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신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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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건
작품등록일 :
2018.04.09 17:28
최근연재일 :
2018.04.28 21:57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2,499
추천수 :
9
글자수 :
70,922

작성
18.04.10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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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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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공허2

DUMMY

다행히도 자신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는지 마신은 계속 달리고 있었다.


마신의 속도는 천호에 비해서 상당히 느렸다.


뒷모습만 봐서 앞모습이 어떨지 몰라도 체형의 크기는 천호와 비슷했다.


가까이 가면 조금 차이는 있을수 있어도 그런대로 비슷했다. 마신의 속도를 굳이 표현하자면 시속 70km로 달리는 자동차? 그쯤된다. 엄청난 속도였다.


그러나 천호는 여유있게 따라 잡을수 있었다.


곧 있으면 손에 잡힐듯 마신과의 거리가 가까워 온다.


오른주먹에 힘을 실었다.



"화르륵."



천호의 주먹이 자연스레 화염의 불길로 휩싸인다.


그리고 그걸 던져낸다.



"치지지지직."



뒤통수를 가격했는데 바로 녹아 내린다. 상대마신은 그렇게 손쓸틈도 없이 머리가 녹아 내리고 있다. 허탈할 정도로 맥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매운 싱거운 결말이었다. 흉측한 검은 동체와 징그러운 털들 마치 벌레와 곤충같은 모습이여서 그런지 마음에 격동은 없었다.


하나의 생명을 없앤 죄책감 같은 건 크게 들지 않았다.


그냥 정말 실감나는 게임을 하고 있는 정도 그 정도가 적당했다.


오른주먹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천호는 주먹의 힘을 이어서 무너지고 있는 마신의 가슴, 배, 허벅지 연달아 때렸다. 화염의 감싸인 주먹이 스칠때마다 마신의 형체는 설탕마냥 흐물흐물해지고 있었다.



“후아후아.”



천호의 입에서는 예의 짐승인지 사람인지 모를 그런 음성이 숨과 함께 들어왔다 뱉어졌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천호로써는 다행인 상황이였고 샌드백마냥 연습삼아 마신의 사체를 두드린다. 지독히도 잔혹한 모습이지만 천호는 자신의 행동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새 천호의 마음 한쪽에 흉측한 마신의 마음이 자리 잡은 것인지 아니면 어떤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채 천호는 마신노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생각을 꺼내오고 있었다.


상 중 하가 마신 계급이라고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상급 중급 하급의 능력치 차이가 예상보다 더 벌어져있는게 분명했다. 이그라실이 상급마신인게 전투력에 작용하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다면 단순한 주먹질로 이렇게 전투가 일찍 끝날수 없었다.


다른 종류의 마신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비교해볼 데이터는 없지만 이그라실의 능력치가 결코 낮은게 아니라는 건 충분히 알수 있다.


평생 흙수저로 살았는데 여기서 가지게 된 마신은 그래도 성능이 좋으니 다행이었다. 금수저는 아니여도 은수저의 마신은 되지 않을까. 왠지 기분이 한층 고양되고 있었다.


어제와 이어진 전투에 연이어 승리한자의 여유가 풍겨 나왔다. 예기치 않게 이런 곳에 끌려왔는데 여기서마저도 홀대 받을 능력을 가졌다면 절망했을지 모른다. 다행이었다.


이제 형체가 거의 흐물거려서 오른쪽 다리만 남은 마신에게 왼쪽 주먹을 날린다.


혹시 왼쪽 주먹에도 화염의 힘이 담길까 했지만 담기지 않는다.


오른주먹에만 담기는 힘일까.


그거는 차차 알아갈 숙제였다.


천호는 미친듯이 달려나가고 있었다.


숨이 턱까지 차며 잠시 쉰채 계속 달려 나간다.


시간이 계속 흐르는데 마신들의 흔적은 눈을 씻고 찾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개미새끼 하나 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여유있게 네 명의 마신을 사냥하려던 생각은 남은 시간이 반 정도 된 시점부터 바뀌었다.


이건 게임이 아니였다. 현실이다.


가만히 있어도 스테이지가 열리고 몬스터가 나타나는 온라인게임과는 아예 별개로 실존하고 느끼는 곳이다. 생각을 그렇게 고쳐먹자 몸으로 체감되는게 더욱 뚜렷하게 다가온다.


시간은 촉박하다.


푸른 글씨의 숫자는 이제 50정도 남은상태.


30분? 재수없으면 20분정도다.


그런데 마치 저기 엄청난 굉음이 들려온다. 포탄이라도 터진건가. 굉음이있다는건 전투가 있다는 거고 전투가 있다는건 무언가 있다는 거다. 마신들 일거다.


달린다.


지금 죽고 살고 몸을 사리는게 문제가 아니라 우선 마신부터 찾고 볼 문제였다. 늦게가서 자신이 상대할 마신의 수가 없다면 이건 아무것도 못해보고 그냥 골로 가는거였다.


미친 듯이 혼신을 다해 뛰다가 천호는 속도를 급속도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


마신들의 숫자가 매우 많았다.


언뜻보기에도 백여개체는 되어 보였고 다시 천호의 머릿속의 신호등은 마신의 유무가 아니라 생존으로 바뀌어 있었다. 천호는 마땅히 숨어 있을때가 없어서 그냥 서서 불구경 하듯

어떻게 사태가 흘러가나 지켜보고 있었다.


다행히 저곳과 이곳은 거리도 멀찌감치 있었고 다른데로 시선을 돌릴정도로 여유있어 보이지 않았다.


이제 15분정도 시간.


마신들의 힘이 빠질때까지 좀더 노리다 진입하려 했지만 더 이상 시간을 기다릴수 없었다.


가자.


그렇게 천호는 달려 나간다.


붉은 빛과 푸른빛, 황금빛이 어루어지며 곳곳에서 굉음과 전투의 향연이 열리고 있었다.


가장 외곽에 붙어서 싸우고 있는 두 녀석 .


두 녀석을 타겟으로 잡았다.


마침 천호가 다가갈때쯤 마신 한녀석이 비틀대고 있었다.


비틀대며 쓰러지는 마신의 어깨를 발로 밝고 도약하며 달려오는 다른 마신의 가슴팍을 향해 오른 주먹을 쭈욱 뻗었다. 원래 가슴팍을 뚫을려고 했으나 도달하기에는 길이가 짧았다.

다가오는 주먹이 성가셔서 먼저 치우는게 속 편했다.



'빙속석?'



뚜렷한 푸른빛과 달리 뼈를 시릴듯한 한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선선한 한기와 함께 팔의 속도가 조금 줄어든 느낌이 들었지만 신경쓸 정도는 아니였다.



'그냥 무시하고 내지르자.'



오른 팔뚝을 거쳐 피어나는 화염의 불꽃은 손목에서 강한 회전을 거치며 주먹을 통해 뿜어져 나온다. 마주하는 상대처럼 시리도록 강렬한 푸른빛이 아닌 미약한 불꽃이여도 결과는 미약하지 않았다.


상대의 주먹을 녹이며 나아간 불꽃은 가슴팍까지 뚫어 버렸다. 오른손이 박힌 신체를 왼손으로 잡아떼며 천호는 신형을 돌렸다. 아까 밟았던 마신이 신형을 일으키며 자신을 향해 달려고 오고 있었다.



'빠르다.'



빠르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신형을 놓칠정도의 빠름은 아니여도 확실히 빨랐다. 오른 주먹 왼주먹을 이리저리 휘둘러도 단 한번 맞힐수 없을 만큼 빠르게 움직이는 녀석이다. 녀석은 영리했다.


자신의 오른주먹이 어떤위력을 가진지 알고 계속 맞상대 하지 않고 피하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은 이제 10분을 채 안남기고 있었다. 여기서 이렇게 계속 숨바꼭질을 할수 없는 일.



'버릴건 버린다.'



980/1000



아직도 처리해야할 마신의 숫자는 셋


목표물을 바꾼다.


오른주먹을 크게 스윙하자.


상대 마신은 뒤로 훌적 물러났다.


그 기세 그대로 천호는 신형을 돌려 근처 다른 마신을 향해 달려 나간다. 속도가 느린 전투타입 그런 상대를 찾아야 한다. 거대한 입으로 게걸스럽게 마신을 처리한 붉은 두눈을 가진 섬뜩한 마신과 눈이 마주쳤다. 놈은 목표를 이제 천호로 정한 듯 달려온다.


저 징그럽고 괴기스러운 입에 자신의 주먹이 갈가리 찢길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천호는 지금 매우 기분이 고양된 상태였고 누구와 싸워도 이길수 있다는 자신감이 온몸 가득 넘치고 있었다.



'부순다.'



오른주먹에 휩싸인 화염은 짐승처럼 나있는 녀석의 이빨과 송곳니 할꺼없이 전부 부수고 녹이며 녀석의 안면을 함몰시켜간다..



“후후.”



짜릿한 쾌감이 전신을 지나친다. 몇 명이 남았는지 잊은지 오래였다. 여섯을 넘은 순간부터 숫자는 의미가 없었으니까. 부수고 녹이고 또 부수고 녹이고 기계마냥 화염의 힘에 이끌려 천호는 이그라실에 의해 잠식되어 갔다. 그러다가 자신의 침대 위에서 주먹을 마구 휘두르는 자신을 발견한다.



“살았어. 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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