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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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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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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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1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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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주센! - 011

DUMMY

“이제 어디 가요?”



“옷 사러.”



“옷이요?”



“그래, 옷.”



둘은 옷가게에 갔다. 유나는 뭐라 형용키 어려운 기분을 느꼈다. 이는 이런 식의 비유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우리가 2010년에 살고 있는데, 갑자기 1990년대로 오게 된 것이다. 얼마나 패션이 미개하고 촌스럽겠는가! 유나의 눈에, 옷가게에는 그런 옷들 뿐이었다. 간혹 TV에서 보이던 2000년대 옷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차마 안 입을 수도 없었다. 미래에서 왔다고 미래패션대로 옷을 입으면, 혼자 또라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여기 옷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유나는 결국 옷 고르기를 효성이 엄마와 직원에게 일임했다.



“이거 입으면 괜찮겠네.”



“입어볼게요.”



잠시 뒤. 산뜻한 치마와 니트를 입고 나온 유나. 옷이 잘 어울려서, 굉장히 예뻤다.



“우와, 예쁘네!”



“정말 예쁘세요.”



“......”



점원의 가식섞인 칭찬과 효성이 엄마의 진심인 칭찬을 들었지만, 유나는 탐탁지 않았다. 효성이 엄마나 점원 눈엔 어떨지 몰라도, 유나는 얼굴이 다 달아오를 정도로 창피했다. 옷을 확 벗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 이런 거 만약에 반 애들이 본다면 나 자살할꺼야.’



“......”



무심코 그런 생각을 했다가, 갑자기 반 애들이 보고 싶어졌다. 물론 여기서 반 애들은 유나의 미래 친구들을 말하는 것이다. 영영 떨어진 것만 같은 기분. 솔직히 그렇다. 어디 표류한 것도 아니고, 과거로 온 건데 어떻게 하겠는가. 비록 온 지 이틀 정도밖에 안 됐지만, 갑자기 급격하게 슬퍼지려고 하는 유나였다.



“왜 그러니?”



“아, 아니에요.”



“왜 그래. 눈물 고였잖아.”



효성이 엄마의 말에, 유나는 더더욱 눈물이 왈칵 샘솟았다. 원래 남이 운다고 하면 더 울어지는게 인간의 심성이다. 결국에는 눈물이 한 방울 또르르 흘렀다. 효성이 엄마는 유나의 기분이 안 좋다고 판단하고 얼른 옷 계산을 했다.



“왜 울었어, 기분 안 좋니?”



“아뇨... 그냥... 쓸쓸해져서...”



“뭐가 쓸쓸해. 아는 사람 하나도 없어서?”



“그냥... 과거라지만 이상한 데에 아는사람이라곤 할머니하고 아빠 뿐이니까... 돌아갈 수도 없을 것 같고...”



유나의 말에 효성이 엄마는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러다, 잠시 뒤에 말했다.



“그래, 그렇기도 할 꺼야. 그치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구. 과거로 왔으니, 미래로 갈 길도 언젠가는 생길 거 아니겠어? 그 동안에는 네 아빠하고, 그래, 이 할머니하고 과거를 즐기자꾸나. 할머니는 유나를 딸처럼 여기니까.”



“......”



그 말이 조금은 위안이 되는 유나였다. 비록 말은 안 했지만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걸렸다. 효성이 엄마도 살짝 웃고는 말했다.



“자, 그럼 다시 쇼핑이나 할까?”



“네!”






방금 전의 어두운 분위기는 잊어버리고, 두 사람은 즐겁게 쇼핑을 했다. 마치 진짜 모녀처럼 같이 웃고 싸우기도 하며, 두 사람은 쇼핑을 즐겼다. 몇 시간이나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벌써 어둑어둑 한 게 저녁이 다 되려고 했다.







“저기, 유나야.”



“네?”



“할머니 부탁 좀 들어주지 않을레?”



효성이 엄마는 이미 엄마소리는 포기하고 스스로 할머니의 칭호를 사용했다. 어쨌든 갑자기 정색하고 이렇게 정중하게 말하니, 유나는 뭔 일인가 눈이 동그래져서 효성이 엄마를 쳐다봤다.



“뭐요?”



“나는, 예전부터 소원이 있었거든.”



“소원이요?”



“그래, 딸이 하나 있었으면... 했는데... 효성이가 배신하고 남자로 나오더라고.”



“아... 헤헤.”



“딸이랑 요리 한 번 해 먹는 게 소원이었거든. 물론 진짜라면 딸 하나 키우는 게 소원이겠지만. 이렇게 손녀지만 너 유나가 있잖니.”

“네.”



“그러니, 같이 요리나 해 먹자.”



“아이, 할머니, 그런 건 그냥 말하면 되잖아요. 뭘 그렇게 정중하게, 헤헤.”



“...내가 인정한 거지만, 그래도 너한테 할머니 소리 들으니까 내가 팍 늙은 것 같구나.”



“아, 죄송해요.”



“됐다, 요리나 해 보자꾸나.”



효성이 엄마는 나이와는 다르게 굉장히 젊은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래야 소설이 재미 있기 때문(응...?)이다. 둘은 부엌에서 요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건 어디다 놔요?”



“응, 식탁 위에 놓으렴.”



“에-우앗!”



‘푸우욱...’



반죽을 위해 그릇에 담아두었던 밀가루를, 유나가 실수로 엎었다. 부엌 전체가 밀가루가 날려 엉망이 된 것은 일도 아니었다. 밀가루가 날려 거실까지 더럽혀졌고, 무엇보다 유나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하얘졌다.



“으.......”



“괜찮니, 유나야?”



“아, 괜찮아요.”



“크- 너무 귀여워!”



“??!”



효성이 엄마는 갑자기 유나를 껴안으며 외쳤다. 밀가루를 뒤집어 써서 어쩔 줄 몰라하는 유나가 너무도 귀여웠기 때문이다. 실상 그러했다. 매일 신경질이나 내는 징그러운 아들보다야, 차라리 이 귀여운 손녀를 딸로 삼고 싶을 지경이었다.



“일단 요리는 중단하고, 청소부터 해야겠네?”



“예... 죄송해요.”



“아니야, 뭐.”



그래도 같이 청소하는 게 즐거운 듯, 효성이 엄마와 유나는 시종일관 웃었다. 청소가 끝나고서, 그들은 같이 목욕을 했다. 너무나도 훈훈하고 친근한 모습이다. 비록 유나는 효성이 엄마의 피를 1/4밖에 이어받지 못했지만(할머니니까) 효성이 엄마가 진짜 엄마인 승희만큼이나 좋아졌다. 하긴, 원래 유나는 미래에서도 할머니와 친했었다. 미래에서, 효성이와 승희 두 사람이 살림을 이루는 것을 전혀 생각지 않은 효성이 엄마는 둘이 결혼해서 애 낳고도 이것저것 살림에 개입을 했었다. 요리는 물론, 간간히 찾아와 청소도 해 줬다. 지금도 젊은 사상을 지니고 있는 효성이 엄마니, 미래에서도 젊은 사상을 지니고 있는 건 당연했다. 그래서 미래에서 할머니 상태여도 유나와 친한 게 효성이 엄마였다.



“유나야.”



“네?”



“과거로 와서... 많이 불안하고 그러지?”



효성이 엄마의 물음에, 유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뭐... 약간은 그래요. 쓸쓸하기도 하고... 그치만, 할머니랑 아빠도 있고... 게다가, 미래를 바꾸려고 온 거니까. 괜찮아요.”



“우리 유나 참 똘똘하네... 네가 미래의 내 손녀라는 게... 정말 신기하구나.”



유나의 말을 들으며, 효성이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목욕을 끝내고서, TV앞에 모로 누워 TV를 시청하기 시작했다.엄마는 자주 보는 드라마를 틀고서 유나가 좋아하련지 걱정했으나, 유나는 나름 재밌다고 생각했다.



‘꼬르륵...’



“아... 헤헤.”



“아, 까먹고 있었구나. 아까 하던 요리, 마저 해 볼까?”



“네.”



유나의 꼬르륵 소리를 듣고서, 효성이 엄마가 말했다. 겨우 정리했던 부엌이 다시 엉망이 되어갔다.







-“드디어 끝이다!”



“어휴, 매일 하는 야잔데 왜 그리 소리쳐.”



드디어 오늘 야자가 끝이 났다. 끝날 듯 끝날 듯, 끝나지 않던 야자가 말이다. 항상 하는 야자지만 정말 끝날 때 만큼은 쾌감을 느낄 지경이다. 그 쾌감을 담아 소리질렀건만 승희는 나에게 핀잔을 했다.



“칫, 지루한 걸 어떡해.”



“만날 딴 짓만 하지 말고 공부나 하세요. 야자 때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뭐하는 거야?”



“아니... 뭐... 그냥...”



젠장, 뭔가 조금 꿀린다. 그치만 다행이다. 이런 자연스런 대화를 나눌 정도로 어색한 게 많이 사라져서. 다시 예전 친했던 사이로 점점 돌아가는 느낌이다. 승희랑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금방 집이다.



“안녕.”



“그래, 내일 봐!”



아쉽게 작별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오, 왔어?”



“학교다녀왔습니다.”



“아, 아빠.”



들어와서 항상 보이는 거실을 보니, 가관이다. 언제나처럼 엄마는 같은 자세로 모로 누워서 드라마를 보고 계셨다. 근데, 거기에 합류해서 유나까지 나란히 모로 누워서 드라마를 보고 있다. 둘이 그러고 있으니, 참, 보기가 묘했다.



“아주 둘이 엄마 딸이 다 됐네.”



“그럼! 오늘 엄마랑 유나랑 얼마나 친해졌는데!”



“하, 그런감.”



“그렇지, 유나야?”



“네!”



둘이서 아주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는구만. 나는 둘을 한번 슥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가방을 놓고 당연하게 컴퓨터나 부팅하는데, 문이 열려고 유나가 들어왔다.



“왜?”



“아빠, 배고프지 않아요?”



“아, 뭐 그야... 왜?”



“부엌에, 할머니랑 나랑 만든 요리 남아있으니까, 같이 먹어요.”



“아, 그래?”



마침 출출하던 차라, 나는 부엌으로 향했다. 의자에 앉자, 유나가 알아서 차려줬다. 참, 편하네. 음식은 비록 약간 식어서 미적지근한 느낌이 있었지만, 맛은 훌륭했다. 유나가 한 숟가락 먹으며 말했다.



“할머니랑 되게 친해졌어요.”



“그래? 신기하네.”



“되게 좋은 분 같아요. 근데, 할머니라고 부르지 말라고... 헤헤.”



“하긴, 그 나이에 할머니 소리 듣긴 싫으시겠지. 근데 이거 되게 맛있네?”



“네! 할머니랑 저랑 만든거니까요!”



“그래.”



군소리 안하고 먹기만 하는 나였다. 아, 대충 끝나자.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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