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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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군
작품등록일 :
2014.03.05 16:39
최근연재일 :
2014.09.3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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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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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3.0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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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4

[무쌍]은 성장 소설입니다. 시대상과 현실을 접목한 소설입니다. 느긋이 감상해 주십시요.




DUMMY

장씨는 키가 크고 들창코에다 눈꼬리가 길게 찢어졌다. 쌍팔년도 당시에 여자의 큰 키는 마이너스 요소다. 한국 사회에서 키 큰 여자가 인정받은 것은 1980년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의 키와 결코 예쁘다고 할 수 없는 외모에 콤플렉스가 심했다.

반면에 어린 동서는 여자인 자신이 보기에도 몸뚱이 하나는 타고났다. 이래저래 불만으로 가득차 있던 장씨의 의지가 어린 동서를 격하게 거부했다.

장필녀는 김말순을 대면한 첫날부터 그녀를 동서로 상종 하지 않았다.

당시 장씨는 서른셋의 나이였다. 모르는 사람은 걸망진 그녀를 대여섯 살 위로 보았다. 여자로서 복장이 터질 노릇이었다.

딸만 셋을 낳은 그녀가 정력이 약한 남편을 한창 씹어 댈 때였다. 장씨가 시동생을 마음에 담아 두고 대리 만족을 즐기던 시점이다. 열아홉 살 동서는 꽃처럼 여리고 예뻤다. 분하지만 인물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창녕에서 들른 먼 친척의 착각이 장씨를 폭발하게 만들었다.

“제수씨 딸이 이래 이뻣던교. 화따 내 눈이 호강을 하는구마.”

“눈에 찌짐(부침개의 사투리) 붙있소.”

빽 소리 지른 그녀는 방안에 들어가 동서가 해온 물목을 몽땅 찢어 버렸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자신이 신행때 입었던 옷도 몽땅 찢어 버렸다.

그녀 나이 한창인 서른셋이다.

딸이라니!

억장이 무너져 상여간을 덮을 노릇이었다.

자신은 인동 장씨 양반가 소생이다. 이름도 없는 어촌 출신의 무당년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귀한 신분이다. 문제는 집안과 인물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집안이 아무리 좋고, 돈이 많아도 타고난 인물을 바꿀 수는 없다.

장필녀의 자존심은 쉽게 회복되지 못했다.

근본도 없는 동서를 금이야 옥이야 아끼는 시동생 때문이다.

결혼 후로는 형수를 아예 꾸어 온 보릿자루로 취급했다.

시동생이 예의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틈만 나면 마누라를 안고, 입을 맞추고, 엉덩이를 만진다.

마누라가 조금 힘든 일을 할라치면 번개처럼 달려가서 자신이 그 일을 한다. 심지어는 빨래마저 시동생이 했다. 시동생이 있을 때는 눈치 보여서 일을 시키지도 못할 지경이다.

그러면서 형수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손이라도 한번 잡아 보려 하면 문둥이인양 화들짝 물러섰다. 그녀의 눈에 불똥이 튀지 않을 수 없었다.

천한 무녀라고 싫어하던 시아버지도 시간이 흐르자 김말순을 끼고 돌았다. 천한 무녀 주제에 시아버지에게 얼마나 알랑 거렸는지 고루한 시아버지가 녹아 버렸다.

시아버지마저 자신보다 김말순을 아끼자 그녀의 시기는 더욱 심해졌다.

장씨는 맏동서란 우월한 위치를 이용해서 김말순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힘든 빨래는 전부 김말순의 차지가 되었다.

장씨가 두루마기에 동정 붙인다고 깝죽댈 때 김말순은 이불 빨래를 해야 했다. 장씨가 홀치기 틀을 붙들고 있을 때 김말순은 방아를 찧어야 했다.

장씨가 냉이와 쑥을 뜯을 때 김말순은 나뭇짐을 이고 산을 오르내려야 했다. 물 긷고, 밭에 김매고, 가마니 짜는 일도 김말순에게 모두 팔밀이했다.

장씨는 시동생이 있을 때면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어 김말순을 동서로 대접했다.

"동서 왔어?"라는 말은 밭을 마저 메지 않고 왜 기어들어 왔냐라는 뜻이었고, "힘들지?"라는 말은 아예 죽으라는 뜻이었다.

장씨는 김말순을 구박하고 혹사시켰지만 시동생 눈치를 보느라 본인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았다.

심성이 여린 김말순은 남편에게 시시콜콜한 사정을 전하지 않았다. 순후하지만 뿔뚝골이 있는 남편이다. 물이 묻을세라, 흙이 묻을 세라 자신을 아껴 주는 남편이다.

큰동서의 괴롭힘을 알면 집안에 큰 분란이 일어날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으로 인해 분란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 본시 몸이 허약한 김말순은 갈수록 몸이 약해졌다.

박진보의 이웃인 조 씨는 수시로 박진보에게 충고를 했다.

장씨가 제수씨를 너무 부려먹는다고, 그대로 두면 탈이 난다고 했다.

박진보는 험담이라 여기고 크게 귀담아 듣지 않았다.

조인수는 형과 원래 사이가 나빴기 때문이다. 조 씨뿐만 아니라 마을은 사상적인 문제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누구의 말도 믿기 힘든 형편이었다.

박진보 역시 아내가 고생한다는 정도는 알았으나 장씨가 계획적으로 괴롭히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곪은 상처는 터진다.

장씨는 남편을 국으로 보고, 박인보는 장씨를 복수할 대상으로 본다. 장씨는 시동생을 좋아하고, 박인보는 제수씨를 좋아했다. 늘 일에 시달리는 박진보는 아무것도 몰랐다.


엄동 추위 한 자락이 남은 3월, 박진보가 강변 밭에 묻어 둔 월동 무를 한 바소구리 지고 대문을 들어섰다.

“임자, 나 왔소.”

대답이 없자 헛간으로 가던 박진보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임자!”

지게를 내 팽개친 그가 방앗간에 쓰러진 아내에게 달려들었다. 의식을 잃은 아내의 종아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핏줄기가 눈에 틀어 박혔다.

“이 이기 머꼬? 이거 우야노!”

놀란 그는 아내를 안아 들었다.

아내 김말순은 별다른 지병은 없지만 여린 몸매에 체질적으로 몸이 약한 편이다.

디딜방아는 무거운 대가리와 중력을 이용해 곡식을 빻는다. 둘이서 방아 양쪽 가랑이를 밟아서 들어 올린다.

혼자서 가랑이를 밟으면 신체에 엄청난 부하가 걸린다. 더욱이 체중이 가벼운 아내는 안간힘을 다해 밟아야 방아 머리가 들린다. 박진보는 평소에도 아내가 방아를 찧지 못하게 했다.

형과 형수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안방에서 두 사람이 툭탁거리는 소리가 돌렸다. 자주 있는 일이다 박진보는 한차례 인상을 쓰고는 택시를 불러 읍내 병원으로 내 달렸다.

“과로와 영양실조로 인한 유산이오.”

의사의 말에 박진보의 눈이 뒤집혀 버렸다.

그는 진작에 인 수형과 하동댁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은 자신을 한탄했다. 아내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자신의 무심함을 저주했다.

저녁 무렵에 집안이 소란스러워졌다.

“형님, 우예 이랄 수 있심니꺼! 저 방아를 내가 뽀사뿔랍니더.”

진보가 헛간에서 도끼를 들고 나오자 박인보는 혼겁을 했다. 순종적이고 묵묵히 일을 하던 동생이다. 순한 놈이 화나면 더 무섭다더니 제어가 되지 않았다.

“진보야, 진보야”

인보가 소리 높여 불렀지만 진보는 대답도 없이 달려가 도끼로 디딜방아를 내려찍었다.

무지막지한 도끼질에 단단한 디딜방아 다리가 푹푹 패어 나갔다.

“허이구, 저놈의 자식 저거 우야노”

인보가 아내를 돌아보았다.

아내 장씨는 새치름한 눈으로 날뛰는 시동생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이고, 이노무 자슥 바라”

도끼를 뺏으려던 인보가 동생의 완력에 밀려 벌렁 자빠졌다. 도끼를 들고 설치는 흉흉한 동생은 더 이상 말 잘 듣는 숙맥이 아니었다.

인보가 장씨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보게, 저놈 저거 우야노. 임자가 말려 바라.”

장씨가 남편의 손을 탁 털어 냈다.

“나뚜소. 저카다 말겠지요.”

빽 소리를 지른 장씨가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탁 닫았다.

인보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결혼 초부터 대가 세고 걸망진 아내다. 도대체 말이 통하지 않았다.

박인보는 동생이 분노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안방에서 아내 장씨와 다투던 그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했다.




댓글과 추천이 고픕니다아!! 바쁘시더라도 발도장 꽝 찍어 줍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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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3

  • 작성자
    Lv.99 터프윈
    작성일
    14.03.09 15:07
    No. 1

    재밌게 잘 쓰시네요. 문피아 트렌드에 맞지않으니 조회수가 많지 않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마아카로니
    작성일
    14.03.14 17:02
    No. 2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남양군
    작성일
    14.03.16 22:50
    No. 3

    즐겨 주셔서 감사 합니다. 문피아 문우님들의 수준이 계시니 조회수는 올라갈겁니다.-퍽-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8 비글물엇
    작성일
    14.03.17 02:59
    No. 4

    홀치기 틀이 뭔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0 남양군
    작성일
    14.03.17 10:38
    No. 5

    비단천을 염색하기 전에 문양을 넣기 위해 매듭을 짓는 작업틀입니다.
    60년대 후반부터 80년 초까지 부녀자들이 많이 한 부업입니다. 시골에서는 거의 모든 가정이 브로커에게 비단을 받아 작업을 했습니다. 100% 기모노용으로 일본 수출품입니다.
    등잔 받침대처럼 생겼는데 상부에 낚시바늘처럼 갈고리가 달려 있습니다. 여기에 비단천을 걸고 실로 묶어 염색이 안되도록 하는 기구입니다. 작업을 하면 실패가 틀에 부딪혀 딸각딸각 소리가 납니다. 딸각발이라고도 불렸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ShoTGun
    작성일
    14.03.18 14:16
    No. 6

    학창시절 문학 읽는 느낌인데요 내용은 좋으나 문체가 너무 어렵지 않나 생각됩니다. 여럿이 읽기에는 접근성이 좀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0 남양군
    작성일
    14.03.19 00:24
    No. 7

    그렇죠^^ 시대상이 그렇다보니 그렇게 느껴지실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탈혼백수
    작성일
    14.04.03 09:57
    No. 8

    무지 좋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8 육개장
    작성일
    14.04.08 13:08
    No. 9

    딱~좋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8 뚱뚱한멸치
    작성일
    14.04.08 19:11
    No. 10

    홀치기...
    6,70년대에 농촌에서 아줌마들이 흔히 했던 부업^^
    항간의 소문에는 일본녀석들이 한국 아줌마들 눈나빠지라고 부업거리로 줬다는...
    일본말로 시보리라고 불렸던게 기억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0 남양군
    작성일
    14.04.09 11:39
    No. 11

    와우! 시보리!
    사십년만에 듣는 용어^^
    딸각딸각 홀치기 실패 돌리는 소리에 잠이 깨던 그 시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무가지보
    작성일
    14.04.09 18:07
    No. 12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2 선율
    작성일
    14.06.23 10:12
    No. 13

    잘 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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