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정착지 - 3
입원 후에 열흘 정도 연재 못했더니 일일 조회수가 반토막 났습니다.
일일 조회수가 줄어든 대신 이전 화들의 조회수는 꾸준히 늘고 있네요.
무료 공지 후에 몰아서 보는 분이 많아져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일일 조회수가 최소한 선작수 만큼은 되더라구요. XD
제 스트레스 해소용인 새 소설을 동시 연재 중입니다!
새 나라의 아침이 밝았다.
말 그대로 새 행성에서 지구인들이 전쟁을 위해 나라를 세우고 있으니 새 나라가 맞았다.
어제 다져 놓은 터와 집을 지을 재료를 눈으로 확인하고 대략적인 설계를 점검한 뒤 꺼진 모닥불의 재를 절벽 밑으로 치워 두었다.
파이어스틸로 불을 피우고 계곡에 담궈 둔 들통을 들고 왔다.
손을 눌러보니 도토리묵이 탱탱하게 굳어있었다.
반절 정도만 자르고 나머지는 따로 보관했다.
그릇 위에 나이프를 이용해 깍뚝 썰기로 네모 반듯하게 썰어 두었다.
깻잎과 상추만 뜯어 넣고 라임즙을 듬뿍 짜 넣었다.
아껴두었던 채집한 들깨를 손바닥으로 짓이겨서 솔솔솔 뿌렸다.
간장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 아쉬워서 나중에 소금과 콩을 구하면 꼭 대형 장독대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간단하게 차린 도토리묵 샐러드를 아침으로 먹었다.
도토리묵은 특유의 약간 떫은 맛이 나지 않았고, 담백하고 고소하고 달착지근하기 까지 했다.
이제 이전처럼 많이 먹지 않아도 되니, 자연스레 음식의 양보다 질에 더 신경이 쓰였다.
지게를 챙겨서 계곡으로 이동했다.
쭉 훑으면서 넓적한 돌을 줍거나 바위를 쪼개서 지게 위에 올리고 끈으로 묶었다.
무게가 무거워 손까지 이용해서 등반을 하고 목재 옆에 돌을 쏟았다.
오랜만에 지친 몸으로 남은 토토리묵과 군밤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남은 자몽 3개를 다 먹었고, 아쉬운 마음으로 받아 놓은 씨를 그릇 안에 심어서 모종을 만들기로 했다.
질 좋은 흙을 담고 씨앗 심은 뒤 물을 뿌려서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두었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니 묘목을 만들어서 정착지를 이동할 때 가지고 갈 생각이었다.
땀이 마를 때 까지 쉬다가 다져 놓은 흙 위에 돌을 촘촘히 깔았다.
들통을 두 개 더 만들어서 양손에 들고, 주위를 돌면서 황토와 백토를 담아 날랐다.
몇 차례 퍼 날라서 재료 더미들 옆에 쌓아 두었다.
재와 물을 붇고 잿가루와 섞은 뒤 통나무를 절구 공이 대용으로 이용해 반죽을 해서 돌판 위에 꼼꼼히 바르고 물기가 마를 때 까지 쉬었다.
물기가 마르고 다시 계곡에 가서 바위 덩어리를 옮겨 왔다.
아궁이에 땔 훈기가 지나가는 길을 만들고 바위를 쌓은 뒤 다시 흙반죽을 발랐다.
물을 마시며 쉬다가 평평하고 넓적한 큰 돌만 캐와서 올리고 흙반죽을 발라 마감하니 대지보다 35cm 정도 높게 솟은 바닥이 드디어 완성 됐다.
온돌식으로 집을 만들 경우 일산화탄소가 집 내부로 침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짓이긴 마른 낙엽을 섞은 흙 반죽을 다시 꼼꼼히 발랐다.
눈에 보이는 건 아궁이와 굴뚝을 연결할 두 개의 구멍과 직사각으로 약간 솟은 흙반죽 뿐이었다.
기술이 없는 사람은 터를 평탄화 작업하고 그 위에 흙반죽을 올린 줄 알겠지만, 조선시대 때 사용했던 아궁이와 생존사부에게 배운 기술을 응용해서 실용적으로 만든 난방 시설의 핵심이 숨어 있었다.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벌써 저녁 시간이 되었다.
대충 때울 수 있는 식량은 있었지만 저녁을 든든하게 먹으려고 사냥을 나가서 청설모와 비슷한 설치류 2마리를 활로 잡았다.
물가에서 지구의 집토끼보다 조금 큰 크기의 청설모를 살코기만 정형하고 가죽을 벗겼다.
스무개 정도 되는 꼬치에 큼직한 살코기를 끼워서 스파이시 소스를 발랐다.
일차 초벌 구이를 하고 다시 소스를 발라 숯불 위에 다시 올린다.
매일 손으로 소스를 바르고 음식을 하니 너무 불편해서 집을 완성하고 주방 도구를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놀이 거리가 없으니 음식이나 도구,공구를 만드는 일이 취미가 되어 버렸다.
뜨거운 고기에 맨손으로 소스를 쉬지 않고 바르다가 거의 다 익어가자, 청설모가 손에 쥐고 먹고 있던 오이 비슷한 채소를 에피타이저로 먹었다. 왠지 애들 코 묻은 돈을 뺏은 양아치가 된 기분이 들었다.
조금 기다리니 회심의 꼬치구이가 드디어 완성 되었다. 고기 한 점을 서너 번 우물우물 해서 꿀떡꿀떡 삼켰다.
노린내가 전혀 없고 상상 이상의 쫄깃함과 고소함이 느껴졌다. 꼬치 20개를 순식간에 먹어버리고 적은 양에 아쉬움을 느꼈다.
지구와 비교하면 토끼 두 마리를 먹은 것과 진배 없으나, 앉은 자리에서 송아지 통구이를 먹을 수 있는 나는 아쉬울 뿐이다.
일년 동안 보충제와 영양제만 먹다가 음식이 들어가기 시작하니 식탐이 많이 늘었다.
식사가 끝나고 얇은 장대들만 골라서 덫을 설치할 재료를 여러 개 다듬어 지게에 싣고 어제 오늘 모은 미끼가 상하기 전에 챙겨 들고 숲으로 향했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덫을 설치할 예정이었는데 긴 장대들이 자꾸 나뭇가지에 걸려서 장대를 손으로 옮겨 들었다.
어제 정찰을 멈췄던 부근에서 도끼로 땅을 깊숙하게 파고 지게에 챙겨 온 말뚝을 거꾸로 박아 두었다.
너무 깊이 파서 구석에서 점프를 한 뒤 손으로 벽을 등반해 올라갔다.
아무래도 지구와 기준이 다르다보니 강한 놈은 말뚝에 찔리고 나서도 빠져나올것 같아 이중으로 덫을 추가 했다.
얇고 긴 나뭇가지들과 풀잎을 덮은 뒤에 흙을 뿌리고 다시 덤블을 꺾어 올려서 위장을 했다.
위장이 끝나니 벌써 해가 지고 어두워졌다. 시간이 부족해 지자 손을 빨리 움직인다.
함정 끝 부분에 말뚝을 단 장대를 일자로 여러 개 꽂은 뒤에 줄로 단단히 엮었다.
다시 낭창낭창한 더 긴 장대 4개를 공간을 벌려서 엮어 놓은 장대에 기대서 꼽고 다시 전체적으로 풀리지 않도록 매듭을 져 엮었다.
장대를 억지로 휘어서 끈으로 고정 시키고 미끼를 4덩이로 나누어 매달았다.
미끼를 뛰어 들어서 물면 말뚝을 매단 장대들이 일차적으로 덮치고 이어서 함정에 빠지면 쉽게 나오지 못하도록 장대가 덮개의 역할까지 해준다.
장대는 깊이 판 함정 속의 말뚝이 일으킨 출혈로 힘이 빠질 때 까지만 버티면 된다.
파낸 흙을 함정과 함정 주위, 더 멀리까지 흩어 놓았다.
함정 주위 흙만 냄새와 색이 달라 의심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전체적으로 흩어서 혼란을 줄 생각 이었다.
벼락틀과 함정을 응용해서 만든 덫이라 내가 함정에 정통으로 걸린다고 가정해도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
이곳은 야생동물들은 상식선에서 생각을 하면 안되는 놈들도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해서 아예 함정에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운에 맡겼다.
야생동물의 길이라고 판단해서 덫을 설치 했지만, 실제로 지나간다는 보장도 없고 영리하게 미끼만 빼 먹거나 함정을 부술 수도 있다.
지게를 손에 들고 빠르게 정착지로 귀환 했다.
왠지 기분이 센치해서 나무를 쌓고 모닥불을 크게 키웠다. 캠프파이어 하는 기분이다.
할 일이 없어서 통나무들을 침대처럼 늘어놓고 그 위에 누워서 모닥불을 보고 있다가 그림자를 보고 손을 이용해서 그림자 놀이를 했다.
손으로 개도 만들고 토끼도 만들면서 시간을 때우다가 잠에 들었다.
아침에 보니 어제 피워 놓은 모닥불에 불씨가 남아있었다. 숯을 뒤적여 토란들을 대충 던져 넣고 익는 동안 작은 열매들을 입에 털어넣었다.
다 익은 토란 껍질을 벗겨서 고수와 같이 먹으면서 아침 식사를 때웠다.
물을 손에 묻혀서 고양이 세수로 눈꼽을 떼고 물기만 발라서 얼굴을 대충 몇번 쓸었다.
머리는 산발을 하고 수염도 덥수룩했으며, 얼굴도 검댕이만 대충 지워 때가 꼬질꼬질 끼어서 서울역 노숙자 10년차에게도 꿀리지 않았다.
어제 다져둔 터에 기둥을 고정하고 대들보를 올려서 홈을 끼워 맞춘 뒤 나무못으로 못질을 해서 고정 시키고 마찬가지 방법으로 지붕도 올렸다.
앞문 쪽에는 마루를 뒷문 쪽으로는 아궁이를 만들기 위해서 앞뒤로 지붕을 면적보다 2M가량 길게 빼고 옆쪽으로는 창문 때문에 1cm 정도 여유를 뒀다.
마루도 조립하고 못질을 한 후에 마루 앞에 신발을 벗어두는 디딤돌도 두었다.
기둥 사이를 얇게 꼬은 새끼 줄로 바닥에서부터 천장까지 5cm 간격으로 둘렀다.
새끼 줄은 흙벽을 만들 때 반죽한 흙을 고정 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창문을 낼 자리와 문을 낼 자리만 빼고 끈을 삥 두르는게 끝나자 해가 벌써 머리 위로 이동했다.
모닥불도 꺼지고 먹을 거리가 변변찮아서 풀쪼가리와 고사리, 열매들로 생식을 해서 때웠다.
5분도 채 안되어서 점심 시간이 끝났다.
지게를 들고 백토와 황토를 한참 퍼 날랐다.
흙 위에 어제 피운 재를 섞고, 물을 부어 가면서 막대기로 점성이 생길 때까지 휘저었다.
전체적으로 점성이 생기자 손으로 반죽을 해서 벽을 아래부터 빙 두르면서 쌓았다.
계속 집 주위를 돌면서 아래부터 층층이 쌓다가 전체적으로 다시 반죽을 덧발랐다.
이제 마르면 벽의 완성이 끝난다.
초가집으로 완성하려다가 차후에도 전초기지로 오래 활용하기 위해서 기와를 올리기로 했다.
포인트도 모을 겸 기와를 만들면서 토기도 만들 생각이었다.
목기는 유약을 발라 처리하지 않아 음식물이 배어서 비위생적이고 맛의 변질을 유발하기 때문에 토기의 필요성을 느꼈다.
어차피 설거지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위생은 상관이 없는데 맛이 변하는 것이 싫어서 토기를 만들기로 했다.
혹시라도 비가 내리면 방안에 비가 고일까봐 천장에 나뭇잎을 겹쳐서 대충 가려두었다.
온돌이 잘 설치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궁이 자리에 불을 지펴 봤다.
방안이 훈훈해지고 벽의 수분을 완벽히 말리기 시작했다.
내어 놓은 굴뚝으로 활용할 구멍으로 연기가 배출 되었다.
뜨듯한 방안에 누워 있으니 지구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온돌에 누워서 한잠 자고 싶었지만 저녁 걱정이 되어서 사냥을 나가 채집을 하고 어제 먹은 청설모를 찾아 다녔다.
좀체 사냥감이 보이지 않아 사냥을 포기 하고, 계곡으로 가서 송사리와 작은 도마뱀 한마리를 잡아 집으로 복귀했다.
이능을 사용해 난리를 피운 뒤에 사냥을 몇 번 하니 이 주위를 내 영역으로 판단 했는지 작은 동물이 주위에서 전부 도망가 버렸나보다.
꼬챙이에 송사리를 꽂아서 구워 먹었는데 먹으면서도 아쉬웠다.
이제까지 그래도 저녁은 제대로 챙겨 먹었는데 처음으로 사냥을 실패 해서 많이 아쉽다.
끼니마다 굶지 않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였다.
해가 저문 이후 숲 속 사냥은 위험하고 할 일도 없어서 작업을 계속 했다.
온돌을 지피던 불을 빼고 반죽과 돌을 활용해 굴뚝과 아궁이를 만들었다.
어느 정도 마르자 수분을 전부 말리기 위해서 빼놓았던 불을 넣고 땔감을 추가해 화력을 키웠다.
집 주위에 물이 빠져나갈 도랑을 계곡쪽으로 파고 취침 시간 까지 온돌에서 쉬기로 했다.
화력이 높아지자 사우나 느낌이 나서 발가벗고, 허브차를 마셨다.
바닥에서 뒹굴 뒹굴 구르자 흙가루와 땀이 범벅이 되었으나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제 꼬락서니가 전쟁통 거지보다 못했지만 잘 보일 사람이 없으니 신경 쓸 이유도 없고, 왠지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매일 외모에 신경 쓰면서 살다가 세수도 제대로 하지 않으니 속박에서 풀린 느낌이 들었다.
양치 한번 제대로 하지 않은 건 잘못된 일이지만 진화한 육체에 충치 따위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 믿고 게으름을 부렸다.
나중에 수세미나 버드나무를 찾게 되면 칫솔을 만들어 사용할 예정이고, 그전에는 그냥 물로 대충 우물우물 해서 뱉기로 했다.
추후에 지구인이나 외계인을 만났을 때 입에서 똥내가 나면 편견을 주는 건 둘째 치고 창피한 것이 문제가 될 것 같았다.
역시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사는 건 귀찮다고 생각하면서 계속 뒹굴 뒹굴 구르다 팔을 괴고 누워서 달을 바라 보았다.
달이 다시 보름달로 돌아가기 위해서 살을 찌우고 있다.
나도 저 달이 살을 찌우듯 성장을 해서 저렇게 자유로워 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달과 관련된 노래를 메들리로 계속 흥얼거리면서 팔배게를 하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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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사우나 덕분인지 개운하게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집에 문틀과 창틀을 달았다.
끼워 넣을 유리는 고사하고 발라 놓을 종이도 없다.
기와집에 거적때기는 좀 없어 보이고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 나중에 멋있는 가죽을 구하면 나무못을 깎아서 고정 시키기로 하고, 그냥 뚫린 채로 놔두었다.
방안에 장판 대용으로 사용할 거적때기를 만들기 위해서 물레를 제작했다.
나무조각 몇 개 겹쳐서 만든 간이 물레로 사용이 불편하지만 피지컬로 극복하기로 했다.
실도 없는데 고생해서 제대로 된 물레를 만들어봐야 활용도 못한다.
손을 재빠르게 놀려 거적때기를 짜서 완성 되는 대로 바닥에 깔았다.
원래 물레질이 손이 많이 가는 인내심과의 싸움이라 바닥을 다 깔고 여분으로 두어 개 제작하니 벌써 점심 시간이다.
저녁감까지 미리 마련해 놓으려고 계곡쪽으로 조금 멀리 나가 물길을 따라서 산꼭대기 반대편 방향으로 걷다가 물을 마시는 이상하게 생긴 동물을 발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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