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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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군
작품등록일 :
2014.03.05 16:39
최근연재일 :
2014.09.3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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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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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486

작성
14.03.0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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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9

[무쌍]은 성장 소설입니다. 시대상과 현실을 접목한 소설입니다. 느긋이 감상해 주십시요.




DUMMY

마당에 들어서자 대청마루에 앉아 홀치기를 하는 김말순이 보였다. 잠시도 쉬지 않는 아내다. 말려도 소용없다.

“임자, 내가 쪼매 늦었구마.”

김말순은 마당에 들어서는 남편을 보자 홀치기 틀을 옆으로 치우고 급히 일어났다.

“이자 왔심니꺼. 만다꼬 이자껏 약을 칩니꺼. 막 가 볼라 카던 참이라예.”

초례를 치른 지 십년이 지났지만 진보의 눈에 비친 아내는 여전히 바닷가에서 춤을 추던 그 모습 그대로다. 갓 서른이 된 아내는 여전히 날씬하고 고왔다. 햇볕에 탄 검은 얼굴과 드럼통 허리를 가진 다른 아줌씨들과 다른 종자다.

아내의 얼굴은 언제나 하얗고, 몸은 버들가지처럼 여리다.

아내의 눈은 젖은 듯 물기어린 눈이다. 아내와 눈만 마주쳐도 아랫도리에 부듯이 힘이 들어가곤 했다.

“마이 늦었심더. 퍼뜩 채릴테니 얼릉 씻으소”

“그케 말씨. 내가 쪼매 늦었구마.”

“쪼매만 기시소. 금방 상 채리 오꾸마요.”

부엌앞 천정 서까래 걸쇠에 매달아 둔 대수꾸리에 밥이 들어 있다. 쥐 방쥐용이다. 김말순이 밥이 든 채반을 내리려고 발돋움을 했다.

뒤꿈치를 들고 팔을 쭉 뻗자 가는 허리가 더욱 가늘어지고 엉덩이와 젖가슴이 도드라졌다.

그녀의 자태에 박진보는 꿀꺽 침을 삼켰다.

“임자!”

슬며시 다가간 그가 뒤에서 허리를 덥석 안고 저고리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아이고, 이이가!”

식겁을 한 김말순이 급히 주위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뒤로 손을 돌려 남편의 아랫도리를 살짝 쥐고 흔들었다.

“힘 쓸라마 얼릉 식사부터 해야지예.”

남편이 원하는 대로 장단을 맞춰 주는 아내다. 세상에 이런 여자가 어디 있을까!

여린 몸매에 유난히 풍만한 아내의 젖무덤이 손안에 가득 잡혔다. 안온한 행복감이 밀려들었다. 자신은 못 배우고 가진 것 없는 농투산이다.

아내 역시 가방끈이 짧지만 영민하고 현숙하다. 못난 사람을 신주 모시듯 하는 아내다. 배움이 짧지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세상 이치 정도는 일찍 깨달았다.

좋을 걸 다 가질 수는 없었다. 아내가 있고 무쌍이 있으니 세상에 부러울 게 없었다. 아내와 노닥거리다 보니 울렁거리던 속이 가라앉았다.

박진보는 안온한 기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내가 빠져 나가려고 몸을 비틀었다.

“아이, 누가 보마 우얄라 카능교.”

"내 마누라 안는데 언놈이 머라 카겠노."

그는 기어코 아내의 가슴을 주물러서 유두를 바짝 세워 놓고는 놓아 주었다.

“힘만 센 짐승!”

김말순은 하얗게 눈을 흘기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가슴과 아랫도리에서 열기가 솟아올랐다. 머리가 어질 거려 정지 문턱에 걸려 넘어질 뻔 했다. 살을 맞댄 지 십년이 지났지만 남편의 손길은 언제나 좋기만 했다. 새댁인 하동댁이 맨날 신혼이냐고 놀리지만 그래도 좋았다.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남편이다. 남들은 자식이 신랑보다 먼저라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김말순은 여전히 남편이 일번, 아들이 이번이었다.

왜냐고?

사랑스런 아들을 만들어 준 남편이다. 당연히 남편이 먼저고 아들이 다음이다.

아내가 들고 온 상을 받은 박진보는 아내를 옆에 당겨 앉혔다.

“비벼 주까예?”

김말순은 보리와 쌀이 반씩 섞인 밥을 커다란 양푼에 엎었다. 상추와 열무를 손으로 뜯어 넣고,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은 다음 나무주걱으로 쓱쓱 비볐다.

열무 비빔밥을 숟가락으로 듬뿍 떠서 남편의 입에 들이 밀었다. 박진보는 어린애처럼 입을 딱 벌리고 받아먹었다.

"맛이 쥑이는 구마. 당신은 뭘 해도 솜씨가 좋아."

“시장하니까 그라지예.”

김말순이 배시시 웃었다. 박진보는 아내의 엉덩이를 잡아끌었다.

“이리 오소, 같이 듭시다.”

“야, 어서 드이소.”

“쌍이 이노마는 오데 갔소? 아까짐에 논에 왔더만.”

“그노마가 하도 싸돌아 댕기니까 오데 있는지 나도 모립니더. 요짐은 소몰고 버들 숲에 잘 갑디더.”

“밥은 우야고?”

“밖에 나가서 멀 묵는지 밥묵으로 오지도 않심더. 늦게나 들어 올끼 구마요.”

“사내새끼는 내삐러 둬도 개안소. 기양 두소. 그노마가 그래도 소는 잘 챙기는구마.”

무쌍은 싸돌아 댕기고 놀기 좋아했지만 소는 확실히 챙겼다. 소꼴도 알아서 뜯고, 쇠죽도 끓이고, 외양간도 직접 치웠다. 소를 얼마나 열심히 돌보는지 소가 반들반들 기름이 오를 정도였다.

박진보는 구토가 올라왔지만 아내가 걱정할까 봐 애써 참았다. 김말순은 수건으로 남편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남편은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뜨거운 된장국 탓인가 했지만 남편은 식사할 때 땀을 흘린 적이 없다. 김말순은 걱정이 되었다. 그녀는 남편이 밥을 자꾸 흘리자 쌈을 싸서 먹여 주었다.

그녀의 눈에 걱정이 어렸다. 남편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았다.

박진보는 아내의 얼굴이 자꾸 흔들리자 눈에 힘을 주었다.

‘이기 와 이 카노?’

눈에 힘을 주어도 아내의 얼굴이 여전히 흐릿했다. 그제야 자신이 정상이 아님을 알았다.

“여보, 개안심니꺼?”

“개, 개안소~”

남편의 말이 어눌했다.

김말순은 왈칵 겁이 났다.

사건과 사고가 넘쳐 나는 세상이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아무리 불행스런 일도 자신에게 닥치지 않는 한 불행이 아니다. 닥칠 때까지 불행을 인지 못하기에 인간이다.

아내의 얼굴이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며 흐려졌다.

어느 순간 박진보는 물에 빠진 듯 정신이 아득히 멀어지며 아내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악, 여보!”

“어, 어!”

박진보의 손에서 밥숟가락이 툭 떨어지며 모로 쓰러졌다.

쓰러진 그의 입에서 거품이 버걱거렸다.

“여보! 와 이 카요!”

기겁을 한 김말순이 박진보를 안고 흔들었다.

그녀는 담 너머 노씨를 큰소리로 불렀다.

“일수 아부지요! 일수 아부지요!”

마루에 누워 쉬던 노 씨는 다급한 김말순의 부름에 고무신을 끌고 달려 왔다.

“형수요, 이기 우짠 일 인교?”

“약치고 이캅니더. 우야믄 좋노!”

“얼릉 병원에 가입시더.”

노 씨는 구급차를 부르러 정신없이 술도가로 뛰어갔다. 동네에서 유일하게 전화가 있는 집이다.


무쌍은 하중도 버들 숲에서 노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다. 집에서 발생한 난리 법석을 알 리 없었다. 무쌍은 물새알을 줍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누렁이는 풀이 무성한 버들 숲에 풀어 놓았다. 버들숲과 백사장 사이의 수풀에 물새알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천정천인 낙동강은 해마다 범람한다. 하중도 북쪽은 나일 강 삼각주처럼 해마다 퇴적토가 쌓여서 비옥한 충적 대지가 형성되었다.

온갖 종류의 곡식과 채소가 이곳에서 길러졌다.

갯밭을 벗어나면 수풀이 우거진 관목 지대다. 이곳은 새들의 천국이다. 수많은 새둥지가 숨어 있다. 알곡과 연한 채소, 물이 있으니 물새를 비롯해서 온갖 조류가 모여들었다.

새 둥지는 교묘하게 숨겨져 있지만 촌놈 무쌍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걸음마 할 때부터 버들 숲에서 물새를 쫒아 다닌 무쌍이다. 두 세 시간 품을 팔면 새알을 깡통에 그득히 모았다.




댓글과 추천이 고픕니다아!! 바쁘시더라도 발도장 꽝 찍어 줍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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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22 +10 14.03.07 8,982 208 8쪽
21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21 +13 14.03.07 7,743 182 12쪽
20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20 +15 14.03.06 7,836 189 9쪽
19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9 +12 14.03.06 8,741 213 9쪽
18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8 +16 14.03.06 8,726 202 9쪽
17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7 +9 14.03.06 8,217 225 7쪽
16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6 +17 14.03.05 8,902 239 9쪽
15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5 +13 14.03.05 8,824 246 8쪽
14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4 +9 14.03.05 9,609 253 8쪽
13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3 +11 14.03.05 9,064 229 9쪽
12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2 +10 14.03.05 10,171 257 9쪽
11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1 +19 14.03.05 9,747 261 8쪽
10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0 +18 14.03.05 9,871 265 9쪽
»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9 +14 14.03.05 9,499 248 8쪽
8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8 +17 14.03.05 10,463 272 8쪽
7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7 +17 14.03.05 10,740 306 10쪽
6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6 +16 14.03.05 11,717 319 8쪽
5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5 +12 14.03.05 11,756 306 7쪽
4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4 +13 14.03.05 12,570 290 8쪽
3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3 +23 14.03.05 14,714 356 8쪽
2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2 +18 14.03.05 18,088 360 7쪽
1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 +28 14.03.05 33,177 45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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