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序章
하늘 아래에는 별무리처럼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며,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가문(家門)이 있다.
그러나 하늘 아래 그 어떠한 가문도 비길 수 없는 위대한 이름을 가진 가문이 있었다. 그들은 참으로 위대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었으며 땅을 향해서도 자랑스러웠다.
누구도 잊을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오십팔 년 전에 그들이 행한 일을...
<암(暗)-흑(黑)-마(魔)-교(敎)-!>
그들은 고대(古代) 마교의 일맥이라고 알려졌으며, 홀연히 일어나기 시작한 마의 폭풍은 평화를 구가하던 무림의 기조(基調)를 뿌리째 뒤흔들어 놓고야 말았다.
아무도 그들에게 대항할 수 없었다. 거역 앞에는 죽음과 피의 정복이 이루어졌고, 무림은 암흑마교의 수중에 장악되는 듯했다.
그때에 그들이 나타났다.
<봉황곡(鳳凰谷) 절세모용가(絶世慕容家)>
그들은 위대했다.
강호에 거의 알려져 있지도 않던 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힘으로 전무림 위에 군림하기 직전의 암흑마교를 멸(滅)해 버린 것이다.
그 소식을 접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귀를 의심했으나 그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봉황곡 절세모용가 또한 치명적인 타격을 받아야 했다. 삼 대(三代)에 걸친 가문의 가주(家主)들이 후일, 봉황성전(鳳凰聖戰)이라 이름된 암흑마교와의 결전에서 죽어 갔던 것이다. 손이 귀하여 단대(單代)로 이어지고 있던 봉황곡 절세모용가로서는 가문의 대가 끊어지는 타격을 받은 것이었다.
그러나 손(孫)은 남아 있었다.
비록 강보에 싸인 핏덩이라 할지라도 봉황곡 절세모용가를 이어갈 단 하나의 핏줄은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가 장성하여 절세모용가의 제사대 가주가 되었을 때, 강호에는 또다시 겁란(劫亂)이 도래했다.
<천축(天竺) 신성(神聖) 유가문(瑜伽門)>
천축에서 왔다는 일단의 유가승(瑜伽僧)들, 그들은 글자가 없어 무자천서(無字天書)라 불리는 천축의 기서를 찾으러 왔다고 중원무림에 그 모습을 드러냈으며, 중원무림을 향해 무자천서를 요구했다. 하지만 중원도상의 인물 그 누구도 그러한 책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었고 그들은 저 유가승들이 시비를 건다고 생각했다.
충돌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들을 당할 수는 없었다. 그들의 유가무공(瑜伽武功)은 중원의 것으로는 상상을 할 수 없는 괴이무비(怪異無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봉황곡 절세모용가는 다시 나섰고, 그들은 다시금 신화(神話)를 이룩해 냈다.
천축 신성 유가문을 격퇴해 낸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너무 도 컸다. 단손(單孫)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문 이 대(二代)의 가주가 또다시 그 싸움에서 목숨을 바친 것이다.
그들은 위대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천하제일(天下第一)의 가문, 천하인들의 경배(敬拜)를 받는 가문...
그러나 그들에게 남은 것은 명예(名譽)뿐이었으며, 두 번에 걸친 성전(聖戰)으로 인해 봉황곡 절세모용가는 오 대(五代)에 걸친 가문의 가주들이 희생되었다.
그들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오직 무림정의(武林正義) 네 글자를 위해서 목숨을 초개와 같이 내던졌으나, 그로서 그 천하제일의 위대한 가문은 마침내 대(代)가 끊어지게 되었다.
이제 절세모용가를 지키고 있는 것은 오 대에 걸친 과부들뿐, 이 어찌 가슴 아픈 일이 아니랴!
<봉황곡 절세모용가>
이 이름은 아직도, 그리고 내일도, 아무도 부인치 못할 천하제일의 가문이다.
그러나 세월은 흐르고 있다.
무상(無常)한 것이 세월이며, 인심(人心)이 아니겠는가.
풍운고월(風雲孤月)은 여기에서 그 막(幕)을 열게 된다.
무림을 휘감으며 일어나는 풍운(風雲) 속에서 외로운 달[孤月] 하나가 천하를 밝히는[照天下], 이 상상을 절(絶)하는 이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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