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숫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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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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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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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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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92

**

**

제일 먼저 만난 사람은 유치장에 있는 교도관 강우원과 소장 이영운이었다.


1. 1.


노란색.

굳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에게 박수호는 자신이 직접 탄 커피잔을 내밀었다.

“드시죠.”

“감사합니다.”

“고맙네.”

잔을 받아들고 마신 두 사람의 노란색 숫자 밑 부분에 초록색이 조금 차오른 걸 보고 박수호는 싱긋 웃었다.

“두 분 모두. 윗분들 말 듣고 한 일이지 않습니까. 범인만 찾아낼 수 있었으면 이렇게 일이 커질 일도 아니었는데, 조금 억울하시겠습니다.”

박수호의 말에 강우원이 입을 열었다.

“그 안에 있는 죄수 중 한 명이 확실한데, 시간을 끌더니 저희만 피 보게 생겼습니다. 제가 들어보니 연쇄살인범도 잡으신 실력 있는 형사님이라고 들었습니다. 최대한 빨리 잡아서 저희 누명 좀 벗겨 주십쇼.”

“저도 그러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겁니다. 진술에서 약간 미흡한 부분이 있어서 보강하면 식사 시간도 드릴 테니까. 편히 있다가 유치장으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초록색 부분이 절반 정도 차오른 강우원에서 여전히 대부분이 노란색인 이영운을 바라본 박수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소장님은 뭐 더 드시고 싶은 거라도 있으십니까?”

“아니네. 나는 이 커피 하나만 있으면 만족해.”

“그럼, 두 분 다 준비되셨으면 진술 시작하겠습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박수호의 질문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자.

딸깍.

책상 위 붉은색 버튼을 누른 박수호가 마이크에 입을 대고 말했다.

“녹화 시작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사실 제가 궁금한 건 단 하나입니다. 그 하나만 진실하게 알려주시면 두 분은 여기서 식사하시고 집으로 가는 겁니다.”

집으로 간다는 말에 두 사람이 눈이 반짝였다. 그 중 강우원이 상체를 박수호 쪽으로 기울이며 말한다.

“그 질문이 뭡니까. 제가 소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강우원의 말에 박수호는 싱긋 웃었다.

“저야 그러면 좋죠. 제 질문은 하나입니다. 강우원 교도관님과 함께 매번 지나갔다는 교도관님은 누구입니까?”

박수호의 질문에 강우원의 머리 위 숫자가 노란색으로 변했다.

여전히 같은 색의 이영운을 흘깃 바라본 박수호는 입을 굳게 다문 강우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소상하게 말씀드린다는 분이 입을 다무셨네요.”

박수호의 말에 강우원은 고개까지 숙인다.

“역시 김명호인가 봅니다.”

그의 말에 강우원의 어깨가 움찔했고, 머리 위 숫자에 파란색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박수호는 그가 아닌 여전히 똑같은 색을 지닌 이영운에게 바라본다.

“부하 분이 거짓말을 잘 못하시는 분인 거 같습니다.”

“그는 김명호라는 말을 하지 않았네만.”

“그러니까 제 추측이라는 말씀?”

“나도 할 말 없네.”

“교도관이 누군지 이름을 대시면 끝나는 일인데도 거부하신 거면 정황상 인정한 것으로 법원에서도 판결 납니다. 아무리 배경이 좋으시더라도 정황 증거로 성폭행범도 벌을 받는 시대인데, 소장님이나 교도관님 두 분 다 무사하지 못하다는 건 잘 알지 않습니까. 저라면 차라리 말해서 받을 죄 깔끔하게 받는 게 속 편할 거 같습니다.”

“미안하지만, 나는 절대로 말할 수 없네.”

“강우원씨도 마찬가지 입니까?”

그의 질문에 강우원은 웅크린 자세 그대로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김명호를 바깥으로 내보냈다는 게 사실이라는 거군요. 걸리는 순간 두 사람 모두에게 치명적인데도 불구하고 바깥으로 내보냈다는 건, 그만한 약점이나 돈을 두 분에게 지불했기 때문이라고 보면 되는 거고, 그렇다는 건 두 사람은 부족했던 살인 동기가 충족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수호의 말에 강우원은 연신 움찔했고, 이영운은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옆에 있는 강우원처럼 파란색으로 변해 있었다.

“주변 탐문 수사만 해도, 행적 다 파악 가능하니, 그때 다시 한 번 더 부르겠습니다. 물론 그때 실토해봤자 자수가 아니니 중형을 받을 겁니다. 아! 그리고 언론에서도 두 분에 대한 뉴스로 도배가 될 겁니다. 가족들에게 미리 말씀하세요. 기자들이 찾아가서 벌떼같이 물어뜯을 게 뻔한데, 어디 해외여행이라도-”

“김명호가 맞습니다!”

갑자기 고개를 쳐든 강우원의 한 말에 이영운은 눈을 감았다.

“멍청한 녀석...”

박수호는 강우원을 바라보았다.

“오. 김명호가 맞습니까?”

“네. 김명호가 맞습니다. 그가 제게 오억을 준다고 약속했습니다.”

“선납금은 전에 말한 이억?”

“예. 소장님과 절반 나눴습니다.”

강우원의 우렁찬 대답이 취조실에 울려 퍼졌고, 이영운은 입술을 깨문 가운데, 박수호는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책상에 기대었다.

“그래서 어디를 간 겁니까?”

“멀리는 못 가고, 노래방이나 카페에 밤에 룸살롱에도 간 적 있습니다.”

“사람들이 알아보지 않던가요?”

“선글라스를 끼니 아무도 못 알아보던데요.”

“총 몇 번 나갔죠?”

“정확히 일곱 번 나갔습니다.”

“언제부터?”

“이 개월 전부터입니다.”

“이 개월 전이라...”

검지로 책상을 두드리던 박수호가 중얼거렸다.

“케이 그룹 재단 비리 사건이랑 맞물리는 군. 관련 자료라도 가지고 돈이라도 긁은 건가.”

“예?”

“아닙니다. 여기다 그간 행적 적어주시면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했다고 제가 진술해 드리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허겁지겁 박수호가 내민 종이와 펜을 받은 강우원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영운은 눈을 감고 있었고, 박수호는 스마트폰을 보며 엄지를 움직이고 있었다.

잠시 뒤.

“여기 있습니다.”

강우원이 내민 종이를 받아든 박수호는 안에 적힌 내용을 바라보며 말했다.

“협조 잘하신 겁니다. 교도관 출신이 죄수로 들어가 있는 거 최악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동부구치소에 들어가면... 어후.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그의 말을 들은 강우원의 얼굴이 사색이 된 가운데, 박수호는 이영운을 바라보며 비꼬듯이 말했다.

“그래도 이영운님보다 적게 있을 겁니다.”

“미안하지만 난 시킨 적이 없어.”

“오호 강우원님 독단으로 한 일이라는 겁니까?”

“그래. 난 한 적 없네.”

“하지만 여기 진술에는 이영운님이 시켰다고 쓰여 있습니다.”

“그건 강우원의 일방적 진술 아닌가. 난 한 적 없어.”

그의 말을 듣자마자 박수호는 강우원을 바라보았다.

“어이구 독박 쓰게 생기셨습니다. 혹시 증거 없으십니까?”

“그. 그게... 이번 건은 없습니다.”

“이번 건이라면 다른 건 있다는 뜻이군요. 혹시 목소리?”

“네. 정확히는 영상도 녹화되어 있습니다. 룸살롱 접대 장면인데...”

강우원이 말을 흐렸고, 박수호는 환한 얼굴로 말했다.

“오! 그거라면 정황증거로 충분히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걸 제게 내어주시면-”

“헛소리! 지금 자네 죄만 추가되는 거야. 이용만 당하고 밑바닥까지 떨어지지 말고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

지금까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이영운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고함을 질렀다.

강우원이 몸을 움츠리자, 박수호는 그에게 상체를 기울여 속삭이듯 말했다.

“어차피 독박 쓰는 건 당신입니다. 지금 이영운 소장님의 행동을 보세요. 끝까지 거부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자의 거짓말에 놀아나지 말고 내 말대로 해. 어디 내 말대로 해서-”

“홍진수 형사님 이영운 님 내보내 주세요.”

박수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이 벌컥 열리더니 건장한 체격의 남자 둘이 들어왔다.

두 사람에게 붙잡혀 끌려나가는 이영운이 강우원의 어깨를 붙잡았다.

“절대 말하지 마! 말하는 순간, 자네나 나나 둘 다 끝이야! 상대 헛소리에 놀아나지 말고-”

쿵.

문이 닫히자, 자리에서 일어난 박수호가 강우원에게 다가가 어깨에 오른손을 걸쳤다.

“고함 들으셨죠? 상대는 끝까지 모른척할 생각입니다. 어쩌면 당신이 죽였다고 할지도 모르겠죠. 만약 살인 누명이라도 쓰면 그자는 과연 당신을 도와줄까요? 아니면 외면할까요? 그간 그자가 해온 일들을 떠올려 보세요. 당신에게 모든 일을 맡기고 돈은 그자가 더 챙겼지 않습니까. 그런 자가 과연 남을 위해 어떤 말을 할까요?”

그의 질문에도 말없이 부들거리던 강우원의 머리 위 숫자는 조금씩 초록색으로 변했고, 완전히 초록색으로 변했을 때, 강우원은 몸을 떠는 걸 멈추고 입을 열었다.

“증거 위치 말하면 독박 쓰지는 않는 겁니까?”

박수호는 그의 머리 위 숫자를 보며 말했다.

“제가 확실하게 법정에서 진술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증거 위치는...”

그가 말한 주소를 머릿속에 저장한 박수호가 강우원의 어깨를 두드렸다.

“잘하셨습니다. 증거와 저기 종이에 쓴 기록이 정확하다면 법정에서도 판사님이 충분히 고려하실 겁니다. 그럼 드시고 싶으신 거 고민하시다가 마이크에 대고 말하면 저쪽에 계신 형사님이 시켜주실 거니까. 여기서 쉬고 계세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말한 박수호의 모습에 안심이 됐는지 그의 얼굴은 조금 밝아져 있었다.

“예...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를 뒤로 한 채 문을 열고 취조실에서 나온 박수호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쿵.

문이 닫히자마자 박수호의 턱 근육이 실룩거린다.

으드득.


**

**


언론인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 들어가는 데만 삼십 분 이상 시간이 걸린 박수호와 홍진수는 면회실에서, 죄수 세 사람과 마주 보고 있었다.


모두 노란색.


몇 번 질문 했는데도 세 사람 모두 입을 꾹 다물고 있자.

홍진수는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의자에 몸을 기댔다.

“이렇게 다들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모두 다 손잡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의 엄포에도 세 명 모두 입을 꾹 다물고 있었는데, 그들을 찬찬히 살펴보던 박수호가 이마에 땀을 흘리고 있는 이남수에게 휴지를 내민다.

“어르신 땀 좀 닦으시죠.”

“고맙습니다.”

두 손으로 휴지를 받은 이남수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고, 그사이 박수호가 서류첩을 뒤지다가 사진을 하나 흘린다.

“헉.”

“음...”

이남수는 곧바로 고개를 숙여 버렸고, 나머지 두 사람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죄송합니다. 서류를 뒤지다가 흘렸습니다.”

박수호는 사과와 함께 김명호 시신 사신을 회수한다.

이남수 머리 위 숫자는 모두 파란색이었다면, 다른 두 사람은 삼분의 일 지점까지 차오르고 멈춰 있었다.

박수호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남수에게 시선을 돌린다.

“이남수 어르신. 저기 전에 교도관이 지나가는 걸 보셨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그의 질문에 잠시 멈칫했던 이남수가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예... 그렇습니다.”

“그때 교도관 얼굴은 보지 못하셨다고요?”

“예. 제가 눈이 나빠서 보지 못했습니다. 편지도 눈에 가까이 대고 볼 정도로 제가 눈이 나쁩니다요.”

“그렇게 눈이 나쁘시면 안경을 쓰셔야죠.”

“제가 갑갑한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흐음... 정말 아쉽네요. 누군지 알아야 이 사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텐데요. 혹시 그들 말고 지나가는 다른 소리는 못 들었나요?”

“죄송합니다. 영화 소리가 너무 커서 다른 사람들이 지나가는 소리도 못 들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울먹이며 연거푸 사과하는 그의 모습에 박수호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휴지를 내밀었다.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사실을 말하는 거면 제게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거 받으시고 콧물 좀 닦으세요.”

“감사합니다.”

받고 나서 크게 코를 푼 그가 아닌 다른 두 사람에게 고개를 돌린 박수호가 입을 열었다.

“나머지 두 분도 계속 묵비권을 행사하시는 겁니까?”

박수호의 말에 두 사람 모두 고개만 끄덕일 뿐 대답도 하지 않았다.

“홍진수 경위님은 저랑 잠시 바깥으로 나가시죠.”

홍진수의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이번엔 그들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자기 또래의 남자 교도관에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교도관을 남겨두고 바깥으로 나온 두 사람 중 박수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때도 이렇게 비협조적이었습니까?”

“처음에는 잘 대답했는데...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머리를 벅벅 긁으며 답답한 표정을 짓는 홍진수였고, 박수호는 팔짱을 낀 채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보다는 이곳 사람들과 친분이 있는 형사님이 저들과 면회한 자가 누구인지 알아봐 주십쇼. 저는 안으로 들어가 계속 찔러 보겠습니다.”

“면회한 자라... 알겠습니다. 제가 알아보러 가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박수호의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인 홍진수가 떠나고, 다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박수호는 굳은 얼굴로 그들 앞으로 걸어오더니 자리에 앉고서 옆에서 멀뚱멀뚱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교도관을 바라보았다.

“잠시 나가주시겠습니까?”

“네?”

“절대 새어나가서는 안 되는 내용이라...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수호의 말에 그의 얼굴이 살짝 굳어진다.

“하지만, 이들을 꼭 감시하라는 소장님의-”

“어차피 도망쳐봤자. 입구에 있으면 아무런 소용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전에 이분들과 만난 분이... 누구였더라...”

박수호가 말을 흐리자, 교도관이 눈을 크게 뜨고는 입을 열었다.

“제가 압니다. 케이 그룹 법무팀 소속 변호사가 찾아왔습니다.”

그의 대답을 듣자마자 박수호의 얼굴에 미소가 맺혔다.

“아. 맞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야 기억나네요. 아무튼 그때처럼 잠시만 자리 비켜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편안한 얼굴로 변한 교도관이 면회실로 나갔다.

그가 나가자마자 박수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맺힌다.

“이거. 왜 다들 태도가 변하셨나했더니, 변호사님이 끼어있었군요. 그것도 형사나 검사님에게 보고도 안 하고 말이죠. 돈이면 뭐든 되니... 세상 참 좋습니다. 안 그래요?”

그의 비꼬는 말에 세 사람 모두 입을 더 꾹 다물었는데, 박수호는 몸을 의자에 기대며 말을 이었다.

“제가 김명인을 잡아넣은 놈인 건 다들 아실 겁니다. 아니 모를 수가 없을 겁니다. 저 때문에 여러분 세 명 모두 이곳에 갇혔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어떤 놈인지는 더 잘 알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어떤 빌미도 주지 않으려고 입을 다물고 있는 거 아닙니까.”

갑자기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 박수호가 그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 천하의 김명인도 저 앞에서 오줌을 지렸다는 것도 아실 거고...”

톡.

톡.

톡.

오른 검지로 테이블을 두드리기 시작했고, 삼 분 정도 지나가 살짝 긴장이 아닌 지루한 표정이 그들의 얼굴에 나타나자마자 갑자기 박수호가 주먹을 내리쳤다.

쾅.

세 명이 화들짝 놀라 몸을 부르르 떤 가운데, 면회실 문을 벌컥 열고 교도관이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박수호의 얼굴에 미소가 맺히더니 고개를 뒤로 돌렸다.

“아무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분명-”

“아무 일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박수호의 표정을 본 교도관이 침을 삼키더니 조용히 면회실 문을 닫았다.

다시 네 사람만 남은 공간에서 박수호는 다시 몸을 돌려 표정을 유치한 채 그들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다들 고개를 옆으로 돌린 가운데, 말없이 그들을 바라보며 다시 검지로 테이블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톡.

톡.

톡.

이번엔 저번처럼 무시하지 못하고, 다들 박수호의 검지, 정확히는 그의 오른손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가 갑자기 손을 확 치켜들고 주먹을 쥐자, 그들의 몸과 얼굴이 경직됐는데, 주먹 쥔 박수호의 손은 전과 다르게 책상을 내리치지 않았다.

“그래서 다들 입 다물면 이태원 살인사건처럼 흐지부지 시간 끌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까? 변호사가 그리 시키던가요? 하지만 이를 어쩌나. 오히려 그 행동 때문에 범인이 누군지 알게 됐는데.”

갑자기 상체를 그들에게 크게 앞으로 기울이더니, 고개 숙이고 있던 이남수부터 한명씩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아니지 범인이 아니라 범인들이라고 해야 하나.”

그의 말에 세 사람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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