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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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군
작품등록일 :
2014.03.05 16:39
최근연재일 :
2014.09.3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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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486

작성
14.03.0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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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1

[무쌍]은 성장 소설입니다. 시대상과 현실을 접목한 소설입니다. 느긋이 감상해 주십시요.




DUMMY

평소 폐가 약했던 김말순은 남편을 잃은 충격으로 상태가 더욱 나빠졌다. 심약한 김말순은 마을 여자들이 대놓고 수군거리는 소리에 충격을 받았다.

내가 사랑하는 남편을 잡아먹었다니!

억장이 무너졌다.

이래저래 김말순의 상태는 나빠지기만 했다. 밭은기침 소리에 무쌍은 새벽잠을 깨는 날이 많아졌다.

어린 마음에도 걱정이 되어 병원에 가자고 졸랐다. 괜찮다는 말만 돌아왔다. 어린 무쌍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가슴을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엄마를 지켜보거나 울먹이다 다시 잠이 들곤 했다.

엄마가 너무 슬퍼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바람에 무쌍은 정신이 없었다. 아버지가 오시면 엄마가 환하게 웃을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다시는 올 수 없는 곳으로 가 버렸다.

날이 밝았다.

잠이 깬 무쌍의 시선이 마루 끝을 향했다. 늘 그렇듯이 그곳에 엄마가 오도카니 앉아 있었다. 대문을 향해 있는 멍한 시선도 마찬가지다. 며칠째 빚지 않은 엄마 머리가 쑥대밭처럼 헝클어져 있었다.

무쌍은 책보를 챙겼다. 아무리 기다려도 아부지는 오지 않는다. 엄마는 바보다. 저렇게 하염없이 대문만 쳐다보다 슬며시 아버지 무덤에 다녀올게 뻔했다.

무쌍은 책보를 등에 둘러메고 학교로 향했다.

짚은다리앞 신작로에서 무쌍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계집애가 달려와서 앞을 막았다.

“오빠야, 밥 묵어라.”

한 살 적은 하동댁 아줌마 딸 혜순이다.

혜순이는 매일 아침마다 신작로에서 무쌍을 기다리고 있다가 앞을 막았다.

“니는 와 맨날 여 있노?”

“울 어메가 시켜서 그란다. 오빠 아침 묵거러 델꼬 오라 칸다.”

“에이씨, 안 그래도 된다 카이.”

무쌍이 화를 내자 혜순이 울먹거렸다.

“오빠야, 밥 묵어야 된다.”

“에이씨, 가자 가.”

계집애가 우는 건 정말 싫었다.

아부지는 늘 말했다.

‘여자를 울리는 놈은 제일 못난 남자다. 무쌍이 니는 여자를 울리마 안된데이.’

엄마는 요즘 날마다 운다. 아부지가 계실 땐 엄마가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아니, 눈물을 흘리며 웃는 모습은 많이 보았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엄마를 안고 껄껄 웃었다.

밥을 퍼먹고 있을 때 신작로에 엄마가 나타났다.

오늘은 아부지 무덤에 일찍 가는 모양이다.

“귀신이다.”

대용이와 명구가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를 놀리는 놈들이다. 무쌍은 숟가락을 팽개치고 득달같이 달려갔다.

“이 새끼들 죽었어. 그기 서”

엄마를 귀신이라고 놀린 놈들은 맞아야 한다. 무쌍이 달려오자 두 녀석은 정신없이 도망쳤다.

열흘째 엄마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하얀 얼굴이 더욱 하얗게 되었다. 눈이 퀭해지고 머리는 산발이다. 소복을 입고 휘청휘청 걸으면 귀신같기는 했다.

그래도 엄마다. 귀신이라고 소리 지르는 놈들은 다 패 죽일 것이다.

하동 아지메가 우르르 달려갔다.

“아이고오, 언니, 언니가 귀신 되겠어. 이자 고마 해.”

하동 아지메가 엄마를 질질 끌고 갔다. 소리치고 징징 울면서 엄마에게 죽을 먹였다.

먹지 않으려는 엄마를 하동 아지메가 큰소리로 야단을 쳤다. 저럴 때 보면 마음씨 좋은 아지메도 무척 무섭다.

나를 본 하동 아지메가 얼른 학교 가라고 고함을 질렀다.

어마뜨거라, 하고 학교로 달려갔다. 그렇게 보름쯤 하동 아지메 댁에서 밥을 먹었다.

박진보는 영곡 마을 뒷산에 묻혔다. 영곡 마을은 짚은다리에서 다부동 쪽으로 넘어가는 방향에 있다. 월송산을 넘으면 바로 나오지만 길을 따라가면 30분은 걸린다.

무덤은 산 정상에 가까운 8부 능선 부근에 만들어졌다.

무덤 자리로는 지나치게 높은 위치다. 남아 있는 선산 묏자리가 없어서 모신 자리다.

조 씨 아저씨는 집에 들를 때마다 누군가를 욕했다.

그 대상은 박삼진인가 하는 아버지의 오촌 당숙이었다. 그 사기꾼 때문에 형님 묘를 제대로 쓰지 못했다고 조 씨는 투덜거렸다.

본래 박 씨 문중의 선산은 묘답을 포함해 10정보(1정보는 3000평)가 넘었다. 선산 관리는 박진보의 오촌 아재비인 박삼진이었다. 이 양반이 서류를 위조해 선산을 팔아먹고 튀어 버렸다.

남아 있는 면적은 산 위쪽의 5단보(1단보는 300평)가 전부였다. 죽일 놈 살릴 놈 말들이 많았지만 그 후 종적을 찾지 못했다.

아버지 묘소를 가려면 가시덤불과 관목 숲을 헤치고 올라가야 한다. 무쌍은 묘소 가기를 싫어했다. 아버지는 좋았지만 죽은 아버지는 별로 좋지 않았다. 죽은 아버지는 엄마만 울게 만들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엄마는 아버지 무덤 앞에 멍하니 앉아 눈물을 흘리다가 춤을 추곤 했다. 무쌍은 춤추는 엄마가 싫었다. 동네 사람들이 엄마를 욕하고 비웃기 때문이다. 무쌍은 엄마를 따라 나서지 않게 되었다. 엄마의 춤을 이해하기엔 무쌍이 아직 어렸다.

김말순은 심한 우울증에 빠져서 나날을 보냈다. 그녀는 남편의 부재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남편은 그녀의 모든 것이었다. 남편이 들어올세라 대문도 잠그지 못했다.

남편의 옷도 태우지 못했다. 남편의 옷은 빨아서 풀을 먹이고 다림질을 해 고이 간직해 두었다.

제정신이 들면 눈물을 흘렸고, 정신이 나가면 멍하니 대문만 쳐다보았다. 정신이 들어 무덤을 찾아가면 남편이 그리도 칭찬하고 즐거워하던 춤을 추다 지쳐 쓰러지곤 했다.

남편을 보낸 지 한 달이 지났다.

김말순은 차츰 현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자 제정신이 들었다.

“쌍이, 내 아들 무쌍!”

정신이 든 김말순은 비명을 질렀다.

아들 밥을 챙겨 주지 못했다.

“엄마!”

멀쩡한 모습의 아들이 방에서 나왔다. 엄마가 한 달쯤 밥을 차려 주지 않는다고 굶어 죽을 무쌍이 아니었다.

김말순은 아들을 안고 하염없이 울었다.

무쌍을 위해서라도 제정신을 찾아야 했다. 그녀는 물을 끓여 목욕을 하고 정신을 차렸다.

저녁 무렵, 시아주버니가 찾아왔다.

분가한 뒤로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던 시아주버니다.

‘허걱!’

마당에 들어서던 박인보는 숨이 턱 막혔다.

제수씨는 하얀 소복을 입고 마루에 앉아 있었다. 낙동강 건너 작두 산으로 넘어가는 저녁노을이 제수씨를 후광처럼 감쌌다.

너무나 처연한 아름다움이다. 인세의 여자가 아닌 듯 한 제수씨의 모습에 박인보는 할 말을 잊어버렸다.

“아주베임 오싰습니꺼”

김말순이 다가와 인사를 할 때까지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예 몸은 어떠심니꺼. 기운을 차리야지요.”

“예 고맙심더.”

감말 순은 고개를 숙였지만 열불이 치솟았다. 아무리 사이가 나빠도 형제간이다. 자신이 넋을 놓은 동안 무쌍을 챙겨 주지 않았다. 데려다 밥 한 술 먹이지 않았다.

박인보가 들고 온 한약을 내 밀었었다.

김말순을 약 보따리를 팽개치고 짓밟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남편 죽인 년이 무신 보약을 먹겠심니꺼. 마음만 받겠심더.”

“이 카다 클 납니더”

김말순은 희미하게 웃었다.

“그이를 따라가고 싶지만 쌍이를 챙기야지예.”

박인보는 눈이 부셨다.

제수씨가 동생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안다. 조카가 없었으면 바로 따라 갔을 여자다.

‘이런 여자도 있구나!’

박인보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죽은 동생이 너무 부러웠다.

이런 여자의 사랑을 한 번만 받아 보았으면,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찔끔 새 나왔다. 새삼 마누라 복이 없는 자신이 비감해서다.

그날 이후 박인보는 틈만 나면 찾아왔다.

박인보가 뻔질나게 찾아오자 김말순은 마음이 편치 못했다. 남편이 죽은 마당에 시아주버니의 잦은 방문이 마음 편할 리 없었다.




댓글과 추천이 고픕니다아!! 바쁘시더라도 발도장 꽝 찍어 줍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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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22 +10 14.03.07 8,982 208 8쪽
21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21 +13 14.03.07 7,743 182 12쪽
20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20 +15 14.03.06 7,836 189 9쪽
19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9 +12 14.03.06 8,741 213 9쪽
18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8 +16 14.03.06 8,726 202 9쪽
17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7 +9 14.03.06 8,217 225 7쪽
16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6 +17 14.03.05 8,902 239 9쪽
15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5 +13 14.03.05 8,824 246 8쪽
14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4 +9 14.03.05 9,609 253 8쪽
13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3 +11 14.03.05 9,064 229 9쪽
12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2 +10 14.03.05 10,171 257 9쪽
»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1 +19 14.03.05 9,747 261 8쪽
10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0 +18 14.03.05 9,871 265 9쪽
9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9 +14 14.03.05 9,498 248 8쪽
8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8 +17 14.03.05 10,463 272 8쪽
7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7 +17 14.03.05 10,740 306 10쪽
6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6 +16 14.03.05 11,717 319 8쪽
5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5 +12 14.03.05 11,756 306 7쪽
4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4 +13 14.03.05 12,570 290 8쪽
3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3 +23 14.03.05 14,714 356 8쪽
2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2 +18 14.03.05 18,088 360 7쪽
1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 +28 14.03.05 33,177 45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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