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신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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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건
작품등록일 :
2018.04.09 17:28
최근연재일 :
2018.04.2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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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15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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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DUMMY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천호의 발걸음은 씁쓸했다. 모임장 형에게 배운건 매우 많았다. 배운게 여러 가지라 머릿 속에 정리하기도 만만치 않았고 그걸 또 적용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게 분명했다.


모임때 했던 내용을 다시 이메일로 보내주신다고 하니 그걸 차차 보면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될거라고 말해주셨다. 몇 일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겠지만 지금의 천호는 쉬운 일도 어렵게 흘러가는 상황이다.


마신노트 때문에 그랬다.


마신노트를 받고나서부터 천호의 일상에 일어나던 평범한 일들은 복잡하고 어렵게 변모하고 있었다. 평범하던 친구들과의 만남도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지 여운이 남게 되었고 평소 같았으면 느껴지지 않을 부모님의 빈자리가 매우 크게 다가오고 있었다.


매일 삶과 죽음 그리고 어떤 것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는 삶.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


모임장 형을 조금이라도 빨리 만났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건 나약한 생각이다. 난 마계에서 계속 살아 남을 거고 어떻게든 극복해 낼 것이다.



'기왕 이렇게 된거 버거퀸에서 본 여성에게 말이라도 걸어보자.'



예전 같았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이런 용기가 생겼다. 어쩌면 마신노트에게 고마워해야 할지도. 내일도 내가 살아있다면 버거퀸으로 가야겠다. 말을 걸어서 번호를 달라할 용기까지 낼 수 있을지는 모르고 우선 말이라도 걸어보자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모임장형이 일분만 투자하면 바로 배우고 적용할 수 있는 동전마술을 알려주면서 몇 개 없다는 마술동전까지 줬으니까.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사용하는 거냐고 묻는다면



'후 후 비밀이다. 아니 뭐 비밀일 것도 없지. 누구나 바로 쓰면 되니까.'



이건 말로 표현한다고 알려주기 힘들고 말로해서 알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재미없으니 직접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버거퀸에 일하는 그녀에게 사용할 때 내가 보여주겠다. 그녀에게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냥 복잡하게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바로 그녀에게 지금 가서 말을 걸까 그런 생각까지 든다.


내일이면 또 용기가 사라져 있지 않을까란 불안감도 들고 다양한 감정이 꿈틀대고 있었다.

잠시 망설이던 천호의 발길은 집으로 향한다. 천호는 온라인게임이 아니고선 컴퓨터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 천호가 지금 키보드를 두드리며 집중해서 글을 쓰고 있었다.


기억에도 아늑한 예전에 만들어둔 블로그인데 지금 그 블로그에다가 글을 쓰고 있었다. 제목은 마신노트와 그녀. 모임장형이 알려준 게 하나 더 있는데 자신의 일상을 평범하게 블로그에 작성하면 좋다고 한다. 생각도 정리하고 매일 어느 정도 수준까지 자신이 발전했는지

알 수 있고 또 자신과 대화하는 기분도 들어서 마음이 편해진다고 하는데 모임장형은 모르는 게 없는 사람 같았다. 두고 두고 알고 지내면서 이것저것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


밤이 다가온다.


천호는 익숙하지 않지만 힘겹게 키보드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마신노트, 마계, 이그라실...-



단어와 문장들의 조합은 어색한 옷을 입고 있는 듯 매우 어색했지만 그래도 쓰다 보니 재밌기도 했고 뿌듯해졌다. 그렇게 할 말을 전부 적고나서 천호는 온라인게임을 한판 했다. 30분가량 했는데 어렵사리 이겼다.


시계를 보니 오후 11시 10분을 막 지나가고 있었다.


마계로 가는 시간이 다가 오고 있었다.


샤워를 하고 맑은 정신을 가지고 유도복을 입기 시작했다. 남들이 보면 웃을지도 몰랐지만 천호에게는 목숨이 달렸다.마계에 가기 전 샤워를 하고 유도복을 입는 건 이제 하나의 의식처럼 치러지고 있었다.


이렇게라도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마음의 중심이 흔들릴지 모른다. 허리에 있는 유도복의 끈을 꽉 매는 걸로 모든 준비가 다 되었다. 이제 서서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거울을 정면으로 보면서천호 자신을 바라보았다.


긴장되면서 조금 들뜬 기분의 표정을 하고 있는 자신이 보인다. 천호의 뒤에 이그라실의 모습이 서서히 어른거렸다.



'튜토리얼이 끝났으니 이게 본격적으로 무언가 변화가 생길 거 같다.'



곧 있으면 12시를 가리킬 것이다.


시계를 보니 11시 58분에서 59분이 지금 막 되었으니까.


늘 이때가 긴장된다.


1분전


1


2


3


마치 1초가 1시간처럼 흐르며 공간이 어그러지며 나타난다.


마계가.



‘어라 노출증여자가 있네.’



마계로 오자마자 노출증여자가 눈에 바로 들어왔다.



“반가워요 내가 왜 있는지 궁금하겠죠?



뭐 굳이 말로 설명하면 길어지니 바로 보여줄께요. 아니다 그래도 이건 알려줘야겠다. 같은 종류의 마신이 5개라는 거 아나요?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죽이면 살아남은 마신은 힘이 쎄진 답니다 호호 그게 가장 힘을 빨리 늘리는 법이죠.“



그 말을 끝으로 노출증 여자의 신형은 점차 거대해 지고 있었다. 그런데 변화되는 모습이 매우 익숙해 보였다. 꿈에서도 그릴수 있는 익숙한 팔, 넒고 듬직한 등. 그리고 얼굴이 완성되자 헉 하는 신음성을 조용히 마음으로 삼켰다. 바로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이그라실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마신은 총5개의 마신으로 나뉘어져 있는다. 그렇다면 이그라실도 5개라는 소리.

천호를 제외하고 4개의 이그라실이 있다는 거다. 다들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확실한건 4개중 하나는 바로 눈앞에 있었다. 그것도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 주인이었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장소에게 만나게 된 것이다.


이래보여도 천호는 몇 일째 마계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심지어는 튜토리얼 과정도 거치지 않고 생존한 역전의 용사. 이정도면 훌륭하게 적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냥 죽어줄 바보는 아니였다.


천호도 곧장 마신으로 변했으니까. 이그라실의 모습을 보자마자 천호도 마신화를 시작했다. 마신화? 그렇게 이름 붙였다. 마신노트에는 마신화에 대한 표현을 동기화라는 단어 비슷하게 써놓았는데 마신이 되는 변화니 마신화가 더 입에 착 달라붙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신으로 변하는 아주 찰나에 여자는 천호를 공격하지 않았다.


배려인걸까? 여유인걸까



'배려가 있을리 있나 다른 종류의 빈정거림이겠지.'



후 약자인 천호에게는 지금 그럴 걸 따질 틈도 여유도 없었다. 천호는 마신화과 완성되기 전부터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신화가 되면 바로 달려가서 오른팔을 휘두르려는 준비. 마신화가 되자마자 천호의 오른팔은 화염의 불꽃에 휩싸였다.


온 마음을 다해 전력으로 뛴다. 딴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자신과는 레벨이 틀릴 게 분명했다.

몇일 빨리 마계에 왔다고 초반에 오는 사람들의 안내를 맡지 않을 거였다. 그렇다면 상대한 마신의 숫자가 천호에 비해서 어마어마 할꺼고 그런 중에 살아 남았다는 건 실력 또한 강하다는 걸 증명한다. 기회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같은 마신이여도 튜토리얼에서 교육을 할 정도면 천호보다 훨씬 뛰어난 마신일테니까.



'전력을 다한다.'



다른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이그라실의 오른팔이 그 어느때 보다 강렬한 화염을 토해내었다. 천호의 마음을 이해하는지 슬프게 울부짓고 있었다.



노출증여자는 조금 놀란 듯 눈을 치켜뜨는 모습이 보이는데 여자의 이그라실의 눈이 시뻘게 지며 눈에서 화염의 불꽃이 터져 나온다. 곧 노출증여자의 두발이 화염에 휩싸이면서 천호와의 신형이 급속도로 좁혀든다. 오히려 좋았다. 이동력이 느린 천호로서는 상대방이 다가오는 게 기회다.


심장이 있을 법한 가슴을 노리려 했는데 그곳이 약점인지 알 수 없었다. 같은 이그라실이면

신체자체가 매우 튼튼할 것이다. 지금껏 상대해왔던 마신들에 비해 천호의 이그라실은 확실히 튼튼했다.



'그렇다면 머리를 노린다.'



모든 부위가 튼튼하다면 급소를 노리는 게 현명했다.



"간다."



오른팔을 둘러싼 화염에 폭풍은 상대마신이 양손을 교차하며 머리를 감싼다. 천호의 붗꽃을 멈출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여자의 양손은 천호의 걸음을 조금도 멈추지 못했고곧이어 들어나는 이그라실의 모습은 보는 사람의 눈살을 찡그리게 만들었다.


양손으로 분명 방어를 하였는데도 두손을 뚫고 상대 이그라실은 바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한여름의 아이스크림이 녹는 것처럼.



'뭐지 이렇게 싱겁다니.'



전신이 녹아가는 여자는 놀랍고 경악스럽다는 표정을 지은모습 그대로 일그러지며 녹아내린다. 하나의 이그라실은 마신의 형체를 잃어가고 있었고 또 다른 이그라실은 그걸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천호의 머릿속으로 엄청난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으아아아아.”



자신도 모르게 신음성이 입 밖으로 내질러진다. 천호에 머릿속에는 노출증여자가 지금껏 수집한 마신노트에 정보가 들어오는데 여자는 일년차 고수였다. 그녀가 겪은 일들을 보면 정말이지 처절 그 자체였는데 저 정도 정신을 유지하고 있던 게 어쩌면 기적이었다.



“으아아아악.”



다시 고통이 밀려들었지만 이번에는 서서히 차츰 고통이 가라 앉기 시작했다.



'휴우 잠잠해지니 조금 살 거 같다.'



일년 차의 정보는 확실히 방대했고 천호에게는 하나같이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가득했다.

예를 들어 저기 이쪽으로 다가 오는 희끄무레한 안개. 그냥 지나쳐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저건 그냥 공중을 떠다니는 안개가 아니라 일명 비기너 사냥꾼이라 불리는 툴라리온이었다.


툴라리온이 천호를 사냥하기 위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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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회 18.04.15 98 0 10쪽
10 튜토리얼3 18.04.13 95 0 8쪽
9 튜토리얼2 18.04.12 101 0 8쪽
8 튜토리얼1 18.04.11 112 1 7쪽
7 공허3 18.04.10 112 1 8쪽
6 공허2 18.04.10 139 1 8쪽
5 공허1 18.04.09 132 1 7쪽
4 일상 18.04.09 146 1 7쪽
3 시동 18.04.09 152 1 8쪽
2 시작 18.04.09 211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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