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四章 소림신승(少林神僧) 1
第四章 소림신승(少林神僧)
폐관잠수(閉關潛修), 세상에 그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고승이 있으니 그의 무예는 소림제일이라
고즈넉한 달빛 아래,
산사의 밤에 들리는 것은 이따금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風磬) 소리이다. 소림사라고 해서 그런 것이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은은히 독경 소리 들려 오는 밤에 외인의 출입이 통제된 소림사의 방장실에는 네 명이 마주앉아 있었다.
바로 만공대사 등의 네 사람이었다.
침중한 안색을 한 그들의 가운데에는 무개옥합이 놓여 보광을 뿌리고 있었으며 그들 네 사람은 이미 만공대사로부터 봉서가 전달된 상황을 들은 상태였다.
“...”
좌중은 그들의 앞에 놓여진 무개옥합을 보면서 일시지간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먼저 입을 연 것은 구양천수였다.
그의 나이가 비록 좌중에서 제일 어리다고는 하지만 그의 신분은 구양세가의 가주인 만큼 그 신분은 낮지 않은 것이다.
“좀 전에 장문인께서 중독이 되신 듯했는데, 그것이 그 현무검주에 의한 것이었습니까?”
“그러하오.”
만공대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여 수긍의 뜻을 표했다.
“노납은 그의 무공내력이 괴이한 것을 느끼고 근래에 연성한 반야장력(般若掌力)을 시전해 그를 부상케 했었소. 한데, 그때 그가 독을 전개할 줄은 미처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소.”
“무량수불, 그가 도우(道友)에게 부상을 입은 순간에 독수를 전개했단 말씀이오? 어찌 그럴 수가...”
무당의 장문인 구양자가 고개를 저었다. 그가 믿지 못하겠다는 것도 당연했다. 반야공력은 바로 소림 칠십이 절기 중에서도 최상승의 절기 중의 하나인 것이다.
“그렇소이다. 노납의 생각으로는 그것이 독문의 무영지독(無影之毒) 류가 아닐까 하오.”
“무영지독이라고?”
매화신검수 육청풍을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놀람에 찬 소리를 흘려 냈다.
무영지독이라고 하는 것은 글자 그대로 그림자가 없는 독이라는 뜻으로 상대가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에 중독시킬 수 있는 무서운 것이었다. 그것은 공력으로 저항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으며, 독문(毒門) 제일의 공부로 알려져 있다.
“아미타불... 노납은 그의 하독(下毒) 솜씨가 그리 고명치 못한데도 중독이 되었소. 그의 솜씨가 능숙치 않은데도 노납이 중독을 피할 수 없다면, 세상에 그런 독은 무영지독이 있을 뿐이오.”
“음...”
구양천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식견은 나이답지 않게 박대(博大)했으며, 그러한 그가 알기에도 그런 위력의 독은 무영지독밖에는 없었다. 하나, 그 무영지독은 세상에 나타나지 않은 지가 이미 백여 년이 넘고 있었다.
그때 화산의 육청풍이 입을 열었다.
“그자는 장문인의 반야장에 부상을 입고도 노부의 연환삼검(連還三劍)을 막아 내고 도주했소... 만약 그가 적당의 수괴(首魁)에 속하는 자가 아니라면 문제는 자못 심각해지는 것이오!”
그것은 사실이었다.
지난 백여 년 이래 무림을 영도하던 구대문파는 침체하여 쇠퇴의 길을 걸었고 그로 인해 강호 각파가 흥성해 세력을 떨치니 분쟁이 끊이지를 않아 그것은 직, 간접으로 강호분란 조성의 원인이 되었었다.
하지만 지난날의 태두였던 무림 구대문파는 그것을 막을 힘이 없었다. 암흑마교 때에도, 천축 신성 유가문 때에도...
무림의 겁난은 봉황곡 절세모용가로 인해 진정되고, 그 후에는 신기제일이라는 구양세가가 혜성과 같이 나타나 강호의 혼란을 막았다.
그로 인해 명문 거대문파의 위명은 땅에 떨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것은 구대문파의 자각과 분발을 가지고 왔으며, 그로부터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는 구대문파는 지난날의 구대문파가 아니었다.
새로운 중흥기(中興期)를 맞이하고 있는 구대문파는 그 옛날의 황금기를 오히려 능가하는 기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데, 그런 양대문파 장문인의 협격(協擊)을 적당의 수괴가 아닌 자가 막아 냈다면 일은 정말 심상치 않다고 봐야했다.
침중히 말을 하고 있던 육청풍은 문득 생각이 난 듯 구양천수를 보았다.
“구양가주는 현무검주라는 그의 정체를 알고 있던데,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있소?”
그의 말에 구양천수는 쓰게 웃었다.
“죄송합니다. 기실 저도 여러분들보다 알고 있는 것이 별로 많지 않습니다. 저는 여러분들보다 조금 먼저 오다가 주변의 상황이 이상함을 발견하고 그들의 매복을 처리했는데, 그 과정에서 그들의 지휘자가 현무검주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입니다. 당시 저는 현무검주를 제압할 자신이 있어 그들에게서 더 이상 자세한 것을 알아 내려고 하지를 않았었습니다...”
구양천수는 말끝을 흐리면서 품속에서 동패(銅牌) 하나를 꺼냈다.
“이것이 제가 제압했던 자들에게서 나온 것입니다.”
동패는 손 안에 들어가도 남을 정도로 작았는데 앞면에는 천도상전(天道常轉)이라는 네 글자가 있었고 그 아래에 팔괘(八卦) 중 건괘(乾卦)가 새겨져 있었으며 후면에는 현무(玄武) 제이십구호라는 번호가 보였다.
구양천수는 그것을 그들에게 내놓으며 말했다.
“이것은 그들의 소속을 나타내는 것 같은데, 앞의 천도상전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 수가 없습니다. 세 분 장문인께선 견문이 넓으시니 그러한 명칭을 쓰는 방파에 관해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천도상전이라...”
만공대사 등은 미간을 찡그린 채 그 말을 되뇌었으나 기억이 있을 리 없었다.
기실 화산파의 매화신검수 육청풍을 제외하고는 소림, 무당 양파의 장문인은 거의 바깥 출입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니 알 리가 없는 것이다.
그들이 강호상에다 신경을 쓰지 않아도 좋을 만큼 당대 강호는 평온했었다.
만공대사와 구양자의 시선은 자연히 화산의 육청풍에게 향할 수밖에 없었고 그들의 시선을 의식한 육청풍은 고개를 저었다.
“나도 본 적이 없소. 하나 등 대협의 서신으로 짐작해 보건대, 이들은 분명히 전에 있었던 어떤 집단이 아니고 새로이 조직된 방파일 것 같소.”
구양천수도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서신대로라면 그들은 매우 무서운 집단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더구나, 그들이 우리를 습격한 기동성만 보더라도 당세의 그 어떠한 문파도 따르기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때 구양자가 무개옥합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들이 그토록 신출귀몰한 이상, 이 옥합을 빼앗기고는 절대 그냥 있지는 않을 것이외다.”
“당연한 일입니다.”
구양천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구양자는 심각한 안색이 되어 말했다.
“만에 하나... 그들에게 이것이 다시 들어간다면, 그래서 이 무개옥합의 신비가 그들에게서 풀어진다면 그것은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 주는 격이 될 것이오!”
그의 말에 구양천수는 담담히 미소했다.
“등 대협께서 어떤 상황에서 이것을 탈취해 오셨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이 이것을 되찾아가도 그렇게 쉽게 신비를 풀어 낼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게 쉽게 풀릴 신비였다면 이 무개옥합은 강호 삼대불가해의 하나가 될 수 없었을 테니까요.”
“물론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겠지만, 거기에 대한 대비는 해야만 할 것이오. 그래야 등 시주 등의 순사(殉死)가 헛되지 않을 것이 아니겠소...”
“음...”
구양자의 말에 침중한 모두는 숙연해지고 말았다. 주위의 분위기는 만근과 같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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