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함분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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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나
작품등록일 :
2012.04.24 01:05
최근연재일 :
2012.04.24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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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1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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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계 상옥추제

DUMMY

파재의 부대는 황건 중에서는 가장 정예에다가 전투 경험도 많았으나 돌격하는 기병의 앞에 서서 그 진로를 막아설 정도의 정예병은 아니었다.

방패 하나 없이 달려오는 기병에 가만히 서서 막아설 정도의 훈련과 담력이 이들에게 있었다면 조조와 황보승에게 쫓겨 이곳에 있지도 않았다.

파재의 부대는 자기도 모르게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그래서 공간이 만들어졌고 그 공간으로 장로는 말을 몰며 비집고 들어갔다.

진로를 막으려고 앞뒤 간격을 좁히고 일자로 길게 늘려서 장로가 순식간에 병사를 뚫고 나오자 파재는 한 손으로는 고삐를 쥐고 다른 손으로는 창을 들고서 공격했다.

병사를 뚫느라 기세가 많이 준 장로는 파재가 공격해 오자 말고삐를 옆으로 잡아당기며 방향을 틀었다.

장로가 노리는 건 파재의 부대가 아니라 아직 준비가 덜 된 장보의 부대이고 더 나아가 장보의 목을 원했다. 그래서 파재와의 전투를 피한 장로는 다시 말에 박차를 가하며 달려나갔다.

경보병으로 기병의 진로를 막는 건 역시 미친 짓이란 것을 잘 보여주듯이 장로의 부대뿐 아니라 약간 늦게 돌격하던 다른 기병 부대들도 파재의 부대를 돌파했다.

수천의 기병이 보병을 돌파해서 아직도 수비 대열을 정비 중인 장보 부대를 공격했다.

기병에게 돌파당한 파재는 대열이 흩어진 부대를 수습하려고 애를 썼다.

“대열을 정리해라! 대열을 정리해라!”

기병은 놓쳤어도 그 뒤이어 돌진하는 보병을 막으려면 서둘러 대열을 정렬해야 했으나 기병돌파를 당한 후라서 병력 피해도 병력이지만, 그것보다 더 큰 피해는 공포에 의한 사기 저하기에 움직임이 굼떠져 버렸다.

“빨리빨리 움직여라!”

병사에게 소리 지르며 빨리 대열을 만들게 했으나 도주하지 않고 이대로 버틴 것만으로도 용할 정도로 부대는 엉망이었다.

무용이 뛰어난 장수가 큰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기병을 이용한 중앙돌파를 선호하는 것이 바로 이 이유 때문으로 일단 돌파만 성공하면 평범한 부대라면 열에 아홉은 도주하거나 혼란 상태가 되어 그대로 재기불능에 빠져버린다.

부대가 도주할 때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나오고 부대가 혼란에 빠졌을 때 쉽게 패배하게 된다. 그래서 후속으로 온 1진의 보병부대가 공격하자 순식간에 전선이 무너졌다.

약간 혼란에 빠진데다가 기병이 빠져나가면서 생긴 구멍이 곳곳에 있어서 그곳으로 병사들이 침투하자 구멍은 점점 넓어지면서 구멍 사이에 놓인 병사는 자기가 포위된 것만 같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사기가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는데 부분이긴 해도 포위까지 당하자 버티고 서 있을 수 없는 파재의 부대는 서서히 패주하기 시작했다. 한두 명이 패주하자 그건 삽시간에 주변으로 번지면서 일제히 패주했다.

무기까지 버리고 도망치는 병사의 목을 벤 파재는 목이 터져라 외쳤다.

“도망치지 마라! 도망치는 자는 내 손으로 죽일 것이다!”

실제로 병사까지 죽이며 비장하게 외쳤으나 이미 도망치는 병사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병사는 패주하고 전선은 무너질 때 장수의 역량이 진가를 발휘하겠으나 파재에게는 그 역량이 부족했다.

이리저리 말을 몰며 동분서주하는 파재에게 창을 든 병사가 다가가서 공격했다.

“이놈 어림없다!”

공격을 눈치챈 파재가 창을 휘둘러 병사의 창을 쳐내자 다른 병사가 달려와서 공격했다. 이마저도 창을 휘둘러 막아낸 파재는 전투가 불리하다는 걸 인정하고 뒤로 물러났다. 그러더니 천국성을 향해 말을 몰았다.

미완성의 천국성이어도 삼면은 보호되기에 한쪽 면만 막고 버티면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 파재는 천국성으로 돌아가려고 말머리를 돌리다가 이름 모를 병사가 찌른 창에 가슴을 맞았다.

“이놈!”

눈을 부릅뜨던 파재는 창이 가슴에서 빠지자 말에서 천천히 쓰러졌다.

파재가 무명의 병사에게 목숨을 잃었을 때 장보 또한 부대 안으로 난입한 기병대 백인장 중 한 명인 재유의 공격을 받았다.

“죽어라 장보!”

“죽으려면 너나 죽어라!”

장보는 검을 들어 창을 쳐내고서 말의 다리를 베었다.

“히이잉!”

다리가 베인 말은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고꾸라지면서 앞으로 굴렀다. 말에 올라탔던 재유 또한 말에서 떨어졌다.

장각이 환술과 치유술로 유명해졌다면 장보는 무력으로 유명했기에 백인장 정도는 쉽게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뒤이어 공격해 오는 장로는 백인장처럼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재유를 처리한 장보에게로 쏜살같이 말을 몬 장로는 검을 뽑아든 다음에 말의 가속을 더한 참격을 날렸다.

캉!

가속이 더해진 검이 역시 위력이 강한 법이라서 막긴 했으나 장보의 신형이 뒤로 휘청거리며 넘어질 듯했으나 넘어지지 않고 버티고 섰다.

“막아?”

이 일격으로 끝낼 생각이었던 장로는 급히 말을 돌리고서 재차 공격에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약간 달랐다. 말을 달리게 하면서 뭐라고 중얼거리고는 말했다.

“급급 여율령.”

장로가 말하는 것을 끝내자 신기하게도 장보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리고 그 사이 장로는 장보의 목을 취했다.

“나 장로가 적의 총대장 장보를 죽였다!”

정확하게는 성세왕이라고 해야겠으나 인정하지 않는 장로의 당당한 선언에 전투는 멈췄다.

장보가 총대장이든 성세왕이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전투의 주채가 되는 대장이 죽으면 그걸로 전투는 끝이었다. 여기에 반발해서 일부 황건적이 저항하긴 했으나 그 힘은 미약하기 짝이 없었다.


다수보다는 소수가 움직이기 편해서 정원보다 약간 일찍 천국성이 잘 보이는 명단이라 할 수 있는 산에 도착한 선우명은 천국성을 보고서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성이 미완성이었구나!”

성이 아직 공사 중이란 첩보를 얻은 정원은 과감하게 일곱 개의 진을 내버려두고 우회해서 공격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산 능선에 정원이 부대를 이끌고 도착했다.

“한다!”

파재 부대를 순식간에 격파하더니 천국성 공격해 장보를 죽이기까지 채 반 시진도 걸리지 않았다.

“뭐가 이리 싱거워.”

병력을 분산시켰어도 장보 밑에는 3만이 있었기에 싸우고자 했다면 하루 이틀 만에 전멸할 부대가 아니었다. 굳이 패착을 따지자면 병과의 부재였다.

장보부터가 이산으로 도망쳐온 것이라서 그의 부대는 전부 보병이었다. 그것도 치장 물자를 보급할 곳이 없어서 제대로 된 갑옷이나 무기가 없었다. 그에 비해 정원의 부대는 연합군이긴 해도 전부 최소한의 무장과 함께 기병, 보병, 궁병이 조합된 부대기에 사용할 수 있는 전술부터가 달랐다.

판단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나 수천에 이르는 기병이 돌격해 오는데 중보병도 아니고 방패조차 들지 않은 경보병으로 막아선 순간부터 이미 패배는 결정지어졌다.

성벽이 완성되었거나 이런 분지가 아니라 험지를 이용해서 전투했다면 전투 양상이 달라졌겠으나 이미 결과는 나왔다.

전투하는 건 몇 번 봤어도 멀리서 전투 전체를 지켜본 적이 없는 선우명이라서 한번이라도 전투의 전체 흐름을 보고 싶어서 이렇게 온 것인데 총사령관의 기량 차이와 병사의 질, 사기 등 뭐 하나 앞서지 않은 장보가 성급하게 구는 바람에 제대로 전투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투를 보고도 남은 것이 없는 선우명은 실망하며 말했다.

“가자.”

말머리를 돌리던 선우명은 말이 물렁물렁한 땅을 밟아서 다리가 땅에 박히자 휘청거리면서 균형을 잃고 땅으로 떨어졌다. 등자가 있었다면 이렇게 어이가 없을 정도로 쉽게 떨어지진 않았겠으나 등자가 없어서 옆으로 균형을 잃게 되면 다리 힘이 약한 선우명 정도는 쉽게 떨어졌다.

선우명을 떨어뜨린 말은 앞으로 걸어가서 땅에 박힌 다리를 빼냈다.

“으~ 뭐야.”

왜 이렇게 된 건지 이해를 못하겠는 선우명은 등에서 전해지는 충격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괜찮으세요?”

“안 괜찮아.”

병사의 말에 퉁명스럽게 말한 선우명은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는 대체 말이 왜 그런 건지 찾아봤다. 그리고는 땅속에 묻힌 뭔가를 발견했다.

“이게 뭐야? 이거 파봐.”

옷 같아 보였기에 시체라도 묻은 건가 싶은 선우명은 뒤로 물러나서 병사에게 땅을 파게 했다.

병사가 힘을 합치가 얕게 묻혔던 것을 빼냈는데 그건 선우명의 예상과 달리 큰 보자기에 싼 죽간들이었다.

“이걸 왜 여기다가 묻어 놨데?”

보자기로 싸긴 했어도 대나무로 만들어진 죽간을 땅에 묻으면 당연히 썩기에 이걸 왜 여기에 묻었는지 궁금한 선우명은 죽간 하나를 집어 들었다가 제목을 보게 됐다.

“이건!”

죽간에는 태평청령도라고 적혀 있었다.

우길이 저술했거나 산에서 얻은 걸로 나오는 태평청령도는 총 170권에 달하는 의서로 이걸 통해 도술과 의술을 펼친 우길은 태평도를 창시했다.

황건의 난을 일으키고 태평도를 발전시킨 장각 또한 이 우길의 제자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우길은 이 시대에 아직 살아 있었다.

“거참…….”

이게 왜 자기 손에 떨어졌는지 의아한 선우명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장각이 보유했던 태평청령도는 장각이 죽으면서 동생인 장보에게 줬고 장보는 전쟁을 대비해서 이렇게 숨겨둔 것이 뻔했다.

과정이 어찌 되었든 이 태평청령도가 자기 손에 들어온 건 우연이고 그 우연은 신이 만든다고 생각하는 선우명은 인간이 신의 진의를 알 수 없다는 생각에 생각하는 걸 관뒀다.

원래 선우명은 무신론자이나 이곳에 없어야 할 자신이 이곳에 있는 것부터가 신의 뜻이라고 어렴풋이 생각하기에 신을 약간은 믿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신의 진의가 어찌 되었든 자기가 이 세상에서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어떤 계시나 그 비슷한 것조차 받지 않았기에 신경 쓰이지 않았다.

태평청령도가 손에 들어왔어도 이것이 진짜 우길이나 장각처럼 도술을 부릴 수 있게 해주는 건지 의아한 선우명은 직접 읽어보고서 판단할 생각으로 일단 읽어봤다.

170권이라고 해도 죽간이라서 종이로 된 책 한 권 분량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그 자리에서 몽땅 읽은 선우명은 고민하느라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이거 의술서가 아니잖아?’

이런 건 생전 처음 보는 것이라서 정확한 판단이 서진 않았으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이건 의술서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건 그냥 둬선 안 되는 물건이었다.

“부싯돌을 누가 가지고 있었지?”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이거 전부 태워버려.”

“예.”

이것의 정체가 뭔지 모르는 병사는 마른 나뭇잎을 모은 다음에 부싯돌을 이용해서 불을 붙였다. 그러자 태평청령도가 활활 타기 시작했다.

죽간에 모두 불이 붙는 걸 확인한 선우명은 병사에게 말했다.

“가자.”

그냥 놔뒀다면 역사적 가치를 지닌 보물이 됐겠으나 그대로 뒀을 때 세계에 미치는 악역향을 걱정한 선우명은 태평청령도를 태워버리고서 그곳을 떠났다.


작가의말

뜸금없는 요술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잘 찾아보면 삼국지 기록에는 요술이 종종 등장합니다. -0- 고로 그냥 넣었습니다.
덧. 그냥 올립니다. -0- 1권 완결내면 진짜 장기 연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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