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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작품등록일 :
2009.10.20 01:33
최근연재일 :
2009.10.20 01:33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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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6,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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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928

작성
09.03.0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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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6쪽

- 2장 : 천피의 비밀 (2)

DUMMY

서원의 학생들이 묵는 숙소는 거의 한 곳에 모여 있고 같이 붙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한정된 공간 내에 많은 학생들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고 세월이 지남에 따라 그것은 더 심화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송초(宋初)라 서원의 학생은 그리 많지 않았고 육능풍과 같은 수재(秀才)는 따로 방을 가질 수가 있었다.

삼경이 다 되어서야 육능풍은 겨우 왕안석 등에게서 몸을 빼내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 그나마도 그가 내일 일찍 길을 떠나야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데 방문을 닫고 막 돌아서던 육능풍은 흠칫 그대로 굳어졌다.

그의 침실은 중앙에 탁자 하나와 의자 두 개, 그리고 안쪽에 침상 하나가 있는 간단한 구조였는데 어둠에 묻힌 방 안의 중앙에 놓인 탁자에 검은 그림자 하나가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누구요?”

서원의 학생 누군가가 와 있나?라고 생각한 육능풍은 기이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침착하게 물었다.

그가 들어서자 탁탁 하는 부싯돌 치는 소리와 함께 그 인영이 등잔에 불을 밝혔다.

‘음!’

육능풍은 놀라 안색이 돌변했다.

조그맣게 살아나고 있는 등잔의 뒤에 단정히 앉아 있는 사람은 온몸에 칠흑과 같은 흑의를 입었는데, 얼굴 또한 두 눈만을 내놓고는 흑건으로 복면을 해 등잔 빛에 은은히 드러난 그 모습은 괴기(怪奇)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흑의복면인은 육능풍이 들어섬을 보자 등잔을 켰을 뿐, 원래부터 움직이지 않았던 듯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서 복면 사이로 뚫린 눈으로 육능풍을 쏘아보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도 등골이 서늘하지 않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육능풍은 내심 깊게 숨을 들이키고는 침착한 어조로 다시 물었다.

“귀하는 뉘시오?”

같은 물음이지만 이번에는 그 의미가 달랐다.

“육 공자(陸公子)이시오?”

대답 대신 조용한 가운데 한가닥 날카로운 기운이 서린 음성이 흑의복면인에게서 흘러 나왔다.

육능풍의 안색이 굳어졌다.

이렇게 되면 상대가 그를 찾아 온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괴기한 일이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 복면을 한 사람이 자신을 찾아오다니!

더구나 아무도 몰래 자신의 방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니…….

육능풍이 말을 하지 않고 우뚝 선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흑의복면인의 눈빛이 약간 부드러워졌다. 그는 어조를 낮추어 예의 바르게 말을 했다.

“놀라게 해 죄송하오. 복면을 하고 육 공자를 찾았음에는 사정이 있어서외다. 노부가 비밀리에 이렇게 육 공자를 찾은 것은 한 가지 부탁할 것이 있어서이니 양해를 해주시오.”

그는 말을 하면서 복면을 벗었다.

그러자 머리가 희끗희끗한 육순 노인의 얼굴이 드러났다. 육순에 가깝다고는 하나, 눈빛이 날카롭고 안색이 좋아 얼핏 보면 중년과 같이 보였다.

그의 말에 육능풍은 침착하게 말을 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되, 굳이 야밤에 주인의 허락도 없이 침소에 침입하여야 할 만한 일이라면 나로서는 알고 싶지가 않으니 돌아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육능풍은 단호하게 말을 자르며 한 걸음 물러나 곁에 있던 문을 열려고 했다.

그 순간 흑의노인은 차갑게 외쳤다.

“공자! 노부는 오로지 이 일을 위해 수천 리 길을 밤을 도와 달려왔소! 아무리 노부가 무례했다고는 하더라도 말을 들어보고 축객령을 내려야 하지 않겠소? 이 일이 중대한 것이 아니라면 노부가 어찌 이렇듯 비밀리에 공자를 찾았을 리가 있겠소?”

그의 어조는 차가웠으나 말에는 도리(道理)가 있어 육능풍은 처음의 기세를 누그러뜨릴 수밖에 없었다.

육능풍이 아무 말 없음을 보자 흑의노인은 품에서 조그만 보자기 하나를 꺼냈다.

그가 보자기를 풀자, 안에서는 기름 먹인 종이가 나왔는데 그 기름종이를 젖혀 펴자, 안에는 무슨 가죽 같은 것이 있었다.

육능풍이 기이한 시선으로 그것을 보고 있자 흑의노인은 그 가죽 같은 것을 조심스레 꺼내 놓으면서 육능풍을 쳐다보았다.

“노부가 공자를 찾은 것은 바로 이 가죽에 적힌 고대(古代)의 글자를 해석해 달라기 위함이었소…….”

희미한 등잔 아래 펼쳐진 가죽은 약 두어 자 가량 되어 보이는데 그 위에는 하나 가득 기이한 도형과 같은 무늬가 보이고 있었다.

학문이라면 밥먹기보다 좋아하는 육능풍인지라 그는 그것이 아주 희귀한 글자임을 대번에 알 수 있었고, 그렇게 되자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가죽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흑의노인은 다시 정중하게 말을 했다.

“노부는 이 글을 해석하기 위해 천하의 석학들을 찾아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는데, 이 글자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소. 이 글은 기이하여 석고문(石鼓文)*도 아니고 갑골문(甲骨文)도 아니며, 그렇다고 범어(梵語)는 더더욱 아니라서 이제 마지막으로 육공자의 소문을 듣고…….”

흑의노인의 말은 도중에서 중단이 되고 말았다. 육능풍의 중얼거리는 말을 들었으므로,

“그것은 동방(東邦) 발해국(渤海國)의 글자와 유사한 것 같군.”

그 말을 들은 흑의노인의 눈에서는 신광이 세차게 일어났다. 그는 격동한 빛으로 육능풍을 쳐다보았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맞소! 우리들이 전력을 경주하여 알아낸 바로는 그 글이 발해국의 고문(古文)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었소.”

학자들에게 있어 가장 큰 관심은 글이고 곧 책이었다.

특히 고문을 보게 되면 그것은 하나의 큰 보물을 얻은 것과 진배없다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육능풍은 그 가죽에 쓰인 글에 흥미를 느껴서 자신도 모르게 탁자에 다가가 그 글을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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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사실상 연참대전으로 들어갑니다.

매일 오후 5-8시 사에 가능한 빠르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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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第四章 소림신승(少林神僧) 5 +8 09.07.26 11,556 65 8쪽
20 第四章 소림신승(少林神僧) 4 +9 09.07.25 8,375 32 8쪽
19 第四章 소림신승(少林神僧) 3 +8314 09.07.24 61,328 368 6쪽
18 第四章 소림신승(少林神僧) 2 +10 09.07.23 8,651 35 7쪽
17 第四章 소림신승(少林神僧) 1 +11 09.07.22 9,448 51 8쪽
16 第三章 구양세가(歐陽世家) 3 +12 09.07.21 9,586 62 6쪽
15 第三章 구양세가(歐陽世家) 2 +10 09.07.20 9,246 30 6쪽
14 第三章 구양세가(歐陽世家) 1 +11 09.07.19 9,904 74 8쪽
13 第二章 천고기보(千古奇寶) 2 +13 09.07.18 9,786 54 9쪽
12 第二章 천고기보(千古奇寶) +12 09.07.17 10,288 34 9쪽
11 第一章 풍운지서(風雲之序) 2 +15 09.07.16 10,040 41 11쪽
10 第一章 풍운지서(風雲之序) 1 +12 09.07.16 13,768 62 8쪽
9 서장 +18 09.07.16 11,362 52 4쪽
8 ------------------구분선 09.07.16 4,124 18 1쪽
» - 2장 : 천피의 비밀 (2) +6 09.03.06 6,148 26 6쪽
6 - 2장 : 천피의 비밀 (1) +11 09.03.05 6,199 45 12쪽
5 - 1장 : 서원의 아침 (2) +8 09.03.02 7,775 32 15쪽
4 - 1장 : 서원의 아침 (1) +7 09.03.02 10,856 55 6쪽
3 - 서장. +14 09.03.01 11,182 49 2쪽
2 발해의 혼 발제.... +8 09.03.01 10,658 18 8쪽
1 -------------------------구 분 선. 09.02.27 7,333 28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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