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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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군
작품등록일 :
2014.03.0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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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3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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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0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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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9

[무쌍]은 성장 소설입니다. 시대상과 현실을 접목한 소설입니다. 느긋이 감상해 주십시요.




DUMMY

무쌍은 화들짝 놀라는 백부를 말끄러미 쳐다보았다.

“큰 아부지 여서 머해요? 머리 다쳤어요?”

박인보는 놀란 가슴을 겨우 다스렸다.

“암것도 아이다.”

한마디 툭 던진 박인보가 잰 걸음으로 무너진 담장을 넘어 사라져 버렸다.

무쌍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른들은 무너진 담장으로 다니지 않는다. 그곳은 자신만 이용하는 통로다. 그것도 밤늦게 몰래 들어오는 뒷문이다.

어른인 백부가 왜 대문이 아닌 곳으로 나가는지 궁금했다.

‘마빡에 꺼먼 종이는 와 붙있노?’

달빛에 비친 청테이프가 무쌍에게는 검은색으로 보였던 것이다.

노느라 지친 무쌍의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았다.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파고들었다.

다행히 엄마는 아무 소리 하지 않았다.

엄마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지만 수마에 이끌려 잠이 들어 버렸다.

이튿날 아침, 무쌍은 아저씨들이 투덜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와 밥을 안 주노?”

“아줌마 어디 갔노?"

아침을 먹으러 온 아저씨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무쌍이 방에서 나오자 아저씨들이 물었다.

"너거 엄마 오데 갔노?"

"몰라요."

잠이 완전히 깨지 않은 무쌍은 눈곱을 떼고 방안을 둘러보았다.

엄마가 없었다.

부엌에 가보고 화장실에 가 보았지만 엄마는 보이지 않았다. 마루 밑까지 들여다보았지만 엄마를 찾지 못했다. 무쌍은 엄마를 찾아 온 동네를 돌아 다녔다.

아침을 먹지 못한 아저씨들은 시간이 늦어지자 투덜거리며 출근했다.

무쌍은 엄마가 돌아오면 종아리를 맞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엄마는 미리 말하지 않고 늦게 들어오면 야단을 친다. 무쌍은 대충 식은 밥을 차려 먹고 학교로 내 빼 버렸다.

“엄마”

학교에서 돌아 온 무쌍은 큰 소리로 엄마를 불렀다. 대답이 없었다. 엄마는 집에 없었다.

일꾼 아저씨들이 마당에 모여 술렁거리고 있었다. 물어 보려고 해도 건넌방의 이강철 아저씨와 사랑방 아저씨는 보이지 않았다.

“야야, 너거 엄마 우예 된기고?”

“이기 무신 일이고?”

오히려 아저씨들이 무쌍에게 물었다.

무쌍은 울상이 되었다. 갑자기 겁이 났다.

투덜거리던 아저씨들이 기다리다 못해 대문 밖으로 나갔다.

무쌍 혼자 집에 남았다. 늘 북적거리던 집이 괴괴해졌다.

무쌍은 솥에 남은 밥통을 꺼냈다. 식은 밥이 남아 있었다. 밥을 퍼먹고 엄마를 기다렸다.

밤이 깊어도 엄마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 이튿날도, 그 다음날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무쌍은 학교에 가지 않았다. 대청마루 끝에 앉아 엄마를 기다렸다. 엄마가 늘 앚아서 대문을 바라보던 자리다.

이제 그 자리는 무쌍의 자리가 되었다.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얼굴을 씻지도 않고 버텼다. 배가 고파 눈앞이 빙빙 돌아도 그 자리를 지켰다. 그 자리를 떠나면 엄마가 영영 집에 오지 않을 것 같았다.

무쌍이 자리를 지키는 동안 여러 번 해가 뜨고, 달이 떴다. 밥을 대어 먹는 아저씨들은 삼일이 지나자 모두 사라졌다.

넉넉지 않지만 단란했던 가정이다.

시대의 아픔과 더불어 인간의 추악한 본성, 연속된 우연의 산물로 한 가정이 그렇게 풍비박산 나 버렸다. 아홉 살 난 무쌍만 마루 끝에 앉아 한없이 엄마를 기다렸다.


1970년 초여름

연말에 터진 울진 삼척 대규모 무장 공비 난동과 KAL기 납북 사건이 세상을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육이오 동란을 겪은 세대들은 빨갱이들의 망동에 치를 떨었다. 어디를 가던 멸공과 반공의 목소리가 높았다. 빨갱이라는 낙인만 찍히면 바로 매장되는 세태였다.

삼선 개헌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정치권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지지던 볶던 있는 자들의 다툼이다. 민초의 삶은 여전히 고달프기만 했다.

박인보는 일주일째 사랑방에 처박혀 나오지 않았다.

탐욕스럽고, 몰인정하지만 평범한 사십대 중반의 남자다.

그는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김말순을 범했다. 정신 줄을 놓은 김말순의 멍한 눈동자가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죄책감과 두려움에 눌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가 왜 그랬을까?’

일시적으로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 할 수밖에 없었다. 귀신들린 최 씨 집이어서 그랬을까.

‘제수씨는 어떻게 되었을까? 벽에 머리를 처박고 죽어 버릴까?’

삼일 째 되던 날, 박인보는 정신적인 혼란을 수습했다. 이미 벌어진 일, 그는 자기 합리화라는 편한 피난처를 찾았다.

기왕에 제수씨는 강도 놈에게 겁탈 당하기 직전이었다. 자신이 아니라도 겁탈 당했을 운명이었다.

그 시점에 자신이 뛰어 들지 않았으면 살해당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은 제수씨의 목숨을 구했다. 박인보는 자신의 행위를 그렇게 덮어 버렸다.

문제는 그날 밤 마주친 조카 녀석이다. 어린애라 상황을 판단하고 추론할 수는 없겠지만 켕기는 건 사실이었다.

친척들과 동네 사람들의 눈이 시퍼런 마당에 어린 조카를 그대로 둘 수도 없었다.

무쌍을 보면 그날 밤의 일이 자동으로 떠오른다.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다.

무쌍은 계륵이었다. 녀석을 거두기도 난감하고 거두지 않을 수도 없었다. 거두자니 잊고 싶은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고, 거주지 않자니 남의 눈이 무서웠다.

어린나이에 부모를 잃은 조카는 분명히 불쌍하고 애처로운 존재다. 그러나 두렵고 피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측은한 마음은 이율배반적인 감정에 휘말려 까맣게 사라져 버렸다. 자신이 저지른 죄를 보상이 아니라 은폐하려는 인간 본연의 심리다.

자기 합리화가 되자 현실을 계산하게 되었다.

현실이란 동생네 논 열한 마지기와 닷 마지기의 밭이다. 제수씨가 사라진 마당이다. 조카를 데려오면 동생의 재산을 자신이 처분할 수 있다.

박인보가 토지에 병적으로 집착하게 된 이유는 아내 장씨 때문이었다.

아내 장씨는 인동 장씨 종가의 장녀다.

아내는 시집올 때 논 30마지기를 들고 왔다. 논 30마지기를 적선하듯 던져 줄만큼 처가는 대단한 지역 유지였다.

처가는 누대에 걸친 대지주다. 오만한 장인과 처남은 박인보를 ‘개가 핥은 죽그릇’이라고 불렀다. 개가 핥은 죽그릇 이란 재산이 없는 자신을 비꼬는 말이다. 차라리 상갓집 개 취급당하는 게 낫다.

처가를 등에 업은 아내도 남편을 남편으로 보지 않았다. 박인보는 아내의 유세에 학을 뗐다.

박인보는 자존심이 강하고 집착이 강한 인간이다.

뼈대라면 밀양 박 씨가 인동 장씨에 밀릴 이유가 없다.

처가의 힘은 토지다.

‘감히 나를 개도 아닌 개 밥그릇 취급을 하다니’

처가와 아내를 향한 원망이 원한으로 쌓이고, 그만큼 토지에 집착했다.

동생네 불행이 자신의 탐욕으로 시작되었음을 그는 알고 있었다. 물론 안다고 해서 인정할 수는 없었다.

진보는 무리하게 일하다 죽었다. 동생이 분가할 때 아버지 유언대로 토지를 떼어 주었으면 동생이 죽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또한 제수씨를 강간한 일은 그 무엇으로도 변명 불가능했다. 게다가 제수씨는 사라져 버렸다.

양심이 가슴을 두드리는 그 순간에도 그의 머리는 손익을 계산했다. 일단 조카를 부양하면 동생의 농토는 자신이 처분 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박인보는 중곡마 동생 집을 찾았다.

제수씨가 사라진지 일주일이 지났다. 밥을 대어 먹는 인부들과 하숙생도 모두 집을 나가 버렸다.

그는 부엌에서 쌀을 씻는 조카를 끌고 왔다.

집을 떠나지 않으려는 놈을 몇 대 쥐어박고 끌고 나왔다.

조카는 논이고 밭이기 때문이었다.

짚은다리 박인보의 집,

박인보가 질질 늘어지는 무쌍을 끌고 대문을 들어섰다.

마당에는 아내와 자식들이 나와 있었다.

“오늘부터 같이 살 끼다. 니들도 무쌍이 한테 잘해 주거라.”

가족들에게 한마디 툭 던져 놓고 박인보는 사랑채로 향했다.

무쌍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일주일이나 엄마를 기다렸다. 얼굴은 땀과 먼지로 덮여 꼬질꼬질하고 소매는 눈물과 콧물을 훔쳐 번들번들했다.

“큰 아부지!”

돌아서는 백부의 등을 향해 아이가 어눌한 소리로 불렀다.

아홉 살 난 조카의 울음 섞인 부름에 박인보는 돌아보지 않았다. 어린 나이라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녀석을 볼 때 마다 가슴을 쿡쿡 찌르는 그 무엇 때문이었다.

“커험!”

진한 가래침을 헌걸차게 뱉고는 곧장 사랑채로 들어가 가 버렸다.

탁-

방문이 닫혔다. 무쌍은 갑자기 어둠이 휙 덮치는 느낌을 받았다. 비틀거리다 겨우 중심을 잡았다.

갑자기 나타난 큰아버지는 막무가내로 자신을 끌고 나왔다. 엄마를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발버둥 쳤다. 어른의 힘을 당할 수 없었다. 머리통에 혹만 몇 개 생겼다.

분하고 억울했다. 큰아버지가 엄마를 만나지 못하게 한다는 반감이 생겼다.




댓글과 추천이 고픕니다아!! 바쁘시더라도 발도장 꽝 찍어 줍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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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8 +16 14.03.06 8,726 202 9쪽
17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7 +9 14.03.06 8,217 225 7쪽
16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6 +17 14.03.05 8,903 23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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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4 +9 14.03.05 9,609 253 8쪽
13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3 +11 14.03.05 9,064 22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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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10 +18 14.03.05 9,871 26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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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5 +12 14.03.05 11,756 306 7쪽
4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4 +13 14.03.05 12,570 29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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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2 +18 14.03.05 18,088 36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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