달은 그녀, 달의 여신을 나타내는 상징이래. 게다가 그녀는 제국의 성물 3개를 알렉산드르대제에게 준 신으로도 유명해…."

"제국의 성물?"

"응…. 세 신기라고도 하지."

소녀는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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