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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작품등록일 :
2009.10.20 01:33
최근연재일 :
2009.10.20 01:33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686,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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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5,928

작성
09.03.0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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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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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글자
6쪽

- 1장 : 서원의 아침 (1)

DUMMY

제 1 장

서원(書院)의 아침








산 속의 아침은 안개로부터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이 깔리던 안개는 동녘에서 서서히 해가 떠오르면서 그 자취가 스러졌다.

그 안개 속의 아침공기는 폐부가 시릴 정도로 차다. 하지만 그 공기는 또한 한없이 싱그러운 것이었다. 안개와 맑은 공기, 산 속의 아침은 그렇게 시작된다.

하늘을 찌르는 송림(松林)에 둘러싸인 숭양서원(嵩陽書院)의 아침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요 속에 잠겨 있던 숭양서원은 산새들의 지저귐과 계곡물의 맑은 흐름 속에서 길게 기지개를 켜면서 잠을 깨게 된다.

소림사(少林寺)로 유명한 숭산(嵩山)* 태실봉(太室峰)에 위치한 숭양서원은 북위(北魏) 효문제(孝文帝) 때에 세워진 유서 깊은 서원**으로서 천하에 이름이 높은 곳이었다.

때는 북송(北宋) 인종(仁宗) 경력원년(慶歷元年:서기 1041년).

그 숭양서원으로 통하는 안개가 자욱히 깔린 소롯길을 오르고 있는 젊은 유생이 있었다.

하얀 입김을 간간이 토해내며 걸음을 옮기는 유생의 기우(氣宇)는 매우 헌앙(軒昻)했다. 나이는 불과 이십 전후로 보이는 그가 날이 채 밝지도 않은 새벽에 안개를 헤치고 나아가고 있는 모습은 어떤 신비감마저 느끼게 했다.

형체가 있는 듯 바람을 따라 흐르고 있는 아침 안개는 그의 걸음걸음에 따라 엷어져 가고 있는 듯하였다.

이윽고, 저 멀리 안개 속에 조용히 여명을 맞이하고 있는 숭양서원이 웅자(雄姿를) 드러냈다.

좌우로 하늘을 가리는 거송취백(巨松翠栢)의 옹위를 받으며 서 있는 송양서원을 바라보는 유생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드디어 다시 돌아왔군.”

초봄의 아침 바람은 차건만 그의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때였다.

“이거 개보(介甫)가 아닌가?”

반가운 음성이 그의 옆에서 들려왔다.

그곳을 본 젊은 유생의 눈에도 반가움의 미소가 스쳐갔다.

거기에는 역시 유생복을 걸친 같은 또래의 약간 수척한 얼굴의 젊은이가 그를 보고 미소짓고 있었다.

“운경(雲耕), 일찍도 일어났군.”

개보라 불린 유생은 반가운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개보라는 것은 그의 자(字)이며 그의 이름은 왕안석(王安石)*이다. 그는 집안의 일로 잠시 집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그는 밥먹기보다 학문을 좋아하는 성품인지라 어제 밤에 등봉(登封)에 도착해서 밤을 보내고는 날이 밝기도 전에 이렇게 서둘러 서원으로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운경이라 불린 약간 수척한 젊은이는 그와 동문수학하는 학유(學儒)로서 그의 이름은 이한령(李翰嶺)이다. 그는 몸이 약한 관계로 아침 일찍 일어나 서원 주위를 산책하는 것이 일과(日課)의 시작이었다.

왕안석은 약간 싸늘한 그의 손을 잡고는 물었다.

“그래 내가 없는 사이에 서원에 별일은 없었나?”

이한령은 빙그레 웃었다.

“별일이 있을 것이 있나? 동주(洞主:서원의 長) 어르신네의 잔소리가 조금 심해진 것밖에는…….”

“그거야 자네가 게으름을 부리니까 그렇겠지.”

이한령이 짐짓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예끼! 이렇게 일찍 일어나 부지런을 떠는 사람을 보고 게으르다니.”

왕안석은 낭랑히 웃으며 이한령에게서 눈을 돌려 서원을 바라보았다. 아침 안개가 서린 서원은 고요했다.

“그래, 다들 일어나셨는가?”

“아직은 다 일어나기에는 조금 이르지. 해도 아니 떴는걸. 그러고 보니 자네야말로 유난히도 부지런을 떨었군. 아니, 어디에서 오기에 이렇게 빨리 올라오는 건가?”

“아예 꼭두새벽에 출발을 했지. 그러나 저러나 아직 기침들 전이라면 그냥 불쑥 들어가기도 뭣하군. 서헌(瑞獻)은 일어났나?”

왕안석의 물음에 이한령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숭양삼효(崇陽三曉)가 누구인데 그 친구가 빠지겠나? 아마 지금쯤 비룡폭(飛龍瀑)에 가 있을 거네.”

숭양삼효라는 말은 숭양서원에서 제일 일찍 일어나는 세 사람을 가리킨다. 바로 말을 하고 있는 이한령과 이 숭양서원의 동주, 그리고 그들이 말을 한 서헌이라는 학우인 것이다.

왕안석은 그의 말에 머리를 저었다.

“정말 징그러운 친구로군. 어떻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빠짐이 없을까? 기왕 말이 나온 김에 그 친구나 보러 갔다가 대강 기침들 하면 돌아와야겠군. 운경, 조금 있다가 다시 보세.”

왕안석이 그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발길을 돌리자 이한령은 문득 생각이 미친 듯 소리쳤다.

“개보, 갔던 일은 어떻게 되었나?”

그 말에 왕안석은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며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니 동주 어른의 잔소리가 심해지지. 좀더 늦게 물어야지 뭐 그리 빨리 묻나? 별일 없으니 이렇게 멀쩡히 새벽에 돌아온 게 아니겠나?”

왕안석은 유쾌한 웃음소리를 남기며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겨 안개 속으로 사라져 갔다.

새소리가 더욱 청아하게 울리는 가운데 사위가 마치 금실을 뿌려놓은 듯한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해가 뜨는 모양이로군…….”

웃음 지은 채 왕안석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이한령이 눈을 가볍게 찡그리며 동쪽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손에 닿을 듯 내려와 있던 구름들이 아래쪽으로부터 천천히 붉어지고 있었다.



* 표시가 된 곳은 원래 각주가 붙어 있는 곳입니다.

그 내용에 대한 상세한 설명들이 있습니다만, 연재란의 특성상 이 부분은 일단 제외하고 올리기로 합니다.

참고로 왕안석은 송대의 유명한 실존인물입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한 사람이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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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7

  • 작성자
    Lv.99 단군한배검
    작성일
    09.03.04 10:05
    No. 1

    건필하세요^0^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transistor
    작성일
    09.03.06 11:53
    No. 2

    각주가 있으리라 예상하고 내려왔는데 제외했다니 왠지 낚인 느낌이네요ㅋ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Personacon 금강
    작성일
    09.03.06 12:42
    No. 3

    낚였다면 조금 심한 말씀이시고^^;
    각주를 가져다 붙이면 아마... 어린 분들이 보는 순간 머리아파 하지 않을까요?
    이 형태도 사실 책으로 보기 전에는 쉽지 않은 모습입니다.
    요즘으로는.... 한 눈에 내려보지 않으면 애매한 포맷이거든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풍심
    작성일
    09.04.01 15:36
    No. 4

    웅자(雄姿를) 드러냈다. 이렇게 적으셨네요. ()속에 '를'을 빼주셔야 할듯합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Personacon 금강
    작성일
    09.04.10 22:00
    No. 5

    계속 좋은 글을 달아주고 계시네요.
    알겠습니다.
    저런 곳이 남아있다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gsss0411
    작성일
    09.08.17 12:51
    No. 6

    잘 보고 갑니다 건필^^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52 천지
    작성일
    12.07.16 10:33
    No. 7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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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第四章 소림신승(少林神僧) 5 +8 09.07.26 11,556 65 8쪽
20 第四章 소림신승(少林神僧) 4 +9 09.07.25 8,375 32 8쪽
19 第四章 소림신승(少林神僧) 3 +8314 09.07.24 61,329 368 6쪽
18 第四章 소림신승(少林神僧) 2 +10 09.07.23 8,651 35 7쪽
17 第四章 소림신승(少林神僧) 1 +11 09.07.22 9,448 51 8쪽
16 第三章 구양세가(歐陽世家) 3 +12 09.07.21 9,586 62 6쪽
15 第三章 구양세가(歐陽世家) 2 +10 09.07.20 9,246 30 6쪽
14 第三章 구양세가(歐陽世家) 1 +11 09.07.19 9,904 74 8쪽
13 第二章 천고기보(千古奇寶) 2 +13 09.07.18 9,786 54 9쪽
12 第二章 천고기보(千古奇寶) +12 09.07.17 10,288 34 9쪽
11 第一章 풍운지서(風雲之序) 2 +15 09.07.16 10,041 41 11쪽
10 第一章 풍운지서(風雲之序) 1 +12 09.07.16 13,768 62 8쪽
9 서장 +18 09.07.16 11,362 52 4쪽
8 ------------------구분선 09.07.16 4,124 18 1쪽
7 - 2장 : 천피의 비밀 (2) +6 09.03.06 6,148 26 6쪽
6 - 2장 : 천피의 비밀 (1) +11 09.03.05 6,199 45 12쪽
5 - 1장 : 서원의 아침 (2) +8 09.03.02 7,775 32 15쪽
» - 1장 : 서원의 아침 (1) +7 09.03.02 10,856 55 6쪽
3 - 서장. +14 09.03.01 11,183 49 2쪽
2 발해의 혼 발제.... +8 09.03.01 10,658 18 8쪽
1 -------------------------구 분 선. 09.02.27 7,333 28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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