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신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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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건
작품등록일 :
2018.04.09 17:28
최근연재일 :
2018.04.28 21:57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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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922

작성
18.04.10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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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공허3

DUMMY

눈을 뜨자 자신의 일곱살 때 사진 옆에 걸려있는 시계로 시선이 자연스레 돌려진다.


12시 1분


마계에 가있는 동안 현실의 시간은 멈춰 있었다. 시간이 정지해 있다는건 언뜻보면 이상해 보여도 막상 현실의 시간이 이동했다면 그만큼 혼란스럽고 난처한 일도 없을터였다.


현실로 돌아온 천호는 의미를 가진 몸짓으로 책상에 다가선다. 책상 위에는 언제나 천호를 기다릴 듯이 고요히 올려져 있는 노트가 있었다. 남들에게는 그저 단순히 노트로 보일지 몰라도 천호에게는 아니었다.


마신노트를 펼쳐 든다. 이제 제법 펼치는 모습이 무언가 폼이 나고 그럴듯해 보였다. 옆에 책장을 뒤적여 얇은 공책을 하나 꺼낸다. 안에 낙서가 되있나 한번 쓱 훝어보니 앞쪽 몇장 빼고는 그런대로 쓸수 있을 듯 상태가 좋았다.


이왕하는거 새공책을 살까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인다. 세어보니 네 장만 뜯으면

새거처럼 쓸 수 있을 듯하니 그냥 써야겠다.



"투 두 투 둑."



네 장을 뜯어내고 책상에 다시 앉았다. 빈 노트를 펼치고 마신노트를 한 글자씩 따라 적는다. 그냥 읽는 것 보다 이렇게 적는게 훨씬 기억에 남는다고 인터넷에서 본 기억이 난다. 시험기간에 공부하는 법을 찾다 우연찮게 발견한 몇 안되는 글중 하나였다. 마신노트는 수능공부처럼 강제로 하는 공부가 아닌 살아남기에 위해 하는 공부였다.


살기 위해서기도 했고 재밌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목표가 있다고 해야할까. 표현하기 어려워도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공부를 한적은 처음이다. 수능처럼 강제로 하는 공부가 아닌 스스로 하는 공부였다.


자신이 가진 이그라실이 그래도 뛰어난 능력인걸 알고 처음보다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운도 좋았고 어쩌면 자신은 마신 체질일지도 후 후. 처음 말하는 마신의 이름이 나에게 맞는 마신이고 나에게 맞는 마신이 생각 외로 강력한 마신이 였다는 것은.


마신노트에 내가 겪게되는 초반부에 대한 내용은 어느정도 중간마다 언급이 되어있었다. 언급된 부분이 매우 불친절해서 천호도 두번째 읽을 때 눈치 챘을 정도다. 마신의 이름을 불러도 응답하는 마신이 없다면 적합한 마신을 찾을 수 없다면 강제로 아무 마신이나 접속된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었다면 곤란한 상황을 겪었을게 분명했다. 이렇게 노트를 다시 못 펼쳐 봤을지도 모른다. 노트의 소유자가 죽으면 노트는 다른사람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문득 전에 이노트를 가지고 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란 생각이든다. 나처럼 수능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이었을까. 아니면 직장인? 운동선수? 알 수 없었다.


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모든지 성과가 있으면 의욕이 생기고 열심히 하는 법. 이렇게 공부하면 서울대는 말할 것도 없고 하버드까지 갈 기세였다. 오른손으로 계속 쓰다보니 손이 아파왔고 조금 비효율적으로 느껴졌다. 타자를 치면 좋을꺼 같긴한데 그러면 심심하니 블로그에 올리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1년전에 일기 몇글자 끄적이다가 지금은 아무도 오지 않는 블로그..


만약 블로그의 글을 올리면 노트의 내용을 누가 보기라도 하면 난처해지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는데 블로그에 올리는건 차차 생각해보면 될 일이다.



"이정도면 많이 했으니 좀 쉬어야지."



폰으로 천호는 상호에게 문자를 보낸다.



-나와라-


-ㅇㅋ-


-10분후 놀이터-


-밥먹고 가게 30분후 놀이터-


-알았다-



놀이터에 미리 나와서 음료수를 먹고 있던 천호에게 멀리 익숙한 걸음걸이에 상호가 보인다. 상호가 우쭐해 보이는게 게임캐릭터 레벨을 많이 올렸나보다. 녀석은 레벨을 많이 올렸는지 얼굴에 미소를 띈채 당당해 보였다.



“너답지 않게 시무룩해 보이냐. 부모님 안계시니 용돈 떨어졌나보네. 그러니 나처럼 가끔 알바라도 하라니까.“



내게 심각한 고민이 있는줄 상호가 눈치 챈줄 알았는데 용돈을 걱정하는걸로 착각하다니 녀석다운 생각이다. 눈치 없는 녀석..그런대로 지금은 괜찮았다.


상호와 이렇게 마주보고 있으니 상호가 예전과 다르게 다가온다. 상호는 예전 그대로인데

나홀로 키가 훌쩍 큰 기분. 천호 홀로만 다른 곳에 동 떨어져있는 기분이 들었다.



'마신노트의 영향이겠지.'



상호를 만나면 기분이 조금 나아지고 풀릴줄 알았지만 머리속은 온통 노트에 관한 생각뿐이였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게 좋았다. 예전 인상깊게 본 책에서 주인공은 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었다. 주인공이 미리 준비해둬서 여유가 생기는 모습이 인상깊었고 지금의 천호도 그러기로 마음먹었다.


최대한 상황이 안좋아 질수 있다고 보는게 여러모로 편했다.



'처음에는 1명 다음 5명.'



이번에는 25명이라고 생각하는게 마음 편했다.


시간제약은 100에서 1000으로 10배가 늘었어도 이번에는 시간제약이 그대로 일꺼라는 생각도 해야 했다.



***


상호와는 늘상 오던 pc방으로 오게 되었다. 집중을 안한채 게임을 하고 있는대도 3연승 이기고 있었다. 이러기는 또 쉽지 않은데 팀운이 좋은 모양이다.



'노트는 잊고 집중해보자.'



그렇게 상호와 정신없이 라면도 시켜먹고 피시방에서 점심때까지 있었다. 전적은 10승 3패 매우 준수했다. 이제 슬슬 상호도 집에 가야 했고 나도 슬슬 가야할때다. 피시방에서 계산하고 나오며 핸드폰을 보니 오후 3시 16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대충 9시간 남았다.'



상호와 헤어지고 나서 집에 도착한 천호에게 부모님이 없어서 신났던 기분은 이제 흔적 조차 없이 사라져 있었다. 컴퓨터를 틀었고 인터넷에 들어가 무심코 마신노트라고 검색했다.마신노트로 검색되는건 별 시덥잖은 것들뿐이였다.


그래도 마신노트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이라도 혹시 있을지 않을까 살짝 기대했는데 말이다. 온라인을 이것저것 검색 하다보니 이럴때가 아니여서 다시 마신노트를 펼치고 본다.벌써 몇시간째 노트를 보고있자


졸려온다. 이제 더 이상 볼 부분도 없는 듯 하기도 했고 내일부터는 운동이라도 다녀야겠다. 이러다가 육체적으로 퍼지면 아무것도 안될꺼 같았다. 12시전에 몸을 최대한 고조 시켜놔야 된다.



‘꼬르륵.’



꼬르륵 소리를 들은 적이 정말 오랜만이다.


지금까지는 항상 끼니 때면 어머니가 챙겨 주셨는데 자연스레 발길은 냉장고로 향했고


어머니가 잔뜩 해놓고 가신 반찬을 두세개 꺼냈고 편의점에서 사놓은 일회용밥을 꺼낸다.



'물론 내가 산건 아니고 어머니가 사놓은 거지.'



반찬을 전부 꺼내기는 귀찮고 몇개 꺼내서 대충 끼니를 떼운채 거실 쪽으로 신형을 옮긴다. 왼손에는 음료수를 들고 오른손에는 리모컨을 든채 티비를 틀며 생각을 정리한다.



'내일부터는 저녁에 무슨 운동이든 다녀야겠다.'



몸을 좀 움직여두지 않으면 자꾸 딴 생각이들어서 시간을 보내기가 힘들었다. 옥상에서 줄넘기라도 해야할 판이다. 많은 생각이 계속 머리를 사로잡아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수영?'



수영은 도움이 안될것 같고 복싱 유도같이 과격한 운동이 도움이 될꺼 같았다. 무료한 시간은 어떻게든 흘러가고 11시가 지나가고 11시 59분 45초를 지나가고 있었다. 이년전 몇 번 입어보고 안 입어본 유도복을 입고 정자세로 무릎 꿇고 있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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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공허2 18.04.10 137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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