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뜨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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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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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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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뜨랑제 (13)- 탈각 -7

DUMMY

7. 탈각 -7



“좀 진정되나?” 산이 물었다.

“예… 그런대로…”

비연이 대답했다. 얼마나 게워냈는지 목소리가 갈라져 컬컬하게 울린다.


“일어나라. 아직 주어진 미션은 끝나지 않았다. 시간있을 때 빨리 정비해야지. 이제 알핀이라는 놈을 잡고, 호크라는 놈을 생포해고...그리고 쉬자. ”

산이 툭툭 털고 일어나며 말했다.


“예…”

비연이 몸을 일으켰다.


“일단 씻어야겠다. 경계를 서 주겠나?”

“예. 알겠습니다.”


산과 비연은 사주를 경계하며 물가로 나아갔다. 흐르는 물에 눈을 닦았다. 이어 이미 말라붙은 피를 씻어내고, 어깨의 상처를 씻어냈다. 상처는 그다지 깊지 않았지만, 오염에 의한 악화를 막아야 한다. 대검을 닦아내고, 피로 범벅이 된 장갑을 헹궜다.


비연 역시 토사물을 씻어내고 세수를 하고 있다.

일단 씻고 나자 두 사람은 가장 안전한 장소라 여겨지는 비트로 다시 돌아왔다.


‘툭-‘


산이 비연의 어깨를 쳤다. 비연이 돌아본다. 산이 내미는 전분이 보인다. 특전식량으로 고단백 전분과 우유를 섞은 고열량 식품이다. 보기에는 작아도 매우 든든한 식량이다.


“고맙습니다.”

비연이 식량을 받아 쥐고 곧 바로 먹기 시작했다.


‘훗-‘


산의 얼굴에 미소가 걸린다.

정말 제대로 된 녀석이다. 지금 무엇을 먼저 챙겨야 하는지를 안다. 보아하니 전투 경험이 전혀 없었을 텐데도 전투현장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아는 것 같다. 뭘 이야기해도 새삼스런 사양이나 여자랍시고 이리저리 재고 빙빙 돌리는 어지러움도 없다. 무엇보다도 공치사로 쓰잘데기 없는 심력의 낭비가 없다는 깔끔함이 좋다. 이런 건 최고의 팀에서나 가능한 현상이다.


‘정말 마음에 들어…’.


“오래오래 꼭꼭 씹고 나서 삼켜라.

빈속이니 이따 싸우다 배탈 나면 골치 아프다.”


“??”


* * *



산은 쭈그리고 앉아 상처에 좋다는 상비 연고를 어깨에 바르고, 밴드를 붙였다. 이런 상처는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소독 시기를 놓치면 작게 막을 일도 감당이 안될 정도로 빠르게 악화된다. 특히 이곳에는 어떤 세균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곳이다.


그리고 무기를 점검했다. 탄창을 확인해보니 총알이 반 정도 남았다. 아직 4개의 탄창이 더 남아있으니 딱총 사격을 한다고 해도 겨우 120발까지가 총으로서 용도가 한계다. 권총은 10개의 탄창이 있지만, 지금 써서는 안 된다.


대검의 날을 다시 세우던 산이 고개를 갸웃한다.

“거- 희한하군… 그 한번 타격에 날이 이렇게 망가질 수 있나? 거의 톱이 되어버렸네…“


“아마도… 대위님 힘이 세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옆에서 역시 정비를 하던 비연이 한마디 거든다.


“아까 뵈니까 정말 빠르시던데요. 점프력도 엄청나게 좋으시고요.”

“그랬나?”


“예. 마치 알곤은 가만히 서 있는데 대위님만 움직이는 것 같았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어떤 상태로 몸이 가속된 것 같았습니다. 마치 만화 주인공처럼 몸 상태가 업그레이드 되거나 하는 것처럼 말이죠.”


“가속이라… 그래 바로 그 기분이었어. 어깨에 한방 맞고 나니 정신이 확 들더라고. 옛날 칼 가진 양아치 새끼들을 상대로 처음 싸울 때 느꼈던 그 짜릿한 긴장감이 퍼지는 가 싶더니, 갑자기 세상이 느리게 가는 것 같았지. 기분에 그런 줄 알았는데, 진짜였다 이거지…?.”


“결국 힘만 세진 것이 아니라, 속도까지 빨라졌다는 이야기네요.”

비연이 눈을 반짝이며 산을 쳐다본다.


“게다가 더 힘을 쓰면 가속의 단계가 하나 더 높아진다는 것이겠고… 그 아픔만 참을 수 있다면 살 확률은 아주 높아진다는 이야기군… 뭔지는 몰라도 그 다음 단계도 있을 가능성도 있고…”


“결국 그 힘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이야기겠군요.”

“그래… 어차피 총알 떨어지면 몸빵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지. 문제는 새로운 힘과 속도에 빨리 익숙해져야 하는 게임이라는 이야기군… 이것… 일단은 재미있네.”


“다시 한번 가속해 보시겠습니까?” 비연이 조용하게 물었다.

“응?... 음…”

산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런데 막상…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네”


머쓱하게 그의 눈이 비연의 눈과 마주쳤다. 비연의 눈에서 뭔가를 읽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들의 판단은 한곳으로 수렴하고 있다. 이 ‘가속’이라 이름 붙인 상태를 아주 능숙하게 꺼내고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이번 시험의 핵심이라는 것을…


산은 비트에 앉아 몸을 가속 상태로 만들기 위해 온갖 짓을 다하고 있다. 한참을 끙끙 거리며 힘을 쓰다 벌겋게 된 얼굴로 비연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자신이 시도한 것들을 정리해보고 있다.


비연 역시 모든 수단을 실험하고 있다. 정신을 극도로 집중해보기도 하고, 주먹을 쥐며 힘을 끌어내보기도 하고, 호흡을 조절하면서 몸의 변화를 면밀하게 살폈다.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산이 중얼거렸다.

“그렇습니까? 저는 아직…”


“잠깐 나가자.”

둘은 비트 바깥에 작은 공터에 섰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직 큰 징후는 없다. 사납게 널부러져 있는 알곤 시체들이 눈에 거슬릴 뿐.


“결국, 낙차에 의한 충격을 이용하여 몸을 깨우는 것 같다. 정신을 극도로 집중시키고, 동시에 힘을 급격하게 끌어올리되 그것들을 거의 동시에 바닥까지 한꺼번에 풀어버려야 돼. 처음에는 잘 안 되는데 여러 번 시도하다 보면 중간에 이상한 상태로 빠지게 돼. 그 상태에서는 온몸이 저릿저릿한 느낌이 드는데, 그래도 기어가 제대로 물린 것처럼 안정되는 느낌이야. 한번 볼래”


산이 마치 특공무술에서 단전호흡하듯 기마자세에서 호흡을 멈춘 채 양손을 늘어뜨렸다. 그리고 양손을 쾌속하게 머리 끝까지 끌어올린다. 두 손을 번쩍 든 상태에서 서서히 아래로 내렸다. 끝까지 내렸지만 별 변화가 없나 보다. 산은 잠깐 고개를 갸웃한다. 다시 이 동작을 반복한다. 세 번째 시도에서 변화가 있었다. 팔이 중간까지 내려오더니 그대로 멈췄다. 확실히 몸이 부르르 떠는 모양이 얼굴의 표정에서도 느껴진다.


쉬-익- 쌔-액- 팽-팽


산의 발차기가 이어진다. 그 속도는 정말 엄청나다! 공기가 압축되어 펑펑 소리가 날 정도다. 이어 깊은 숨을 쉰다. 뭔가 풀린 것 같은 홀가분한 표정이다.


“어설프지만 일단 길은 본 것 같다. 김중위도 한번 해봐!”


비연이 나섰다. 산이 시범을 보인 대로 비연은 몸과 마음을 급속도로 압축한다. 몸이 극도로 긴장시킨 상태에서 천천히 이완시켰다. 그 과정에서 면밀하게 몸을 살핀다. 비연은 그 열쇠를 아주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어떤 종류의 공명을 찾아내는 과정이었다. 마음과 힘을 긴장시키고 이완 시키는 어떤 주기, 어떤 호흡, 어느 순간에 그림 같이 어떤 공명이 이루어진다. 어떤 좋은 음악을 들을 때 감동과도 같은 느낌이 날 때 그냥 몸을 맡기면 되는 것이었다. 매니아급의 섬세한 음악감상에 익숙해진 비연으로서는 이 과정이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


‘쉬-잇- 슛-슛- 피-피- 핑-‘


비연의 손끝이 휘돌아간다. 발끝과 무릎, 허리가 유연하게 굽이치며 사방과 팔방에 흔적을 남긴다. 거의 있을 수 없는 각도로 허리가 휘어진다. 현대 무용의 현란한 동작처럼 그 뻗음과 회전이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무도가 벌어지고 있다. 단지, 한 걸음 뗄때, 도약할 때 거의 두 배이상의 거리를 장악한다는 차이가 있지만...


“굉장한데!”


산이 진심으로 감탄했다. 이토록 유연하면서도 빠르고, 강력할 수 있다니! 자신이 직접 할 때는 몰랐는데 옆에서 직접 보니 그 가속의 위력이란 엄청난 것이었다.


“이 정도면 어찌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이 감각에 익숙해지는 거겠지…”


“아무래도…”


비연과 산의 눈빛이 만났다. 비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실전감각이 최고지. 몸빵 만한게 있겠어?

와라! 이제 대련이다. 빨리 몸을 만들어야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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